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었던 소녀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작가에 대한 옛날 글들을 찾아보니 <용의자>에 대한 간단한 서평이 보인다. 이 작가에 대한 평이 좋아 출간된 소설들을 확인할 때는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읽은 듯하지만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애매한 상태라고 할까. 매력적인 캐릭터란 평가와 본 듯한 느낌이란 부분이 눈길을 끈다. 2006년에 읽은 책이니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솔직히 말해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소설을 읽었다. 읽으면서 전작에 대한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새로운 캐릭터와 작가라면 너무 심한 평일까? 그렇게 시작해서 모두 읽은 지금, 예전 서평과 함께 이 작품이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파킨슨병에 걸린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이 주인공이다. 병으로 인해 그는 자신의 근육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심리학자 특유의 관찰력과 분석력이 있다. 육체적 능력은 떨어지지만 사람들의 표정과 조그만 행동으로 차이를 발견한다. 이 차이가 보통의 형사들이 결코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한다. 그렇다고 그가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곁에는 전직 경찰인 빈센트 루이츠와 현재 경찰인 로니 크레이 경감이 있다. 루이츠가 그와 함께 조사하고 움직인다면 로니는 경찰의 테두리 안에서 그를 지원한다. 이야기 중간에 서로의 이익과 오해로 인해 충돌을 불러온다. 루이츠가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부분을 읽을 때 약간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장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조와 그 가족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조금 걸렸다. 딸 찰리와 딸의 친구 시에나를 데리러 간다.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상담교사 애니 로빈슨이 살짝 그의 입술에 키스한다. 딸이 이것을 본다. 찰리와 시에나를 태우고 집으로 간다. 시에나에게 전화가 온다. 남자 친구다. 차 뒤에서 옷을 갈아 입는다. 남자 친구에게 달려간다. 이때만 해도 평범한 여학생의 모습이다. 하지만 늦은 밤 아내에게서 시에나가 왔다가 달아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으러 가면서 끔찍한 이야기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시에나의 언니는 소년 리암의 폭력 때문에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이유는 머리에 팝콘을 쏟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도입부에 리암을 풀어주기 위한 위원회 장면이 나온다. 담당 심리학자는 순간적 광기라고 하면서 그의 석방을 말한다. 하지만 조는 그 아이의 눈빛과 미묘한 행동으로부터 아직 문제가 있음을 본다. 리암을 살짝 도발하자 분노가 폭발한다. 이 작은 에피소드는 조가 가진 심리학자의 능력과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사회에 관심 없고, 걱정하는 것이 개인이라고 말한다. 개인에 대한 걱정과 누명을 벗기려는 노력이 곁들여지면서 이야기는 복잡하게 엮인다.

 

시에나의 집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아빠 레이다. 전직 경찰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아주 가부장적이고 어린 딸을 성폭행한다. 첫 대상은 조였고, 다음은 시에나였다. 살인 현장과 시에나의 옷에서 증거를 수집한 로니는 시에나를 살인범으로 규정한다. 로니가 이 살인 사건 속으로 조를 끌고 들어갔는데 시에나가 진범인가를 두고 서로 대립한다. 증거가 시에나를 가리키지만 심리학자는 시에나라 아니라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레이의 성폭행이 드러난다. 시에나가 임신까지 했다. 아빠는 누굴까? 불행하게도 DNA를 얻지 못한다. 그 남자 친구일까? 조가 찾아간다. 늦은 밤 레이의 집 근처에 숨어 있던 그다. 하지만 그는 게이다.

 

경찰이 수사한 것과 자신의 직관과 분석이 동원되면서 새로운 인물이 떠오른다. 교사인 고든 앨리스다. 레이가 그와 시에나의 키스 장면을 보고 학교에 진정을 넣은 것이다. 시에나는 고든 집에서 베이비 시스터를 하기도 했다. 고든은 잘 생긴 교사다. 그런데 그가 조에게 학생과의 관계를 아주 묘하게 설명한다. 이때만 해도 직선적인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아내 줄리언이 통역을 하는 사건의 용의자 노벅 브레넌과 인연이 있다는 것이 알려질 때까지만. 노벅은 한 가정집에 소이탄을 집어던져 일가족의 대부분을 죽게 만들었다. 생존자가 그를 지목하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인종 차별주의자인 그인데 국회의원에 당선될 뻔했다. 이 둘의 관계를 알려준 것은 상담교사 애니다.

 

아내와 별거 중인 조, 그를 유혹해 하룻밤을 보낸 애니. 고든에 대한 과거 이야기들. 루이츠가 등장하면서 고든의 과거사 중 하나가 밝혀진다. 그의 전 아내가 실종했던 사건과 현재 아내가 나이를 속인 채 결혼했다는 사실까지. 그는 어리고 특별한 학생을 유혹하고 자신의 통제 아래 둔다. 여자 아이들은 그를 사랑한다. 아니 그렇게 믿는다. 그의 과거 속에 또 다른 인물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레이 살인사건이 다른 사건과 연결된다. 이 과정에 조는 이성을 잃고 폭력을 휘두른다. 단순히 살인자를 잡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정을 파고 상대의 다음 수를 기다리는 심리 대결로 바뀐다. 누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이야기 속으로 정신없이 빨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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