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를 리뷰해주세요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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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는 참 건강하고 씩씩한 사람이다. 에세이로도 웬만한 자기개발 서적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용기를 준다. 또한, 맑고 반듯한 사람이다. 한비야 같은 사람만 이 세상에 가득하다면 긍정의 에너지가 무한으로 펼쳐지는 천국같은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많은 베스트셀러들을 난 한 권도 읽지 않았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주위에 아직 못읽은 책들이 태반인지라 그 책들을 먼저 소화하다보니 손길이 뻗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 책 한 권으로 그만 한비야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진정으로 사람을 위하는 아름다운 마음과 주변을 밝게 하는 건강한 에너지, 세상의 탐욕과는 거리가 먼 검소함, 이 세 가지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한비야의 행동은 그저 그가 보여주는 그 자체로 바라보면 된다. 머리 굴려 선행인 척 하는 비선행도 아니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도 아니며, 대개 나이 들수록 많아지는 귄위의식 같은 것과도 거리가 멀다. 그냥 있는 대로 봐주면 되므로 머리 아플 일 없는 밝고 환한 존재다. 그녀는 cf모델로 받은 1억원을 월드비전에 쾌척해 오래 전부터 계획해 오던 '세계시민학교'를 출범시켰다. 이 학교를 통해 많은 청소년들이 전 인류의 공동체 의식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품게 될 것이고, 이렇게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우리 미래의 희망이 된다. 부자에게 1억원은 그리 큰 돈이 아닐 수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어머어마한 돈이다. 가족 중에 그 돈이 꼭 필요한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내놓은 행동을 보면 실로 언행일치의 사람이다.

그녀의 종교는 참 건강하다. 하나님을 친근한 아버지 대하듯 하면서도 열과 성을 다해 찬양한다. 요즘 교회가 점점 싫어지는 것은 성경을 곡해해 엉뚱하게도 정치세력화하고 있는 일부 교회들 때문인데, 오랜만에 본연의 종교 색채를 만나게 되어 마음이 마구 뛰었다. 타 종교도 끌어안고 존중하는 포용성과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 하나님이 원하는 바를 실천하는 고귀한 삶에 나는 한비야가 참 좋아진다. 하나님의 목소리인 '가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라'를 언제 어디서나 실천할 자세가 되어있는 그녀가 참 존경스럽다.

책의 내용 중 유난히 와 닿았던 것은 등산을 하던 중 만난 대학생들과의 대화 내용이다. 젊음이 무기인 대학생들조차 로또와 한방을 꿈꾸면서도, 자신의 노력에 의한 구체적 미래 설계는 갖고 있지 않았다. 하긴 88만원 세대를 양산하는 현 시대에선 꿈을 꾸는 것조차 버겁긴 할 거다. 그러니 비뚤어진 로또 열기는 시대의 소산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그들에 대해 한비야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친언니, 친누나, 학교의 가장 좋은 선생님의 말씀처럼 정과 영양가가 담뿍 들어간 조언이다. 아하, 나도 이런 언니가 한 명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는 곧 이렇게 책을 내서 여러 사람에게 좋은 얘기를 들려주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이 이어진다. 정말 다행이다. 요즘처럼 앞이 꽉 막혀 보이는 시대에 이렇게 진실된 녹색정신으로 무장한 사람이 좋은 기운을 뿜어준다는 게 우리 사회를 위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종국 우리의 삶은 남을 위하는 봉사정신으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고귀한 가치를 가슴 한켠에 키운다. 얼마 없는 내 주머니라도 털어서 더 못한 이웃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한비야. 그녀가 뿌려준 에너지를 씨앗삼아 마음의 중심에서 조금씩 가꾸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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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를 리뷰해주세요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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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종로의 한 대형서점의 매대에서 책들을 구경하다 우연히 잡은 것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미 영화화되어 유명세를 타고 있었던 소설을 앞에 두고, 그간 작품보다는 사생활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던 까닭에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듯 관심사에서 밀려나 있었던 공지영의 작품세계에 오랜만에 빠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서점의 한 귀퉁이에 앉아 '한번 읽어볼까"로 시작했던 한가했던 오후는 그만 눈물바람과 들썩이는 감정으로 인해 혼란스럽게 변해버렸고, 남의 일에 불과했던 사형제도란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한번의 파장을 몰고 오리라 기대했던 '도가니'는 이미 'daum'이란 사이트에서 팬들의 성원 하에 연재를 마쳤지만, 매주 글을 챙겨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지라 책으로 출간되기만을 기다려왔던 작품이다. 공지영이 이 작품을 구상했던 동기는 어린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성폭력 재판의 풍경을 그린 신문기사였다고 한다. 나 역시 이 사건에 대한 짤막한 기사를 접했던 적이 있었다. 언제나 성폭력 사건의 관대한 형량에는 혀를 찼었고, 이것이 정말 대부분의 판사가 남성들인 까닭에 내려지는 현실감 없는 판결이 아닌가 생각하곤 했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도 '그럼 그렇지'와 같은 자조적 반응으로 넘겨버리고 말았다.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죄질이 나쁜 범행이기에 더욱 높은 형량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일반적 상식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책 내용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픽션인지는 모르겠다. 단, 이 소설 역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처럼 작가가 해당 사건의 주인공들과 주변인물들을 만나 조사하고 탐구한 끝에 나온 작품으로, 세부적 줄거리가 실제 사건과 다를 수는 있어도 사건의 본질은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분노하지 않고서는 책을 끝까지 읽어내기가 힘들다. 그들이 추악한 범죄를 저질러서만이 아니다. 그들의 큰 죄악을 감쪽같이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마는 이 사회의 시스템과,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편 가르기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돈의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못난 가난이 불쌍해서 울게 된다. 

생각해 보면, 강인호의 모습은 우리 모습을 대변한다. 가정을 책임지고 이끄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세상 일에 적당히 분노하고 타협하며 살아왔지만 눈 앞에 목도한 불의를 보고는 강하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재하고 있는 사람, 아쉽게도 그 과정에서 받은 개인적 상처까지 무릅쓰고 나가기에는 힘에 부쳐 집 안으로 숨어버린 달팽이 같은 존재.
혹자는 아이들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강인호를 보고 패배자의 수치를 느끼거나 결국 힘과 돈 앞에 지고 만 진실이란 존재 앞에서 무력함에 사로잡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서유진의 말대로 사건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다. 폭력 앞에서 울분만 삼키던 아이들은 스스로를 소중한 사람으로 여길 수 있게 되었고, 여러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보다 나은 환경에서 배움을 계속할 수 있게 된 성과도 올렸다. 

모든 것은 서서히 진행된다.
사회를 책임지고 잘 이끌어나가야 할 명망있는 인사들이 학연, 지연으로 얽히고 설켜 철벽의 성 안에서 그들만의 범죄와 봐주기가 지속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무력감과 체념, 그로 인한 무관심이다. 하지만, 강인호와 같이 약자와 정의의 편에서 불의에 맞설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한 우리 사회의 희망은 죽지 않고 살아 조금씩 더 나은 사회로 보이지 않는 바퀴를 굴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 공지영이 이 소설을 씀으로써 사건의 진실에 좀더 다가서게 했고 우리를 깨어있게 한 것처럼.
작가이건 기자이건 펜을 든 사람은 시대의식까지 함께 느껴야 한다. 크게 소리지르지 않고서도 많은 이들의 생각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가는 그래서 숭고한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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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사랑>을 리뷰해주세요
헤세의 사랑 -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헤르만 헤세 :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켈스 엮음, 이재원 옮김 / 그책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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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나 발표해던 글에서 발췌한 사랑과 행복, 음악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줄 정도의 짧은 글에서부터 몇 쪽에 걸친 내용까지 길이는 다양하나, 원본 중에서 일부분을 실었다는 공통점은 같다. 큰 작품 안에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따로 떨어져 나와 있는 내용이므로, 전후사정을 모른 상태로 접해야 하는 것이 아쉽긴 하다.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류의 책을 일부러 즐기고 찾았던 때도 있긴 했는데, 아마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짧은 문장 하나를 곱씹어보면서 의미를 유추하고 친구에게 전하는 편지에 인용하던 풋풋한 시절이었다. 지금보다는 감성이 훨씬 풍부한 때여서인지 마음에 와닿는 문장 하나를 갖고도 많은 사연을 뽑아낼 수 있었다.

오래 전에 읽었던 '데미안'이란 소설이 그랬던 것처럼 헤세의 글은 사색을 필요로 하는 섬세한 글이다.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기 위해선 속독은 금물이며 문장 하나하나를 정성껏 읽어야 작품의 진국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헤세가 전하는 사랑과 행복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역시 선한 내용이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가만히 음미해보면 모두 고개가 끄덕여질 아름다운 문장들이다. 

- 사랑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이 우리가 고통과 인내에서 얼마나 강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게르트루트> 중에서 - 

- 인간은 행복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지만 행복을 오랫동안 견디지는 못합니다. <1946년의 신년 인사> 중에서 -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느끼고 예술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사랑에 대한 깊은 조예를 품고 있는 헤세의 생각은 그가 남긴 편지글의 여기저기에 남아 전수되고 있다. 편지의 생활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많은 편지글들은 요즘처럼 특별한 볼일이 있어야 편지를 보내는 삭막한 세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세상을 바라보는 함축된 의미를 담아 헤세라는 인물을 나타내준다. 걱정거리를 안고 사는 현대에서 헤세의 글은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느낌을 줄 수도 있겠으나, 굳이 그의 활동무대였던 19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기지 않더라도 모두가 각자의 인생을 뒤돌아보면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헤세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사랑과 행복을 추구했던 그 순간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회상이 주는 편안함을 이 책으로 만날 수 있다면 그 또한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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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를 리뷰해주세요
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 무함마드 알리.델핀 미누이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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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국가들의 여성들이 인권을 유린당한 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여도, 어느 나라이건 인권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없는 까닭에 우리 주변의 인권문제에 더 관심을 쏟았던 것이 사살이다. 그러나, 10살짜리 소녀 누주드의 경험담을 읽는 순간, 예멘의 조혼이란 제도가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미성년자 성폭력을 합리화하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누주드의 이야기는 직접적인 비판보다도 훨씬 감정적으로 와닿는다. 

동그란 얼굴에 아직도 앳된 티가 물씬 풍기는 누주드는 또래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초등학생이었다. 구걸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려웠던 가정형편 속에서 집안 식구들의 '입'을 하나라도 줄이고 지참금을 받을 명목으로 누주드의 아버지는 어린 딸의 결혼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만,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누구도 이에 적극적인 반대를 하지 못한다. 가부장적 제도가 뿌리박힌 예멘에서 어머니의 존재는 미약하기만 했다. 누주드의 어머니는 이제까지 살아온 남성 위주의 사회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 채, 어린 딸의 결혼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것이 여자의 숙명이라는 식으로 체념하고 만 것이다.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결혼을 하고 나이많은 남편으로부터 성폭력과 학대를 당해도 가족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의 꽉 닫힌 벽을 마주하고, 누주드가 실감했을 답답함과 암울함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멘에서 조혼으로 인한 폭력을 경험한 것은 비단 누주드뿐만이 아니었다. 나이많은 남자와 어린 소녀의 결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피해받던 다른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누주드의 행동에 더욱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체념하고 피하던 다른 소녀들과 달리 법의 힘을 빌어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했던 적극성과 의지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샤다와 같은 좋은 인권 변호사를 만나게 된 것은 행운으로 작용했고, 누주드의 처지를 동정하고 힘을 보태주었던 판사들의 공정한 직업의식도 이혼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뒤늦게 초등학교에 재입학하여 10살 어린이의 순수한 꿈을 마저 펼칠 수 있게 되기까지 누주드를 도와준 손길과 각계각층의 격려는 어린 누주드가 변호사가 되어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꿈을 키우게 했다. 누주드가 인권변호사가 된다면, 지옥같은 상황을 탈피했던 어릴 때의 경험을 거울삼고 샤다라는 훌륭한 멘토를 본받아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예멘 여성들의 현실을 통해 짓밟힌 아이들의 인권을 고발한 이 책은 어두운 사회 속에서도 사법계에 남아있는 정의의 힘이 얼마나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긍정적 힘이 하나씩 더해져 어두운 예멘 사회의 인권을 향상시키고 모순점을 하나씩 개선해 나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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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며>를 리뷰해주세요.
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 인사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지음, 유자화 옮김 / 부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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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있는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나이를 막론하고 고통스럽다. 고혈압으로 반신마비 증세가 왔던 아버지를 보며 세상이 끝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던 때가 초등학생 시기였다. 평상시와 다른 아버지의 모습에 무섭고 당황스러워했던 기억, 당장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아 울음을 삼키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족구성원 누군가의 큰 병은 평범했던 가정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곤 한다. 어제와 갑자기 다른 오늘을 받아들이고 병 치료에 매진하는 것이 삶의 유일한 목표가 되면서, 이전에 중요시했던 모든 가치들은 설 곳을 잃는다. 세상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의 복이란 말이 그렇게 와닿을 수가 없는 순간이다. 

만약 '나'라는 존재를 이끌어주시던 어머니가 예전과 다른 약한 모습으로 생소하고도 낯설게 다가온다면, 바라보는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언제나 마음을 받쳐주던 든든한 울타리의 무너짐 앞에서 구심점을 읽은 무기력증에 시달리게 되지 않을까? 그 정신적 충격이 가라앉기도 전에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수발해야 하는 육체적인 어려움은 이중고로 다가올 것이다. 미국 작가인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는 치매와 파킨슨 병에 걸린 어머니를 간호한 7년의 고통을 여과없이 드러내보이며 어머니를 가진 자들의 마음을 애끓게 한다.

저자는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여러 의사를 만나고 관련 서적을 찾아보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병의 증세는 점점 심각해지기만 했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를 돌보다가 힘에 부치자, 노인 요양원으로 자리를 옮겨 5년을 간병한다. 약간의 호전 증상에 치유를 기대하다가도 여지없이 기대를 깨뜨리는 언행의 등장은 실망감으로 이어졌으며, 이런 반복적인 증상은 병의 계속적인 악화를 의미했다. 오랜 세월을 어머니의 병간호에 쏟았던 그간의 기록들은 병 치료법과는 관련이 먼 이야기지만,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환자 가족들에게는 위로를, 아직 건강하신 부모를 둔 가족들에겐 부모님의 존재에 감사드리며 자식으로서의 도리와 자세를 되새기게 한다.

7년의 기간을 책 한 권에 담아내기란 소금의 원 맛에서 변형된 정제된 소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책의 내용이 아무리 절절하고 고단해보여도 실제의 생활만큼이나 할까? 그보다 더 힘들었던 인내의 세월과 눈물이 문장의 행간마다 쌓여 있을 것이다. 저자에겐 고통이자 용기를 주는 시간이었을 숭고한 기록은 책으로 남아, 한때 어머니의 병을 고치고자 했던, 그리고 편안히 여생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딸의 행적을 함께 하며 죽음의 존재에 담담히 대처하는 법을 가르친다. 바다만큼 넓은 효의 마음도 속수무책인 병 앞에서 사람은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지만, 병든 어머니의 외로움을 나누며 지켜드린 말년의 세월은 충분히 값진 기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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