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의 달 런던의 강들 시리즈
벤 아아로노비치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런던의 강 시리즈 2권이다. 1권인 <런던의 강들>은 아직 읽지 않았다. 보통 시리즈가 순서대로 나오면 1권부터 읽는데 2권부터 읽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 선택했다. 실제 읽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시리즈지만 각 권이 독립적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물론 시리즈이기 때문에 이어지는 부분도 많다. 이것은 나중에 읽으면서 채워나가면 된다. 지금까지 읽어온 수많은 미스터리 시리즈에서 이미 봐온 것들이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1권부터 읽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럼 2권을 보면서 몇 가지 궁금했던 것을 해결하고 갈 수 있으니까.

 

시리즈 2권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21세기형 마법사 도제’란 단어였다. 현대와 판타지가 엮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비현실적이지만 이것을 현실 속에 논리적으로 풀어낼 때 그 재미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마법사들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원거리 저격이 가능해지고, 강력한 폭발물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인간 집단의 조직된 힘은 몇몇 마법사의 능력만으로 결코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가 판타지 속 마법사의 능력을 더 키워놓는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지 긴장감이 더 떨어질 뿐이다.

 

피터 그랜트. 그가 전편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런던 수도경찰국의 초자연적 사건을 수사하는 부서인 폴리 소속이다. 이 부서의 유일한 상사이자 직원은 그의 마스터인 나이팅게일 경감이다. 피터는 그에게서 마법을 배우고 있다. 이 소설의 설정 중 하나가 2차 대전을 거친 후 대부분의 마법사가 죽거나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마법이란 것이 혼자 배우고 싶다고 그냥 익혀지는 능력이 아니라 재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 같다. 당연히 이 재능은 노력과 연습을 통해 발전한다. 피터가 매일 나이팅게일에게 훈련을 받고 연습을 하는 것도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 몇몇 장면에서 이것을 잘 보여준다.

 

마법이 시전된 곳에는 흔적이 남는다. 이것을 베스티기움이라고 부른다. 복수는 베스티기아다. 일반 경찰이 사건 현장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면 바로 폴리로 연락한다. 초자연적인 무엇인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사건은 재즈 연주자 사이러스 윌킨슨이 연주 후 심장마비로 죽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돌연사의 경우 그가 출동하지 않지만 그의 몸 상태나 약물 검사 결과 등이 너무 정상이라 부검의가 그에게 연락한 것이다. 이 의사의 이름은 왈리드 박사다. 그는 폴리의 의료 상담역이기도 하다. 피터는 시체에게서 베스티기아를 느낀다. 재즈인 <바디 앤 소울>이 들린 것이다. 이 사건은 폴리가 조사해야 하는 사건이 된다.

 

피터는 폴리 소속이 되기 전 일반 경찰이었다. 실제 폴리 소속이 되었다고 해도 수사 방법이 아주 특별해지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경찰처럼 현장을 둘러보고 피해자의 집에 가서 단서를 모으는 행동을 한다. 그가 일반 경찰과 다른 것은 단지 베스티기아를 느낀다는 것 정도다. 물론 이것을 느꼈다고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피터는 사이러스와 함께 연주한 동료를 찾아가서 단서를 찾는다. 그 이전에 그는 아버지를 찾아간다. 아버지 리처드 로드 그랜트는 아주 유명했던 트럼펫 연주자였다. 그의 도움으로 그가 들은 <바디 앤 소울>이 누가 연주한 것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여기서부터 아주 풍부한 재즈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불행하게도 내가 아는 것이 적어 그 재미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단 하나의 사건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이상한 사건이 또 발생한다. 재즈 연주자가 심장마비로 죽은 사건이 또 있다. 여기에 끔찍하게 죽은 남자도 한 명 있다. 성기가 이빨로 물어뜯긴 남자 시체가 등장한 것이다. 이렇게 사건은 점점 더 늘어나고 연관성을 찾아내려는 피터의 노력은 계속된다. 이 과정 속에 마법사의 역사와 교육 기관 등이 나오면서 작가가 만들어가는 세계에 구체성을 더한다. 개인적으로 보안을 위해 80년대 컴퓨터를 이용하는 장면을 보고 가장 안정적인 보안은 구식이라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되었다. 여기에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면 왠지 모르지만 전자기기들이 망가지는 현상이 펼쳐진다. 과학이 더 발전해서 더 정밀해지고 섬세해질수록 마법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설정이다.

 

작가의 이력에 그 유명한 <닥터 후> 각본가가 있다. 그 때문인지 아주 가끔 <닥터 후> 이야기가 등장한다. 런던이란 도시에 대해 잘 모르기에, 또 그 중에서 소호란 동네를 잘 모르기에 얼마나 현실에 충실하게 재현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장면들을 통해 머릿속으로 그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여왕폐하란 단어는 영국이란 것을 일깨워주고, 피터의 활약과 입담은 약간 늘어진다고 하는 순간 다시 몰입하게 만든다. 현대과학이 만들어낸 기기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나이팅게일과 컴퓨터를 이용해 데이터를 정리하고 추출하는 피터는 대조된다. 이런 비교가 가끔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작은 재미를 준다.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등장하여 비현실의 세계로 인도하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관심을 두어야 할 시리즈가 또 하나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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