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고양이와 할아버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49
우메다 슌사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돌려 줘 내 모자'로 친숙해진 우메다 슌사쿠의 그림책이다. 짧은 이야기와 못 그린 아이의 그림처럼 엉성한 목탄화가 오히려 친밀감을 준다. 매끈하게 잘 그린 그림책도 멋지지만 이렇게 엉성한 그림이 주는 따뜻함과 편안함은 따로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일본이든 한국이든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이 동물이 나누는 사랑과 생명 존중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젊은 시절이 지나 늙고 병들고 외로운 할아버지에게 기쁨을 주는 고양이 미미, 그들은 함께 살며 서로 의지가 된다. 고양이는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려고 자기가 좋아하는 시궁쥐들을 잡아 할아버지 베갯밑에 놓아 두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심장병이 도질정도로 질색이지만 고양이의 마음은 받아주신다. 사랑의 신호 체계가 달라도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어느날 자동차에 치여 툇마루 밑으로 숨어들어간 고양이, 신음하면서도 나오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가 꺼내 병원에 가지만 의사도 포기할 정도로 회복이 어렵다. 상자에 넣어 강물에 띄워보내려다가 '미미가 꼭 살아날 거'라는 걸 강하게 느낀 할아버지는, 고양이 미미를 자기 이불에 눕히고 퉁퉁 부은 배를 살살 문질러 준다. 좋았던 옛날 얘기도 들려주며 밤낮으로 배를 문질러 주며 다시 건강해져서 재롱을 피우라고 기원한다.

할아버지의 정성이 통했는지 미미는 힘들게 오줌을 싸고 할아버지께 기어온다. 서서히 기운을 차리는 고양이를 보며 할아버지는 당신도 온몸에 솟아오르는 힘을 느낀다. 서로의 사랑과 정성이 통해 이심전심 기운을 회복하는 할아버지와 고양이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보여준다. 서로 믿고 의지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삶의 진지함을 배울 수 있다. 어려울 때는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 것, 사람은 그렇게 또 살아낸다. 혼자서는 못하지만 곁에 사랑을 주고 받을 생명이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을 조용히 일깨운다.

애완동물과 사랑을 나누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인간관계가 삭막하고 메마를수록 애완동물에게 사랑을 찾는 사람이 많다. 이제는 단순한 '애완'이 아닌 '반려동물'로 자리매김되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 회복이 더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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