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3
피터 레이놀즈 지음, 김지효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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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터져 나온 건, 바로 신음같은 감탄이었어요. 어린이 그림책에 이런 걸 담을 수 있는 작가에게 경배하고 싶은 심정이었죠. 내게 각인된 이름 '피터 레이놀즈' '점'을 아직 못 보셨다면 빨리 만나보기를 권합니다. 특히 선생님과 부모들이 꼭 봐야할 책이랍니다.

선생님이라면 바로 여기에 나오는 선생님 같아야 되는데 이런 선생님을 만나는 행운은 쉽지 않지요. 하지만 주인공 베티는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났어요. 바람직한 교사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미술선생님은 베티를 멋진 화가로 이끌어 줍니다. 아무 것도 그릴 줄 몰랐던 베티가 어떻게 화가가 될 수 있었을까요?

미술시간이 끝나도록 아무 것도 그리지 못한 베티를 보고도 선생님은 화내거나 독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지요.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한번 시작해 보렴.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우리 교육현장에서 이런 이야기는 좀체로 듣기 힘든 말씀이지요. 네 맘대로 하라니요? 아마도 시키는 대로 안했다고 꾸중하거나 벌세우지 않으면 다행이겠죠.ㅜㅜ베티는 그림을 그리는 게 처음이라서 두렵고 떨렸을까요? 우리 아이들의 교실풍경이라면 미술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못 그려요. 라는 대답이 나왔을지도 모르지요. 처음이란 두려움과 자신감이 없어 망설이고 있는 베티에게 내린 선생님의 처방은 단번에 효과가 있었지요. 베티는 힘껏 점 하나를 내리 찍었으니까요.^^



다음 날, 선생님은 멋진 액자에 베티의 그림을 담아 '점'이란 제목까지 붙여 책상 위에 걸어두었어요. '아~~~ 저것 보다 더 잘 그릴 수 있었는데...' 생각하는 베티는 이미 자신감을 회복했네요.

베티는 한번도 써본적 없는 수채물감을 꺼내 아주 신이 나서 점을 그려요. 노란 점 초록 점 빨간 점 파란 점, 파란색과 빨간색을 섞어서 보라색도 만들고, 큰 점 작은 점을 그리다가 색칠하지 않고도 점을 그려냈어요. ^^ 그 후 베티의 학교에서 그림 전시회가 열렸어요. 베티의 점들은 인기가 굉장했어요.



베티는 이제 꼬마 화가가 되었어요. 베티처럼 아무 것도 그릴 줄 모르는 소년은 베티가 부럽답니다.
"누난 정말 굉장해."
"너도 할 수 있어."
"내가? 아니야, 난 정말 못 그려." 
"한번 그려 봐."

베티는 이젠 선생님의 경지에 올라 두려워하던 소년을 그림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 선생님이 된 베티를 지켜보는 일도 즐겁습니다. 자기 선생님이 하셨던 것처럼 똑같이 해보라며 격려할 줄 하는 베티는 이젠 훌륭한 교육철학자가 되었네요.^^

부모나 선생님들은 여기 나온 미술선생님처럼 인내하고 지켜보는 게 중요하지요. 교육이란 자신감을 불어넣고 기다려 주는 것, 아이 스스로 즐겁게 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교육자의 몫이고 교육철학의 실천이라 생각됩니다. 어린이가 자유로운 생각을 펼치도록 기회를 주는 것, 곧 창의성을 기르는 지름길이겠죠. 이 책을 볼때마다 모름지기 교육은 이런 거라고 새삼 내 마음도 다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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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10-23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것 같아요.
교육이란 자신감을 불어넣고 기다려 주는 것, 아이 스스로 즐겁게 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
그걸 알면서도 부모들은 왜 자꾸 조급해 지는 걸까요??
저도 이 글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저 오늘 영화 보러가요.^^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 ㅎ ㅎ

순오기 2008-10-23 09:06   좋아요 0 | URL
알면서도 내 삶에 적용하기 힘든게 이거 뿐이겠어요.ㅜㅜ
공작부인은 지난 금요일에 봤어요. 신기전 보고 연속으로~ ^^
잘 보고 오세요~~ 참, 이사람들 불륜에 대해서도 쿨하더라고요.ㅋㅋ

잎싹 2008-10-23 09:39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말씀에 저도 동감...
영화 잼나게 보시고 오세요.
순오기님, 좋은 서평 잘 읽고 갑니다.~

미설 2008-10-2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고 감동 받았더랍니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보면 좋겠어요.

순오기 2008-10-23 10:21   좋아요 0 | URL
그렇죠~ 미설님, 자꾸자꾸 이런 책 보면서 자극받고 작심삼일이지만 실천하려는 노력이라도 해보고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호나 사랑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억압이 많죠.

순오기 2008-10-24 08:03   좋아요 0 | URL
명분을 내세운 억압(?)-사춘기 수없이 거부하며 컸는데 부모가 되니까 나도 그런 명분을 내세우며 억압하고 있더라고요.ㅜㅜ

글샘 2008-10-23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기다려 주는 것... 그러기 참 어렵습니다.
점 하나도 예술이 되는... 좋네요.
우리나라에선 수능 답지에 점을 잘 찍어야... ㅠㅜ

순오기 2008-10-24 08:05   좋아요 0 | URL
기다려주는 어려움~ 성질 급한 저는 더 어려워요. 속으로 숫자를 헤아리며 평정심을 찾으려 하지만... 점을 잘 찍어야 하는 날이 다가오네요~ ^^

마노아 2008-10-23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았어요. 작가분 진짜 멋졌어요! 저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림 숙제를 그려갔는데 나무의 잎모양을 둥글게 그려갔다고 다시 그려오라고 혼났어요. 올록볼록 구름 모양으로 그려야 한다구요. 중학교 1학년 때 미술 시간엔 명암 처리가 너무 두드러졌다고 선생님이 제 그림에 덧칠하셨어요. 흑흑...

순오기 2008-10-24 08:15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작가죠.^^마노아님 같은 경험이나 기억은 다들 갖고 있을 듯해요. 나는 그림이 그런대로 잘한다고 칭찬들었는데~
작년에 우리 민경이 학교대표로 예술제 나간다고 뽑혀서 연습시키는데, 아이가 그린 그림을 무시하고 견본수채화를 주고 똑같이 그려오라고 시키더군요.아직도 이런 선생님이 있어? 경악하고 학교에 이야기해볼까 했더니 50도 넘은 교무부장님이라 침묵했어요. 그런 걸 싫어하는 민경인 당연히 안 나갔고...
2학기엔 교육청예술제 운문대표로 뽑혔는데 담당선생님이 매일 시 한편 써오라고 하니까 아이가 또 질려서~~ 우린 주제를 보고 필이 오면 쓰는 타입이라 이런 연습 너무 싫어하거든요. 결국 은상을 탔지만 시를 좋아하던 아이의 정서를 심각하게 해친 경우라 속상했어요.ㅜㅜ

파란 2008-10-24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으로 시작해서 이 작가의 그림책으로 파도타기를 한번 해보세요. 참 멋지다 멋지다라는 말이 나와요. 점도 좋은데 '느끼는대로'라는 다른 책으로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면 또 색다른 맛도 나구요. 아이들은 '느끼는대로' 쪽을 더 좋아하더라구요.

순오기 2008-10-24 08:14   좋아요 0 | URL
느끼는대로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직 못 봤어요. 이제 선생님이 될 큰딸을 위해서 구입해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고맙고요 빨리 봐야겠군요.^^

무스탕 2008-10-24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서 만든 광고 하나가 생각나네요. 보셨을거에요 ^^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라니까 한 아이가 도화지 가득 까만색만 칠하는거에요. 몇장이나..
선생님들 모두 이해를 못하고 수근거렸는데 그 아이가 칠한 도화지를 모아보니 커~다란 고래가 완성된거에요!
저 정말 그 광고 보고서 머리속에 쾅-! 가슴이 뭉클~! 그랬다니까요..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이 책 :)

순오기 2008-10-24 17:27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광고가 있었군요~~ 저도 아이들의 창의성을 싹둑 자르는 사람은 아닌가 반성했어요.ㅜㅜ 도움은 못 될망정 해는 끼치지 말아야죠.^^

무스탕 2008-10-25 11:54   좋아요 0 | URL
http://blog.naver.com/ssb0729/20018389314

찾아봤더니 어느분 블러그에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