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미스터리 키친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진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은 작가의 나가에의 심야상담소의 속편입니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던 것은 청부살인, 지금 하고 있습니다란 장편을 통해서였습니다. 그 뒤에 나가에의 심야상담소를 만났고, 이제 또 다시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란 작품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전작 나가에의 심야상담소와 마찬가지로 연작단편집입니다. 전작과 이번 작품의 설정에서 다른 듯 같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술을 좋아하는 네 사람 즉 두 부부가 모여 궁합이 맞는 요리와 술을 곁들여 나누며 여기에서 떠오르는 어떤 추억에 얽힌 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그것에 따른 추리를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술과 음식의 자리에서 추리가 이루어진다는 점은 전작과 같습니다.

 

반면 참석 인원이 달라졌습니다. 전작에서는 인 유아사 나쓰미(술 한됫병을 단숨에 들이키는 나쓰미라고 부를 정도의 말술의 능력자랍니다.)와 절친 구마이 나기사, 그리고 한 남자 나가에 다카아키가 언제나 한 사람의 친지를 초청하여 나가에의 원룸에 모여 술자리와 함께 추리를 이어갔다면, 이번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에서는 이제 시간이 흘러 모두 가정을 이룬 상태에서 진행됩니다. 두 부부가 각기 자신들의 자녀들인 다이(4, 후유키 부부의 아들)와 사키(2, 나가에 부부의 딸)와 함께 등장합니다. 구마이 나기사는 나가에 다카아키와 부부가 되었고(그래서 구마이 나기사는 남편의 성을 따라 나가에 나기사가 되어 등장합니다.), ‘유아사 나쓰미는 후유키 겐타와 부부가 되어 후유키 나쓰미가 된 상태로 나온답니다. 한 동안 나가에 부부가 외국에 나가 있어 모임을 갖지 못하다가 다시 귀국함으로 모임을 시작하면서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이 열리기 시작하빈다. 물론 이번에도 주된 탐정 역할은 나가에가 맡아 합니다.

 

음식과 술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여기에서 연상된 어떤 사건을 누군가 말하게 되고, 그 이야기를 듣고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나가에의 한 마디. 그 뒤에 잠시 흐르는 정적, 정적 뒤에 나가에가 던진 말 한마디의 의미가 무엇인지 추리로 풀어내는 진행으로 이야기들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때론 반복되는 패턴과 설정 설명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잔잔한 가운데 펼쳐지는 반짝이는 추리가 소소한 즐거움을 전해주는 소설입니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맛난 음식과 여기에 궁합이 맞는 술이 등장하는 패턴을 보이기에 공복에 읽으면 괴로움을 당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은 미스터리를 위해 차리진 심야의 식탁에 독자들을 초청합니다. 과연 어떤 미스터리가 한 상 가득 차려졌는지 그 식탁에 앉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탐정을 찾아라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4
패트리셔 매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평소 좋아하던 두 작가의 소설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어 연달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조인계획과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살의가 모이는 밤이란 작품입니다. 이 가운데 살의가 모이는 밤을 쓴 작가 니시자와 야스히코는 자신의 작품 살의가 모이는 밤을 쓰면서 커다란 아이디어 하나를 히가시노 게이고의 조인계획에서 가져왔다고 밝혔습니다. 그 아이디어란 다름 아닌 범인이 추리한다는 발상입니다. 흔히 탐정이나 형사가 추리하는 역을 맡게 마련인데, 범인이 추리한다는 발상을 니시자와 야스히코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조인계획을 읽으며 인상 깊게 느꼈던가봅니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러한 접근의 작품이 이미 더 있을 수 있겠지만, 자신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외엔 모른다고 밝혔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접근, 범인이 추리하는 소설을 우연히 만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책 패트리셔 매거란 작가의 탐정을 찾아라란 작품이 그것입니다. 이 소설이 1948년 작품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조인계획과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살의가 모이는 밤, 이 두 작품이 택한 접근, 범인이 추리하는 발상의 원조격인 셈이죠(물론 그 이전에 이와 같은 접근이 있을 순 있겠지만 말입니다.).

 

소설은 외딴 산장(호텔이라 불리고 있다.)에서 벌어집니다. 때 아닌 눈이 많이 내린 날 호텔의 주인은 부인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남편을 죽인 범인인 이 부인은 매우 아름다운 미인인데, 그녀의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죠. 그녀에게 이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3가지뿐이랍니다. 유명한 가수가 되는 것, 그리고 부자와 결혼하는 것, 마지막은 부자에게 상속받는 것이 그것인데, 이 가운데 유명한 가수가 되는 것은 3류 배우였던 그녀에겐 이미 이룰 수 없는 꿈입니다. 그렇기에 그녀가 선택한 것은 부자와 결혼하는 것이었고 실제 엄청난 부자와 결혼했답니다. 그런데 남편은 기껏 외딴 곳에 지어진 호텔을 운영하며 살고 있답니다. 도시와는 동떨어진 아무것도 없는 산속에서 틀어박혀 산다면 많은 재산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이렇게 그녀는 세 번째 방법을 택하게 된답니다. 남편의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남편을 죽이려는 것이죠. 게다가 남편은 몸이 약하기에 아무도 남편의 죽음을 의심하지 않을 상황.

 

그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기어이 남편을 죽이게 되는데, 남편은 죽기 직전 말합니다. 아내가 자신을 살해하려는 결정적 증거(아내가 자신을 독살하려 했던 독약을 먹지 않고 숨겨둔 것.)를 모처에 남겨 놓았고 자신의 친구인 탐정에게 이미 사정을 설명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아내(마거트)는 호텔에 찾아오게 될 탐정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마침 남편의 죽음과 함께 3명의 남성과 한 사람의 여성이 호텔을 찾게 됩니다. 이렇게 이들은 눈이 많이 온 외딴 산장에 고립되고 마는데, 과연 이 가운데 누가 탐정일까요? 마거트는 이들 가운데서 탐정을 찾아내 사고로 위장하여 죽이려 합니다. 완전범죄를 꿈꾸며 말입니다. 과연 탐정은 누구일까요? 그리고 마거트는 자신의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눈 덮인 고립된 호텔에서 일어나는 살인의 광기가 돋보인답니다. 그런데 정말 탐정은 누구일까 궁금하답니다. 아울러 마거트의 광기의 끝엔 무엇이 기다릴까요? 이렇게 소설은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기 위한 범인의 추리로 진행된답니다.

 

해문출판사에서 출간된 <세계추리걸작선> 24번째 책인 이 소설은 무엇보다 범인이 추리해나간다는 점에서 색다름을 느낄 수 있으며, 범인을 찾아나가는 추리 뿐 아니라 완전범죄를 위한 머리싸움이 돋보입니다. 이미 70여 년 전의 작품이기에 조금은 잔잔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가운데 언젠가부터 몰입되어 있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옛날(?) 소설의 느낌이 때론 답답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재미납니다. 해문출판사에서 출간된 <세계추리걸작선> 시리즈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에서 태어나서 - 자칭 리얼 엠씨 부캐 죽이기 고블 씬 북 시리즈
류연웅 지음 / 고블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힙합을 사랑하는 소년 릴뚝배기는 17살 고등학교 시절, “신님, 제가 만약 힙합을 버리려고 한다면, 가차 없이 저를 뒤지게 해주세요.” 기도하고는 학교를 자퇴하고 힙합에 모든 걸 바친다. 그렇게 10, 릴뚝배기는 힙합을 포기한다. 그런 릴뚝배기 앞에 힙합의 신이 찾아와 이제 릴뚝배기의 수명은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과연 릴뚝배기는 이렇게 주어진 마지막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

 

한편 또 한 명의 힙합 유명 랩퍼인 조헤드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ㅈ같다.”는 문구를 비공개 계정에 올린다는 것이 그만 실수로 공개 계정 SNS에 올리게 되고 이로 인해 엄청난 반향에 부딪히게 된다. 타계책으로 이는 새로운 곡에 대한 노이즈마케팅이었다 둘러대고, 결국 24시간 안에 새로운 곡을 발표하고 뮤직비디오를 찍어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린다. 과연 이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실력은 갖췄지만, “한국에서 태어나서길이 열리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자들, 그런데 정말 한국에서 태어나서그런 걸까? 소설 한국에서 태어나서자칭리얼 엠씨의 부캐 죽이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두 사람의 랩퍼 릴뚝배기와 조헤드, 이 둘은 사실 같은 사람이다. 두 이름은 실제 활동하는 활동명으로 부캐인 셈이다. 또한 두 이름의 뜻은 같다. 하지만 둘의 명확한 차이는 릴뚝배기는 무명 랩퍼로 세상을 향한 적개심이 가득한 부캐이고, 조헤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후(힙합을 버린 변절자라고 생각한다.), 인기를 누리는 랩퍼, 즉 세상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의 부캐이다.

 

이 둘 가운데 과연 어떤 것이 부캐이고 어떤 것이 본캐일까? 과연 한국에서 태어나서 살아가야 하는 주인공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리 모습 속에서 참 부끄러운 모습 가운데 하나가 한국 사람은 이래서 안 돼.” 라는 자기비하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고생한다고 한탄하는데, 그럼 다른 나라였다면 상황이 달랐을까? “한국에서 태어나서 ㅈ같다.”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해프닝. 그런데, 여기 으로 상징되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부정적 의미와 긍정적 의미로.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좆나는 부정적 상황에서 나오는 말이고, “존나는 긍정적 상황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소설 한국에서 태어나서는 결국 한국에서 태어나서 겪게 되는 삶을 향한 긍정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인계획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조인계획이란 책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작가의 신간이 아니다. 발표된 해가 자그마치 1989년이다. 그러니 어느덧 30년 이상이 지난 작품인데, 이제야 번역되었다니, 국내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이제야 선을 보인다니 왜 그럴까? 의문이 든다. 소설을 읽어본 후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재미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재미없다니, 이게 무슨?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썩 재미있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평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나 역시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서 읽지 않은 작품보다는 읽은 작품이 훨씬 많다. 아마도 한 작가의 작품으로 따진다면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제일 많이 읽었을 게다. 그리고 그 많은 작품들 중 거의 모두를 재미나게 읽었다. 그럼에도 어쩐지 이 작품은 읽는 내내 큰 흥미를 못 느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일 것이고, 어쩌면 이 작품을 읽을 당시의 개인의 상황이나 컨디션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썩 재미없었던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이 책은 작가 입장에서는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먼저, 이 작품 속에서 추리를 해나가는 당사자는 놀랍게도 범인이다. 작품은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 부분에서부터 독자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범인 역시 자신의 범행을 스스로 인정한다. 그럼에도 범인이 추리를 해 나간다는 전개가 신선하다. 실제, 이 작품의 이런 방법을 내가 좋아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니시자와 야스히코는 그의 작품 살의가 모이는 밤에서 차용한다(이 작품 역시 올해(2022)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그만큼 이런 전개가 나름 신선했다는 반증일 게다.

 

또한 이 작품은 작가의 초창기 작품(등단 4년째 작품)임에도 작가의 중기 작풍이라 말할 수 있는 사회파소설의 분위기를 상당히 풍기고 있다는 점이다(물론 작가의 작풍을 칼로 무를 베듯 본격추리소설사회파소설감동소설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의 소설은 일정부분 위의 도식으로 흘러간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실험정신이 상당히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이 소설 역시 본격추리소설의 범주에 속한다. 트릭이 존재하고 탐정의 역할을 맡은 자들이 등장하니까. 그럼에도 본격추리소설을 한참 발표하던 시기의 사회파소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는 점은 이미 작가가 이처럼 사회파소설에 대한 애정을 갖고 준비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소설은 스키점프의 절대 강자인 니레이란 선수가 스키점프대에서 날아올라 추락하여 죽음으로 시작된다. 그것도 자신의 애인 앞에서 맞게 된 죽음. 그런데, 니레이의 사망원인은 사고사가 아닌 독살이다. 누군가 니레이에게 독을 먹였다. 이렇게 스키점프 대회에 참가했던 여러 선수단들에 속한 자들이 용의자의 테두리 안에 들어간다.

 

수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경찰에게 투서가 날아온다. 아무개가 범인이라고. 그리고 그 범인에게도 쪽지가 날아온다. 자수하라고. 그렇게 지목된 당사자인 미네기시(피해자 니레이의 코치)는 범인이 맞다. 소설의 앞부분부터 독자들에게 이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을 소설은 밝힌다. 여기에서 범인의 추리가 시작된다. 과연 누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걸까? 어떻게 내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까? 과연 그 사람은 누구일까? 이렇게 범인은 사건을 또 다른 방향에서 추리해나가게 된다. 바로 이런 점이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이다.

 

물론, 소설 속 추리는 그것만은 아니다. 형사들은 당연히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한다. 그러면서 과연 그 동기는 무엇인지를 추리한다. 그 동기를 찾는 작업이 소설이 우리에게 들려주려는 또 하나의 커다란 음성이다.

 

과연 과학적 훈련의 한계는 어디이며, 어디까지 인정해줘야 하는가? 과연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선수들을 찍어내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 것일까?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물론, 알리바이 트릭이 어떤 식으로 범행에 사용되었는가와 같은 트릭 역시 관심의 대상이긴 하지만, 범행의 동기가 소설의 가장 큰 관심사다. 그리고 여기에서 바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 그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작가의 사회파소설의 원조 격이다. 이런 의미만으로도 이 소설은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겐 꼭 읽어봐야 할 소설임엔 분명하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스포츠맨의 비뚤어진 욕망을 소설을 통해 만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의가 모이는 밤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리는 친구 소노코의 강권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씨에 외딴 산장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곳은 바로 마리와 불륜 관계에 있는 교수님의 초호화 별장인 산장인데, 친구 소노코는 평소 교수님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곤 했답니다. 바로 마리가 교수님과 깊은 관계인 것도 모르고 말이죠. 이번 산장 행 역시 교수님과의 오붓한 시간을 기대하며 향한 것이랍니다. 나는 운전기사로 그곳을 찾은 것이고요. 참 뻔뻔한 친구죠?

 

그렇게 찾게 된 산장에는 교수님도 그리고 사모님도 없고, 대신 일주일간 산장을 지키기로 했다는 대학생 이오스미라는 아르바이트 남학생만이 맞아줍니다. 그런데, 좋지 않은 기후로 인해 산장에서 내려가는 길이 끊겨 버림으로 마리도 산장에 남게 됩니다. 그리고 올라가는 길 역시(산장 위쪽으로는 새롭게 연 호텔이 있다.) 끊긴 상태랍니다. 이런 상태에서 산장에 불청객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호텔에 예약을 하고 올라가려다가 길이 끊겨 산장을 찾게 된 야에하라 라는 여행객 부부와 그들의 늙은 아버지, 호텔 셔틀버스 운전사인데 기름이 떨어져 빗길을 헤치고 힘겹게 산장으로 찾아온 니노베라는 운전사, 그리고 호텔에 조사차 찾아왔다가 내려오는 길에 고립되어 산장을 찾은 나나쿠라 형사. 이렇게 도합 여덟 명이 폭풍우로 고립된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연약하기만 한 마리는 의도치 않게 그 밤에 산장에 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모두 죽이고 맙니다. 정말 의도치 않게 말입니다. 어쩌면 실수라고 할 수 있는데, 절묘하게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죽여 버리고 맙니다. 그런 과정이 또한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설득력이 있답니다. 연약하기만 한 여성의 힘으로 모두를 죽이고 마는 상황이지만 그럴 수 있겠다 설득되고 맙니다. 이렇게 마리는 친구 소노코를 제외한 모두를 죽이고 맙니다.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이고 친구와 함께 묵을 방을 찾았는데, 방안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된 소노코만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머리카락을 싹둑 잘린 채 말입니다. 과연 누가 소노코를 죽인 범인일까요? 이렇게 마리의 추리가 시작됩니다. 소노코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 그가 모두를 죽인 범인이라 뒤집어씌우고, 자신은 정당방위로 그 사람을 죽였노라 말하기 위해 말입니다. 그런데, 이 추리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인의 추리가 시작됩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이처럼 범인이 추리하는 모티브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조인계획에서 따왔다고 말입니다. 두 소설이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인계획보다 이 소설 살의가 모이는 밤이 더 재미납니다.

 

소설의 제목이 살의가 모이는 밤입니다. 다시 말해, 우연히 모여든 산장 속 인물들은 사실은 모두가 다 살의를 품고 의도적으로 모여든 자들이랍니다. 그들 모두를 우연히 모리가 모두(소노코는 제외하고) 죽이게 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살의를 품고 왔음에 주의해야 합니다.

 

소설 속에서 모리가 우연히 모두를 죽이는 장면이 때론 아찔하게 스릴 넘치고, 때론 재미납니다. 히죽히죽 웃을 만큼 말입니다. 그런데, 안심하지 말길. 모두를 죽였지만, 여전히 마리는 안전하지 않답니다. 게다가 누가 소노코를 죽였는지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소설은 이렇게 산장에서 벌어지는 사건과는 별개로 또 하나의 살인현장을 교차하며 보여줍니다. 한 호스티스가 죽게 된 살인현장, 그런데, 그 현장은 마침 스토커처럼 여인을 찾았던 형사가 살인의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살인범을 목격했는데, 후에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시체는 또 다른 젊은 여인까지 두 명의 여인이었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살인 현장에서의 추리가 시작됩니다. 미모로 라는 한 형사에 의해서 말입니다. 그렇게 미모로 역시 사건의 결말을 위해 산장으로 향하게 됩니다. 이미 엄청난 연쇄살인이 벌어진 산장으로 말입니다. 과연 그곳에서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다시 한 번 언급하는데, 소설의 제목이 살의가 모이는 밤이랍니다. 어느 한 사람도 멀쩡한 사람은 없습니다. 멀쩡하게 포장되어 있을 뿐. 솔직히 마지막 전개는 썩 맘에 들진 않았답니다. 다소 무리하고 억지스럽게 봉합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답니다. 그럼에도 뭐, 재미나게 읽었으니 됐습니다. 작가의 소설을 제법 읽었는데, 재미난 것으로 친다면 이 소설 살의가 모이는 밤이 단연 제일 재미납니다. 솔직히 평소 알던 작가의 작풍과는 많은 차이가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을 영화화 한다면 재미날 것 같네요. 이미 영화화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