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물거리면서 조금씩 읽어낸 흔적이 또 잔뜩 쌓였다. 마지막으로 페이퍼에 읽은 것들을 펼친 것이 6/17이니 거의 한 달이 그 사이에 지나가버린 것이다. 사실 내가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있고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운 탓도 있는데 달리 생각해보면 COVID-19으로 작년 3월부터 금년 최근까지 일년이 넘도록 모든 것을 닫아버린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예전에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전에는 종종 서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구경하고 차분하게 오전을 즐기면서 글을 쓰는 맛을 느꼈던 것을 여전히 못 하고 있는데 안 하다 보니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생각해보면 꽤 그리운 시간인 것 같다. 


열정이란 것이 무엇인지 종국에는 잊어버릴 것인냥 큰 말썽이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것에서 만족을 찾고 열심히 준비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에 감사해야 하는 삶의 와중에서도 어쨌든 책을 읽는 즐거움을 놓지 않았음에 감사해야 한다. 많이 사들이고 관심을 갖고 살면서 그렇게 뭔가 뒤져보면 재미를 주는 책이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최근에 나온 미야모토 테루의 자전적인 이야기.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긴 호흡의 책을 읽는 것이 어려울 때 특히 이렇게 짧은 글을 모아놓은 책이 잘 들어온다. 지난 번의 페이퍼를 쓸 무렵 읽은 책이라서 전체적인 느낌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즐겁게 읽은 기억이 난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서 반갑기도 했거니와 단편적인 기억을 모아서 이야기로 엮어낸다는 면에서 작가란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조선의 북쪽에서 해방을 맞은 일본인들이 기억하는 당시의 역사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것이 뭔가 묘하게 거슬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무리 중립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남의 땅을 빼앗은 것에 대한 일말의 생각도 없이 그저 자연스럽게 '일본'의 '외지'에서 살다가 갑자기 세상이 뒤바뀐 것에 대한 기억만 남을 수 있다는 건.



속에 담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 이를 듣는 이의 역할을 맡은 사람에게 말하는 것으로 액땜을 하듯 그 행위를 통해 털어낸 것으로 그 업보가 사라진다는 개념은 생소하기 그지 없으면서도 현재 일본의 모습이 reflect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후쿠시마'의 오염과 영구적인 파괴는 정부가 회복을 '선언'하는 것으로 없어지고 그곳의 오염된 생산물을 '괜찮다'고 하는 것으로 오염이 사라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역사의 반대편에서 계속 과거사를 '부정'하는 것으로 그 역사가 사라지고, 남의 땅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것으로 그 땅이 자기의 것이 된다고 생각하는 어떤 ceremony에 대한 극단적인 맹신이 이토록 문화와 역사 깊이 박혀있다면 일본의 현재 모습이 그다지 부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 것이다. 


미신이다 뭐다 말이 많은 일본의 다신교 풍습이 간혹 귀엽고 따뜻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거대한 신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소소한 일상의 작은 신들이 인간과 작용하는 모습을 볼 때 그렇다. 마을에서 처음으로 일을 나가는 어린 아이를 걱정하면서 주인집 아가씨의 외출길에 그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해주는 오뚜기 신의 에피소드가 그렇게 기억에 남는다.


나폴레옹이 실각한 유럽. 1814년 무렵의 런던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아직 현대의 경찰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일종의 보안관 같은 사람들이 교구편제와 섞여 치안을 담당하던 시기, 부정하고 부패한 보안관이 살해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Murder mystery면서 전통적인 탐정극보다는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인데 홈즈의 시대에서 약 7-80년 정도 앞선 시기를 무대로 하기에 특히 흥미롭게 소설에서 묻어나는 시대상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즐겁게 읽어서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하나씩 구해볼 생각을 하게 됐다. 범죄스릴러로서의 충실한 진행과 함께 시대의 악습과 (구빈원 같은) 비극을 보여주고 곁들인 스토리로는 주인공가족과 장인의 갈등을 통해 귀족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등 복합적으로 구성된 스토리에서 지루할 틈이 없다. 마침 Downton Abbey를 하나씩 보고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시대상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Downton Abbey는 이 책보다는 홈즈의 시대에 더 가깝지만).


이어서 읽은 같은 시리즈. 시간순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서 이번의 사건은 위의 사건보다 앞선 시기의 일이다. 방탕하고 변태적인 사생활로 악명이 자자한 귀족집안의 자제가 난도질 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단서를 지녔을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하나씩 살해당한 채 나타난다. 언제나처럼 진실을 찾는 세바스찬은 하지만 주요용의자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귀족의 부인이자 쌍둥이 자녀의 엄마인 자신의 조카딸이라는 점에서 갈등이 있다. 게다가 다른 혐의자들 중 하나는 마침 이때 런던을 방문한 러시아황녀의 Lady in Service 또한 주요용의자가 되는데 외교적으로나 국제적인 정세로 보나 여러 가지로 수사가 쉽지 않다. 귀족의 머리와 평민을 생각하는 가슴으로는 사건을 해결할 수 없고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정보를 모아야 한다. 두 번째 읽는 St. Cyr 미스테리 시리즈인데 결말의 반전이 대단했다. 귀족집안의 heir란 것이 무엇이길래.


특수전단에서도 최고의 정예들만 모인 Navy Seal 출신의 회고. 자신이 이야기하고 있듯이 Seal의 정예들 대부분이 가난하거나 broken family 출신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월급이 높지는 않지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모병제국가에서 입대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데 환경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자랄 수 없는 18세의 젊은이들에게 대학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기는 하다. 문제는 얘네들이 제대한 뒤 정상적으로 사회에 편입하지 못할 경우 군대에서 배운 살인기술이 고스란히 갱단이나 백인우월주의 민병대로 흘러들어간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 관공서로 빠지기도 하고 대학에 진학하여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워낙 거친 아이들이 합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습관이 된 상태에서 사회에 편입하지 못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미국의 현실인 것이다. 특별히 뭘 배운 건 아니고 이런 것도 있다는 정도의 정보와 내가 경험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본 의미가 남는다. 



무시무시한 이야기. 영화보다는 훨씬 더 초자연스러운 것들의 작용으로 문제가 생기는데 이미지라는 것이 강해서 잭 니콜슨이 부서진 문틈으로 기괴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들이미는 장면을 읽는 내내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귀신이나 악령 같은 것이 어떤 영혼의 작용이라기 보다는 장소에 얽매인 원념이나 사건의 자기장 같은 흔적으로 보는 이론이 있는데 여기서도 그런 방식으로 과거의 끔찍한 사건이 호텔 전체에 남았을 것으로 그려진다. 그러니까 흉가체험 같은 건 가지 않도록 합시다. 귀신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걸 보고 경험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처럼 나쁜 장소나 음침한 곳을 일부러 찾아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쩌다 한꺼번에 구해 읽은 책.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지친 일상의 사유를 달래고 싶을 때 가끔 이런 책을 찾아서 대리만족을 찾곤 한다. 전체적으로는 그다시 공감을 많이 하지는 못한 세 권의 이야기들. 아무리 근사한 곳이라도 남을 통해서 가는 것보다는 동네 뒷산이라도 직접 발을 놀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둘 다 크게 남은 건 없이 그저 소소한 재미를 준 것들. 전체적으로 술을 마신 다음 날의 상태를 기준으로 볼 때 가장 harmless한 술이라서 다른 것보다는 더 자주 마시는 것이 와인이라서 꾸준히 읽고는 있지만 빨리 매듭을 지어주었으면 하는 시리즈 '마리아주'. '카구야 프로젝트'는 평행우주를 다룬 건데 특이한 건 주인공이 넘어간 다른 세계의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달리 강렬하게 남은 건 없기에 이 정도면 적당하다.



다음 번의 정리도 한 달을 넘기게 될지 모르겠으나 자주 읽고 남기는 노력은 비록 머릿속에서 뿐이지만 계속 하고 있다. 어렵다고 안 하면 진짜 못 하게 된다고 생각하므로 힘들수록 더욱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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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7-13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얼마만에 보는 님의 간단 리뷰 페이퍼인지.
물론 이따금씩 초간단으로 글을 올리시는 거 알고는 있습니다만.
저는 님의 요런 페이퍼가 좋습니다.ㅋ

올리신 시리즈는 아직 번역본은 없는가 봅니다.
제가 영어는 울렁증이 있어서...
번역본은 언제 나올지 모르겠군요. 혹시 나오면 기웃거려 보겠습니다.
미아모토 테루에 관해 쓰신 글 동감입니다.
이 작가에 대해선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올림픽을 연기해도 꺾이지 않는 코로나 그로인해 무관중으로 치뤄진다니
짠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일본에 대해 좋은 감정만 가질 수 없는 저로선
한쪽으론 ‘늬그들이 벌 받는 거다‘란 생각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ㅋ

transient-guest 2021-07-14 04:03   좋아요 1 | URL
한 3-5권 정도까지 쌓였을 땐 정리를 해줘야 좀더 의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고 책의 내용도 기억이 날텐데 그리 못하고 있네요.ㅎㅎ 늘 감사합니다.

저도 찾아보니 C.S. Harris는 번역된 작품이 없네요. 스토리가 섬세하고 치밀하고 그러면서도 너무 미시적으로 여러 가지를 꼬아내지 않기에 재미와 flow까지 좋습니다.

올림픽은 해도 안 해도 이미 손해라서 그냥 해버리는 것 같은데 내부의 반대도 심하고 무엇보다 코로나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더 심각해지는 면도 있어서 세계적으로 관심도 떨어질 것 같네요. 저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혼 나봐라 하는 마음도 드네요. ㅎ

얄라알라 2021-07-13 15: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0617-0713
겸손하시기에 말씀으로는 열정이, 의욕이 예전만하지 못하다 하시지만 이렇게 읽으신 책들을 차곡차곡 머릿속에 또 알라딘 서재에 정리하시니 진정 서재의 달인이시네요.

소개해주신 책 중에, 아마 직접 읽을 기회는 없을 것 같지만 <The Right Kind of Crazy> 가장 흥미롭네요. 네이비 씰은 영화로 밖에 접해볼 기회가 없으니 구성원의 특징이 어떤지 상상도 못해봤어요. 사회 특수 목적을 위해 극사회화 받았다가 이후, 사회로의 자연스러운 녹아듦이 어려룬가봅니다. 부적응 문제 언급하셔서 깜짝 놀랐을 정도로 의외였어요. 늘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transient-guest 2021-07-14 04:06   좋아요 1 | URL
친절한 말씀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점점 예전 같지 않아서 늘 실망하고 만족하지 못하는데도 좋게 봐주시니 용기를 내게 됩니다.

군대에 가는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특종부대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선천적으로 그리고 후천적으로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이겨내기 힘든 훈련과 임무수행 때문에 더욱 그렇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원재 큰 전쟁이 끝나면 돌아온 젊은이들이 그 전투능력을 갖고 사회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곳 모두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1차대전, 2차대전, 월남전도 그랬고 한국도 한국전쟁이 끝난 후를 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7-14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5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 읽는 것인지 모으는 것인지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듯한 장년의 독서인생이다. 박스세트로, 낮권으로, 헌책으로, 되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쏟아 넣고 돈이 들어오면 일정한 금액은 반드시 책을 구하게 되는데 예전만큼 게임이나 영화를 구매하지 않는 그 만큼 아껴지는 대신 책값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머리와 미래의 생각과 현실의 고민 등 삶이란 '고'라는 걸 입과 머리에 달고 사는요즘이라서 지향이나 바램과 무관하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만 골라서 읽는 일상이 계속되면서 머리도 눈도 점점 level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이걸 뒤집겠다면 매년 가을이면 거창하게 고전을 독파할 계획을 세우지만 아직 한번도 제대로 수행한 적이 없으니 부끄럽울 따름이다. 


예전에 누군가의 책에서 어떤 의사선생이 지금은 너무 바빠서 책을 읽을 틈이 없기에 딱 5,000권만 모아서 은퇴하면 읽겠다는 이야길 하면서 멋진 계획이라고 했었다. 당시엔 꽤 멋지다고 생각했었으나 지금 읽지 못하면 나중에 책을 읽을 근육이 갑자기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에 헛되이 책을 모으면서 시간만 보내는 구상이라고 생각된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하고 있지만 은퇴하면 제대로 운동을 하려고 홈트레이닝 세트를 모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면 무척 바보 같다고 생각할 것인데 이 의사선생의 구상은 이와 비슷하다고 본다. 모아들이기만 하면 안 되고 하나씩 읽어야 함이다. 물론 개인의 의견닙니다만.


무뢰배가 주인공인 희한한 소설이 김용의 마지막 작품이자 그가 다시는 더 나은 작품을 쓸 수 없어 절필을 선언한 '녹정기'다. 유려한 번역이라고는 할 수 없고 많은 부분에서 현대적인 언어를 차용하여 원문과는 다른 의역으로 주인공의 비속어를 번역한 점은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아닌가 싶다. '왕팔단'같은 중국의 전통적인 욕을 의역을 하니 그 완전한 의미와는 좀 다른 '욕'이 되어버리는 탓에 현대적인 용어와 함께 작가의 의도를 많이 벗어나버리게 된 것 같다. 물론 읽기엔 부드럽지만 이런 점은 나 또한 아쉽다. 


우연한 기회에 입국하여 황제와 친구가 되고, 반청복명을 위해 결성된 천지회의 향주가 되어 총타주의 제자가 되고, 소림파의 높은 항렬의 승려도 되어보고, 철검문의 제자가 되기도 하는 등 종횡무진 사기와 협잡으로 세상을 쥐락펴락 하는 주인공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마치 포레스트 검프처럼 역사의 중요한 사건마다 등장하여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그려지니 팩트와 픽션을 잘 섞은 재미를 주기는 한다. 소설을 처음에 구한 것이 약 30년 전인데 '중원문화사'의 판본으로 된 걸 마지막으로 본 것은 못해도 20년 정도 된 것 같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역시 쌍아가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무협에서 너무 자주 발견되는 용두사미의 급한 결말이 여기서도 발견되는데, 이걸 작가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볼 수 있을지, 나아가서 한국무협의 걸작이라 말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3과 3/4까지 잘 진행된 후 마지막 1/4에서 결말을 맺어버리는 신박괴랄함이라니. 즐겁게 읽기는 했지만 입맛이 좀 쓸 수 밖에.


소소하게 그 밖의 즐거움. 에도가와 란포는 내가 이유를 알 수 없이 천착하는 작가라서. 술 한자 인생 한입은 가볍게 읽으면 힐링이 되는 만화라서. 


방금 책을 또 한 보따리 주문했는데 이곳에서 받으니 배송비만 해도 후덜덜하다. 박스판으로 나온 것들과 과거 즐겁게 본 해적판이 정식으로 나온 걸 사들이다 보면 그냥 탈탈 털리고 만다. 





일을 해야 하는데 일 하기 싫은 날 잡다한 생각만 늘어갈 뿐이다. 큰 케이스는 막상 일을 하면 하루나 이틀이면 수월하게 마무리하는데 이렇게 시작은 늘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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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7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8 0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스타에 이런 것이 있다고 한다. 인스타나 facebook 등 SNS는 트위터에 계정이 살아있는 것 말고는 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참여할 수는 없겠지만 북클럽에서 한달에 한번 함께 읽는다는 책은 흥미가 간다. 이렇게 해서 독서진흥도 하고 함께 읽고 팬들과 소통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순기능이 있는 것 같다. 































지난 6개월간 읽은 책을 우선 저장해두었다. 함께 읽지는 못해도 따라 읽으려는 마음에.


https://www.kimyounghabook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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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6-09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영하북클럽이 뭔가 궁금해서 인스타 계정 만들었는데 막상 참여는 못하고.. 관심도서에만 넣어두고 있습니다 ㅎ

transient-guest 2021-06-10 01:28   좋아요 1 | URL
이럴 땐 SNS를 해야하나 생각도 해봅니다만 워낙 싸이월드 하면서 느낀 것들이 많기도 하고 저의 일상의 기록이나 여행 등 모든 정보가 상업적으로 다시 돌아다니는 것도 싫어서 아직은 모르겠어요.ㅎ 저도 이 녀석들 다 구해볼 생각입니다.

독서괭 2021-06-10 07:38   좋아요 2 | URL
완벽한 아이는 네이버오디오클립에 김영하작가 낭독연재로 올라와있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아직은 무료예요!

transient-guest 2021-06-10 08:56   좋아요 1 | URL
앱을 받아서 찾았습니다. 한번 천천히 들어볼 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ㅎ
 

땀을 흘린 상태에서 혹은 샤워 후 등 땀구멍이 열린 몸에 파스를 바르면 아주 따갑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한쪽 어깨가 계속 아픈데 특히 미는 동작에서 점점 더 힘을 주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운동에서의 걱정이라면 걱정이다. 나아지겠지 하면서도 은근히 계속 되는 고통에 자꾸 몸을 움츠리게 되는데 이러다가 자칫하면 마음이 움츠러듦에 따라 이윽고 운동도 게을리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모처럼 조용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사무실에서 상체를 쓰는 운동을 천천히 해주고. 












중원문화사의 판본으로 두 질. 그리고 이번에 구한 김영사의 정식라이센스 판본으로 한 질. 처음 읽은 건 중학교 3학년 때. 


녹정기 2부로 예전에 김용의 작품인줄 알고 구해보니 양우생의 '강호삼녀협'을 가져다가 '녹정기'의 유명세에 얹어 판 책. 찾아보니 지금은 '소오강호'의 이름에 얹어서 파는 듯, 소오강호 2부로 되어 있다. 웃기는 건 시대적으로는 그나마 녹정기에서 이어지는 강희 말년에서 옹정으로 이어지는 시기의 작품이라서 작명(?)센스가 있었다고 하겠으나 소오강호하고는 전혀 연결이 될 수 없는 작품이라서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중원문화사가 원래 정식라이센스 없이 가져다 해먹은 것들이 많은 곳이라서 크게 놀랄 일은 아니고 기실 구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그나마 출판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도 약간 갖고는 있지만 이건 좀 심하다 생각된다. 명말청초 한족의 유생 여유량의 손녀인 여사랑과 좀더 나중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풍씨자매를 합쳐 강호삼녀협이라는 원제가 나온 것 같다. 재미는 있는데 김용과 많이 다른 방식의 전개를 가져왔고 아무래도 날림번역의 문제가 있어서 그런지 제멋대로 재단한 것 때문인지 내용이 좀 중구난방이다. 


여기서 등장한 '혈적자'는 사람이 아닌 청대에 궁중위사들이 요인들을 포박하거나 암살할 때 사용했다는 무기로써 암기는 아니다. 간혹 중국무술을 다룬 책에서 암기류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해 특수하게 고안된 무기에 가까운데, 장치를 통해 줄에 매달린 모자같은 걸 던져서 사람의 머리에 씌운 후 줄을 잡아당기면 내부의 날카로운 톱니장치같은 칼이 주둥이를 오무려 목을 잘라서 머리쨰 혈적자의 사용자에게로 돌아가는 형태라고 한다. 이걸 자꾸 '혈적자'들이 어쩌고 하니 옛날엔 무척 헷깔렸던 기억이 있다. 


무술이 높아서 악인에게 흉계를 당해 독살을 당하거나 해를 입는 경우가 많이 등장하는데 (1) 강호인이 그렇게 순진하다는 걸 믿기 어려운 면과 (2) 무공이 아무리 높아도 세력가를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겠다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했다. 


T셔츠를 좋아한다. 싸고 편하고 간수하기도 이만큼 쉬운 겉옷이 또 있을까? 팬데믹 이전부터 미팅이 없으면 어느 순간부터 매우 편하게 입고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작년부터는 미팅이 없으면 아예 dress up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일을 하고 운동을 하는 등, 거의 캐주얼한 차림을 일년 내내 달고 산다. 금년 7월까지는 그런 의미에서 옷장을 정리하고 입지 않는 건 다 구세군에 가져다 줄 생각이다. 하와이에 살게 되면 더욱 그렇게 될 것인데, 실제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옷 값이 적게 든다는 거다. 나 또한 그럴 수 있는 날을 꿈꾸는데 계획에 맞춰 착착 진행이 되면 좋겠다. 책에서 다룬 T셔츠 예찬에는 따라서 120% 공감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로, 그리고 삶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지표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본다. 꾸준함, 부지런함, 운동, 루틴에 맞춰 돌아가는 일상 그리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듯 구도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 모습까지 그대로. 

















좋은 글을 잔뜩 모았는데 눈으로는 읽고 있어도 마음으로 들어오지는 않는 신기한 경험. '책의 힘'은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고 다른 두 권은 작가를 애정하고 추모하면서도, 게다가 '밤의 언어'라는 매혹적인 제목에도 불구하고 눈이 글자를 따라갔을 뿐. 


새삼 어린 시절의 나에겐 지금의 어벤져스와도 같았던 강호의 협사들의 근황이 궁금해진 요즘 새로운 판본으로 읽기도 하고 30년 전에 산 탓에 보관상태가 상당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누렇게 변색된 책을 꺼내서 다시 읽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구해서 읽은 '무협소설'과 '무협영화'에 대한 책 두 권. 각각의 장르에 대한 reference로써, 다소 정확하지 않은 듯한 부분이 있지만 손색이 없다. DVD collecting이 한창이던 어느 때 모은 Hong Kong Classic시리즈의 Shaw Brothers 영화들과 이를 고스란히 현대로 옮겨놓고 검이나 창 대신 총을 쥐어준 8-90년대의 홍콩느와르를 찾아서 책장에 꽂아놨다. 막연하지만 언제 하나씩 보려고.


양우생, 와룡생, 고룡, 불초생, 환주루주 같은 대가의 작품들은 초기의 붐을 타고 해적판으로 조잡하게 번역/번안되어 나온 것도 한 40년 전의 일이고 중국과 중국의 재료를 모아 한국적인 감성으로 창조한 신무협의 대가들도 이미 50대를 넘은 작가들이 태반이다. 함축적인 맛이 중요한 무협이 웹소설스럽게 수십 권으로 늘어지는 당금의 작품들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니, 한국에 오래 체류하게 되면 헌책방에서 해적판이나마 사들이고 싶은 책의 목록이 또다시 늘어나게 생겼다. 















두 권을 다 구했는데 앞서 읽은 한국 현대문학 수업이 이번에 개정판으로 '남성작가'로 바뀐 걸 알고 여성작가 편을 읽었다. 이렇게 자꾸 같은 책을 사는 건 곤란한 일이다. 여전히 아주 많이 모자란 한국문단에 대한 나의 지식으로는 깊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지만 장편의 부재가 아쉬운 건 성별을 뛰어넘는 한국문단 전반의 큰 화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또다시 하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 습작의 일환으로 좋은 작가의 글을 필사하고, 이를 고쳐쓰고 하면서 어느새 자기의 작품으로 둔갑(?)시키는 버릇(?)이 쌓이고 쌓인 끝에 터진 것이 신경숙 작가의 표절사건이라니 출판사와 편집자의 게으름과 방조에 화가 날 지경이다.



두 권은 계속 이어가면서 구해 읽는 시리즈. 아다치 미츠루는 여전히 야구를 빙자한 연애이야기를 하고 있고 아베 야로는 여전히 음식을 빙자한 인생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슴이 뛰게 하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 나이에 그래도 가끔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을 보면서 열정이 조금 빠진, 하지만 머릿속과 마음은 여전히 goofy한 십대와도 같은 자신을 보듬어 줄 수 있다. 



책은 이제 자주는 아니지만 한번에 많이 사들이는 식으로 여전히 꾸준하게 구하고 있어 조만간 8000권을 넘게 될 것 같다. 제대로 정리하는 못한 책도 꽤 있으니 아마 이미 8000을 넘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책보고 영화를 보고 게임도 할 개인적인 공간은 꼭 마련해야 할 것인데 지금은 사무실이 그런 장소로 쓰이고 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금요일 오후로 넘어가는 시간. 덕분에 조잡하지만 밀린 페이퍼를 하나 쓸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더워서 못 걷고, 근육이 아파서 gym을 쉰 오늘 그저 잠깐 스트레칭과 함께 허공격자를 수행하면서 무술에 대한 꿈을 renew해보았다. 


6월에도 굵직한 일들도 하고 계속 회사가 돌아가야 하고, 끝낼 것도 몇 개 있고, 운동도 독서도 삶도 여전히 이어져야 한다. 이 하찮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하고 고단하기 짝이 없는 삶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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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1-06-05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취향 저랑 넘 비슷해서 공감 많이 합니다^^ 저 소오강호가 그 소오강호가 아니라니!!!!!

transient-guest 2021-06-05 08:38   좋아요 0 | URL
네 소오강호 2부라고는 도저히 말 할 수 없는데도 그런 작명을 했네요 ㅎ
 

모든 것이 시들한 일상. 아무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 그냥 하루를 살아간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자고. 일어나면 다시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어느새 다시 주말. 뭔가를 찾아서 나갔다오거나 아니면 사실 무료하기 짝이 없기에 오히려 일하는 주중이 낫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떨어지는 체력이나 지력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렇게 아무런 motivation이 없이 지내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늘 노력은 하지만 늘 목표는 멀리 보이는 것이 신기루가 따로 없다. 


책은 계속 읽고 즐거움을 느끼지만 그저 소소하게 하던 걸 계속 이어간다는 마음이다. 무엇을 열정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시기는 정해져 있고 나는 이미 그 시기를 지나버린 것 같다. 삶의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뭘 하는 것이 좋은지 모르겟고, 그저 열심히 살고 시간을 잘 보내서 노년엔 좀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버티며 산다. 


그냥 잊고 살다가고 문득 고개를 들면 이런 생각이 이어져 무척 우울해진다. 왜 이렇게 살고 있나,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런 삶을 사는건가. 


가벼운 책을 많은 읽는 건 결국 그런 마음이 반영된 탓이다. 그나마 가볍게 읽으면서 예전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인데. 













어쩔 수 없이 여러 판본을 소장하게 된 무협지들을 꺼내서 조금씩 읽었다. '고려원 영웅문'의 추억도, '중원문화사의 아! 만리성'의 기억도 새롭다. 이들을 읽으면서 주먹을 불끈쥐고 나도 언젠가는 자라서 주인공들처럼 멋진 협사가 되었으면 하는 꿈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뜻을 펼치겠다는 포부도 다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지금 남은 건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추억하는 일이 전부. 무술도 배워보고 운동을 꾸준히 하며 뭔가 도를 닦는 듯, 내 삶에 투영된 무협지의 이상 덕분에 원기왕성하던 시절보다 지금의 내 체력과 기력은 더 나은 측면이 있으니 책이란 역시 너무 가려가면서 읽을 필요가 없다. 지금와서 보니 곽정, 양과, 장무기, 영호충이라는 주인공들의 모습 곳곳에서 모자란 보통 사람들의 구석이 보이는 것 같다. 젊을 땐 그저 이들이 겪은 고난은 무시하고 성장하는 모습과 고수의 반열에 올라 모든 걸 손에 넣는 것만 보였다면 지금와서 보는 건 이들에게 주어진 환경과 고난이다. 우리의 삶과 다른 건 물론 이들은 고난을 이겨내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이지만. 무협지에는 주인공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었다 울었다 할 수 있다. 추리소설이나 SF, 판타지 등 '장르'소설이란 말로 폄하되는 이런 분야의 소설도 두루 읽고 또 읽게 되는 이유가 된다.


인간기관차 에밀 차토펙의 일대기. 우연히 잘 달릴 수 있어서 달리다보니 세계최고의 장거리 달리기의 선수가 되었던 그는 어린 시절 '88올림픽을 앞두고 매일 밤 방영되었던 올림픽 다큐멘터리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이름보다 별명을 더 잘 기억하는데 뒷처진 그가 갑자기 마지막에 속력을 끌어서 상대를 추월하고 일등으로 들어오던 모습이 정말 '기관차'가 펌핑을 하는 것 같아서 누군지 별명 하나는 잘 지었다는 생각을 그 어린 나이에도 했었던 것 같다. 사람이 꿈을 꾸고 목표를 정해 달려가는 것도 훌륭하지만 종종 이렇게 우연과 우연이 겹쳐 별다른 생각이 없이 앞으로 나아가 종국에는 큰 업적을 이루는 경우도 있으니. 언제가 자신의 전성기였는지 기억하려면 인생을 끝까지 살아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일대종사'에서 나왔던 '돌아보니 인생에서 그땐 항상 봄이었다'는 비슷한 말이 떠오른다. 내일은 또 하루의 삶이 시작되고 오늘의 나보다는 조금 나은 자신이 되기를.














저자도 말했지만 영화가 훨씬 더 단순하고 감동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삶이 그렇게 흑백으로 나눠 좋고 나쁨을 말하기엔 너무도 많은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미 60년대에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웨스트버지니아의 탄광촌 아이들이 소련에서 발사한 스푸트니크 위성 소식에 자극을 받고 그야말로 맨땅에서 로켓을 만들어 쏘아올리는 이야기. 정말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스스로 재료를 준비하고 연구하고 필요한 기하학과 수학을 파고들어 과학경진대회에서 상을 받고 모두 대학에 진학한 건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이야기. 좋은 선생님 한 분, 부모님의 격려, 같은 꿈을 꾸고 잠시나마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친구들이 사람의 삶을 얼마나 많이 바꿔놓을 수 있는지. 삶에서 거의 모든 꿈을 혼자 꾸고, 혼자 걸어온 듯한 어떤 사람은 이것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그냥 자투리시간에 자극을 받기 위해 읽은 책. 나이가 들면 이에 맞는 수준의 운동량과 강도를 잘 조절해야 함을 다시 한번 배웠다. 워낙 운동을 못하는 편이라서 지금까지는 동년배와 비교해서 훨씬 덜 쓴 몸이지만 어쨌든 유통기한이 있는 것이 사람의 몸이라고 하니 늘 80%정도만 채우려고 한다. 사실 모든 면에서 40대가 넘어가면서는 먹는 것도 덜 먹고, 덜 쓰고, 뭔가 살짝 모자란 정도로 하라는 말도 있거니와 꾸준히 하되 몸을 해치지 않는 선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이다. 종종 의욕이 앞서 갑자기 시작하는 노년의 운동은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는데 천천히 몸을 길들여가면서 조금씩 힘을 늘리고 과부하와 회복을 통해 단련이 되면 꽤 늙은 나이까지도 뭔가 움직이고 땀을 낼 수는 있을 것 같다. 무술도 이 나이가 되어 시작한다면 역시 부드러운 걸 해야할 것 같아 요즘 아이키도나 대동류 합기유술, BJJ 같은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복싱이나 발차기는 건강을 위한 수준 이상으로는 힘들 것 같고 요가나 필라테스와 함께 이런 걸 해야할 것 같다. 


그림에 대해 워낙 아는 것이 없지만 주기적으로 전시회가 있으면 꼭 가보려고 한다. 금년에 와서 '프리다', '피카소/칼더'의 전시회에 이어 어젠 Legion of Honor 박물관에서 폼페이유적전시를 보고 왔다. 대략 2시간 정도면 전시를 둘러볼 수 있는데 작품을 감상하고 설명을 읽으면서 조금씩 걷다보면 시공간의 왜곡이 온 것처럼 전혀 시간과 거리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어제의 경우 1시간 40분간 감상을 하면서 2.67마일을 움직인 것으로 나오는데 그 정도의 거리와 시간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요즘은 일, 사는 생각, 온갖 잡다한 것들이 머리에서 떠날 일이 없는데, 미술관에서 전시를 볼 때가 거의 유일하게 다른 어떤 생각이 없이 오로지 작품을 감상하고 설명을 읽는 덕분에 머리를 쉴 수 있는 시간이다. '드가'의 그림은 아직 제대로 본 건 없지만 다음에 Legion of Honor에 가서 상시 전시하는 그림을 좀더 오래 들여다 볼 생각이다. 



그다지 남길 말이 없다. 무협과 중국을 버무려 추억인지 자전인지 모를 잘난척 한 스푼에 지금 같으면 여권에 '호색한'이라고 큼직하게 PROC의 도장을 받고 입국이 금지될 여러 가지 짓꺼리를 한 잔 만들어 놓은 느낌. 평이 나쁘지 않던데 도저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다. 내가 특별히 PC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리고 젊을 때 남녀가 불타오르는 건 좋은 일이지만 순전히 남자의 입장에서 묘사되는 갈구와 해소는 상당히 별로다. 
















다른 책과 함께 중간에 섞어 읽은 소소한 이야기들. 마감에 시달리는 작가의 마음과 상황 (작가의 마감), 무협과 판타지를 섞은 듯하면서 기존의 이야기의 새로운 해석이나 행간이 신선했던 이야기 (야운하시곡), 그리고 책쟁이라면 그저 즐거울 수 밖에 없는 책에 대한 이야기. 


페이퍼는 요즘 한 달에 한번 정도가 고작이다. 이제 슬슬 갱년기가 오는 건지.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는 만화책을 보다가도 눈이 뿌옇게 흐려지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서 갱년기는 이미 온 것 같은데 뭘 해도 재미가 없으니 큰일이다. 


이런 걱정과 함께 Happy Mother's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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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5-10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부분의 글에서 나름 심각하게 공감하면서..읽어내려가다가....협사의 꿈을 꾸셨다는 이야기에 빵 터졌습니다. ㅎㅎㅎ 사실 협사가 무엇인지도 몰라서 찾아볼 정도로..무협지책 한권도 읽어본적이 없는데....갑자기 무협지란 무엇인가 궁금해지네요 ㅋ

transient-guest 2021-05-11 00:00   좋아요 0 | URL
김용의 작품들 중에서도 몇, 최근 다시 나온 고룡의 ‘다정검객무정검‘등 좋은 무협지는 수준이 높습니다. 동양의 유불선과 역사가 잘 조합이 되어 있어 소소한 잡학지식도 습득할 수 있어 저는 좋아합니다. 어릴 때 제 가치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삼국지를 비롯한 역사소설과 무협지의 멋진 협사들의 모습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