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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은 행복하다
양정훈 글.그림 / 라이카미(부즈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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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 몇 년 사이 북유럽이 유행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복지까지. 이 책은 저자가 1년 동안 스웨덴과 노르웨이에 머물고 공부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적은 것이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메모를 했다. 핸드폰 카메라로 그냥 찍으면 되는 단순한 일도 귀찮아하는 나의 성격을 감안하면 더더욱 놀랄 일이다. 그만큼 이 책에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과 대답은 신선했고 잊고 있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우리 사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것을 사회 전체가 공감하고 지키려고 한다. 물론 이런 사회라고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저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고 앞으로 제대로 나아가는 것이다.

 

한 곳에 오래 머물고 공부하는 여행을 한 그는 말한다. “바깥을 향한 여행이 결국 자신을 온전히 들여다보는 탐험이 되는 일이며, 더 높고 더 먼 곳에서 삶을 관찰할 수 있도록 성찰의 고도가 바뀌는 일인 것”이라고. 이 책은 바로 이런 관찰과 성찰로 우리 사회와 다른 북유럽의 삶을 보여준다. 이것은 다른 유럽이나 다른 대륙 사람들과도 다른 모습이다. 단순히 문화의 차이라고 하기에 그들이 보여주는 삶의 방향이나 생각들이 너무 다르다. 요즘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말이 뜨고 있는데 과연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한 번 깊게 고민하고 토론할 필요가 있다.

 

복지 문제에 있어서 누군가는 이것을 제도나 시스템이나 자금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당장 스웨덴이 어떤 제도와 시스템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아닌가?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가치를 선택했고, 복지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기에 이게 가능한가 말이야.”라고 말한다. 가치의 선택과 복지가 무엇인지를 먼저 교육하는 나라라면 우리가 늘 말하는 예산은 그 다음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예산을 위해 전체 예산의 우선순위가 조정될 것이고, 필요하다면 증세 등을 통해 그 자금을 충당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렇게 할 마음도 의지도 없다. 가진 자들이 내놓아야 할 돈이 더 많고, 그들이 이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유럽은 이제 ‘제대로’ 살고 싶어 한다. 이것을 위해 우리처럼 ‘그저 열심히’는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행복을 위해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위한 ‘열심히’인가. 왜 ‘열심히’인가. 그 ‘열심히’가 정말 맞는 것인가, 같은 물음들” 또 그들은 “사회적 행복을 높이는 작은 일들에 언제든 관여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부행한 사회 속에서 행복한 개인이란 존재하기 어렵다고 믿고 있었다.” 그들에게 행복은 생태계적이며, 사회적인 것이다. 최근 한국의 자기계발서가 온통 개인에게 모든 책임 등을 떠넘기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노동자가 조금 더 급여를 받고 싶어 투덜거리면 양보를 외치면서 자신들의 거대한 탐욕과 실수에는 너무나도 관대한 이중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생각하면 더 차이가 커 보인다.

 

행복하고 공정한 공동체를 만들려고 한다고 늘 정치인들은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개인이 노력한 만큼, 성취한 만큼의 대가를 맘껏 누릴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공정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들은 똑같은 기회를 준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스웨덴의 공정한 기회는 “같은 곳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기회가 부족한 사람들을 그 출발선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언젠가 만평에서 본 한국의 공정한 기회와 경쟁이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그려졌던 것을 생각하면 쉽게 다가온다. 그리고 ‘열심’과 ‘느긋함’에 대한 생각이 다른데 그들이 보여주는 ‘느긋함’은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게 쫓기지 않는 것에서 비롯한다. 흔한 말로 쓸 데 없이 바쁘기만 한 우리의 삶에 대한 질타이기도 하다.

 

짧다고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스칸디나비아에 머물렀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공부를 하기 위해서 간 탓인지 그 글에 담긴 질문과 문제의식이 가볍지 않고 묵직하다. 단순히 북유럽의 풍경이나 사람들을 만난 여행 에세이로 생각하고 달려들었다가 아름다운 풍경 사진 사이에 담겨 있는 관찰과 성찰에 깜짝 놀랐다. 다른 문화가 주는 놀라운 삶과 문화의 충격도 같이 실려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어느 순간에는 사진에서 풍기는 고요함과 아름다움에 빠져 당장 달려가고 싶었다.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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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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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한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면 늘 읽은 책과 읽고 싶은 책으로 나누어진다. 읽은 책을 세어 보니 딱 여섯 권이다. 물론 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도 몇 권 보인다. 읽고 싶은 책은 아주 많다. 사놓았는데 읽고 싶은 책이면 시간을 내면 되지만 사지 않은 읽고 싶은 책들은 쌓여있는 책들 때문에 선뜻 손이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늘 이런 책들은 장바구니나 위시리스트에 담아 놓는다. 나의 책 탐욕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읽는 것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서민이 나에게 익숙해진 것은 역시 MBC 방송 <베란다쇼> 때문이다. 아주 가끔 보면서 재미있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력을 보니 이전에 사놓은 기생충 관련 책의 저자다. 그때부터 서민은 나에게 친숙해졌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대학교수라는 것도 몰랐다. 알라딘에 자주 서평을 올린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단순히 외모만 보고 그를 판단한 나의 잘못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가끔 본 방송에서 그는 완전히 자신을 내려놓고는 했다. 쉬운 일이 아닌데 아주 멋지게 망가졌다. 이때의 인상이 아주 강하게 남아 있었다.

 

책 선택은 출판사와 목차에 나온 책들과 책에 대한 책이란 것 때문이다. 가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참고해서 책을 사거나 글을 쓰곤 한다. 예전에는 고인이 된 물만두 님의 글을 많이 참고했다. 인터넷 서점에 나 자신도 자주 서평을 올리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잘 몰랐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과 비교하면 지금도 글 쓰는 방식이 많이 변했다. 요즘은 글이 조금 늘어진다고 느낀다. 이전처럼 충분한 시간이 없다 보니 날림도 상당하다. 나의 생각을 더 많이 넣으려고 하는데 이것이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서민은 이 서평집에 자신의 삶과 생각을 아주 잘 녹여내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용감하다. 그가 대학교수에 방송인임을 생각하면 더욱 더.

 

이 책에 나온 서평 방식이 글쓰기의 전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배울 점이 많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서민이 삶의 일부를 녹여낸 에세이다. 그가 살아온 길, 삶의 철학, 정치 색깔, 착각, 오해 등이 하나의 에피소드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글은 책에 대한 것보다 다른 이야기가 더 많을 때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을 것 같은 책을 서평 책과 연결시켜 새롭고 색다르게 분석하고 해석하는 부분은 아주 흥미로웠다. 개인사가 많이 나와 서민이란 인간을 조금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평소에 쓰는 서평에 비해 너무 길이 길어 이런 방식은 조금 힘들 것 같기는 하다.

 

책을 추천한 사람들이 그가 같이 방송을 한 사람들이다. 솔직히 말해 이들의 말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정혜윤이 아니었다면 반도 아니었을 것이다. 첫 책의 서평을 읽으면서 그의 내공을 확인했고, 그의 글은 이전에 읽었던 장정일의 독서일기와 다른 방식으로 사고 싶고 읽고 싶은 책을 늘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의 서평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의 인식을 넓히고, 특정인물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물론 그의 글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책이지만 살아온 방식이나 철학 등에 의해 다른 부분을 더 부각해서 생각하고 중점적으로 파고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것을 더 느낄 수 있었다. 하나를 예로 든다면 <제노사이드>에서 내가 본 것은 ‘작가의 던진 문제의식’인데 그는 ‘의사의 융통성 없음’에 더 집중한다. 이런 관점의 차이는 더 풍성하게 책을 이해하게 만든다. 서민의 알라딘 서재를 언젠가 한 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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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5-05-2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열흘
아데나 할펀 지음, 황소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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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형적인 할리우드 방식의 전개다. 취향을 많이 탈 책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내용이 아니다. 주인공 알렉스에게 거의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녀가 살아온 방식이나 그녀가 누린 혜택이나 7단계의 천국이란 설정 등이 반감을 불러왔다. 천국까지 등급이 나누어져 있어야 한다니 얼마나 계급적인가. 그리고 알렉스가 살면서 누렸던 엄청난 혜택과 미국 사회의 모순들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표현될 때 그 반감은 더 심해졌다. 그냥 소녀들의 판타지를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쉬울 텐데 그것이 잘 되지 않는다.

 

29살의 알렉스가 미니 쿠퍼에 치여 죽은 후 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소설이다. 사랑하는 애완견 복숭아와 새벽 산책을 하던 중 차에 치여 죽었다. 천국 입장을 대기하던 중 새로운 남자 애덤을 만난다. 더 놀랍고 더 행복한 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던 외조부모와 모리스 할아버지를 다시 만난 것이다. 이들과 만난 후 알렉스는 천국 생활을 즐겁고 행복하게 누린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잊고 엄청난 물질적 풍요 속에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천국의 풍요로운 행복을 누린다. 그녀가 지상에서 누렸던 물질적 풍요에 더해진 물질적 풍요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니 또 하나의 즐거움이 추가된다. 새로운 연인과는 가장 완벽한 섹스를 한다. 말 그대로 천국이다.

 

이런 그녀에게 시련이 닥친다. 그녀 생애 최고의 열흘에 대한 에세이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 에세이가 심사에 통과하지 못하면 그녀는 현재 7단계 천국에서 3, 4단계로 떨어질 수 있다. 그것에서 누릴 수 있는 물질적 풍요는 제한이 있다. 이 상대적 발탁감에 그녀는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이 장면은 그녀의 에세이에서 그녀가 누렸던 엄청난 혜택을 생각하면 그녀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지 잘 드러난다. 그리고 작가가 설정한 천국의 모습도 지극히 계급사회적이다. 절대적인 차이도, 상대적인 차이도 다 있다. 단지 절대적인 빈곤이 없을 뿐이다. 과연 이런 천국이 행복할까? 1단계의 천국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물론 소설의 핵심은 그녀가 생각하는 생애 최고의 열흘이다. 그녀가 힘들게 탄생한 것부터 시작하여 그녀가 죽은 후 경야까지 이어진다. 힘들게 태어난 그녀를 주변 어른들은 기적의 아이라 부르고 애지중지한다. 엄청난 미모의 엄마와 엄청난 부를 가진 아빠 밑에서 행복하게 자란다. 이 가족 중에 외조부모와 모리스 할아버지가 포함된다. 첫 키스의 강렬한 추억도 있고, 파혼한 후 엄마와의 대화 속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나 자신의 애완견 복숭아를 산 것과 새로운 일을 자신의 힘으로 얻어낸 것 등이 담겨 있다. 이런 최고의 열흘 에세이는 결국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삶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어떤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뭐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이런 것들까지 포용할 정도의 넓은 마음이 아직 나에게는 없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지만 그것을 받쳐주는 세부적인 설정이나 이야기들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알렉스에 감정이입되어 그 이야기를 즐긴다면 재밌고 즐겁겠지만 허술한 설정과 전개가 더 눈에 들어온다면 지루할 것이다. 나는 후자다. 개인적으로 천국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고, 그녀의 삶을 좀더 현실적이고 대중적으로 만들었다면 더 몰입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천국에 살면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네’ 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맞는 말인지 하는 의문을 뒤로 하고 말이다.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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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무지개 - 언어학 고종석 선집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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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종석이란 이름을 나에게 각인시켜 준 것은 그의 책이 아니다. 자주 갔던 헌책방에서 몇 명의 중년들이 고종석의 글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기억하게 되었다. 그 후 한두 권정도 그의 책을 읽었다. 알고 보니 이상문학상에 그의 소설이 올라온 것도 있었다. 이때까지 이 이름은 기억하면 좋을 작가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러다 서평을 조금씩 쓰고 문장을 다듬으면서 다시 그의 이름을 들었다. 그의 문장을 칭찬하는 글을 읽고 관심이 생긴 것이다. 좀더 문장을 다듬고 싶다는 마음에서 관심을 가졌지만 언제나처럼 딱 그 정도에만 머물렀다. 이오덕 선생의 책처럼. 그러다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와 언어학자인 그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1998년 10월 <인물과 사상>에 발표한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와 그 나머지들이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가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많은 부분들이 다른 글에서 똑같이 인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똑같아 다른 작가의 글이라면 표절이라고 할 정도다. 그리고 이 글에서 주장하고 있는 몇 가지 주장들이 다른 글에서 짧은 글도 다시 반복될 때 혹은 더 세밀하게 분석될 때 언어학에 문외한이 나는 미로 속을 헤맨다. 솔직히 말해 음운과 음소 등을 풀어서 설명할 때는 더 심했다. 과학적인 설명을 차분하게 분석하고 실험하고 이해할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이다.

 

첫 글인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는 한때 한국을 뒤흔들었던 영어공용화 논쟁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 단순히 영어공용화만 다룬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승이라고 부르는 복거일과 그의 논쟁자들을 같이 분석하면서 비판한다. 고종석이 복거일을 스승이라고 부르는 부분에서 솔직히 의외였다. 나 자신도 한때 복거일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의 영어공용화와 재벌과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글을 본 후 의식적으로 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왜 그가 자신의 스승인지 설명하고, 단순히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잘잘못을 구분한다. 그의 주장 중 일부를 현실과 미래에 비춰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지만 독재 옹호 등의 부분에서는 정확하게 비판한다. 개인적으로 이 논쟁을 자신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비판할 때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그 논쟁의 다른 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감염된 인간이고, 감염된 언어의 사용자다.”라고 했을 때 한글 순혈주의에 잠시 빠졌다가 김훈이 순수한글로만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 여러 번 말하지만 우리의 이름부터 명사나 단어들 중 거의 대부분이 한자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일제를 거치면서 일본어의 침투가 심해져 알게모르게 사용하게 된 단어와 용어가 많은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더 분명해진다. 그리고 누군가가 훈민정음에서 사용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글자를 사용하면 표기하지 못할 말이 없거나 우리가 발음하지 못할 단어가 없다고 했던 것이 잠시 떠올랐다. 한글의 한계를 지적했던 부분에서 왠지 모르게 더 생각났다.

 

저자는 개인에 많은 무게를 둔다. 복거일을 옹호했던 것도 우리가 모두 그리스인이라고 말한 것도 우리는 모두 개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인류의 가장 기본적 단위로서의 개인, 궁극적 소수로서의 개인 말이다.” 그리고 “한글이 한자와 싸워온 과정은 그대로 민주주의가 봉건주이와 싸워온 과정이다”라고 한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였는데 경어법에서 “그 신분적 위계는 그것을 드러내는 경어법에 의해 다시 강화된다. 한국어가 민주주의적인 언어가 아니라는 것”에서 나도 애정에 주름이 생겼다. 언어를 통해 민주주의를 엮어서 풀어내는 이런 글은 무의식 중에 자리잡고 있던 나의 위계의식을 한바탕 뒤흔든다.

 

이 책은 그 동안 그가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글들을 모았다. 그 글들은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한 고민을 담고 있다. 언어의 무지개란 제목처럼 다양한 분야를 다루었다. 영어공용화, 한자교육, 표준어, 경어법, 호칭, 외래어, 로마자 표기법, 시제 등이다. 이제는 익숙해진 부분이 있지만 몰랐던 부분은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고, 간과하고 있던 부분은 새롭게 배우고 생각하게 되었다. 당대의 문장가란 찬사를 받는 저자의 글이라 상대적으로 쉽게 읽을 수 있었지만 내용에 따라 쉽게 따라가지 못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언어학에 대한 그의 성찰은 단순히 언어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연관성을 같이 다루면서 그 깊이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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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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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광주를 통해 한국사의 비극을 적나라하고 가슴 먹먹하게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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