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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도사 ㅣ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2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전편인 <사형집행인의 딸>의 평이 좋아 읽었다. 시리즈 2권인데 앞권을 읽지 않아도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몇 가지 잘못된 추측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제목에서 유래한 것이다. 딸이 탐정 역을 맡아 사건을 해결한다는 섣부른 추측이다. 물론 사형집행인의 딸 막달레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번 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은 그녀의 연인인 지몬과 그녀의 아버지 야콥 퀴슬이다. 이 두 사람이 단서를 조사하고 토론하고 각각 다른 길을 가다가 결국 하나로 만나게 되는 과정은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과 재미를 주었다.
교구신부 안드레아스 코프마이어가 독이 든 도넛을 먹고 죽으면서 시작한다. 그냥 죽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향해 열심히 기어간다. 그의 시체를 발견한 성당지기가 이발사 의사에게 연락한다. 이곳으로 오는 사람은 지몬이다. 좋지 않은 날씨에 성당까지 오려니 짜증이 난다. 단순히 과식으로 인한 복통 정도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신부의 시체가 놓여있다. 성당지기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기 위해 편법을 사용했다. 이때 가정부가 신부가 먹은 도넛의 이상한 점을 지적한다. 자신은 꿀이 없어 도넛에 바르지 못했는데 남은 도넛에 꿀이 발라져 있다는 것이다. 이제 돌연사나 과식에 의한 죽음이 살인으로 바뀐다.
신부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이리저리 조사하는데 한 사람이 나타난다. 바로 사형집행인 야콥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이 야콥이란 존재다. 집안 대대로 사형집행인이고, 전쟁에도 참여한 적이 있으며 놀라운 지성과 지식을 겸비한 인물이다. 그의 약초에 대한 지식은 대단해서 의대를 다니다가 중퇴한 지몬이 오히려 배울 정도다. 거기에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신부가 죽은 자리에서 바로 이 성당의 숨겨진 비밀을 바로 발견한다. 처음에는 그들이 발견한 유적의 의미를 잘 몰랐지만 지몬이 템플기사단이란 사실을 곧 알게 된다.
이렇게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 거리인 템플기사단이 나오고, 바바리아 주를 돌아다니며 약탈하는 강도들이 등장한다. 템플기사단은 소설의 제목인 검은 수도사와 연결된다. 이 검은 수도사는 지몬과 야콥의 조사를 방해한다. 특히 지성과 거대한 힘을 가진 야콥의 존재는 그들에게 엄청난 위협이자 걸림돌이다. 독을 바른 검으로 잠재워 거대한 돌관에 넣었는데 힘으로 이것을 밀고 나왔다. 그후 그들의 작전이 바뀐다. 시의 서기에게 돈을 줘서 계속적인 조사를 못하게 막은 것이다. 서기가 선택한 것은 숀가우 주변에서 약탈을 자행하는 강도떼를 잡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것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데 단서 역할을 한다. 야콥은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다.
지몬과 연인이자 제목의 당사자인 막달레나는 산파에게 일을 배운다. 하지만 가장 천대받는 직업을 가진 집안의 딸이다 보니 사람들의 배척을 받는다. 기분도 좋지 않은데 남자 친구인 지몬이 신부의 여동생인 베네딕타의 등장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키는 작지만 멋쟁이인 지몬에게 불어를 사용하고 아름답고 패션 감각이 있는 베네딕타의 존재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감정은 분명히 사랑이 아니다. 단지 호기심 혹은 호감 정도일 뿐이다. 그리고 이 둘은 템플기사단의 유산을 쫓는 동지가 된다. 각각 다른 생각을 가지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단서를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지몬이 알아내는 단서의 비밀과 열병을 둘러싼 의료 행동은 학자의 모습을 가진 채 미신을 넘어 과학과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여준다. 마지막에 열병을 치료하는 과정은 아주 재미있었다.
사실 막달레나의 많은 활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적이 조직적이고 폭력적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번 이야기만 그런지 잘 모르겠다. 반면에 그녀의 등장은 지몬과의 사랑싸움과 그 시대 사형집행인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일반적인 의학을 아주 잘 드러내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형집행인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이 생기고, 현대의학 기준에서 올바른 처방이지만 미신과 잘못된 지식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런 것들이 큰 줄기의 보물찾기와 액션과 미스터리를 좀더 풍성하게 만든다. 여기에 작가가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풍경과 시대와 역사 등이 곁들여지면서 더 짜임새 있고, 박진감 넘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