<페이드 포> 21. '성매매의 보편화' 에 대하여... ...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일에서 잘못을 가려내는 일이 가장 어렵다.  - 제인 폰다, 『지금까지의 나의 삶』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 21장은 성매매의 보편화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앞의 많은 장에서 그녀가 지나온 성매매의 실상과 성매매를 둘러싼 담론들을 제시하고 그 이론들을 하나하나 깨 나가면서 '성매매', '성노동자'라는 신화에 대하여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들을 다시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이지만, '성매매', '성노동자'라는 용어가 여성에게 얼마나 불합리하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그와 관련된 모든 행위들이 '성매매 여성'과 거기에 종사하지 않는 비성매매 여성들에게도 얼마나 부당한 처사를 유발하게 만드는지, 결국 '성매매'라는 행위의 내재적 유해성은 양쪽 모두의 여성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작가는 성매매가 일상화되고 보편화되려면 그것이 '건전하게'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러면 성매매가 내재적으로 담고 있는 유해한 본질이 숨겨질 수 있어야 하는데, 성매매를 일반적으로 보이도록 포장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용어인 '성 노동자', '성 노동'이라는 용어가 우리에게 일상적인 용어로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는 한편 '성 노동자'라는 용어가 건전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여성인 나는 '성 노동자', '성매매'. '성매매 여성'이라는 용어가 일상적이지도 깨끗하고 건전한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이라는 이미지도 전혀 떠올릴수가 없었다. 


'성매매'는 많은 면에서 '일'이라는 용어와 어울리지도 않고, 가장 큰 문제는 그 '일'에서 말하는 서비스 제공자가 동시에 상품이 된다는 사실이 실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준다고도 말한다. '성매매'가 보편적으로 수용이 되는 사회라면 '성노동자'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수사학적 표현이 될 수 있겠지만, 일상적으로 '일'을 지칭함에 있어 이 두 용어는 아무런 의도없이 대화 중에 등장할 수 없는 용어인 것이다. 어느 사회에서 이런 용어가 보편적으로 대화 중에 스스럼 없이 등장할 수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할 뿐더러 그런 사회를 용납하고 싶지도 않고, 받아들여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있는 국가들이 생각보다 많다는데 생각이 미친다.(이 책에 의하면 호주, 독일, 네델란드- 책에는 이 세 나라가 언급이 되어 있지만 단지 세 나라라고 해도 부당한 폭력을 일상으로 겪으며 거기 종사하는 여성들의 수를 생각하면 결코 적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 등에서 '성매매 산업'은 합법이다. 반대로 스웨덴은 1999년에 성구매를 금지하는 획기적인 법안을 소개하였고 성매매 여성들이 직업교육이나 학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치들을 마련하면서 성매매되는 사람들을 비범죄화했다. 정말 놀랄만큼  획기적인 법안이다. 뒤이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가 금지 법안을, 이스라엘, 영국, 핀란드, 프랑스가 노르딕 모델의 도입을 고려 중이다.) 


'성노동자'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표현하는 '일'의 범주에 포함이 된다면 그 '일'을 이루는 기술이 무언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술들은 가령 '성 행위 하기', '성적으로 즐거운 척 하기', '온갖 종류의 신체 폭력 견디기', '상상할 수 있는(내 생각엔 '상상할 수 없는' 도 포함) 모든 방식으로 타인에 의해 몸이 이용되길 허용하기'(335쪽), 구토 반사작용을 조절하는 능력과 울고 싶은 욕구를 참는 능력, 그리고 지금 맞닥뜨리는 현실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상상하는 능력(337쪽)일 것이며, 돈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희롱과 학대로 명명될 행위들이다. 하지만 돈이 주어졌다고 해서 그것의 폭력성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인 직업군에 속하는 일이 아니므로 어린 소녀들에게 선택할만한 일로 추천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성매매가 보편화된다면 성매매 내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교류와 태도 또한 모두 보편화되어야 하지만 사람들을 이렇게 대우하는 현실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성매매를 보편화하려는 시도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는 시도이고, 이 비정상적인 교류 방식은 인간 고통을 야기하므로 비도덕성을 인정하는 시도이기도 하다."(347쪽)


성매매를 보편화하려는 전략, 성매매 경험을 '성노동'으로 눈가림하려는 전략들은 둘 다 같은 맥락과 목적을 공유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먼저 인식하고 이해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략들은 우리의 정신에 깊이 뿌리박혀 있고 성매매가 마치 빈번히, 그리고 '가장 오래된 직업'이기라도 한 것처럼 고의적으로 속이려 한다. 여성들의 고통을 수반하는 이러한 시도들을 저지하고 비정상을 정상적인 것으로 보편화하려는 모든 전략은 비도덕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마지막으로 우리 주위에서 성매매되고 있는 여성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성매매 관련 정책, 노르딕 모델이란

  노르딕 모델은 스웨덴을 중심으로 노르딕 국가(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핀란드)일부가 채택하고 있는 성매매 관련 정책으로, 성매매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를 처벌하는 정책을 말한다. 성매매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에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와 성구매자만 형사 처벌하고 성매매 판매자에 대해서는 처벌을 면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처벌받지 않은 성판매자들이 성매매 수사에 협조하면서 성매수자를 처벌하기 쉬워지게 되고, 이로 인해 성매수자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노르딕 모델은 1999년 스웨덴에서 제정된 '성구매행위법(Sex Purchase Act)'이 시초로, 스웨덴이 세계 최초로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가 각각 2009년과 2010년에 스웨덴 모델을 채택하는 등 인근 노르딕 국가로 확대됐다. 현재는 노르딕 일부 국가 외에도 캐나다, 프랑스, 아일랜드, 이스라엘, 북아일랜드 등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제 이 책은 마지막 3부만 남겨두고 있다. 너무 오랜 시간 읽고 있어서 지루하기도 하지만 끝까지 읽어야겠다.

레이첼 모랜 그녀가 탈성매매 후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탈성매매 후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약간은 알지만 그래서 더 그녀의 글로써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성매매의 보편화 전략들 중 다른 한 가지는 성매매된 여성들을 별개의 두 부류로 구분하려는 시도이다. 소위 ‘자유로운 부류와 ‘강제된‘ 부류이다. ‘강제된‘ 부류란 대개 속아서 인신매매되고 감금된 채 업주에게 강간 당하고 낯선 사람에게 성적인 고깃덩이로 팔리는, 신체적으로 노예 상태에 처한 여성들을 말한다. 그리고 물론 ‘자유로운‘ 부류는 소위 말하는 자유 의지를 발현해서 자신들이 선택한 운명에 만족하며 즐거워하는 여성들을 지칭한다. 만약 여성들이 그렇게 쉽게 성매매를 선택한다면, 왜 그다지도 많은 여성이 속아서 노예화되어야 할까라는 타당한 질문을 해봄 직하다. - P338

아무에게도 강요받지 않은 나와 같은 여성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찾아 누군가 강요하지 않았다는 그 말이 아무것도 우리를 강요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강압적인 상황에서 지구상 가장 강력한 강제성은 무형으로 존재하는데, 강제의 존재를 인식하기 위해서 주먹이나 총, 칼이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건 무척이나 인간적인 어리석음이다. 내 성매매 경험은 강요되었다. ‘자유로운‘ 범주에 속하는 우리들을 강압한 건 ‘삶‘이다. - P339

성매매를 보편화하려고 이용하는 또 다른 거짓은(현대 이전 매우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성매매가 존재하기에 남성들이 지니는 성적인 공격성이 비성매매 여성으로 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아일랜드 전국 여성 연합 전 대표인 수전 맥케이가 아래와 같이 말하면서 이 신화를 혹평했다.
성매매 여성의 존재가 남성들이 지니는 성적인 공격성을 막는 안전밸브라서 다른 여성들을 보호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성폭력 없이 살아야 하는 모든 여성의 권리를 무시한다. 성매매를 정기적으로 하는 남성들은 관계를 맺고 있는 여성을 자주 더 폭력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성매매 여성들을 이용하는 남성들은 여성들을 존중하는 남성들이 아니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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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1-21 0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끝까지 화이팅입니다요!!

은하수 2023-11-21 10:38   좋아요 0 | URL
네... 물론입니다~~
이제 끝이 보입니다!
얼른 읽겠습니다.^^
 

19. 성매매에 대한 오해 중에서
˝...자신이 사회에서 버림받은 존재라는 깨달음은 고요하지만 엄청나게 충격적이다.˝(301쪽)

아무리 괜찮아 보이는 남자더라도 그가 나에게서 성을구매할 권리가 없고 이 산업을 지지해서도 안 되며, 나도성매매 산업에 있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내 입장에서는 언제나 우울했다.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과 외로운 사람들을 성매매라는 산업 내에서 만났지만 나도 괜찮고 외로운 사람이었다. 이제 나는 두 사람이 돈과 섹스의 교환에 참여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안다. 대체로 서로의 인간성을 무시하고 자신을 위한 생각이 우선적으로 자리한다. - P304

나의 몸을 이용하려고 돈을 지불한 적 있는 구매자들대부분에게 가장 알맞은 말을 하나 골라야만 했다면 바로 이것이다. 

고의적으로 망각하기.  - P304

고의적으로 망각하기. 
그러나 성매매는 나에게 인생이 흑백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줬다. 세상은 명예로운 남자들과 변태로만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우리 인간은 자연계의 한 종으로서 내면에 타자를 침범하려는 강한 욕구가 있다. 그 욕구보다 강하고자 함은 우리에게 달렸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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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다수가 정부 조직을 구성하는 나라들에서는 서구사회 전역으로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성매매 합법화가 시행되고 있다. 이 흐름에 맞서는 여성들의 저항은 어디 있는가? 여성들의 저항이 널리 퍼지지 않은 이유는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상품으로 여겨진 지 너무 오래된 터라 여성들 스스로가 다른 사회 계층에 속하는 여성이 성매매를 제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P279

만약 여성이 다른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이런 대우를 용인한다면, ‘자유주의‘ 또는 다른 이름으로 성매매를 받아들인다면, 그녀 자신이 단지 성매매에 유입될 만한 상황에 놓이지 않아서 성매매와 동떨어졌을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업소의 성구매자들은 그녀의 몸 역시 난폭하게 다루고, 빨고, 일방적인 섹스를 하기 위해 반기며 결혼할 여성을 찾는 남성들은 그녀를
매도할 것이다.  - P279

성매매를 용인하면 대중의 시선에 모든 여성이 잠재적인 성매매 여성으로 보이는데, 여성이 업소에서 일하는 데는 오직 두 가지 요건만이 필요해서이다. 하나는 여성을 그곳에 있게 만든 상황(우리 중 누구에게 언제 이런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나?)이고, 다른 한 가지는 질이 있다는 사실이며, 모든 여성은 적어도 이 둘 중 하나를가지고 태어난다.
- P279

반복하지만, 여성의 상품화가 받아들여지면 모든 여성은 상품화가 가능한 범위 안에 놓인다. 여성이 사회 내 성매매를 받아들인다면 그녀는 부지불식간에 이 개인적인 제약서를 받아들이는 셈이 된다. 그렇다, 그것은 상실이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도 성매매를 하지 않고 묵인만 할지라도 여성의 인간성에 대한 민감성을 상실하게 된다. 여성의 상품화를 용인하는 관점 없이는 성매매를 수용할 수 없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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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성매매로 인한 상실

˝ ... 내 성매매 경험은 단순히 이렇게 요약된다.
## 나는 내 자신을 잃었다.˝ ##

잃어버린 보물들을 붙잡는 이미지, 비통한 상실이 그 이미지를 형성하고 묶어서 다발로 엮어낸다.
ㅡ콜레트, [나의 첫걸음]




성매매는 여지없이 섹스를 비인격화하게끔 조장하는데, 여성들에게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어느 여성에게도말 이다. 성매매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있다. 이 파급 효과는 돈이 지불되든 안 되든 여성이 남성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 오직 성적 해소를 위한 통로로만 사용되는 기능을 제공하는 상품을 운반하며 걸어 다니는 존재일 뿐이라는 허황된 관점을 남성들의 마음에 심어준다.  - P278

여성들은 부지불식간에 아무렇지도 않게 인간의 영역에서 격하된다.
남성들과 동등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여성을 일방적으로 성교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인식하는데 어떻게 여성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여기겠는가?
- P278

성매매는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여성이 인간이라는 점을 모호하게 만들지만, 구체적으로는 여성들이 같은 젠더인 다른 여성들의 성매매를 용인함으로써 여성들 자신의 인간성에 대한 민감성을 잃어버리게도 한다. 
여성이 성매매를 용인하면 좀 더 넓고 포괄적인 의미에서 자신의 젠더가 비인간화됨을 수용하게 된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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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시각으로 쓰인 글이 맞다!


<감정을 젠더화하기>라는 에세이에서 우테 프레베르트Ute Frevert는 "고대로부터 분노는 강자의 자질로 여겨졌다"고 쓴다. 나는 현재 미합중국의 대법관이 된 브렛 캐버너가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불미의 사태에 분노하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어떻게 내가, ‘내‘가, 성유바른 법의 총아가, 저 여자 교수 크리스틴 블레이지 포드에게서 성폭행으로 기소당할 수가 있단 말인가? 

분노는 강자의 특권, 미국에서는 백인 남자의 특권이다. 나머지 우리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신중하게 가두거나 꿀꺽 삼켜버려야 한다. 여자는 부드럽고 차분하고 숙녀다운 목소리로 증언하며 겸손하게 앉아서 자신을 심문하는 사람들을 열심히 ‘돕겠다는‘ 의향을 보여야만 한다. - P27

"나의 분노는 내게 고통이라는 의미였으나, 또한 생존이라는뜻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나는 적어도 선명성으로 가는 길에 그만큼 강력한 것이 또 있는지 확실히 확인하고 나서, 그때 비로소 분노를 포기할 것입니다." 오드리 로드는 한 연설에서 말했다. - P27

로드의 분노는 그녀의 천재성에 에너지를 충전했고 그 에세이의 산문에 전기를 통하게 했다. 로드는 그 분노를 누구에게 왜 겨냥해야 할지 잘 알았다. 그 속에는 불편하고 추한 진실에 눈을 감은 백인 페미니스트들도 있었다. 
내 할머니는 그런 탁월한 선명성, 그런 지적 통찰력, 그런 철학적 관통으로 자신의 처지를 바라볼 수는 없었다. 결혼과 그에 수반된 가난과 수치라는 당혹스러운 현실에 종속된 백인 여성이었다. 할머니에게는 분노가 있었다. 분노가 할머니의 생존을 도왔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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