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돌보며>를 리뷰해주세요.
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 인사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지음, 유자화 옮김 / 부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병이 있는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나이를 막론하고 고통스럽다. 고혈압으로 반신마비 증세가 왔던 아버지를 보며 세상이 끝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던 때가 초등학생 시기였다. 평상시와 다른 아버지의 모습에 무섭고 당황스러워했던 기억, 당장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아 울음을 삼키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족구성원 누군가의 큰 병은 평범했던 가정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곤 한다. 어제와 갑자기 다른 오늘을 받아들이고 병 치료에 매진하는 것이 삶의 유일한 목표가 되면서, 이전에 중요시했던 모든 가치들은 설 곳을 잃는다. 세상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의 복이란 말이 그렇게 와닿을 수가 없는 순간이다. 

만약 '나'라는 존재를 이끌어주시던 어머니가 예전과 다른 약한 모습으로 생소하고도 낯설게 다가온다면, 바라보는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언제나 마음을 받쳐주던 든든한 울타리의 무너짐 앞에서 구심점을 읽은 무기력증에 시달리게 되지 않을까? 그 정신적 충격이 가라앉기도 전에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수발해야 하는 육체적인 어려움은 이중고로 다가올 것이다. 미국 작가인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는 치매와 파킨슨 병에 걸린 어머니를 간호한 7년의 고통을 여과없이 드러내보이며 어머니를 가진 자들의 마음을 애끓게 한다.

저자는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여러 의사를 만나고 관련 서적을 찾아보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병의 증세는 점점 심각해지기만 했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를 돌보다가 힘에 부치자, 노인 요양원으로 자리를 옮겨 5년을 간병한다. 약간의 호전 증상에 치유를 기대하다가도 여지없이 기대를 깨뜨리는 언행의 등장은 실망감으로 이어졌으며, 이런 반복적인 증상은 병의 계속적인 악화를 의미했다. 오랜 세월을 어머니의 병간호에 쏟았던 그간의 기록들은 병 치료법과는 관련이 먼 이야기지만,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환자 가족들에게는 위로를, 아직 건강하신 부모를 둔 가족들에겐 부모님의 존재에 감사드리며 자식으로서의 도리와 자세를 되새기게 한다.

7년의 기간을 책 한 권에 담아내기란 소금의 원 맛에서 변형된 정제된 소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책의 내용이 아무리 절절하고 고단해보여도 실제의 생활만큼이나 할까? 그보다 더 힘들었던 인내의 세월과 눈물이 문장의 행간마다 쌓여 있을 것이다. 저자에겐 고통이자 용기를 주는 시간이었을 숭고한 기록은 책으로 남아, 한때 어머니의 병을 고치고자 했던, 그리고 편안히 여생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딸의 행적을 함께 하며 죽음의 존재에 담담히 대처하는 법을 가르친다. 바다만큼 넓은 효의 마음도 속수무책인 병 앞에서 사람은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지만, 병든 어머니의 외로움을 나누며 지켜드린 말년의 세월은 충분히 값진 기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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