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3
피터 레이놀즈 지음, 김지효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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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터져 나온 건, 바로 신음같은 감탄이었어요. 어린이 그림책에 이런 걸 담을 수 있는 작가에게 경배하고 싶은 심정이었죠. 내게 각인된 이름 '피터 레이놀즈' '점'을 아직 못 보셨다면 빨리 만나보기를 권합니다. 특히 선생님과 부모들이 꼭 봐야할 책이랍니다.

선생님이라면 바로 여기에 나오는 선생님 같아야 되는데 이런 선생님을 만나는 행운은 쉽지 않지요. 하지만 주인공 베티는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났어요. 바람직한 교사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미술선생님은 베티를 멋진 화가로 이끌어 줍니다. 아무 것도 그릴 줄 몰랐던 베티가 어떻게 화가가 될 수 있었을까요?

미술시간이 끝나도록 아무 것도 그리지 못한 베티를 보고도 선생님은 화내거나 독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지요.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한번 시작해 보렴.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우리 교육현장에서 이런 이야기는 좀체로 듣기 힘든 말씀이지요. 네 맘대로 하라니요? 아마도 시키는 대로 안했다고 꾸중하거나 벌세우지 않으면 다행이겠죠.ㅜㅜ베티는 그림을 그리는 게 처음이라서 두렵고 떨렸을까요? 우리 아이들의 교실풍경이라면 미술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못 그려요. 라는 대답이 나왔을지도 모르지요. 처음이란 두려움과 자신감이 없어 망설이고 있는 베티에게 내린 선생님의 처방은 단번에 효과가 있었지요. 베티는 힘껏 점 하나를 내리 찍었으니까요.^^



다음 날, 선생님은 멋진 액자에 베티의 그림을 담아 '점'이란 제목까지 붙여 책상 위에 걸어두었어요. '아~~~ 저것 보다 더 잘 그릴 수 있었는데...' 생각하는 베티는 이미 자신감을 회복했네요.

베티는 한번도 써본적 없는 수채물감을 꺼내 아주 신이 나서 점을 그려요. 노란 점 초록 점 빨간 점 파란 점, 파란색과 빨간색을 섞어서 보라색도 만들고, 큰 점 작은 점을 그리다가 색칠하지 않고도 점을 그려냈어요. ^^ 그 후 베티의 학교에서 그림 전시회가 열렸어요. 베티의 점들은 인기가 굉장했어요.



베티는 이제 꼬마 화가가 되었어요. 베티처럼 아무 것도 그릴 줄 모르는 소년은 베티가 부럽답니다.
"누난 정말 굉장해."
"너도 할 수 있어."
"내가? 아니야, 난 정말 못 그려." 
"한번 그려 봐."

베티는 이젠 선생님의 경지에 올라 두려워하던 소년을 그림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 선생님이 된 베티를 지켜보는 일도 즐겁습니다. 자기 선생님이 하셨던 것처럼 똑같이 해보라며 격려할 줄 하는 베티는 이젠 훌륭한 교육철학자가 되었네요.^^

부모나 선생님들은 여기 나온 미술선생님처럼 인내하고 지켜보는 게 중요하지요. 교육이란 자신감을 불어넣고 기다려 주는 것, 아이 스스로 즐겁게 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교육자의 몫이고 교육철학의 실천이라 생각됩니다. 어린이가 자유로운 생각을 펼치도록 기회를 주는 것, 곧 창의성을 기르는 지름길이겠죠. 이 책을 볼때마다 모름지기 교육은 이런 거라고 새삼 내 마음도 다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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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10-23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것 같아요.
교육이란 자신감을 불어넣고 기다려 주는 것, 아이 스스로 즐겁게 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
그걸 알면서도 부모들은 왜 자꾸 조급해 지는 걸까요??
저도 이 글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저 오늘 영화 보러가요.^^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 ㅎ ㅎ

순오기 2008-10-23 09:06   좋아요 0 | URL
알면서도 내 삶에 적용하기 힘든게 이거 뿐이겠어요.ㅜㅜ
공작부인은 지난 금요일에 봤어요. 신기전 보고 연속으로~ ^^
잘 보고 오세요~~ 참, 이사람들 불륜에 대해서도 쿨하더라고요.ㅋㅋ

잎싹 2008-10-23 09:39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말씀에 저도 동감...
영화 잼나게 보시고 오세요.
순오기님, 좋은 서평 잘 읽고 갑니다.~

미설 2008-10-2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고 감동 받았더랍니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보면 좋겠어요.

순오기 2008-10-23 10:21   좋아요 0 | URL
그렇죠~ 미설님, 자꾸자꾸 이런 책 보면서 자극받고 작심삼일이지만 실천하려는 노력이라도 해보고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호나 사랑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억압이 많죠.

순오기 2008-10-24 08:03   좋아요 0 | URL
명분을 내세운 억압(?)-사춘기 수없이 거부하며 컸는데 부모가 되니까 나도 그런 명분을 내세우며 억압하고 있더라고요.ㅜㅜ

글샘 2008-10-23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기다려 주는 것... 그러기 참 어렵습니다.
점 하나도 예술이 되는... 좋네요.
우리나라에선 수능 답지에 점을 잘 찍어야... ㅠㅜ

순오기 2008-10-24 08:05   좋아요 0 | URL
기다려주는 어려움~ 성질 급한 저는 더 어려워요. 속으로 숫자를 헤아리며 평정심을 찾으려 하지만... 점을 잘 찍어야 하는 날이 다가오네요~ ^^

마노아 2008-10-23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았어요. 작가분 진짜 멋졌어요! 저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림 숙제를 그려갔는데 나무의 잎모양을 둥글게 그려갔다고 다시 그려오라고 혼났어요. 올록볼록 구름 모양으로 그려야 한다구요. 중학교 1학년 때 미술 시간엔 명암 처리가 너무 두드러졌다고 선생님이 제 그림에 덧칠하셨어요. 흑흑...

순오기 2008-10-24 08:15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작가죠.^^마노아님 같은 경험이나 기억은 다들 갖고 있을 듯해요. 나는 그림이 그런대로 잘한다고 칭찬들었는데~
작년에 우리 민경이 학교대표로 예술제 나간다고 뽑혀서 연습시키는데, 아이가 그린 그림을 무시하고 견본수채화를 주고 똑같이 그려오라고 시키더군요.아직도 이런 선생님이 있어? 경악하고 학교에 이야기해볼까 했더니 50도 넘은 교무부장님이라 침묵했어요. 그런 걸 싫어하는 민경인 당연히 안 나갔고...
2학기엔 교육청예술제 운문대표로 뽑혔는데 담당선생님이 매일 시 한편 써오라고 하니까 아이가 또 질려서~~ 우린 주제를 보고 필이 오면 쓰는 타입이라 이런 연습 너무 싫어하거든요. 결국 은상을 탔지만 시를 좋아하던 아이의 정서를 심각하게 해친 경우라 속상했어요.ㅜㅜ

파란 2008-10-24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으로 시작해서 이 작가의 그림책으로 파도타기를 한번 해보세요. 참 멋지다 멋지다라는 말이 나와요. 점도 좋은데 '느끼는대로'라는 다른 책으로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면 또 색다른 맛도 나구요. 아이들은 '느끼는대로' 쪽을 더 좋아하더라구요.

순오기 2008-10-24 08:14   좋아요 0 | URL
느끼는대로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직 못 봤어요. 이제 선생님이 될 큰딸을 위해서 구입해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고맙고요 빨리 봐야겠군요.^^

무스탕 2008-10-24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서 만든 광고 하나가 생각나네요. 보셨을거에요 ^^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라니까 한 아이가 도화지 가득 까만색만 칠하는거에요. 몇장이나..
선생님들 모두 이해를 못하고 수근거렸는데 그 아이가 칠한 도화지를 모아보니 커~다란 고래가 완성된거에요!
저 정말 그 광고 보고서 머리속에 쾅-! 가슴이 뭉클~! 그랬다니까요..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이 책 :)

순오기 2008-10-24 17:27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광고가 있었군요~~ 저도 아이들의 창의성을 싹둑 자르는 사람은 아닌가 반성했어요.ㅜㅜ 도움은 못 될망정 해는 끼치지 말아야죠.^^

무스탕 2008-10-25 11:54   좋아요 0 | URL
http://blog.naver.com/ssb0729/20018389314

찾아봤더니 어느분 블러그에 있네요 ^^
 
내 친구는 어디에...
토드 파 지음, 원선화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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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파의 그림책은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원색을 그대로 사용해 색채 대비가 뚜렷하다. 시각적인 산뜻함과 간결한 내용으로 유아들도 쉽게 빨려 든다. 엄마가 읽어주면 글자를 몰라도 좋다. 이 책을 보는 유아들이 친구나 엄마에게 들려주듯 웅얼거리기에 딱 좋을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 강아지 오토예요. 토드 파의 또 다른 책에서도 만날 수 있는 녀석이죠. 자~ 오토가 친구 사귀기 프로젝트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지켜봐요. 강아지 오토나 우리 아이들도 친구를 사귀는 일은 아주 중요하죠. 그렇다고 부모가 나서서 매번 친구를 만들어 줄수는 없잖아요. 친구를 사귀려고 다가섰을 때 무시당하거나 따돌림 당하는 쓰린 일도 겪겠죠? 하지만 너무 아파하지 마세요. 바로 그런 경험을 통해 아이도 성큼 자라니까요. 오토랑 같이 친구를 찾아나서 볼까요?

색채대비가 뚜렷한 토드 파 그림책의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죠. 까만선에 색깔을 입힌 그림이 유아들이 좋아할 만하지요. 상큼하게 웃던 오토의 표정이 뻘줌하거나 당황스런 표정으로 바뀌는 것도 볼 수 있어요. 오토의 수영복이 벗겨져 고양이가 깔깔거리며 놀려대고 있네요.ㅜㅜ  



왼쪽엔 글자가 오른쪽엔 그림이 있어 이야기를 따라가기 좋은 편집이지요. "안녕! 나랑 모래성 쌓을래?" 에게 말했더니 "흥, 난 가 아니야!" 쌀쌀맞은 대답이 돌아왔거든요. 불쌍한 오토~ ㅜㅜ



친구를 사귀는게 쉽지는 않지만 우리의 오토가 실패만 하는 건 아니예요. 어딘가엔 오토를 이해해주는 친구가 있겠죠? 과연 누가 오토를 이해하고 좋은 친구가 되었을까요? ^^ 맨 뒤에 친절한 토드 파 아저씨는 우리를 사랑한다고 멋진 편지를 남기셨네요. 아직 친구가 없어 외롭거나, 친구 사귀는게 너무 힘들어 속상한 친구들은 이 편지를 보고 다시 용기를 내보세요!

토드 파 아저씨의 또 다른 그림책, '괜찮아요, 좋은 꿈 꿔 오토, 모든 가족은 특별해요, 평화는요!' 외에도 많이 많이 있으니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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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8-10-2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와 닿는 글입니다. 미국에 살다보니 친구도 없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뭐가 바쁜지 소식도 아주 간간히 들려오고...^^ 그래도 저에게 20년지기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합니다.

순오기 2008-10-24 10:19   좋아요 0 | URL
20년지기 좋은 친구가 있다는 건 행복할만하지요.^^
뉴저지에 있는 제 친구는 중1때 만났으니 벌써 35년인가요~
몇년 전 서로 소식을 알고는 전화통화도 자주 했는데 요즘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그냥저냥 지내게 되네요.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해야겠네요.^^
 
얼룩고양이와 할아버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49
우메다 슌사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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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 줘 내 모자'로 친숙해진 우메다 슌사쿠의 그림책이다. 짧은 이야기와 못 그린 아이의 그림처럼 엉성한 목탄화가 오히려 친밀감을 준다. 매끈하게 잘 그린 그림책도 멋지지만 이렇게 엉성한 그림이 주는 따뜻함과 편안함은 따로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일본이든 한국이든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이 동물이 나누는 사랑과 생명 존중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젊은 시절이 지나 늙고 병들고 외로운 할아버지에게 기쁨을 주는 고양이 미미, 그들은 함께 살며 서로 의지가 된다. 고양이는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려고 자기가 좋아하는 시궁쥐들을 잡아 할아버지 베갯밑에 놓아 두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심장병이 도질정도로 질색이지만 고양이의 마음은 받아주신다. 사랑의 신호 체계가 달라도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어느날 자동차에 치여 툇마루 밑으로 숨어들어간 고양이, 신음하면서도 나오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가 꺼내 병원에 가지만 의사도 포기할 정도로 회복이 어렵다. 상자에 넣어 강물에 띄워보내려다가 '미미가 꼭 살아날 거'라는 걸 강하게 느낀 할아버지는, 고양이 미미를 자기 이불에 눕히고 퉁퉁 부은 배를 살살 문질러 준다. 좋았던 옛날 얘기도 들려주며 밤낮으로 배를 문질러 주며 다시 건강해져서 재롱을 피우라고 기원한다.

할아버지의 정성이 통했는지 미미는 힘들게 오줌을 싸고 할아버지께 기어온다. 서서히 기운을 차리는 고양이를 보며 할아버지는 당신도 온몸에 솟아오르는 힘을 느낀다. 서로의 사랑과 정성이 통해 이심전심 기운을 회복하는 할아버지와 고양이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보여준다. 서로 믿고 의지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삶의 진지함을 배울 수 있다. 어려울 때는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 것, 사람은 그렇게 또 살아낸다. 혼자서는 못하지만 곁에 사랑을 주고 받을 생명이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을 조용히 일깨운다.

애완동물과 사랑을 나누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인간관계가 삭막하고 메마를수록 애완동물에게 사랑을 찾는 사람이 많다. 이제는 단순한 '애완'이 아닌 '반려동물'로 자리매김되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 회복이 더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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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돋보이는 패러디 동화의 진수를 맛보다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 국민서관 그림동화 13
로렌 차일드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국민서관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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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그림책을 좋아하는 엄마라면 '로렌 차일드'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으리라. 물론 콜라쥬 기법의 그림이 좀 산만스럽고  캐릭터도 썩 마음에 들지 않을지라도, 로렌 차일드만의 매력까지 거부할 순 없다. 이 책도 그런 맥락에서 그림동화를 좋아하는 엄마들에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책이다. 게다가 편식쟁이 우리 아이를 고칠 수 있는 책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편식 문제로 한두 번 혹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던 경험은 다들 있으리라. 대부분 도시 아이들이 야채를 싫어하거나 육류나 공산품을 좋아해 골고루 먹이기 위한 실랑이나 힘겨루기를 했던 쓴 경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편식의 문제는 하루 이틀 힘겨루기나 실랑이로 끝날 일이 절대 아니다. 엄마가 인내심과 지혜를 발휘해야 할 문제다. 자~ 어떤 지혜가 필요한지 이 책에서 한 수 배워보자.

찰리는 롤라의 오빠로 종종 동생의 밥상을 차려줘야 한다. 이 녀석 몇살인지 안 나왔지만 이미 엄마와 주부의 마음을 갖고 있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동생 롤라를 다룰 줄 아는 심리학자의 경지에 올랐다고나 할까? ㅎㅎ 콩, 당근, 감자, 버섯, 꽃양배추, 양배추 등 밥상을 차리기도 전에 모든 야채를 거부하는 까탈쟁이 롤라를 제대로 다스릴 줄 아는 지혜를 가졌다. ^^

롤라에게 우리집에 그런 야채는 하나도 없다면서, 일단 거부하는 롤라의 마음을 받아준다. 아이의 마음에 먼저 공감해주는 건 삼당전문가나 교육자들이 취할 수 있는 기본이다. 하지만 감정이 앞서는 엄마라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찰리는 나이에 걸맞지 않을 고수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 롤라가 거부하는 야채나 공산품의 이름을 모두 바꾸어 버렸다. 어떻게 바꿨냐고?ㅎㅎㅎ

당근은 목성에서 나는 오렌지뽕가지뽕, 콩은 초록나라에서 나는 초록방울, 으깬감자는 백두산의 구름보푸라기, 생선튀김은 바다얌냠이라면서 롤라의 호기심을 자극해 한번만 맛보고 싶다고 오히려 사정하게 만들었다. 무엇이든 금지하면 더하고 싶고, 못 먹게 하면 더 먹고 싶어지는 인간 보편의 심리가 롤라에게도 적용된다. 찰리는 이런 심리를 이용할 줄 아는 고수다. 롤라는 절대 안 먹는다는 토마토를 '달치익쏴아'라고 이름 붙이고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거라고 말한다.ㅎㅎㅎ 



찰리의 방법을 슬쩍 표절하여, 토마토를 '달치익쏘아'라고 하면서 오빠에게 '이걸 토마토로 안 건 아니겠지?'라고 말하는 롤라가 사랑스럽다. 아이의 편식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라면 찰리의 방법을 써봄직하지 않을까? 편식쟁이 롤라를 고친 찰리에게 한 수 배워, 행복한 식탁을 차리는 가정이 되면 좋겠다.^^

케이트 그린 어웨이상 수상작인 이 책 외에도 로렌 차일드가 그려낸 찰리와 롤라의 캐릭터는 '난 하나도 안 졸려 잠자기 싫어', '난 학교 가기 싫어'와 패러디 동화 '쉿, 책 속 늑대를 조심해'에서도 만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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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10-1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들녀석이 찰리의 반 만큼이라도 유머 감각이 있으면 동생을 잘 돌보아줄텐데 말이이죠 ... ^^

순오기 2008-10-12 19:49   좋아요 0 | URL
찰리의 유머 감각이 부럽긴 하지만, 용이한테는 또 다른 면이 많겠죠~ㅎㅎㅎ동생한테 뭘 가르쳐주는 선생님 역할을 주어도 좋을 것 같아요.^^

세실 2008-10-1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이렇게라도 해서 먹인적 있는데 요즘 안 통해요. 규환이는 야채를 싫어하네요. 볶음밥은 먹는데 매일 해줄수도 없고. ㅎㅎ
참 재미있고 참신한 그림책이죠.

순오기 2008-10-12 19:49   좋아요 0 | URL
이런 것도 애들 어릴 때 얘기지, 초등 고학년한테야 통하겠어요.ㅋㅋㅋ
 
개들도 하늘나라에 가요 그림책 보물창고 40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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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로 만난 '신시아 라일런트'의 책이다. 그림책의 묘미를 살려준 색깔 대비가 놀랍다. 강렬한 색채대비로 시선을 붙잡으며 개들의 죽음을 밝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죽음을 무섭거나 두려운 것이 아닌 자연스런 일로 받아들이고 안심할 수 있도록 풀어낸 솜씨가 일품이다. 하늘나라 문 앞에서 주인이 오기를 기다린다는 마무리는 촉촉한 감동을 불러왔다.

아이들은 이 책을 보면서 왜 개가 작게 그려져 있냐고 항의(?)했다. 아마도 자기들이 좋아하는 개를 자세히 보고 싶었던 듯... 하늘 나라가 너무 넓어서 개들이 아주 작게 보이는 것 아닐까, 설명하니 이해는 하면서도 아쉬워했다.^^ 그림으로 확인해보자.



개와 거위들이 노는 장면에서도 나무 뒤에 숨어 지켜보는 하느님이 작다고 투덜대었다. 하느님은 참 유머가 있는 분으로, 개들이 좋아하는 모양의 비스킷을 만들어내는 장면에선 아주 환호했다. 고양이, 다람쥐, 아이스크림과 햄 샌드위치 모양의 비스킷이라니 맛은 어떨까 호기심이 일어나는 그림이었다. ^^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건 푹신한 구름침대였다. 제각각 마음에 드는 꼭 맞는 구름 침대를 차지하고 편안하게 자는 개들이 엄청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아이들은 저희들도 구름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시끌시끌 소란을 떨었다.^^
 
이 책은 개들이 죽어서 가는 하늘나라를 아주 따뜻하고 멋진 곳으로 그려냈다. 때론 익살맞게 때론 환상적으로 풀어낸 솜씨가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감동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개들도 죽어서 하늘나라에 간다는 걸 알고 안심했고, 개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아주 흡족해 했다. 동물은 죽으면 지옥에 가는 줄 알았는데 하늘나라에 가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에선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엿보였다. 아끼고 사랑하던 개들이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잘 산다는 것은 죽음을 경험한 아이들에겐 대단한 위로가 된다. 슬퍼하지 않고 개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준 작가님이 고맙다.  

요즘은 '애완동물'이라는 말보다도 '반려동물'이란 용어로 가족의 의미를 더 살려준다. 사람의 놀이감이 아닌 인생을 같이 하는 동반자인 동물, 그 중에 으뜸은 개가 차지할 것이다. 아이들 성장기에 개를 키우자고 졸라대는 일이 다반사라 환경만 된다면 한번쯤 같이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도 아이들 어려서 한 4년을 키웠던 개가 있었다. 생후 한 달 된 녀석을 데려와 같이 먹고 자고 실내에서 키우다가, 애완견이 아닌 그야말로 토종 똥개여서 할 수없이 마당에 내놓고 키웠다. 지금은 더 넓은 시골집으로 보내 자연스런 짝짓기로 새끼도 낳고 잘 산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자연스런 것이 가장 아름답게 사는 길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면 이별을 해도, 남겨진 자들은 그 추억을 되새김하며 사랑을 느낄 것이다. 개와 아이들과의 소중한 경험도 사랑의 추억으로 남아,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릴 수 있겠다. 따뜻한 한 편의 사랑이야기를 읽은 듯 마음이 포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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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0-04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오랜만에 지인들이 모였는데, 한 언니는 지난 주에 십년 키우던 개가 차에 치여 죽었고, 한 친구는 몇 시간까지 멀쩡하던 6년 같이 산 개가 올봄 갑자기 죽어버린 황망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가족을 잃은 듯한 상실감을 느꼈을 테지요. 동물을 키워보는 것, 그러면서 책임감도 느끼고 따뜻한 가족애도 느끼고, 그런 과정들이 아이들이 자랄 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그때엔 이와 같은 책도 꼭 필요할 것 같구요.

순오기 2008-10-04 15:37   좋아요 0 | URL
동물도 키우면 가족처럼 정이 들어 이별하는 건 슬프죠.ㅜㅜ
동물 키우는 거 책임감이란 부분에서도 좋은 경험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