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으면 태어난 날을 기점으로 해서 나이를 먹어가는 미국에서도 마흔 넷이 된다.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고 남들과 같이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지금도 team sport는 아주 못하는 편에 속한다. 어쩌다 보니 이곳에 와서 그럭저럭 몸을 쓰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조금씩 알게 되었는데 대학교 4학년이 되던 해 검도를 시작했던 것과 무조건 2마일 달리기를 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 좋은 시작이 되었던 것 같다. 발바닥의 부상으로 검도는 2006년 이후 거의 포기했고 지금은 그저 사무실에서 낮은 자세로 앉아서 허공격자를 치고 있지만 투기종목에 대한 무서움을 많이 극복하게 해준 좋은 무술로 기억하고 있기에 언젠가 형편이 되면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근육운동의 경우 2008-2009년 정도에 아주 천천히 시작하게 되었는데 당시의 형편으로는 무척 큰 부담이 되었고 사실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았지만 다니던 gym에서 직원의 꼬임에 넘어가 반 년 정도 받은 트레이닝이 좋은 시작이 되었던 것 같다. 이후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기에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 몸이 특별히 멋있어진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운동을 계속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하겠다. 특히 COVID-19으로 gym과 모든 시설이 문을 닫은 지난 반 년간 그간 만들어온 좋은 습관의 덕을 톡톡히 본 건 전적으로 이때 시작해서 꾸준히 만들어온 지난 시간의 덕분이다. 술과 먹는 걸 조금만 더 조절하는 걸 목표로 하고, 달리는 거리와 시간을 더 늘려가고, 나중에 이 시기를 잘 견딘 후 수영을 배워서 기존의 루틴에 접목하는 것까지 중장기적인 계획을 잡고 있다.
무술은 다시 배우고 싶고 늘 꿈을 꾸고는 있는데 품새가 있는 무술보다는 쉽게 격기를 체득하여 연습할 수 있는 종류가 더 나을 것 같다. 요즘은 품새의 원리과 공방, 내포된 실질적인 movement를 풀어서 가르치는 곳도 많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도 품새에 많은 걸 치중하고 고전성을 우수함이라고 포장하는 곳이 더 많은 것 같아서. 물론 좀더 전통을 따지는 무술도 나름 재미는 있겠지만 그건 시간이 더 많아지면 생각해볼 일이다.
마구잡이로 손에 잡히는 책을 쉽게 읽는 것으로 마중물을 삼아 다시 조금씩 더 읽어나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순수하게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독서 또한 그 쓰임새가 있다 (굳이 따져야 한다면).
'로도스도 전기'에서 약 30년 정도 앞선 시대를 그리는 prequel. 본편에서는 익숙한 체제속의 기득권 혹은 원로에 해당하는 인물들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 본편에서 이야기하는 혼란의 시대에 마족과의 전쟁을 위해 뭉친 전사, 마법사, 신관, 드워프 등 여섯의 영웅들 중 그 존재가 기록으로 남지 못한 미지의 영웅으로 짐작되는 인물 또한 이번 이야기의 중심에 있으니 오랜 팬의 입장에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 시대 서양판타지는 톨킨을 기점으로 이루어지고 이 서양의 판타지가 일본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로 구현된 후 다시 한국에서 꽃이 피게 된 건 90년대 정도부터로 기억하는데 금도 즐겁게 읽히는 많은 작품들이 이때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다만 많은 것들이 그런 것처럼 이 분야에서도 표절의심을 피해가지 못하는데 이번에 완간이 되어 나온 89-90년 사이의 '로도스도 전기'를 보니 확실히 그런 의심이 가는 작품이 떠오른다. 즐겁에 읽은 기억만큼이나 불쾌할 수 밖에 없는데 의심이 가는 정황이 있을 뿐 뭐라 말할 수는 없으니 그냥 그렇다고 혼자 생각할 뿐이다. 어쨌든 즐거웠다는 이야기.
이 책들에 대해서는 짧게 남긴 말 외에 달리 할 말은 없다. 캐롤은 영화의 미장센이 아주 좋을 것 같은데 아직 볼 생각은 없고 아케치 고고로 시리지는 계속 읽어가고 있는 레트로 감성의 충족이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이번 작품은 정말 건질 것이 별로 없었다.
퇴근까지 약 한 시간 정도 남았다. 금년까지는 일단 9-6로 잡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9-5로 잡고 조금 더 유동적으로 office hour를 가질 생각이다. 어차피 일은 다 내가 하는 거니까.
사람한테 시달린 끝에 큰 실망과 시간낭비, 그리고 비용낭비로 끝난 2015-2020까지의 HR문제는 지금도 기분이 나쁘지만 그냥 잘 손절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잊어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끝난 것이라면 애초에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제는 필요에 따라 outsourcing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규모를 잡고 일을 끌어모을 생각이다. 남을 챙겨줄 부분에 있어 그 필요나 당위성이 없어졌으니 그만큼 더 자유롭게 계획을 잡고 하나씩 phase를 완료하자는 계획인데 일단 45-50, 50-55, 55-60 이런 식으로 5년을 단위로 장기적인 목표를 쪼개서 하나씩 완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인 건 12월까지 더 생각을 많이 해볼 것이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책을 읽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건 변함이 없이 매일 조금씩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