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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로또부터 진화까지, 우연한 일들의 법칙
데이비드 핸드 지음, 전대호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은 내가 기억하기로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책 속에도 나오는데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는 의미다. 원래 이 책의 제목은 ‘우연의 법칙’이다. 그런데 번역하면서 아인슈타인의 말로 바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변경이 더 많은 시선을 끌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우연의 법칙이란 제목으로 나왔다면 그냥 휙하고 한 번 보고 지나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펼쳐 읽으면서 예상한 어려움들이 다가왔다. 아주 기초적인 통계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철학과 통계학으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부제에 왜 우연들, 기적, 드문 일들이 항상 일어날까 하고 묻는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통계적인 단어를 끊임없이 사용한다. 불가능, 힘든 일, 있을 수 없는 일, 희박한 가능성, 행운, 우연, 기적 등이 대표적인 단어다. 사실 이 책은 바로 이런 일에 대한 통계학자의 대답이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법칙을 말한다. 필연성의 법칙, 아주 큰 수의 법칙, 선택의 법칙, 확률 지렛대의 법칙, 충분함의 법칙 등이다. 이 중에서 핵심이 되는 법칙은 바로 필연성의 법칙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의미다.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면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단지 이것을 통계학적으로 보면 아주 아주 낮은 확률이다. 아니라고? 신의 의지라고? 그럼 이 책은 덮어야 한다.
아주 큰 수의 법칙은 말 그대로 확률의 표기할 때 분모에 대한 수를 의미한다. 만약 가능성이 0이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0.00000001%라면 아주 희박한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저자는 이 숫자보다 훨씬 희박한 숫자를 내민다. 선택의 법칙은 우리가 가장 많이 속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화살 표적을 그린 것을 예로 들었는데 현실에서는 맞는 것만 추려서 예언한 사람들의 예가 더 맞을 것이다. 실제 통계 자료를 왜곡할 때 자료의 선택은 아주 중요한데 이 부분은 한 번 더 생각하기 전에는 알기 쉽지 않다. 확률 지렛대의 법칙은 미세한 차이가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다. 지구가 둥글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미세한 변화를 생각하면 된다. 충분함의 법칙은 충분히 유사한 사건들은 동일하다고 간주해도 된다고 말한다.
우연이니 기적이니 하는 말은 통계학의 의미에서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누군가에 일어날 일이다. 단지 우리의 인식 한도 아래에서 보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치부될 뿐이다. 그리고 요즘은 기적이란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한다. 툭하면 기적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확률이 그렇게 낮은 것도 아닌데도. 이것은 우리가 우연이란 단어에서도 적용된다.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 사고가 수많은 가능성 중의 하나일 뿐임을 보여줄 때 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주가 폭락이나 2008년 금융위기에 앞서 표기한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이란 것도 단지 통계적 조작에 가까운 것임을 보여준다.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보는 것들 중 하나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통계학 지식도 필요하고, 철학과 과학 지식도 조금 필요하다. 그 깊이가 얕거나 무지하다면 이 책이 주는 재미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 나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한 번씩 읽어봤으면 하는 장이 있다. 미신, 종교, 예언에 대한 것이다. 특히 자주 말하는 예언의 경우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사후에 끼워 맞추기식이 너무 많다. 맞는 것만 추려서 부풀린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나의 패턴을 발견하고 이것을 예언이나 징조로 해석한 것에 대한 부분은 인간의 나약하고 허약한 의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