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이 냥극하옵니다 안전가옥 쇼-트 24
백승화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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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쇼트 24권이다.

숙종의 고양이 사랑을 코믹 액션 추리극으로 만들었다.

처음 이 사실을 몰랐을 때는 작가의 재밌는 상상력 정도로 생각했다.

실제 역사에 남아 있는 사실이라고 한다.

앞부분을 읽으면서는 일본 라이트노벨의 느낌도 살짝 느꼈다.

조선 시대인데 영어를 사용하는 부분을 보고 이전에 읽었던 소설이 떠올랐다.

약간의 이질적인 느낌을 느낀 후 나의 예상과 다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거의 다 읽을 때 즈음에는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실제 영화로 만들려고 한 것으로 소설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코믹, 액션, 추리를 낯익은 방식으로 엮었다.

코믹한 인물 변상벽과 그를 따르는 주변 인물들.

왕의 고양이를 훔친 도둑과 싸우는 액션

누가, 왜 왕의 고양이를 훔쳤을까? 하는 추리.

여기에 조선 시대 서얼 문화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처음에는 작은 해프닝 정도로 시작해 뒤로 가면서 규모가 더 커진다.

이 과정에 그 시대의 문제를 보여주고, 현대의 고양이 집사를 떠올리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이런 작품들에 있어서 현재를 과거의 단어로 제대로 변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있었던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잘 된 것처럼 보인다.


서얼 출신 포교 변상벽, 살짝 비리와 부패를 안고 있다.

자신의 작은 권력을 휘둘러 상인 등으로부터 이익을 갈취한다.

금주령을 어기고, 술에 취해 돌다 숙종의 고양이 도둑과 마주한다.

위기의 순간이 지나갔지만 근무 태만과 금주령 문제 등으로 직위 해제된다.

집에서는 서얼이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작은 권세도 날아갔다.

이전 권력 등을 찾을 유일한 방법은 사라진 숙종의 고양이 금손이를 찾는 것이다.

그를 따르는 노비 쪼깐이와 함께 수사에 나선다.

그러다 길고양이와 빈민촌 아이들을 돌보는 묘마마와 만난다.


단순히 고양이를 찾는 이야기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몰래 침입해 단서를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 나오는 장면은 흔한 한국 영화의 장면들의 반복이지만 살짝 웃을 수 있다.

소소하고 작은 장면들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배치했다.

단서를 하나 찾은 다음에는 다른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누가 훔쳤을까?  범인의 단서를 쫓아 달려간다.

치밀하지도 탁월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변상벽과 쪼깐이는 오히려 그들에게 잡힌다.

이야기는 엮이고 꼬이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의 조각들을 드러낸다.


앞에서 말한 소소한 재미로 가득하다.

영화로 만든다면 이전에 본 영화와 이미지가 너무 겹칠 것 같다.

하지만 짧은 미니 시리즈 정도로 만든다면 코믹 사극으로 재밌을 것 같다.

큰 것 한 방은 부족하지만 곳곳에 깔아 둔 설정과 캐릭터들이 좋다.

어쩌면 낯익은 캐릭터일 수 있지만 그 익숙함이 주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다.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코믹하게 그리고, 몇몇은 이미 가상 캐스팅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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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의 형태
홍정기 지음 / 서랍의날씨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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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추리 단편집이다.

이중에서 두 편은 <계간 미스터리>에서 신인상,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황금펜상 우수상을 받은 단편 <코난을 찾아라>가 있는데 이 단편은 빠졌다.

제목을 보면 이 단편집에서 다루는 살의 시리즈와 맞지 않은 듯하다.

40대 초반의 오영섭이란 형사를 내세워 여섯 가지 살인사건을 풀어간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단편은 <무구한 살의>와 <영광의 살의>다.

<보이지 않는 살의>는 작가의 경험이 담겨 있어 조금은 반갑게 다가왔다.


가장 마음에 든 <무구한 살의>는 트릭과 반전을 잘 사용했다.

사이코패스인 듯한 초등학생을 등장시켜 서늘함과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만들었다.

쉬는 날 우연히 마주친 왕따 학교 폭력 현장에서 만난 초등학생

그 아이가 저지르는 동물 학대 장면과 내뱉은 서늘한 말

그 아이가 사는 빌라에서 생긴 자살처럼 보이는 살인 사건.

자꾸 시선이 그 아이에게로 가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 살인방법.

오 형사의 관찰과 무서운 살인 트릭, 그리고 마지막 서늘한 문장 하나.

개인적 시간이 흐른 이 소년과 오 형사의 대결을 그린 장편이 한 편 나왔으며 좋겠다.


<영광의 살의>는 어딘가에서 본 듯한 이야기이지만 반전의 연속으로 풀어간다.

자신의 작품을 훔친 작가를 죽이려고 하고, 이 과정을 수기로 남긴다.

자신의 작품을 표절한 인물이 자신의 작품 활동에 도움을 주었지만 표절은 예상하지 못했다.

A는 상대를 관찰하고, 그 집에 들어갈 방법을 찾아내고 자고 있는 듯한 인물을 망치로 후려친다.

이 수기로 자신을 홍보하려고 하지만 담당 형사는 그를 크게 반기지 않는다.

그리고 또 다른 추리작가 지망생 B가 등장한다.

B도 자신이 그 인물을 죽였다고 말하고, 수기를 증거로 내밀었다.

누가 범인이지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꼬고, 꼬인 이야기들이 상당히 재밌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은 조금 관성적이다.


<보이지 않는 살의>는 블로거 엽기부족의 모습을 더 담은 것 같다.

자신의 창작 경험을 뒤틀고, 호러물을 뒤섞고, 친구를 탐정으로 내세워 사건을 해결한다.

이 와중에 재밌게 읽은 단편의 제목이 나오고, 블로그에서 본 기록도 떠올랐다.

그를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잡은 오형사 등이 보여준 반응은 다른 작품과 너무 달랐다.

왠지 모르게 인간적이고 허점이 많은 듯한 형사의 모습을 본 듯해 재밌었다.

물론 조금은 작위적인 듯한 사건 해결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현실이 소설보다 더 이상하고 괴이한 일들이 많으니 어쩌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합리적 살의>은 잘못된 결혼 생활과 살인을 엮었다.

힘든 순간 만난 두 연인의 결혼 후 생활은 남편의 예상과 너무 달랐다.

아내의 퇴직, 집에 머물면서 점점 찌는 살들, 의견 충돌 등.

스스로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

앞에 깔아 둔 설정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 정도일까 하는 의구심은 있다.

<백색의 살의>는 오형사 맞은편 아파트에서 생긴 사건을 다룬다.

자살처럼 보이는 사건을 피해자의 의지로 해결하는데 새로운 정보 하나 얻어간다.

형사가 주변 이웃들을 만나 내뱉는 말투와 대사는 왠지 너무 딱딱한데 실제 형사들도 그렇게 하나?

<시기의 살의>는 당근마켓을 살인사건과 연결시켰다.

읽다 보면 오형사가 잘못하는데 하는 순간이 생긴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마지막 장면에 나온다.

인간의 욕심과 뒤틀린 삶과 시기의 감정을 복합적으로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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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토피아 - 엘리베이터 속의 아이
조영주 지음 / 요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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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세계로 간다는 설정에 혹했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를 탄 후 정해진 순서대로 각 층을 이동한다.

이동하는 사이 아무도 타면 안 되고, 중간에 젊은 여자가 1층을 누른다.

이때 1층으로 가지 않고 10층으로 올라가면 이세계에 도착한다.

이 설정은 웹소설에서 흔히 보는 무한전생의 또 다른 버전이다.

그리고 처음 이 실험을 한 아이는 현우였지만 실제 이세계로 가는 아이는 9살 소원이다.

소원이는 엄마의 학대를 받고 있고, 현우의 작은 도움을 받았다.

현우가 실패한 이세계 여행을 소원은 자신도 모르게 성공한다.

소원은 대입에 실패한 형의 집에 들어가 동생으로 삶을 이어간다.

형은 정신을 차려 대입에 성공하고 삶의 방향이 바뀐다.


소원은 다시 이세계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다.

엄마가 처음 전세 계약을 하던 시점으로 이동한다.

소원이 아동학대를 받는 원인 중 하나가 엄마의 남친이 전세금을 들고 도망간 것이다.

아직 결혼조차 하지 않은 엄마는 소원이 낯설고 불쌍해 보인다.

아이는 사기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두 번째 삶을 사는 소원은 경찰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경찰과 엄마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행복하지만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소원. 그를 지켜보는 새로운 부모.

한 번 다른 삶을 살았던 소원은 자신이 사는 진정아파트의 붕괴를 알고 있다.

이 붕괴를 막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번번히 이 노력은 실패로 끝난다.

그의 삶은 다양하게 이어지지만 그가 바라는 것은 아니다.


소원이 가는 이세계는 진정아파트 호수와 연결되어 있다.

아파트의 붕괴를 막으면 이 타임루프가 멈출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파트를 없애고 원래 있는 호수로 만들어도 멈추지 않는다.

그가 경험하고 살았던 시간이 수백 년이다.

지식이 점점 쌓여가고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새로운 삶의 피로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시간의 한계 속에서 삶을 반복해야 하는 고통은 쉽게 사그라들 지 않는다.

그러다 하나의 단서를 발견한다.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았던 것 같은 인물의 발견이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소설가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아주 많은 삶을 산 그가 읽지 않은 소설들을 보면서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가독성이 아주 좋고, 다음 삶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웹소설 같은 액션이나 긴 삶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짧은 글 속에 그 흔적이 보인다.

너무 많은 삶을 경험한 부분과 흔히 말하는 반복되는 상실의 무게가 약하게 표현되어 있다.

길지 않은 분량 속에 많은 이야기를 넣을 수 없겠지만 살짝 한두 번 정도 그런 삶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웹 판타지의 극단적인 상황을 너무 즐기는 것일까?

이 무한 반복의 삶을 보면서 한 번의 기회에 대한 절실함이 가슴에 다가오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 속에 노회하고 성숙해지는 모습도 약해 조금 아쉽다.

멈추지 않은 삶을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고, 이 기억들을 가진 채 원래의 세계로 가면 어떨까?

시간이 인간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물음도 같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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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 블루 아이
루이스 베이어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오렌지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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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를 읽으면서 제대로 읽지 않아 착각했다.

에드가 앨런 포가 탐정 역할을 하면서 사건을 해결한다고 말이다.

실제 이 소설에서 탐정 역할을 하는 인물은 화자이자 뉴욕 경찰 출신 거스 랜도다.

포는 랜도에게 강한 인상을 주면서 랜도의 조수로 활약한다.

조수로 활동하면서 랜도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그가 마주한 일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설정은 이 모든 이야기가 랜도가 적은 기록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미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에서 발생한 사건을 수사 의뢰받는 것에서부터 말이다.

이 사건은 자살한 생도의 심장이 사라진 것이다.

누가 이 생도의 심장을 가져갔고, 왜 가져간 것일까?


실제 에드가 앨런 포는 미육군사관학교에 6개월 정도 복무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시기를 자신의 이야기 속에 끌고 와 역사적 인물인 포와 연결한다.

포의 시와 그의 특징을 살인 사건과 이어가면서 호기심을 불러오고, 풍부한 자료를 얻는다.

실제 사건이 아닌 작가의 창작에 의한 것이지만 읽다 보면 실제 사건처럼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상대적으로 낯선 1830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그 시대 적응이 조금 느리다.

웨스트포인트 미육군사관학교의 존재가 환영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낯선 정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이 심장이 도려진 사건을 대외적으로 말하지 못하게 했다.

물론 최근에 나온 소설 등에서도 미군 내 사건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현재는 군 수사요원 등이 사건을 수사하지만 이때는 경험 많고 노련한 경찰의 도움이 필요했다.


랜도는 시체를 보고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그대로 드러낸다.

자신을 뒷조사한 후 이 사건을 맡길 지 말지 랜드를 만난 후 학교장 세이어는 결정하려고 한다.

랜드의 풍부하고 화려한 경험과 무료로 이 수사를 맡고 싶다는 의견은 바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이 사건을 두 개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나는 자살이 아닌 살인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심장을 도려낸 인물에 대한 것이다.

이 둘이 같을 수 있지만 목맨 시체로 발견된 것과 심장이 사라진 것 사이에 시차가 있다.

랜도는 이 시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과 인터뷰하고, 다른 생도들을 만나 이야기의 허점을 파고 든다.

실제 시체를 본 후 의사를 만나 심장을 도려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듣는다.

동시에 시체의 손바닥에 있던 종이 쪼가리를 찾아낸다.


빠르게 사건이 해결될 것 같지만 단서가 너무 부족하다.

그러다 기다리던 포를 랜도가 간 술집에서 만난다.

포는 랜도에게 살인자는 시인이라고 말한다. 무슨 말일까?

포의 일탈과 관찰력을 보고 랜도는 포의 조수 이용을 학교장에게 승인받는다.

이제 포는 랜도의 이야기 속에 바로 들어와 사건의 주변에 머문다.

그리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이 과정에 심장과 마녀 등을 연결하는 주술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사람의 심장은 언제나 주술적인 도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와 함께 조사하면서 악마의 의식을 흉내낸 흔적을 발견한다.


포가 나오다 보니 포의 기록에 대한 것을 찾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계속 생긴다.

그가 랜도에게 한 자신의 이야기들과 시 창작 수법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중반 이후 포가 사랑에 빠진 여성 리에 대한 부분도 같이.

이런 호기심을 품고 있는데 두 번째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번에는 살해당한 후 심장이 사라졌고, 거세까지 당했다.

수사는 더 오리무중이고 새로운 의혹이 하나씩 드러난다.

작가의 노련한 연출은 나도 모르게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이 간다.

마지막 부분에 도달하면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오래 전 읽었던 소설 한 편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이름으로 검색하니 오래 전 읽었던 <검은 계단>이 나온다.

많은 부분에서 그때의 감상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다른 소설도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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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관 갑옷을 입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조동신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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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간이 맞으면 아이가 좋아하는 <고려거란전쟁>을 본다.

우연히 중간부터 봤는데 내가 알고 있던 강감찬의 이미지와 달라 놀랐다.

우리나라 3대 대첩 중 하나인 귀주대첩의 장군으로 기억해 무관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가 실제는 문관이었고, 적지 않은 나이로 전쟁에 나선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드라마에서는 귀주대첩까지 나아가려면 많은 횟수가 남아 있다.

드라마는 고려와 거란의 전쟁, 황실 내부에서 벌어지는 휴전 논쟁에 초점을 맞추었다.

소설은 귀주대첩 당시 회상으로 의문의 연쇄 살인과 현종 즉위에 대한 권력 쟁투에 초점을 둔다.

덕분에 정말 몰랐던 고려 초 왕실의 혼란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태조 왕건은 지방 호족을 억누르기 위해 많은 아내들을 두었다.

왕권이 약한 상황에서 이런 전략적 결혼은 왕실 내부에 혼란을 불러오기 쉽다.

친인척 간의 간음과 정사로 소위 족보가 꼬이는 상황도 벌어졌다.

조선 같은 유교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면 큰 문제가 되었겠지만 아직 그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혼란기에 권력을 등에 업고 왕권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다음 왕위 계승자의 존재다.

신혈사란 절에 나중에 현종이 되는 대량원군이 머물고 있다.

그리고 그 절이 있는 지역에 한때 양주목사였던 강감찬이 살고 있었다.

강감찬을 발해 유민 출신 지방 호족 김현이 찾아오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김현은 거란과의 안융진 전투에서 공을 세운 김응의 동생이다.

둘은 이때 세운 공으로 지방의 호족이 되었다.

김현은 양주 호족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면서 강감찬을 찾아온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환각을 보면서 발작을 일으키고 자해를 하고 죽는다.

이 사건 때문에 양주 호족들이 장례식에 모이고 이 사건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 새로 부임한 양주 목사가 비슷한 증상을 보인 후 죽는다.

강감찬은 그가 먹은 술잔에 담긴 검은 알갱이를 발견한다.

그의 아들 무원도 봤지만 강감찬처럼 노회한 행동은 아니다.


두 사건 중 양주 목사가 죽은 것은 권력 실세 김치양을 양주로 오게 만든다.

그리고 그의 등장은 대량원군의 생사와 맞닿아 있다.

강감찬은 신혈사에 도착해 대량원군을 둘러싼 암살 문제를 하나 해결한다.

하지만 이런 암살보다 더 무서운 김치양의 독심과 권력욕은 어떤 식으로 드러날지 모른다.

살인은 이어지고,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물건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서로의 이권과 이익이 맞물리고, 엇갈리면서 상황은 알 수 없게 흘러간다.

작가는 여기서 우리에게 명 장군으로 알려졌던 강감찬을 명탐정으로 변신시킨다.

그의 직관과 관찰력과 상황을 읽는 눈으로 많은 위기를 돌파한다.

마지막 반전은 앞에서 혹시 했던 것이지만 어느새 잊고 있던 것이다.


자료가 풍부하지 않은 고려 초기를 배경으로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현종과 강감찬이란 고려 초기 위인들을 엮고, 그 시대 정치 현실을 보여준다.

사실과 상상력의 차이는 아는만큼 보이겠지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다루었다.

앞에서 말한 드라마의 영향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내가 보기 시작한 부분이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과 이어져 있어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다.

그리고 강감찬이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장면은 왠지 모르게 최수종의 모습이 떠오른다.

왕권 강화와 호족의 대립, 왕실 내부의 부도덕한 관계 등을 단순히 나열한 것은 아니다.

인간의 탐욕과 복수, 국제 정세 등을 같이 다루었다.

왠지 긴박하거나 강한 미스터리의 느낌은 뒤로 가면서 약해지는 듯해 아쉽다.

뛰어난 가독성과 고려 초기의 파란만장한 상황은 이 아쉬움을 살짝 덮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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