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마지막 주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여전히 나의 이번 달 독서는 저조하다. 보통 주말에 회복하는 것을 기점으로 마중물이 부어지고 다시 치열하게 책을 읽는 것에서 생활의 의미를 찾곤 했었는데 이유는 알 수 없으나 9월은 그렇게 지나가버리는 것 같다. 이번 주에 마무리를 계획한 것들이 거의 다 처리되었고 다시 다음의 phase로 나아가는 그 중간의 지점에서 잠시 조금 한가한 오후를 보내고 있다. 저조한 성적이지마 어쨌든 또 조금이나마 쌓이 책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요즘 무슨 애교점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눈물점'은 흔히 눈밑에 있는 작은 점이다. 예전에 관상학에서는 보통 이를 성적인 분방함이나 요사스런 기운으로 봤던 것 같은데, 여기서도 그와 비슷한 의미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눈물점'에 얽힌 이야기는 하지만 그저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고 전체적인 구조상으로는 지극히 일본스럽고 주술기가 다분한 concept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으로서의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 주로는 아주 기괴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서 버리는 것으로 봉인한다는 것이 중심. 추리소설도 재미있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기담집은 늘 이렇게 익숙하다면 익숙한 세계관에 기대어 즐겁게 펼쳐진다. 어떤 면에서 보면 너무도 일본스러움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가끔이라도 모든 걸 내려놓고서 그저 이야기를 즐기는 건 나쁘지 않다.
간간히 나오는 이 시리즈를 사들이면서 읽고 있다. 의외로 앞서 번역되지 않았거나 소개가 되지 않은 일본의 추리소설, 주로는 다이쇼에서 쇼와 시대의 작품들을 가져오는 것이 참 좋다. 아주 고전적이고 너무도 오래된 시대의, 서양풍을 따라가고 배우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며 꽃을 피우던 이 시대는 식민지가 되어버린 우리에게는 마치 잃어버린 한 세대의 그것과도 같아서 아쉬움과 화를 함께 갖고 일본을 바라보게 하지만. 그래도 요즘의 이야기들과는 다른 고풍스러움이 배어있기에 다소 지루한 면도 있고 번안소설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이 시절의 소설들은 그 나름대로의 맛과 멋이 있다. 상당히 신선한 발상이 눈에 띄었지만 이런 저런 장치를 다 떼어내고 나면, 그리고 그것이 가능할 만큼 치밀하지 못했던 탓에 이미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혐의자를 지목할 수 있었다. 비록, 정확한 전개를 유추하지는 못했지만. 막판의 반전은 나름대로 특이했지만.
저자가 시골에서 할머니와 함께 보낸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 썼다고 한다.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은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으면서 몇 권을 연달아 읽었으나 큰 감흥은 없었는데, 이번의 이야기는 훈훈하고 예쁘고 아련하다. 아직 사랑이나 남녀의 차이를 알지 못하던 나이에 느끼는 윗 친척누나에게 느끼는 묘한 감정과, pre-teen이 될 무렵 도시에서 이주해온 여자아이에게 느끼는 감정의 시기와, 공부를 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머리가 커져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한 생각과 이해까지 상당히 잘 쓰인 것 같다. 공감적인 면에서 뿐만 아닌 그런 묘사까지 모두. 역시 일본의 작가들은 신변잡기를 가져올 때 가장 빛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유달리 이 나라의 작가들은 에세이와 소설의 중간에서 시작해서 창작으로 방향을 잡고 쓰는 걸 잘하는 것 같다. 박경리 선생님은 매우 혹평을 한 전통이지만 나는 좋아한다.
사실상 허명에 속아서 산 책. 모씨에 대한 글을 보고 나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리서치 자체만 놓고 보면 시카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답게 상당히 치밀하고 논리적이지만 비약과 무리한 연결이 심하여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이야기로 보았다. 굳이 읽어볼 만한 책은 아닌 것 같고 특별한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도 못한 이유는 이 책에 면면히 흐르는 논리가 친일-반공-독재부역세력이 지금까지도 내세우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이런 책을 썼는지, funding은 어디서 나왔는지. 저자는 대학교의 총장을 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도 성공을 했고 학자로서도 상당히 높이 올라간 사람인데, 배운 사람들일수록 가진 자들일수록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야비하고 비열한 언론과 검찰, 그리고 People's Garbage Party - 이제부터 그들을 나는 PGP로 부르기로 했다. 여기에 늘 분열과 싸움을 조장하면서 돈을 벌어온 끝에 지금의 지경에 이른 진석사, 그를 중심으로 한 회계사와 의학자와 무엇들을 보면서 다른 건 몰라도 쪽팔리게 살지는 말자는 생각을 한다. 책도 잘 쓰고 의견도 좋고 상당히 진보적이라고 생각한 어떤 선생이 특히 그와 함께 작당하여 책에 이름을 올리고 괴상망측한 내용으로 인터뷰를 하며 관종짓을 하는 걸 보는 건 고통이기까지 하다. 진석사야 원래 그런 사람이 더 나빠진 것이고 염치도 없고 체면도 없이 내놓고 사는 망상가이자 똥묻은 개만도 못한 거지발싸개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여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계속 면면히 끊어지지 않고 하던 걸 하면서 좋은 모습을 유지하려면 정말이지 죽을 때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말아야 한다. 기합을 넣고 다시 한번. 띠를 꽉 묶어!! (이건 자신에게 늘 하는 일종의 다짐과도 같고 내가 스스로에게 거는 주술과도 같은 말이다).
이 두 권의 책에 대해서는 부끄럽게도 할 말이 남아 있지 못하다. 읽을 때에도 그랬지만 지금에 와서는 어떤 말을 할 만큼 기억에 남은 것이 없다. 이런 이유로 나는 그저 완독한 책의 숫자에 집착하게 되는가보다. 너무도 부족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