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틀을 꼬박꼬박 쉬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일하는 나라는 인간에게는 목요일이 마치 예전의 금요일처럼 느껴진다. 목요일부터는 주말처럼 설레고 금요일부터는 일하기 싫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요즘은 이에 더해서 목요일이면 긴장이 풀어지는 것이다.  이미 일하고 무관한 책으로 꽉차버린 사무실공간이 더욱 비좁게 느껴지는 요즘 목요일 오후면 벌써 마음이 다 풀어진다. 일은 하루에 한두 건 정도만 처리하는 것으로 조바심을 일찌감치 날려버린지 오래다.  


한진일가는 마치 대한민국재벌의 온갖 나쁜 짓은 다 뒤집어쓴 듯 연일 까도 까도 속이 드러나지 않는 양파처럼 언론의 똥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다. 이럴 때 한진일가가 나쁘다고 말하는 건 쉽지만, 한편으로는 그럼 삼성은? 다른 오너일가는? 재벌이 아닌 수백억규모의 수많은 한진일가처럼 사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규모로 봐도 뭘로 봐도 한진일가보다는 삼성일가가 두드려 맞을 짓을 훨씬 많이 했을텐데 언론에서 싸그리 사라져버렸다는 말이다.  장충기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봐야한다.  


싱가폴에서 북미회담이 열린다고 확정된 듯. 뜬금포로 왠 싱가폴?  판문점은 쇼케이스 목적으로 볼 때 신선도가 너무 떨어진다고 트럼프를 꼬득인게다.  역시 밤이 길면 꿈도 많다.  남북미, 잘해야 남북미중으로 갔어야 하는데 일본놈들이 기어이 숟가락을 얹고야 말았다.  일본놈들보다 더 나쁜 한국산 일본놈들은 신나겠다.  조국이 저리도 선전하고 있으니.


혼수성태가 이 와중에 또 한 건 했다. 병원에 실려가면서 포토타임용(?)으로 배를 까버린 것. 매일 잘 처먹고 다니는 나 같은 인간도 누워서 배를 까면 그리 되는데, 8-9일을 굶었다는 인간의 배가 고작 그 정도 까진걸로 단식생색을 낸다.  약자가 statement를 만드는 비장한 수단으로써의 단식이 혼수성태를 통해 조롱거리가 된 것이다.  성서에 그랬나?  단식을 할 때엔 더 깨끗히 씻고, 더 힘차게 살고, 할 일을 다 하면서 절대로 단식하는 티를 내지 말라는 비스무레한 소리가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혼수성태는 말씀에 주안점을 두는 개신교인이면서도 성서말씀은 그냥 제껴두었는갑다.  어찌 그리 온갖 티를 내는건지.  목깁스는 또 언제 빼버렸는지...


이래 저래 신나는 소식보다는 피곤한 소식으로 만사가 귀찮아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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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2018-05-11 0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자한당은, 망테크를 타는 느낌. -_-;;

transient-guest 2018-05-11 05:53   좋아요 0 | URL
지금 국회해산하고 재선하면 좋을 듯..ㅎ

이지 2018-05-11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태킴, 단식 중단!”

transient-guest 2018-05-12 00:47   좋아요 0 | URL
특검 안하면 단식중단한다고 할 때 이미 곧 끝나겠구나 생각했죠
 

꾸준히 일주일에 5번 이상은 운동을 하는데 근력운동과 지구력운동을 함께 하던 것에다가 최근에는 요가를 더했다.  스트레칭효과도 좋고 정적이지만 균형을 잡고 다른 방법으로 근육을 쓰는 맛이 좋다.  새벽에 요가를 하고 출근하는 기분도 아주 그만이다.  그런데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면 살이 빠지던가 배가 들어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추운 연말부터 최근까지 여러 모로 너무 잘 먹어서 그런지 별로 가벼워지는 느낌이 없다. 어떤 면으로는 운동이 익숙해지고 체력이 좋아진 덕분에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힘을 덜 쓰는 탓도 있겠다. 즉 몸을 더 효율적으로 쓰게 되고 그 때문에 같은 운동을 해도 상대적으로 열량을 덜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실 요가를 기존의 루틴에 더하게 된 이유도 좀더 몸의 스위치를 자주 바꿔서 전체적으로 계속 열량을 잘 쓸 수 있게 해주려는 생각 때문인데 워낙 요가를 아직은 꾸준히 해주지 못해서 효과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남북이 판문점에서 만날 때만 해도 일사천리로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 같더니, 역시 국내외적으로 방해가 상당하다.  사실 트럼프는 내부적으로 워낙 스캔들이 많기 때문에 성공적인 북미회담을 연출해서 큰 쇼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만, 하필이면 볼튼 같은 네오콘의 찌꺼기가 국방자문으로 들어가고 일본은 끊임없이 미국의 친일파들에게 로비를 때리고, 여기에 자유당의 거렁뱅이들은 처음부터 평화보다는 지난 세월 자기들의 밥줄이었던 대립관계를 이어가기를 원하는 탓에 결국은 수싸움이 엄청 복잡해진 것 같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세상이 한번에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좋은 대통령이 나왔을 때에는 늘 맞는 말 같다.  MBC도 사장 바뀌고 일부 기자들이 복직했다고 해서 속깊은 병폐가 갑자가 나아지는 건 아닌 듯, 종종 헛발질을 하다 못해 어묵과 세월호를 섞어 방송에 내보냈다고 하는데, 이건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담당자를 징계해야 마땅하다.  상징적이지만 이런 일에는 민사소송도 필요한데, 로스쿨제도가 도입되고 변호사가 넘쳐흘러 먹고살기 빡빡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변호사들은 어떻게 밥줄을 만들어내는지 아예 감이 없는 사람들 같다.  그저 변호사가 되면 남들보다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높은 연봉을 받겠다는 막연한 의지말고 법조인으로서 제대로 한 세상 만나보거나 개척해보겠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다.  미국은 소송이 넘쳐나서 탈이지만, 한국은 민사소송이 너무 없어다 탈인 것 같다.  무슨 일이 터지면 일단 소속기관이나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그렇게 하면 될 일도 안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인데,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작은 일이라도 분명히 소송이 필요한 일은 법원을 통해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기록에 남기는 편이 미래를 위해 더 나은 방법이다.  물론 판사들 하는 꼴을 보면 특히 토호들이 모든 것을 장악한 속에서 떵떵거리면 사는 지방향판들을 보면 법원이 기실 그리 미덥지는 못하다만.


트럼프의 needs와 오바마에 대한 질투, 그리고 대한민국의 외교력에 약간의 운까지 주어져 조속히 빠른 북미회담을 거쳐 종전으로 가고 남북경협의 시대가 꽃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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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5-09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럼프가 미국에 연일 관심을 쏟는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자 정부복지 제한규정 도입을 추진한다고 하는군요.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미국인이 많지 않을 거로 보입니다.

transient-guest 2018-05-09 13:12   좋아요 0 | URL
가장 만만한 계층이자 집단이거든요. 게다가 출신국가나 재산유무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많이 분열되어 있기도 하구요. 한인들 중에도 중남미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다양한 제재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재정이 고갈된 면도 있고 80년대 이래 계속 부익부 빈익빈 트렌드가 이어진 결과 중산층이 몰락했고 더 이상 ‘미국‘의 돈을 ‘외국인‘에게 쓰기 싫다는 정서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합니다. 트럼프와 그 지지층은 다원적인 문제를 이분법화해서 여론을 호도합니다. 사실 트럼프는 쓰레기에요...최근 professional liar라고 했다죠 아마..
 

운동은 분명히 제대로 했다.  계획한 대로.  

65분 동안 총 6.15마일을 총 5마일을 뛰고 1.15마일은 걸었다. 이후 1시간의 하체운동과 팔운동, 복부운동 후 다시 자전거를 22분 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리고 나는 씻고 서점에 책을 들고 갔어야 했다.


그런데, 마치 술을 마시기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처럼 맥주를 마시고 말았다. 대충 따져보니 4시간 동안 약 3000cc를 마신 것 같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운동은 실패...


1. 1000cc는 Coors Light을

2. 나머지 2000cc는 Red Stripe이라는 자메이칸 lager를 마셨다...


내일은 다시 달리고 spin을 해야 오늘 마신 걸 내보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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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4-07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술을 더 잘 마시기 위해 운동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불끈!!

transient-guest 2018-04-08 02:47   좋아요 0 | URL
뭐 대략 저도 그렇습니다.ㅎㅎ 먹고 마시기 위해 운동을 하죠. 안 하면 아마 금방 불어날지도...-_-:: 오늘 운동을 한다면 어제 마신 걸 좀 뽑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ㅎ
 

4월의 첫 주간이 지나갔다. 이런 저런 일 때문에 월요일부터 마치 한 주를 다 보낸 듯한 피로감을 느꼈지만 어쨌든 그럭저럭 금요일 오후를 맞고 있다. 이번 시즌의 비는 다 내린 줄 알았는데, 어젯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내일까지도 계속 그런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란다.  샌프란시스코 북부연안의 동네들은 또 storm이네 뭐네 하면서 대비한다고 하니 비가 솔찮게 올 것만 같다.  


새벽에 요가를 가려고 일어났는데, 어제 오후 늦게 운동을 한 덕분인지 도로 자버리고 말았다. 내일 오전은 어려울 것이고 일요일 오전의 요가는 꼭 가볼 생각이다.  일단 오늘은 오후에 달리기와 하체운동 및 triceps and biceps 운동을 하고 힘이 남으면 spin으로 마무리할 것이다. 이후 서점에 가서 커피나 한 잔 마시면서 책을 볼 생각이다. 비가 와주면 참 좋겠는데 말이다.  아니면 흐린 날씨를 벗삼아 빗소리 app으로도 괜찮겠다. 마침 app설정에서 비내리는 날 카페에 앉아있는 듯한 소리를 선택할 수 있으니까. 


복잡한 머릿속, 계속 신경을 쓰게 만드는 트럼프의 똥멍청이짓거리, 이로 인해서 떨어지는 영업실적, 업계 전반의 chilling effect 등등, 진중하게 책을 붙잡고 있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로 폭격을 당하다 보면 이번 주간처럼 책읽기의 능률이 뚝 떨어져버리는 날이 많다.  그간 미뤄둔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마지막을 읽을 생각도 하다가, 가벼운 소책자 같아서 산뜻함에 마음이 가는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를 읽을까, 행복한 고민이다.


'은하영웅전설' TV시리즈가 현대버전으로 리셋되어 다시 나오는 모양이다. 첫 에피소드를 보니 그래픽은 훌륭해졌으나 그림체는 오히려 예전의 버전만 못한 듯, 특히 키르히아이스의 눈매가 너무 날카롭게 그려진 건 매우 큰 오점이라고 본다.  패한 전투를 동률로 끌어올리고 최대한 많은 군사들을 살아돌아가게 하는 첫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에서 익숙한 베레모를 쓰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양 웬리 준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덕분에 '홍차'가 떠올랐다는 거.  '미용과 건강을 위해서 식후에는 한 잔의 홍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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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4-07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근사하군요.
무슨 소설 제목 같기도 하고 아님
점잖은 영국 에세이 같기도 하고.ㅋ

그쪽은 비가 많이 오는가 봅니다.
그런데 왜 비 내리길 또 바라시는 건지...?

transient-guest 2018-04-08 02:49   좋아요 1 | URL
양 웬리 준장의 모토이자 소설에서 암호로도 쓰이는 말입니다. 주인공이 커피보다는 홍차를 좋아하거든요..ㅎㅎ 여긴 11월에서 2-3월까지가 우기에요. 근데 지난 11, 12, 1월 비가 덜 와서 이미 가뭄경보가 발령됐거든요. 막바지 같은데 그래도 비가 좀 많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공기도 좀 깨끗하구요. 물론 이렇게 비가 오다가 해가 나면 갑자가 따뜻해지면서 꽃가루가.....-_-:

cyrus 2018-04-07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반도는 지금 때 아닌 동장군과 미세먼지의 습격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이틀 전에는 비가 내렸고요. 오늘도 날씨가 쌀쌀해요. 따뜻한 차나 커피를 마셔야 하는 날입니다. ^^

transient-guest 2018-04-08 02:51   좋아요 0 | URL
기후변화가 세계적으로 심각한거 같아요. 미세먼지는 중국발도 문제고 한국자체적으로도 지난 10년간 무분별하게 이런 저런 규제를 풀어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국발로 묻어가는 패턴...사실 김영삼대통령이 서해안시대를 외친게 큰 오류라고 봐요. 공장이나 이런 건 동해안에 세워져야 하는데..ㅎ 추운 날 따뜻한 걸 마시면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 좋죠..ㅎㅎ
 

불만스럽게도 비는 완전히 그친 것 같다.  저녁의 초입이지만 써머타임의 실행으로 아직은 해가 밝아서 음악을 좀 크게 듣고 있다.  점심을 먹고 딩굴거리다가 뛰고 왔다.  어제 개인통산 처음으로 시속 6.6마일을 유지한 채 3.75마일을 계속 뛰었고, 걷다 뛰면서 6.1마일을 걷다 뛰었던 여세를 몰아서 오늘도 기계위를 달렸다. 비슷한 기록이지만 오늘은 개인통산 처음으로 시속 6.6마일의 속도로 4마일을 쉬지 않고 뛰었다.  65분당 총 거리는 6.1마일로 어제와 같지만, 한번에 쉬지 않고 달린 거리가 늘어난 것이다.  날이 풀리면 밖에서 뛸 것이라서 어떤 기록이 나올지 모르겠다. 기계 위를 달리는 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바깥을 달리는 것보다 어려운 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바깥을 뛰는 것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 밤의 음주는 상대적으로 guilty-free...


땀을 워낙 많이 흘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샤워를 하고 근처의 한국마트에 가서 소주 네 병과 오뎅탕을 만들 찬거리를 사왔다.  오뎅이야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없지만, 오뎅스프는 쓰지 않기로 하고 다이콘 무우, 다시마, 국멸치, 대파, 할라페뇨, 붉은 고추, 당근, 양파를 넉넉히 넣어서 다시국물을 내고 있다.  3시간 정도를 푹 끓여주면 좋다고 하는데, 스토브를 켜놓고 외출할 수는 없으니 막상 음식을 만든 나는 맛을 즐길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  오뎅은 꼬치로 된 냉동제품을 사서 물로 깨끗히 씻고 뜨거운 물을 가득 담은 그릇에 넣어 기름을 빼고 있다. 오뎅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름이 많이 들어가고 믹스 자체에도 MSG가 많이 들어가는 것 같고, 결정적으로 오뎅스프는 그냥 라면스프 같다. 먹고 나면 늘 목이 마르고 피곤해 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마침 주말이고, 내가 땡기고 해서 이런 이유로 국물이라도 아날로그하게 만드는 것이다.  쑥갓도 사서 잘 씻어 놓았다.  어쩌면 조금 더 끓이다가 불을 끄고 잠깐이라도 외출을 해야 이걸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핀볼은 내가 본격적으로 오락을 즐기기 훨씬 전에 이미 유행에서 멀어져 있었다.  한국에서 핀볼머신을 본 건 예전에 인천 한 귀퉁이에 있었던 맥아더 기념관이라는, 퇴역미군출신 백인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경양식집이었던 것 같다.  인생을 통털어 3-4번 정도만 가봤던 것 같은데, 일단 멀었기도 했고 값도 그랬던 것 같다. 어쨌든 그곳을 가는 건 꽤 special한 일이었고, 가서 스파게티를 먹은 기억이 있다. 이미 전자오락의 시대가 시작된 것도 오래였고, 이후로 한국에서는 핀볼머신을 본 기억은 없다.  


본격적인 십대가 시작될 무렵 미국에 오게 되었는데, 그때도 핀볼머신이 그렇게 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당시 살던 곳에는 큰 아케이드가 2-3개 있었는데 운전을 하지 못했고 대중교통이 불편한 suburban life의 십대는 쉽게 갈 수가 없었던 곳이다.  당시 전 세계를 강타하고 훗날 대전격투기게임의 시조새가 되어버린 Street Fighter 2가 세븐일레븐이나 볼링장 한 구석에도 있었는데, 덕분에 굳이 신세를 지면서 아케이드를 갈 필요는 딱히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더구나 제대로 된 아케이드에서 놀려면 꽤 실력이 좋았어야 했는데, 내 오락실력은 홈아케이드 수준이었기 때문에 막상 아케이드에 가도 구경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핀볼을 제대로 즐겨본 적은 없고, 아마 지금의 5-60대 미국인들이 젊은 시절, 전자오락의 태동기와 십대가 맞아떨어졌던 그 세대가 핀볼머신을 갖고 논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 싶다. 지금도 낡은 bar 한 구석엔 있을 법 한데, 이젠 완전히 어른이 되어 가끔씩 bar를 가보지만 핀볼머신을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엇인가 멀리 있는 것들은 가까이에 있는 다른 것들에 대입하는 것으로써 근처로 끌어당기는 버릇이 있다.  1950년에 태어난 하루키, 그 1950년에 태어난 내 어머니, 이런 식으로 말이다.  1973이면 그들이 23살 한창의 나이였을 것이다.  내 아버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 결혼해서 사느라 어머니는 평생 여자로써의 고생을 했는데, 고작 1-2년이면 다가올 미래를 몰랐으리라. 인물도 곱고 머리도 좋은 내 어미니가 왜 아버지같은 남자와 결혼을 했는지 죽었다 깨어나도 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의 1973년은 23살의 남자가 몇 년전까지 갖고 놀았던 핀볼머신을 추억하는 시절이었나보다.  같은 시절 한국은 박정희의 군사독재가 아직도 6년이나 더 남아있었던, 그야말로 발악하던 암울한 시간이었음에 새삼 두 나라, 두 사람이 지나온 시간의 거리를 느낀다.


오뎅국물을 끓인지도 거의 2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난 과연 이걸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그것도 혼자 마시는 소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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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2018-03-25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잉 저도 지금 오뎅탕을 끓이는 중인데 15분 초스피드... 엄청 비교되네요. ㅠㅜ 국물만 2시간이라니! 신중하게 음미하면서 드셔야 겠어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8-03-2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국물맛은 좀 나는데 아마 오뎅을 넣고 끓이면 익숙한 맛이 날지 모르겠네요 ㅎㅎ

이지 2018-03-25 10:51   좋아요 0 | URL
오래끊인만큼 맛없으면......대박이겠죠? 흐흣 (농담입니당)

transient-guest 2018-03-25 10:54   좋아요 0 | URL
그냥 망하는 거죠 그나마 간장과 와사비도 있고 폰즈를 찍어먹으면 될 듯 ㅎㅎㅎㅎ

이지 2018-03-25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은근 내것과 비교되서 망하길 바랬는데, 다양한 아이템이 있었구나. ㅠㅜ 전 벌써 다 먹고 쉬는 중인데. ㅎㅎㅎㅎ맛있게 드세요~ 국물만으로도 맛있는 그런 오뎅탕을 완성 하길 바래요~ ^_____^

transient-guest 2018-04-06 03:04   좋아요 0 | URL
먹고 퍼졌더랬죠..ㅎㅎ

포스트잇 2018-04-05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는 1949년 1월 12일생으로 나와있는데요.. 50년생이라 하셔서 순간 좀 놀래서요..;;;

하루키를 읽고 계시다니 반갑습니다. 저는 왜 하루키를 계속 읽게 되는지 이유를 좀 알고 싶어서 읽고 있습니다. 엊그저께 오쓰카 에이지의 <이야기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를 읽었는데.. 하루키가 발가벗겨지는 느낌을 받는데(아, 그렇다고 오쓰카의 견해에 끝까지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만), 다 읽을 즈음 그래도 하루키를 읽겠다는 마음이 들면 진짜 좋아하는거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transient-guest 2018-04-06 03:06   좋아요 0 | URL
제가 막연하게 제 어머니하고 동갑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머릿속에 굳었나봅니다. 저의 오류(?)의 증명으로 수정하지 않고 그냥 둡니다만..ㅎ 늘 하루키=어머니연세=50년생으로 기억했네요.ㅎ

한 작가나 작품세계를 분석하는 건 그 나름대로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이겠죠?? 그런데 그게 너무 작가 개인의 사적인 면으로 가버리면 소설의 재미가 다소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워낙 유명한 작가라서 이런 저런 ˝론˝이 많고 의견도 다양한데 저는 아직도 하루키를 좋아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