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도 하늘나라에 가요 그림책 보물창고 40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로 만난 '신시아 라일런트'의 책이다. 그림책의 묘미를 살려준 색깔 대비가 놀랍다. 강렬한 색채대비로 시선을 붙잡으며 개들의 죽음을 밝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죽음을 무섭거나 두려운 것이 아닌 자연스런 일로 받아들이고 안심할 수 있도록 풀어낸 솜씨가 일품이다. 하늘나라 문 앞에서 주인이 오기를 기다린다는 마무리는 촉촉한 감동을 불러왔다.

아이들은 이 책을 보면서 왜 개가 작게 그려져 있냐고 항의(?)했다. 아마도 자기들이 좋아하는 개를 자세히 보고 싶었던 듯... 하늘 나라가 너무 넓어서 개들이 아주 작게 보이는 것 아닐까, 설명하니 이해는 하면서도 아쉬워했다.^^ 그림으로 확인해보자.



개와 거위들이 노는 장면에서도 나무 뒤에 숨어 지켜보는 하느님이 작다고 투덜대었다. 하느님은 참 유머가 있는 분으로, 개들이 좋아하는 모양의 비스킷을 만들어내는 장면에선 아주 환호했다. 고양이, 다람쥐, 아이스크림과 햄 샌드위치 모양의 비스킷이라니 맛은 어떨까 호기심이 일어나는 그림이었다. ^^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건 푹신한 구름침대였다. 제각각 마음에 드는 꼭 맞는 구름 침대를 차지하고 편안하게 자는 개들이 엄청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아이들은 저희들도 구름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시끌시끌 소란을 떨었다.^^
 
이 책은 개들이 죽어서 가는 하늘나라를 아주 따뜻하고 멋진 곳으로 그려냈다. 때론 익살맞게 때론 환상적으로 풀어낸 솜씨가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감동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개들도 죽어서 하늘나라에 간다는 걸 알고 안심했고, 개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아주 흡족해 했다. 동물은 죽으면 지옥에 가는 줄 알았는데 하늘나라에 가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에선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엿보였다. 아끼고 사랑하던 개들이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잘 산다는 것은 죽음을 경험한 아이들에겐 대단한 위로가 된다. 슬퍼하지 않고 개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준 작가님이 고맙다.  

요즘은 '애완동물'이라는 말보다도 '반려동물'이란 용어로 가족의 의미를 더 살려준다. 사람의 놀이감이 아닌 인생을 같이 하는 동반자인 동물, 그 중에 으뜸은 개가 차지할 것이다. 아이들 성장기에 개를 키우자고 졸라대는 일이 다반사라 환경만 된다면 한번쯤 같이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도 아이들 어려서 한 4년을 키웠던 개가 있었다. 생후 한 달 된 녀석을 데려와 같이 먹고 자고 실내에서 키우다가, 애완견이 아닌 그야말로 토종 똥개여서 할 수없이 마당에 내놓고 키웠다. 지금은 더 넓은 시골집으로 보내 자연스런 짝짓기로 새끼도 낳고 잘 산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자연스런 것이 가장 아름답게 사는 길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면 이별을 해도, 남겨진 자들은 그 추억을 되새김하며 사랑을 느낄 것이다. 개와 아이들과의 소중한 경험도 사랑의 추억으로 남아,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릴 수 있겠다. 따뜻한 한 편의 사랑이야기를 읽은 듯 마음이 포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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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0-04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오랜만에 지인들이 모였는데, 한 언니는 지난 주에 십년 키우던 개가 차에 치여 죽었고, 한 친구는 몇 시간까지 멀쩡하던 6년 같이 산 개가 올봄 갑자기 죽어버린 황망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가족을 잃은 듯한 상실감을 느꼈을 테지요. 동물을 키워보는 것, 그러면서 책임감도 느끼고 따뜻한 가족애도 느끼고, 그런 과정들이 아이들이 자랄 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그때엔 이와 같은 책도 꼭 필요할 것 같구요.

순오기 2008-10-04 15:37   좋아요 0 | URL
동물도 키우면 가족처럼 정이 들어 이별하는 건 슬프죠.ㅜㅜ
동물 키우는 거 책임감이란 부분에서도 좋은 경험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