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픽션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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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을 동기로 쓴 소설이다. 이 비극적인 참사 사건만 놓고 이야기를 풀었다면 굉장히 무거운 소설이 되었을 텐데 여기에 황당한 설정을 과장되게 집어넣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 과장된 설정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황 감독이란 존재에서 비롯한다. 그가 쓴 시나리오는 우디 앨런을 닮은 프로듀스와 후배에게 아이디어를 도용당하고, 영화 출연만 오로지 기대하고 있던 동거하던 전직 배우이자 여자 친구 성숙과 헤어지기 싫어 사채업자에게 신장을 담보로 제공한다. 이때만 해도 이 사람 정말 재수가 없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본격적이 비극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그가 담보를 제공한 사채업자는 한때 영화 엑스트라로 활동한 적이 있다. 이런 경험과 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황 감독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영화 제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 시나리오다. 사채업자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시대착오적이고 말도 되지 않는 내용이다. 이보다 더 문제는 제작비다. 2천만 원 빌린 돈에 이자까지 포함하여 2천4백만 원으로 영화를 찍어야 한다. 실제 이 돈은 이미 다 썼고 수중에는 한푼도 없다.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그에게 올 것은 장기 적출과 시골에 계신 부모님에 대한 알고 싶지 않는 폭력이다. 영화가 자본과 인력으로 만들어지는 현실을 생각하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고민과 고뇌와 불면의 밤을 거친 후 한 가지 대안을 찾는다. 바로 휴대폰으로 영화를 찍는 것이다.

 

촬영 장비를 마련했다고 끝이 아니다. 배우도 섭외해야 한다. 불쌍한 영화배우 지망생을 여러 명 면접보지만 그 누구 하나 마음에 더는 인물이 없다. 그러다 늘 시켜먹던 고수냉면 배달부가 놀라운 무술 실력을 보여준다. 그의 이름은 삼룡이다. 이소룡, 성룡에 이어서 액션 스타가 될 것 같다고 치켜세우는 인물이다. 순진한 그는 할아버지 밑에서 무술을 익혔지만 자신을 숨긴 채 세상이 어지러우면 도울 생각만 하고 있다. 이 순진한 청년이 황 감독의 감언이설과 흉계에 의해 이전까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액션 영화에 발을 담근다. 리얼 액션이라고 부르는 것을 넘어서 진짜 싸움의 현장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실제 조폭들의 싸움 현장에 투입되어 싸우는데 삼룡이는 이것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황 감독은 아주 어렵고 힘들게 얻은 영화의 무대다.

 

사채업자는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담기를 바라고, 어느 순간 사채업자의 연인이 된 성숙은 여주인공이 되고 싶다. 이때부터 영화 제작은 두 상전을 모신 아주 어려운 제작환경 아래에서 진행된다. 이 과정 속에 작가는 영화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영화 이야기를 녹여내면서 순진한 삼룡이를 타락의 현장 속으로 밀어넣는 황 감독을 좀 더 세밀하게 보여준다. 이 황당한 설정 속에서 비현실적인 존재감을 뽐내면서 인간미를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삼룡이다. 그의 무술은 실전적이고 효율적이라 이전에 나온 액션 장면과 차별된다. 최고의 액션 배우가 한참 꼬인 황 감독을 만나면서 자신의 삶도 같이 꼬인 것이다. 이 꼬임을 절정은 바로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이다.

 

이야기는 용산 철거민 참사가 있은 지 5년이 지난 현재와 그 사건이 있기까지의 과거를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그리고 현재 황 감독이 운영하던 만화방도 철거의 운명 아래 놓인다. 이 두 사건은 동일하다. 하지만 사건을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다. 더 큰 생존이 걸려 있던 용산 철거민은 처절하게 투쟁하였고, 황 감독은 그냥 무력하기만 하다. 이 대비되는 모습은 절박함의 차이일까? 아니면 자본이 법의 이름으로 가하는 폭력에 대처하는 방식의 차이일까? 작가는 이 둘을 비교하지 않고 과거에 더 많은 비중을 두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본의 편에 선 공권력이 불러온 비극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었는지 아주 잘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그들이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도 같이 보여준다. 이런 현실에 순간적으로 분노하지만 곧 둔감해지는 나 자신이 너무 쉽게 보인다. 무섭다. 문제는 이것도 순간일 뿐이다.

 

소설이 보여주는 과거가 암울한 것은 그 비극의 결말을 알기 때문이다. 황당하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웃기고 즐겁고 재미있지만 그 이면에 깔린 아픔과 비극과 고통은 조용히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현재 시점에서 삼룡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하여 그때의 복수를 하지만 이것은 잠시 동안의 통쾌함 그 이상이 아니다. 세상은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아니 더 열약해졌다. 이런 세상에 황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다. 기록하는 것이다. 영화를 위해 촬영한 것들을 편집해서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황당했던 액션 영화가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로 변한다. 이 부조화를 독자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이 사라지고 자본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재미와 사회 문제를 잘 조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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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밤 : 시 밤 (겨울 에디션)
하상욱 지음 / 예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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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 장르 구분을 확인하면 시로 분류되어 있다. 이것을 왜 찾아보았느냐고? 읽으면서 이 시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언어유희지만 거의 말장난에 가까운 이 글들을 과연 시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발한 발상에 감탄하고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도 있다. 한 페이지에 몇 글자 적혀 있지 않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시들도 있는 이 책을 단숨에 읽으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알고 있는 시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 알을 깨기가 쉽지 않다.

 

그의 글은 인터넷을 떠도는 수많은 짤방이나 유머와 아주 닮아 있다. 작가 소개를 사진으로 표현했는데 작가와 소와 개의 사진으로 채워놓았다. 작가의 말은 말 사진 하나가 딸랑 있다. 목차는 목을 차는 사진 하나. 어디서 본 듯하지만 기발한 시작은 다음 글로 넘어가면서 재미와 즐거움을 주었지만 동시에 이 얼마나 종이의 낭비인가 하는 아쉬움을 주었다. 작가의 글이 주는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구성이라고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이것은 뒤에 손글씨로 넘어가면서 더 심해졌다. SNS 시인의 책은 이렇게 밖에 나올 수 없는 것일까?

 

그의 시는 SNS를 통해 짧게 발표되는 듯한데 몇 줄 되지 않는 분량으로 우리의 감성을 살짝 흔들어놓는다. “일상 탈출이던 당신이/ 이젠 일상이 돼버려서”에서 오래된 관계의 변화를 짧게 표현하고, “나를 성장시킨 건 이별이 아니었다 / 함께 있던 시간이지”라고 했을 땐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별보다 함께 한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가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변했어’는 사실 / ‘너 (내 맘에 안 들게) 변했어’ 더라”라는 글에서 과연 이 변화가 혼자만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남녀차별 안 합니다 / 남녀구별 할 뿐이죠”라는 글 옆에는 몇 장의 사진이 찍혀 있다. 금방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나의 둔감함에 놀랐지만 차별과 구별의 의미가 이렇게 분명할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살짝 피어올랐다.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변명을 녹여낸 “‘너를 갖고 싶다’며 다가왔고 / ‘나를 찾고 싶다’며 떠나갔네”에서 비겁한 변명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또 비슷한 운을 사용하여 집중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없는 글들이 많아 짧은 글이지만 집중해야 했다. 이런 말장난이 재밌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개콘의 한 장면 같은 글들이 지닌 한계성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기 싫은 늦은 밤에 이 책을 끄집어내어 시 읽는 밤을 만든다면 미소가 살짝 지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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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terotopia 2015-10-0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사람 시인이라고 부르는 게 좀 탐탁치 않아요. 아무리 통찰과 유머가 어느 정도 준수하다 하더라도 하이쿠보다 짧은 걸 시라고 부르는 건 좀. 꾸준히 쓴다는 점은 박수칠 일이지만, 그 내용물이 책이 되는 순간 얘기는 달라지겠죠. 그냥 블로그나 인스타에 떠도는 짤방이나 자체 제작 엽서 같은 거로 판매하거나 그런다면야 모르겠지만, 책으로 묶어서 시 코너에 배치해두는 것 자체가 넌센스 같아요. 수십 년 활동한 시인들 시는 1쇄 넘기기도 힘든 판국에, 물론 상품 구매야 구매자들 마음이지만. 그냥 어떻게 하면 대중 독자들이 움직이는지를 정말 잘 파악한, 시대의 어떤 흐름을 잘 캐치한 그런 사람이겠죠. 여튼 그렇네요.
 
소호의 달 런던의 강들 시리즈
벤 아아로노비치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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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런던의 강 시리즈 2권이다. 1권인 <런던의 강들>은 아직 읽지 않았다. 보통 시리즈가 순서대로 나오면 1권부터 읽는데 2권부터 읽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 선택했다. 실제 읽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시리즈지만 각 권이 독립적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물론 시리즈이기 때문에 이어지는 부분도 많다. 이것은 나중에 읽으면서 채워나가면 된다. 지금까지 읽어온 수많은 미스터리 시리즈에서 이미 봐온 것들이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1권부터 읽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럼 2권을 보면서 몇 가지 궁금했던 것을 해결하고 갈 수 있으니까.

 

시리즈 2권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21세기형 마법사 도제’란 단어였다. 현대와 판타지가 엮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비현실적이지만 이것을 현실 속에 논리적으로 풀어낼 때 그 재미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마법사들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원거리 저격이 가능해지고, 강력한 폭발물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인간 집단의 조직된 힘은 몇몇 마법사의 능력만으로 결코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가 판타지 속 마법사의 능력을 더 키워놓는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지 긴장감이 더 떨어질 뿐이다.

 

피터 그랜트. 그가 전편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런던 수도경찰국의 초자연적 사건을 수사하는 부서인 폴리 소속이다. 이 부서의 유일한 상사이자 직원은 그의 마스터인 나이팅게일 경감이다. 피터는 그에게서 마법을 배우고 있다. 이 소설의 설정 중 하나가 2차 대전을 거친 후 대부분의 마법사가 죽거나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마법이란 것이 혼자 배우고 싶다고 그냥 익혀지는 능력이 아니라 재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 같다. 당연히 이 재능은 노력과 연습을 통해 발전한다. 피터가 매일 나이팅게일에게 훈련을 받고 연습을 하는 것도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 몇몇 장면에서 이것을 잘 보여준다.

 

마법이 시전된 곳에는 흔적이 남는다. 이것을 베스티기움이라고 부른다. 복수는 베스티기아다. 일반 경찰이 사건 현장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면 바로 폴리로 연락한다. 초자연적인 무엇인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사건은 재즈 연주자 사이러스 윌킨슨이 연주 후 심장마비로 죽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돌연사의 경우 그가 출동하지 않지만 그의 몸 상태나 약물 검사 결과 등이 너무 정상이라 부검의가 그에게 연락한 것이다. 이 의사의 이름은 왈리드 박사다. 그는 폴리의 의료 상담역이기도 하다. 피터는 시체에게서 베스티기아를 느낀다. 재즈인 <바디 앤 소울>이 들린 것이다. 이 사건은 폴리가 조사해야 하는 사건이 된다.

 

피터는 폴리 소속이 되기 전 일반 경찰이었다. 실제 폴리 소속이 되었다고 해도 수사 방법이 아주 특별해지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경찰처럼 현장을 둘러보고 피해자의 집에 가서 단서를 모으는 행동을 한다. 그가 일반 경찰과 다른 것은 단지 베스티기아를 느낀다는 것 정도다. 물론 이것을 느꼈다고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피터는 사이러스와 함께 연주한 동료를 찾아가서 단서를 찾는다. 그 이전에 그는 아버지를 찾아간다. 아버지 리처드 로드 그랜트는 아주 유명했던 트럼펫 연주자였다. 그의 도움으로 그가 들은 <바디 앤 소울>이 누가 연주한 것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여기서부터 아주 풍부한 재즈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불행하게도 내가 아는 것이 적어 그 재미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단 하나의 사건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이상한 사건이 또 발생한다. 재즈 연주자가 심장마비로 죽은 사건이 또 있다. 여기에 끔찍하게 죽은 남자도 한 명 있다. 성기가 이빨로 물어뜯긴 남자 시체가 등장한 것이다. 이렇게 사건은 점점 더 늘어나고 연관성을 찾아내려는 피터의 노력은 계속된다. 이 과정 속에 마법사의 역사와 교육 기관 등이 나오면서 작가가 만들어가는 세계에 구체성을 더한다. 개인적으로 보안을 위해 80년대 컴퓨터를 이용하는 장면을 보고 가장 안정적인 보안은 구식이라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되었다. 여기에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면 왠지 모르지만 전자기기들이 망가지는 현상이 펼쳐진다. 과학이 더 발전해서 더 정밀해지고 섬세해질수록 마법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설정이다.

 

작가의 이력에 그 유명한 <닥터 후> 각본가가 있다. 그 때문인지 아주 가끔 <닥터 후> 이야기가 등장한다. 런던이란 도시에 대해 잘 모르기에, 또 그 중에서 소호란 동네를 잘 모르기에 얼마나 현실에 충실하게 재현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장면들을 통해 머릿속으로 그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여왕폐하란 단어는 영국이란 것을 일깨워주고, 피터의 활약과 입담은 약간 늘어진다고 하는 순간 다시 몰입하게 만든다. 현대과학이 만들어낸 기기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나이팅게일과 컴퓨터를 이용해 데이터를 정리하고 추출하는 피터는 대조된다. 이런 비교가 가끔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작은 재미를 준다.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등장하여 비현실의 세계로 인도하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관심을 두어야 할 시리즈가 또 하나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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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읽고 싶은 책들이 출간된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과 이름을 들었지만 한 번도 읽지 않아 궁금한 작가들의 소설들이.

 1. 리틀 스트레인저 : 세라 워터스

 워낙 많은 호평을 이미 받은 작가다. 레즈비언 소설의 총아로 불리는 그녀가 쓴 유일하게 레즈비언 이야기를 활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포소설로는 드물게 맨 부커 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스티븐 킹이 '2009 최고의 소설'로 선택하기도 했다니 더욱 기대되는 책이다.

아직 한 번도 읽지 않은 작가인데 나의 취향과는 어떨지 궁금하다.


2. 우리가 묻어버린 것들 : 앨런 에스킨스

 20년 경력 변호사가 쓴 미스터리는 어떤 것일까? 최고의 데뷔작이라는 말에서, 표지와 제목에서 단순한 유망주를 넘어선 포스를 느낍니다. 표지는 작품과 상관이 없는 것이지만 가끔 책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하죠. 지적이고 눈을 뗄수 없다는 표현에 다시 빠져듭니다.



 3. 파묻힌 거인 - 가즈오 이시구로

 나는 이 작가의 대표작을 영화로 보았다. 워낙 명배우들이라 섬세한 감정의 선을 잘 표현해서 정신없이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원작을 놓쳤다. 하지만 다른 단편집을 한 권 읽고 반했다. 그의 글은 섬세하고 유려했다. 장편을 한 번도 읽지 않았고, 읽은 책도 한 권밖에 없지만 늘 기대하고 읽고 싶은 작가다.



4. THE 좀비스 : 스티븐 킹 외

  정말 화려한 작가진이다. 호러물을 엄청나게 즐겨보지는 않지만 작가 목록을 보고 나면 그냥 지나가기가 힘들다. 물론 잘 모르는 작가가 대부분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알고 있는 몇 명의 작가만 가지고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 책보다 더 다양한 좀비물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요즘 좀비 영화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것과 다르게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더 흥미롭다.


 5. 사십사 : 백가흠

 백가흠의 네 번째 단편집이다. 2011년부터 발표한 9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가지고 있는 책도 있지만 읽은 책도 있다. 그 읽은 책 한 권이 나로 하여금 작가 백가흠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불편한 이야기지만 계속 들여다보게 만들고,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작가다. 9월에 나온 한국 소설 중 가장 나의 시선을 끈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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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
마크 트웨인 지음, 오경희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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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미완성 소설을 편집자 앨버트 페인이 종합하여 탄생한 작품이다. 종합했다는 말의 의미는 미완성작이 네 편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버전은 실체가 없는 초안이고, 두 번째는 결말이 미완성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마지막으로 가는 과정에 있고, 네 번째 버전은 그나마 가장 완성된 형식을 갖고 있으나 저자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그럼 이 작품의 방향이나 결말 등에 얼마나 마크 트웨인의 의도가 반영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마크 트웨인의 작품을 거의 읽지 않은 나의 경우 이것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표제작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사탄이 아닌 그 사탄의 조카인 사탄이 등장한다. 스스로 천사라고 말하는 이 사탄은 인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그가 보여주는 놀라운 이적과 행동은 비종교인인 내가 봐도 불편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작가는 인간의 종교와 선악과 도덕관념 등을 아주 가차없고 극단적으로 몰고 간다. 인간의 기준에서 아주 잔혹한 것도 그의 기준으로 본다면 하나의 놀이거나 우리가 장난감으로 장난치는 것 이상이 아니다. 진흙으로 작은 사람들을 만들고, 그들이 생활하게 한 후 갑자기 이들을 죽인다. 그들이 살고 있던 터전을 매몰시킨 것이다.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거대한 자연재해가 일어난 것과 같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결코 평범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작가는 시대적 배경으로 16세기 후반을, 공간적으로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때는 아직 마녀 사냥이 성행하던 시기다. 이 시기를 선택한 것은 인간이 지닌 욕망과 거짓을 아주 잘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종교의 힘이 사람들의 삶을 뒤덮고 있던 이때 이성보다 감성, 논리보다 선동에 의해 휘둘리는 민중의 모습을 짧지만 잘 보여준다. 중세의 마녀사냥이 실제 존재했던 마녀가 아닌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 마녀로 지목된 사람이 나오면 괜히 그 혹은 그녀를 변명하고 싶어진다. 이 소설에서 마녀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작지만 의미있는 행동은 곰곰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사탄의 조카인 천사라고 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사탄으로 생각하고 읽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만큼 이 사탄은 매혹적이고 무비판적이고 무감정적이다. 그는 인간의 감정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거대한 존재인 사탄으로써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것이 인간의 의도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탄의 의도와 행동이 주인공의 바람과 어긋나는 부분이 생기는 것도 바로 이런 특징 때문이다. 주인공에게 “사탄이 보여준 놀라운 일들은 대부분 연약하고 추한 인간의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 것도 인간의 판단기준으로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런 장면들이 많은데 이때마다 신랄하고 독설이 가득한 풍자로 상황을 풀어낸다. 이전에 읽은 책에서도 이런 재미를 아주 많이 누렸던 것이 문득 떠오른다.

 

이 장편 뒤에 실린 세 편의 콩트는 개인적인 취향과 조금 떨어져 있다. <우화>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지만 그 전체적인 이야기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기만적인 칠면조 사냥>에서 칠면조와 소년의 대결이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마지막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맥윌리엄스 씨 댁의 도난 경보기>는 세 편 중 가장 길고 재미있었는데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을 내가 잘 소화시키지 못한 것 같다. 도둑을 막는 것이 아니라 도둑을 지킨다는 그 의미를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입해야 할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릴 때 어린이 요약본으로 읽었던 대표작 두 편을 빨리 원본으로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던 찰나에 이번 소설은 어릴 때 그 기억과 다른 재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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