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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밤 : 시 밤 (겨울 에디션)
하상욱 지음 / 예담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인터넷 서점 장르 구분을 확인하면 시로 분류되어 있다. 이것을 왜 찾아보았느냐고? 읽으면서 이 시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언어유희지만 거의 말장난에 가까운 이 글들을 과연 시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발한 발상에 감탄하고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도 있다. 한 페이지에 몇 글자 적혀 있지 않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시들도 있는 이 책을 단숨에 읽으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알고 있는 시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 알을 깨기가 쉽지 않다.
그의 글은 인터넷을 떠도는 수많은 짤방이나 유머와 아주 닮아 있다. 작가 소개를 사진으로 표현했는데 작가와 소와 개의 사진으로 채워놓았다. 작가의 말은 말 사진 하나가 딸랑 있다. 목차는 목을 차는 사진 하나. 어디서 본 듯하지만 기발한 시작은 다음 글로 넘어가면서 재미와 즐거움을 주었지만 동시에 이 얼마나 종이의 낭비인가 하는 아쉬움을 주었다. 작가의 글이 주는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구성이라고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이것은 뒤에 손글씨로 넘어가면서 더 심해졌다. SNS 시인의 책은 이렇게 밖에 나올 수 없는 것일까?
그의 시는 SNS를 통해 짧게 발표되는 듯한데 몇 줄 되지 않는 분량으로 우리의 감성을 살짝 흔들어놓는다. “일상 탈출이던 당신이/ 이젠 일상이 돼버려서”에서 오래된 관계의 변화를 짧게 표현하고, “나를 성장시킨 건 이별이 아니었다 / 함께 있던 시간이지”라고 했을 땐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별보다 함께 한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가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변했어’는 사실 / ‘너 (내 맘에 안 들게) 변했어’ 더라”라는 글에서 과연 이 변화가 혼자만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남녀차별 안 합니다 / 남녀구별 할 뿐이죠”라는 글 옆에는 몇 장의 사진이 찍혀 있다. 금방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나의 둔감함에 놀랐지만 차별과 구별의 의미가 이렇게 분명할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살짝 피어올랐다.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변명을 녹여낸 “‘너를 갖고 싶다’며 다가왔고 / ‘나를 찾고 싶다’며 떠나갔네”에서 비겁한 변명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또 비슷한 운을 사용하여 집중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없는 글들이 많아 짧은 글이지만 집중해야 했다. 이런 말장난이 재밌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개콘의 한 장면 같은 글들이 지닌 한계성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기 싫은 늦은 밤에 이 책을 끄집어내어 시 읽는 밤을 만든다면 미소가 살짝 지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