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 경제 - 부의 분배 메커니즘을 해부하다 화폐전쟁 5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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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화폐경제 5권이다. 이 시리즈를 띄엄띄엄 읽고 있다. 1권을 사놓고 몇 년을 묵혀두고 있는데 그 사이 세 권을 더 읽었다. 물론 1권을 산 것은 2권과 다른 책들을 재미있게 읽은 덕분이다. 음모론을 바탕으로 한 세계 경제에 대한 저자의 탁월한 통찰은 이전부터 경제를 공부하면서 품었던 몇 가지 의문을 잘 해결해주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음모론을 좋아한다. 하지만 단순히 음모론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한 것은 아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역사와 현실을 잘 해석해주었기 때문에 열광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책은 좀 힘들게 읽었다. 특히 2장과 3장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금융권의 최신 금융기법을 설명하면서 이 금융 시스템이 어떤 문제점을 가졌는지 알려준다. 그런데 이 금융 시스템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어 어느 순간 길을 잃어버렸다. 파생상품으로 넘어가면 학창시절 배운 경제학은 유물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저자도 여러 차례 지적한 것이다. 현실에서 금융이 엄청난 발전과 변형을 거쳤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아직도 예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수많은 금융 전문가들도 손을 들고 항복한 것이다. 그러니 나 같이 문외한은 뻔하다.

 

화폐경제 5권이란 제목보다 <탐욕경제>를 앞에 내세웠다. 그것은 이 책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사람의 탐욕이기 때문이다. 가장 인간의 본성으로 탐욕을 말하면서 이 탐욕에 제한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과거 로마제국과 북송의 사례를 통해 현재 미국 경제를 해석한다. 물론 이런 설명이 나오기 전에 미시적 관점에서 미국 경제의 현황을 분석한다. 그것은 “황금시장을 통해 화폐를 금융을 탐색하며, 금리시장을 통해 위기를 탐지하고 주택시장을 통해 거품을 통찰하며, 취업시장을 통해 회복을 구분”하는 것이다.

 

인간은 탐욕스럽다. 이것을 저자는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탐욕에 제한이 풀릴 때 부의 분배는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소수의 사람들이 국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제체계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설명한다. 이 과정은 개인적으로 신선했다. 잘 몰랐던 역사라 더 그런 모양이다. 하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역시 월스트리트의 탐욕이다. 2008년 금융권 위기를 FED의 도움으로 벗어난 후 약간의 반성도 없이 이전처럼 그들의 탐욕은 끝없이 펼쳐진다. 소위 말하는 대마불사의 신뢰가 그들을 휘감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이전에 한국 경제학자의 글에서 읽은 적이 있어 더 공감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양적완화와 저금리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양적완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읽었지만 그 연관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것을 금리와 연결하면서 이전과 다른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완전히 이 연관성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 파생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완전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더욱 그렇다. 미국 채권을 둘러싼 파생상품의 무시무시한 증식은 인간의 탐욕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 놀라게 되고,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모든 책임을 예금자와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은 이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현재 미국 경제지표가 좋아졌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얼마나 왜곡된 정보인지 알게 되었다. 저금리로 돈을 빌려 자기주식을 사 주당순이익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기보다 순간적인 자본수익성을 노리는 투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소식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계약직 일자리만 늘어나는 현실에서 통계 숫자만 좋아진다고 현실의 경기가 결코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보여주는 것이 미국 부동산 시장을 둘러싸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 이것은 우리의 부동산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실질소득이 점점 감소하는데 그 누가 집을 살 수 있단 말인가.

 

현재 우리의 경제는 폭탄을 안고 있다. 부동산과 국가 부채다. 이 둘은 저자의 표현대로 금리화산이 폭발하지 않아 겨우 유지되고 있다. 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개인의 부동산 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엄청난 적자재정을 가진 국가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저금리는 ‘강제적으로 예금자의 돈을 고액 자산가에게 이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각 장에서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소수에게 부가 점점 집중되는 현상에 대한 저자의 경고는 즉시성을 가지지는 못하지만 우리 경제가 지닌 문제를 인식하는 데는 많은 도움을 준다. 미국과 세계경제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해석이지만 부의 분배에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한국도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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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고금통의 1 - 오늘을 위한 성찰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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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역사가 이덕일을 처음으로 인식시킨 것은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였다. 친구 집에서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할 일이 없던 중 책장에서 꺼내 잠시 읽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대충 읽자고 꺼냈다. 그런데 이 책이 내 마음을 어느 순간 빼앗아 버렸다. 정신없이 단숨에 읽어나갔다. 3분의 1정도를 읽고 집에 가면서 빌려 그날 끝까지 읽었다. 기존에 내가 알던 역사를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풀어낼 수 있구나, 하고 놀랐다. 이것은 <사도세자의 고백>으로 가서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줬다. 역사의 이면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니! 그리고 나는 그의 책을 어느 순간 한 권씩 사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역사가지만 출간된 책을 모두 읽지 않았다. 사놓고 쌓아둔 책도 몇 권 있고, 사길 주저한 책도 있다.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고 그의 능력이 가장 잘 발휘된 책들은 한 인물을 중심으로 그 시대를 새롭게 해석한 책들이다. 송시열, 사도세자, 김종서, 이회영 등이 그들이다. 정약용은 사놓고 한 권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미루어뒀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반면에 주저하는 책은 기획성으로 편집된 책이다. 조선왕 독살이나 갑부나 천재에 대한 책들인데 인물들의 깊이가 부족해서 뭔가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적었다. 이런 종류의 책이 나오면 왠지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그 관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길게 이덕일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았는데 이 책도 사실 후자에 가깝다. 이덕일이란 이름이 없었다면 그냥 눈길도 주지 않았을 책이다. 하지만 이덕일이라면 다르다. 그의 모든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 역사를 풀어내는지 조금은 알기에 옛날과 현재를 엮어 들려줄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책을 편 후 목차를 보니 다섯 꼭지 아래 엄청난 제목들이 보인다. 하나의 이야기가 두 쪽을 넘지 않는데 어딘가에 연재한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어디에 연재했다는 글을 찾지 못한다. 만약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쓴 것이라면 정말 대단하다. 아니면 블로그나 자신의 글을 쓰는 도중에 하나씩 쓴 것을 모아둔 공간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추측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 책의 기록들은 단순히 몇 개월의 기록이 아니다.

 

고금통의, <<사기>> <삼왕세가>에 나오는데 예나 지금이나 관통하는 의는 같다는 뜻이다. 이것은 이 책을 서술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고전과 역사 속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내어 알려주고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부조리나 불의나 양심이나 인사 등의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으면서 마무리한다. 옛 이야기 속에서 현재의 문제를 돌아보고 그 해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다.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데 그러다가 문득 그때도 지금 같은 문제가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발췌한 기록들이 현재의 짧은 시간 속에서 그대로 재현된다는 것은 잠시 뒤로 하고 말이다.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인용에서 중복되는 것도 조금씩 보인다. 그리고 저자가 생각하는 역사와 문화와 정치 등의 철학이 곳곳에 흘러나온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역시 중국의 동북공정이다. 상당히 많은 자료를 통해 중국의 역사 왜곡을 비판한다. 또 우리 역사 교육의 문제점도 같이 다룬다. 일본 식민사관이 아직도 교과서 등에 강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지적은 광복절 전후를 생각하면 특히 강하게 다가온다. 역사 교육의 중요성은 사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역사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바꾸고 있다.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이 없는 국민이 어떻게 세계에서 자국을 자랑하고 알릴 수 있겠는가.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대부분은 나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몇몇 문제에서는 생각이 다르다. 세금 문제에서 특히 그렇다. 제대로 세금이 걷히지 않는 현실을 탓하기보다 많다는 인식을 먼저하는 것은 나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아쉽다. 그리고 조선 시대의 쌀 가격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해서 풀어낸 것도 단순한 수평 비교라 왜곡된 정보로 다가온다. 물론 이런 것들이 좀더 간략하게 현실을 풀어내기 위한 하나의 선택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편집자가 주석 정도는 달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또 하나. 저자의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이 책에서 인용되고 해설한 곳에서 다른 책들의 흔적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발견할 때마다 상당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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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겐스테른 프로젝트 프로젝트 3부작
다비드 카라 지음, 허지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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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3부작의 완결편이다. 언제나 대단한 속도감으로 단숨에 읽게 만든다. 이번에 다루는 이야기는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에이탄 모르겐스테른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과정에 에이탄의 숨겨져 있던 과거가 하나씩 밝혀진다. 물론 이전 작품에서도 에이탄의 과거가 조금씩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용소를 탈출한 후 그가 어떻게 한 명의 전사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살인기계가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도 같이 받는다. 누군가를 죽일 때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에이탄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에이탄의 능력은 엄청나다. 체력과 힘과 지력이 모두 뛰어나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났지만 늙지 않고 있다. 이런 능력은 좀더 강한 군대를 바라는 사람들이 항상 바라는 바다. 그런데 그의 능력은 극비 사항이다. 하지만 수십 년 시간이 흐른 뒤에도 외모의 변화가 없는 그의 정체를 밝혀내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때부터 그들에게 에이탄은 한 명의 사람이 아닌 연구 대상으로 바뀐다. 그를 사로잡아 연구소에 넣은 후 온갖 실험과 조사를 해보고 싶어 한다. 문제는 어떻게 그를 잡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1편에 등장했던 재키와 제레미를 납치해 함정을 파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최악이다.

 

에이탄을 잡기 위한 미 특수부대원들과의 대결이 하나의 축이라면 수용소를 탈출한 후 폴란드 게릴라와 만난 후의 생활이 또 하나의 축이다. 이 둘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현재와 과거는 시간 차이가 있지만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바로 에이탄 모르겐스테른을 생포하는 것이다. 당연히 에이탄은 이들의 의도를 파괴하려고 한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이 과정에서 펼쳐지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는 과감한 액션과 빠른 전개다. 그리고 조금씩 흘러나오는 에이탄의 새로운 모습이다. 새롭다고 했지만 전작들을 좀더 유심하게 읽었다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다.

 

이 시리즈 최악의 적은 그 정체가 불분명한 컨소시엄이다. 에이탄으로 하여금 방부제 외모를 갖게 만든 것도 이들이고, 현재 그의 정체를 미군에 알려 그와 친구들을 사냥하게 만든 것도 컨소시엄이다. 하지만 이 조직은 너무 방대하고 거대하고 점조직이라 그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컨소시엄과의 엄청난 대결을 기대했지만 하나의 사건에 집중하면서 약간 기대(?)를 저버렸다. 물론 이 선택은 옳다. 만약 컨소시엄과의 대결로 시리즈를 채웠다면 에이탄이 말한 것처럼 그를 슈퍼맨으로 만들었어야 했을 것이다. 이 대결이 없는 덕분에 혹시 다음에 이 시리즈가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된다.

 

솔직히 에이탄의 존재는 매력적이다. 신체적 능력도 그렇지만 늙지 않는 외모는 요즘 같은 세상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다. 동안 외모를 줄창 외치는 현실에서 이런 약이 개발된다면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설 것이다. 이런 화학적 변화와 함께 다뤄지는 것이 있다. 바로 미 해병을 통해 실험된 정밀하게 제작된 인조팔다리다. 이 시장 가치를 말할 때 나오는 당뇨병은 가끔 텔레비전을 통해 어떤 병인지 조금은 알 수 있다. 여기에 에이탄의 몸에 엄청난 상처를 남길 수 있는 힘을 가졌다면 군대에서 거부할 이유가 없다. 최상의 군인이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이런 욕망이 개인의 인권 등을 무시하고 달려들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폴란드 게릴라들과의 생활이다.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줄 때 지극히 서구적인 시각에서 본 2차 대전의 이면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동유럽에서의 나치를 정면에서 만난다. 폴란드 국민과 게릴라의 협력과 이를 깨트리려는 나치의 잔혹한 학살이 잠깐이나마 나올 때면 섬뜩한 기운이 느껴진다. 참혹한 그들의 삶 속에서 살인에 빠진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 변하는 그를 볼 때 현재 그가 벌이는 살인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어떤 과거를 의미하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외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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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도사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2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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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인 <사형집행인의 딸>의 평이 좋아 읽었다. 시리즈 2권인데 앞권을 읽지 않아도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몇 가지 잘못된 추측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제목에서 유래한 것이다. 딸이 탐정 역을 맡아 사건을 해결한다는 섣부른 추측이다. 물론 사형집행인의 딸 막달레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번 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은 그녀의 연인인 지몬과 그녀의 아버지 야콥 퀴슬이다. 이 두 사람이 단서를 조사하고 토론하고 각각 다른 길을 가다가 결국 하나로 만나게 되는 과정은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과 재미를 주었다.

 

교구신부 안드레아스 코프마이어가 독이 든 도넛을 먹고 죽으면서 시작한다. 그냥 죽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향해 열심히 기어간다. 그의 시체를 발견한 성당지기가 이발사 의사에게 연락한다. 이곳으로 오는 사람은 지몬이다. 좋지 않은 날씨에 성당까지 오려니 짜증이 난다. 단순히 과식으로 인한 복통 정도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신부의 시체가 놓여있다. 성당지기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기 위해 편법을 사용했다. 이때 가정부가 신부가 먹은 도넛의 이상한 점을 지적한다. 자신은 꿀이 없어 도넛에 바르지 못했는데 남은 도넛에 꿀이 발라져 있다는 것이다. 이제 돌연사나 과식에 의한 죽음이 살인으로 바뀐다.

 

신부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이리저리 조사하는데 한 사람이 나타난다. 바로 사형집행인 야콥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이 야콥이란 존재다. 집안 대대로 사형집행인이고, 전쟁에도 참여한 적이 있으며 놀라운 지성과 지식을 겸비한 인물이다. 그의 약초에 대한 지식은 대단해서 의대를 다니다가 중퇴한 지몬이 오히려 배울 정도다. 거기에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신부가 죽은 자리에서 바로 이 성당의 숨겨진 비밀을 바로 발견한다. 처음에는 그들이 발견한 유적의 의미를 잘 몰랐지만 지몬이 템플기사단이란 사실을 곧 알게 된다.

 

이렇게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 거리인 템플기사단이 나오고, 바바리아 주를 돌아다니며 약탈하는 강도들이 등장한다. 템플기사단은 소설의 제목인 검은 수도사와 연결된다. 이 검은 수도사는 지몬과 야콥의 조사를 방해한다. 특히 지성과 거대한 힘을 가진 야콥의 존재는 그들에게 엄청난 위협이자 걸림돌이다. 독을 바른 검으로 잠재워 거대한 돌관에 넣었는데 힘으로 이것을 밀고 나왔다. 그후 그들의 작전이 바뀐다. 시의 서기에게 돈을 줘서 계속적인 조사를 못하게 막은 것이다. 서기가 선택한 것은 숀가우 주변에서 약탈을 자행하는 강도떼를 잡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것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데 단서 역할을 한다. 야콥은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다.

 

지몬과 연인이자 제목의 당사자인 막달레나는 산파에게 일을 배운다. 하지만 가장 천대받는 직업을 가진 집안의 딸이다 보니 사람들의 배척을 받는다. 기분도 좋지 않은데 남자 친구인 지몬이 신부의 여동생인 베네딕타의 등장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키는 작지만 멋쟁이인 지몬에게 불어를 사용하고 아름답고 패션 감각이 있는 베네딕타의 존재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감정은 분명히 사랑이 아니다. 단지 호기심 혹은 호감 정도일 뿐이다. 그리고 이 둘은 템플기사단의 유산을 쫓는 동지가 된다. 각각 다른 생각을 가지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단서를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지몬이 알아내는 단서의 비밀과 열병을 둘러싼 의료 행동은 학자의 모습을 가진 채 미신을 넘어 과학과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여준다. 마지막에 열병을 치료하는 과정은 아주 재미있었다.

 

사실 막달레나의 많은 활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적이 조직적이고 폭력적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번 이야기만 그런지 잘 모르겠다. 반면에 그녀의 등장은 지몬과의 사랑싸움과 그 시대 사형집행인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일반적인 의학을 아주 잘 드러내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형집행인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이 생기고, 현대의학 기준에서 올바른 처방이지만 미신과 잘못된 지식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런 것들이 큰 줄기의 보물찾기와 액션과 미스터리를 좀더 풍성하게 만든다. 여기에 작가가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풍경과 시대와 역사 등이 곁들여지면서 더 짜임새 있고, 박진감 넘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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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 때때로 외로워지는 당신에게 보내는 따스한 공감 메시지
다츠키 하야코 지음, 김지연 옮김 / 테이크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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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 살의 독신 여성의 일상을 다룬 만화다.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다. 부모와 고양이 푸쿠다와 함께 산다. 하야코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형식은 네컷 만화다. 간단한 형식이다 보니 등장인인물이나 배경도 간단하게 그렸다. 물론 인물들은 특징으로 잡아서 차별화시켰다. 가끔 이름이 나오지 않거나 설명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누군지 헷갈리는 인물도 있다. 하지만 인물의 특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아주 소소한 일상으로 우릴 데리고 들어가서 삼십대 노처녀의 일상과 심리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제 주변에 삼십대 후반이지만 결혼하지 않은 여직원들이 상당히 있다. 애인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삶을 살고 결혼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마음은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은 그렇게들 말한다. 이 만화를 보면서 어쩌면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정확하게 아는 것은 개인마다 다르니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뭐 나 자신도 엄청난 노총각으로 살았으니 작가가 경험한 것들 중 일부는 크게 공감한다. 한일 간의 문화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들이 많아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삼십대가 되면 주변사람들로부터 결혼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는다. 이제 삼십대 중반인 하야코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녀는 집에서보다 외부에서 더 많은 압박을 받는다. 친구나 직장동료나 상사로부터. 이십대의 직장동료들이 결혼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줄 때 하야코와 너무 다른 생각과 행동이라 약간 어리둥절했다. 분위기와 박력에 휩싸여 결혼상담소에 가입하는데 여기서 살짝 그녀의 성격과 속내가 드러난다. 그런데 상담소에서 소개시켜준 사람들이 그녀의 시선에서 봐서인지 상당히 특이하다. 조건 좋은 남자가 나왔을 때 상담소에서 보여준 반응은 일본의 이면을 살짝 들여다본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곧 씁쓸해졌다.

 

결혼 추진을 위해 네 명이 모이고 단체 미팅도 여러 번 한다. 그런데 이 모임의 나이 차가 크다. 이십대와 삼십대가 같이 있다. 미팅에 나오는 남자들도 나이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그렇게 변하는 듯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낯설다. 개인적으로 이런 문화 차이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한국과 문화 차이가 아직 심하지만 비슷한 부분이 점점 많아지고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어쩌면 이런 장면들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야코가 바라는 남자는 간단하다. 외모도 키도 재산도 학벌도 아니다. 단지 이야기와 감정이 통하는 남자였으면 한다. 말은 간단하다고 했지만 현실에서는 상당히 어렵다. 그녀가 미팅이나 선을 대하는 자세와 행동을 보면 전혀 꾸밈이 없다. 그리고 재미난 것은 그녀가 만난 남자들의 특징을 잡아내어 이름 대신 별명을 붙인다는 것이다. 상당히 괴팍한 사람들인데 현실에서 이런 사람들을 연속으로 만나기도 힘들 것 같다. 마지막에 작가는 결혼에 대해 할지 안 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결혼을 엄청나게 강요하는 부모도 없고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그녀가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이 시간은 더 길어질 것 같다.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고 나에게 묻는다면 ‘그럼요’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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