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한국추리문학선 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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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나무에서 출간되고 있는 <한국추리문학선 시리즈> 8번째 책으로 김재희 작가의 작품이 출간되었습니다.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란 제목이 먼저 눈길을 끕니다(표지에 실린 작가의 사진도 솔직히 눈길을 끄네요.^^ 왠지, 당신도 불안하지 않나요? 하고 쳐다보는 것만 같은.).

 

탐정이라 할지라도 청년은 불안한 것일까요? 아니, 솔직히 청년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다 불안한 것 아닐까요? 소설 속에서 다소 꼰대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는 감건호 프로파일러 역시 불안함에 몸부림치는 것처럼 말이죠. 탐정도 분명 불안한 게 맞을 겁니다. 어쩌면 가장 유명한 탐정 캐릭터인 셜록 홈즈 역시 때론 바이올린으로 감정을 컨트롤 해야만 했으며, 쉬이 감정 컨트롤을 하지 못해 아편 중독자가 되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소설은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불안함, 그리고 추리에 대해 쏟는 젊은 열정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소설은 이제는 감이 떨어져가는 프로 파일러이자 t.v.프로그램 진행자, 아니 그냥 꼰대 아저씨인 감건호가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의 첫 번째 사건으로 2년 전 미제사건으로 처리된 실종자를 찾아 나서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 사건을 감건호 뿐 아니라, 인터넷 추리카페 왓슨추리연맹의 운영자들이 함께 추적하게 됩니다. 이들은 감건호의 프로그램에서 감건호와 사건해결을 위해 대결하는 구도로 이 사건에 개입하게 됩니다.

 

여기에 또 한 무리, 실종여성의 어머니가 의뢰한 탐정, 정탐정과 공 팀장이 또 한 쪽에서 사건을 추적하게 됩니다. 이렇게 크게 세 방향에서 한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데, 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재미납니다. 물론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만이 아니라, 때론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도 하고, 안타깝게 만들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소설 속 청년 탐정들이라면 왓슨추리연맹의 운영자 네 사람, 그리고 탐정 쪽의 공 팀장이 청년 탐정들이죠. 이들이 사건을 접근하는 자세가 끊임없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이들은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자신들이 과연 어떤 자세로 사건을 접근하는가. 어쩌면, 이는 본질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이 유명해지기 위해 사건에 접근하는가. 아님, 자신의 프로그램을 위해 사건을 이용하는가. 아님, 단순한 지적 호기심, 자신들의 취미를 충족시키기 위함인가. 아님, 사건의 피해 당사자들의 억울한 아우성, 그 억울한 심정을 달래주려는 마음의 발로인가. 를 말입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사건의 진실을 좇아가며, 이런 끊임없는 질문을 자신에게 합니다. 이런 치열함이 어쩌면 청년의 시기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몰아내는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소설 속 청년 탐정들은 이미 불안함을 뛰어 넘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이는 직장생활에서의 어려움으로 인해 고민하게도 되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의 꿈과 부모의 바람 사이에서 고민하는 흔적들이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 모두는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힘차게, 그리고 착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음이 이미 불안함을 뛰어 넘은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오히려 가장 불안해하고 흔들리는 등장인물은 다름 아닌 이들 청년 탐정들이 아닌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꼰대 아저씨 감건호라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답니다. 소설의 제목과는 달리 기성세대 역시 불안해하며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 하지만, 또 다시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을 깨닫고 각성할 수 있다는 점이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왔답니다.

 

다소 작가가 소설을 위해 조사한 내용들을 마구 집어넣은 점이 처음엔 집중도를 떨어뜨리긴 했습니다. 아울러 내용이 반복되는 듯한 부분들 역시 그런 역할을 하긴 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금세 소설 속에 몰입하여 읽게 되었답니다. 이들 왓슨추리연맹그리고 꼰대 아저씨 감건호, 열혈 청년 탐정 공 팀장, 이들이 또 다른 사건에서 재결합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책장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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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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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는 에도가와 란포와 동시대의 추리소설작가로 쌍벽을 이뤘다는 작가다. 그의 작품 가운데 일본의 국민 탐정이 되는 등장인물이 나오게 되는데, 바로 긴다이치 코스케란다. 이 탐정은 나중에 <소년 탐정 김전일>의 작가가 김전일을 바로 이 긴다이치 코스케의 손자로 설정할 정도로 유명한 탐정이라고 한다.

 

이토록 유명하다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로 접한 작품이 바로 삼수탑이란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55년 작품이다. 그 유명한 탐정이 과연 이 작품 속에서는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 기대하며 소설을 읽는데, 묘한 건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삼수탑에 등장하는 긴다이치 코스케는 마치 조연 중에서도 한참 쳐지는 조연급으로 등장한다. 소설의 진행에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건의 해결에는 한 방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런 탐정의 역할이 일단 묘하게 느껴진다.

 

그럼, 소설은 어떻게 진행될까? 여주인공 미야모토 오토네의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인 미야모토 오토네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백부님 아래 의탁하여 대학에 다니는 평범한 여대생이다. 아니, 모범생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순결하고 고귀한 분위기의 순진무구한 여대생 분위기라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싶다.

 

그런 오토네는 어느 날 놀라운 소식에 직면한다. 먼 친척뻘인 겐조라는 할아버지에게서 백억 엔이라는 유산을 상속받게 된 것. , 조건이 있다. 겐조가 지정한 한 남자(다카토 슌사쿠)와 결혼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렇게 해서 이 남자를 수소문하게 되고, 양부이자 백부의 회갑연 자리에서 바로 그 남자가 살해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아울러 또 다른 두 명의 죽음까지.

 

이제 백억 엔의 엄청난 유산은 도합 8명의 친척들이 나눠 갖게 된다. 그런데, 이미 이 가운데 한 사람은 다카토 슌사쿠가 살해된 회갑연 자리에서 살해되었다. 경쟁자가 사라질수록 1/n의 값은 커지게 되는 구조상 어쩔 수 없이 시작된 피의 유산 상속 작전.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로 남게 될까?

 

모두 하나같이 괴이하고 흉악스러운 면모를 가진 친척들, 무엇보다 괴이하고 퇴패적인 성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친척들, 그녀들에게는 하나같이 범죄의 냄새가 솔솔 나는 남자들이 곁에 있다. 그 가운데서 가련하고 연약한 여인인 오토네는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인 오토네 역시 혼자는 아니다. 소설은 이미 시작부터 곁엔 악마와 같은 남자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 남자로 인해 오토네는 순결을 짓밟힌 채, 도리어 남자에게 종속된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오토네를 얽어맨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소설은 끊임없이 범죄의 강력한 힘을 가진 자들 사이에서 휘둘리고, 몸을 사려야만 하는 한 여인의 연약함을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며 읽게 만든다. 이런 면에서 서스펜스의 요소가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본격 추리소설의 느낌이 없는 건 아니다. 끝까지 거듭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범인은 밝혀지지 않는다. 여전히 범인이 누구일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소설을 따라가야 한다. 솔직히 소설은 이 범인이 누구인지에는 일부러 무관심한 듯 보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처럼 밝혀지지 않는 범인, 그 범인을 밝혀내는 탐정의 역할 등은 본격 추리소설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마지막 반전 역시 본격 추리소설로 부족함이 없다.

 

, 시대적 한계를 소설은 제법 많이 품고 있다. 예를 들면 여성에게 있어 처녀성의 상실 사건은 그 남성에게 종속되어 버린다는 느낌이 강하다. 뿐 아니라, 여성을 향한 남성의 폭력 역시 당연시 되고 있다. 물론, 소설 속 여성들의 폭력성 역시 무시할 순 없지만, 전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느낌이다.

 

아울러 퇴폐적인 성문화에 대한 묘사들이 가득하면서도 그 안에서도 여전히 고집되어지는 전통성 성문화의 정서가 밑바닥에 깔려 있어 이런 정서가 사건 진행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어쩌면 이는 당시 일본 사회에서 충돌하는 성에 관한 생각에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만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삼수탑, 기묘한 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산을 둘러싼 피 튀기는 살육의 현장,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사랑이 돋보이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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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연담L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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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의 단행본을 처음 만났습니다.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기억이 없었는데, 작가의 작품들을 살펴보니, 단편을 읽은 적이 있더라고요. 이번 작품 내가 죽였다는 작가에게 완전 푹 빠지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우리 작가들의 미스터리 수준이 결코 일본 작가들에게 뒤지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 작품이기도 했답니다.

 

주인공은 저작권 소송 전문 변호사인 김무일입니다. 저작권 소송 전문 변호사라고 하니 굉장히 그럴듯한데, 사실은 불법 소설 공유 사이트에 들어가 소설을 불법으로 업로드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작가가 소송을 걸게 하고, 그 사이에서 코 묻은 돈을 수임료로 챙기는 변호사 업계의 이단아 같은 존재랍니다. 한 마디로 인간 말종 같은 변호사죠. 하지만, 상당히 매력 있는 캐릭터랍니다. 변호사로서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수임료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은 모습이지만, 실상 진실을 파헤치는 일에 주저 없이(?, 사실은 주저를 많이 하긴 합니다.^^) 자신을 던질 줄 아는 멋진 인물이죠.

 

여기에 또 한 사람, 중요한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바로 신여주라는 여형사랍니다. 엄청난 미모를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대단히 털털하고, 수많은 무술의 유단자이기에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도 위험한 형사인 신여주. 그녀는 김무일과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같은 건물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세입자랍니다.

 

어느 날 김무일에게 조물주 위의 존재인 건물주 권순향이 사건을 의뢰합니다. 그건 바로 자신의 건물 세입자였던 한 청년이 7년 전 사고사로 죽었는데, 사실은 자신이 그 청년을 죽였다는 겁니다. 그러니, 이 일을 자수하려 하는데, 이 문제를 김무일에게 의뢰한 겁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 건물주 권순향은 자신의 집인 5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맙니다.

 

하지만, 김무일과 신여주는 결코 자살이 아님을 확신하고, 이 사건을 뒤쫓게 됩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아니, 드러나는 진실을 과연 이 두 사람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소설은 우리 사회의 묵직한 주제 가운데 하나인 국정원의 민간 사찰을 사건의 배경으로 삼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흔히 구분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어쩐지 무겁다는 느낌보다는 때로는 정통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으면서도, 또한 때로는 스릴러 소설을 읽는 것도 같답니다. 여기에 작가의 묘한 유머감각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어 무거운 주제마저 결코 무겁지 않게 느껴지며 소설 속에 깊이 몰입하게 만든답니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결코 소설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을 만큼 다음이 궁금하여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두 남녀 주인공 사이에서 일어나는 묘한 분위기 역시 또 다른 기대감을 품게 만들기도 하고요. 그런데, 소설의 말미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끝난답니다. 어쩌면 그 사건으로 이 매력적인 두 주인공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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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9-09-02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해연 작품은 ‘더블‘만 읽었는데요, 그 책의 주인공도 형사에 싸이코패스였어요. 이제보니 작가가 독특한 컨셉을 잘 잡는거 같네요. 리뷰 잘읽었습니다^^

중동이 2019-09-03 22:45   좋아요 1 | URL
전 이 책 참 재미나게 읽었어요. ‘더블‘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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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는 작가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 몇 안 되는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그런 만큼 독자들의 사랑과 충성도 역시 유별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여태 <가가 형사 시리즈>를 많이 만나진 못했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를 읽으며, 도대체 범인이 누구라는 거야! 하며 머리를 싸맸던 기억이 있으며, 기린의 날개를 읽으며, 니혼바시 다리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품게도 되었다(하지만, 이젠 안녕~~).

 

작가의 마지막 <가가 형사 시리즈> 작품이라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만나게 되었다. 작품은 2013년 작품으로 금번 도서출판 재인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소설의 시작은 가가 형사의 어머니가 집을 떠나 홀로 어느 장소에 정착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쓸쓸한 죽음을 맞는 장면. 그리곤 시간이 흘러, 오시타니 미치코라는 여인이 타인의 아파트에서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된다. 청소업체의 모범적 직원인 오시타니 미치코는 왜 아무런 연관도 없는 타인의 아파트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걸까? 그리고 이 아파트의 주인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 사건을 가가 형사의 사촌 동생이자 형사 후배이기도 한 마쓰미야 형사가 추적하게 되고, 그런 가운데 가가 형사 역시 이 사건에 합류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가가 형사의 어머니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고리를 발견했기 때문. 어머니의 유품 속에서 발견된 12다리의 메모가, 바로 살인 현장의 아파트에서 발견된 달력에 적힌 다리 이름 메모와 필체와 내용이 같기 때문. 과연 이 12다리에 감춰진 비밀은 무엇일까?

 

마쓰미야 형사는 피해자인 오시타니 미치코가 행방불명되기 전 찾았던 중학 동창 아시이 히로미(연극 연출가로 그의 연극이 유명한 극장에 올리게 된다.)로부터 사건의 흔적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런 가운데 또 하나의 사건인 노숙인이 움막에서 불에 타 죽은 사건과 아시이 히로미가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아시이 히로미의 과거들을 추적하게 된다. 사건의 진상은 과연 무엇일까?

 

소설은 마치 본격추리소설 마냥 사건 속 범죄 트릭이 감춰져 있다. 여기에 탐정 역할을 하는 형사들이 등장한다. 그러니 어쩌면 본격추리소설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본격추리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등장인물, 특히 범죄자의 사연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등장인물의 사연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 부분으로 인해, 독자는 밝혀진 범인을 보면서도 마냥 그들을 미워할 수만은 없다. 아니 도리어 그들이 범죄의 길을 선택하게 되고,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아니 그들을 그 범죄의 늪으로 몰아넣은 사회적 상황을 먹먹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소설은 사회파 소설임에 분명하다.

 

특히, 범인 쫓고, 어떤 과정을 통해 범죄를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형사들이 그 범인의 진상으로 접근하는 과정 등을 통해, 깨진 가정의 모습, 그 암울하고, 먹먹하기만 한 상황을 오롯이 보여주기에 독자는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에게 있어 가장 단단한 보호막이 되고 안식처가 되어줘야 할 가정이 너무나도 쉬이 파괴되고 그 상처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가족들(특히, 자녀들. 가가 형사도 그렇고, 사건 속 용의자 아사이 히로미 역시 그렇다.)의 슬픔, 아픔을 바라보며 함께 아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은 그럼에도 여전히 가정이 가장 큰 힘이었으며, 가장 큰 보호막이었음을, 가정이야말로 삶을 끌고 가는 원동력이었음을 역설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런 부분에서 소설은 뭉클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연관성 없어 보이는 사건 내지 상황들이 촘촘하게 얽혀 나가는 과정이 조금은 복잡하여 소설에 대한 몰입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들이 사건이 서로 얼마나 촘촘하게 얽혀 있는지를 알게 될 때, 무릎을 치게 된다.

 

여기에 또 하나, 소설은 요 근래 끊임없이 작가가 관심을 기울이는 원전에 대한 내용 역시 언급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원전 사고의 영향임에 분명하다. 아직도 결코 끝나지 않은 원전의 그림자, 그 어두운 굴레를 끊임없이 작가는 끄집어 내주며, 경고음을 발하고 있다. 마치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항변하는 것만 같다.

 

원전은 연료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네. 그 녀석은 우라늄과 인간을 먹고 움직여. 인신 공양이 필요하지. 한마디로 우리 작업원들의 목숨을 쥐어짜야 움직인다 이 말이야. 내 몸만 봐도 알 수 있어. 이게 바로 목숨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일세.(364)

 

물론, 무엇보다 큰 관심은 가정의 해체, 그리고 가정으로부터 떨어져 홀로 살아가는 고독한 인생들의 먹먹한 삶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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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픈 옛이야기 스무 편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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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독특한 책을 만났다. 고이즈미 야쿠모의 골동 기담집이란 제목으로 이 책은 1902년에 출간된 책을 번역 출간하였다.

 

먼저, 저자인 고이즈미 야쿠모는 1850년 그리스의 레프카다섬에서 아일랜드인 군의관 아버지와 그리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두 살 때 아일랜드로 이주하였고, 열아홉 살 때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호텔 보이, 야간 경비, 행상 등의 직업을 전전하다가 저널리스트로 문필력을 인정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1890년에 일본 땅을 밟고 영어교사로, 대학 강사로 그리고 와세다대학에서 교수로 교편을 잡았다고 한다. 1896년 결혼과 함께 일본인으로 귀화하여 1904년 심장마비로 54세의 생애를 마감했다고 한다.

 

저자의 이력을 보며, 상당히 독특한 삶을 살았구나 싶다. 그래도 저자가 행복한 인생을 살았구나 싶은 건, 심장마비로 생애를 다소 빨리 마감했지만, 도리어 그럼으로 일제의 광기를 그리 많이 보진 않았겠구나 싶다(물론, 지금의 광기 역시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살 수야 없겠지만.).

 

문화의 다양성에 매료되었던 탓일까? 그는 일본의 기이한 이야기를 재창조하여 소개하고 있다. 책엔 도합 스무 편의 짧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타문화에 관심이 많은 저자의 작품이기에 밖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의미도 있겠다 싶다.

 

때론 친구들이 함께 모여 으슥한 밤 시간 무서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만 같은 느낌의 이야기들도 있고, 때론 담력 테스트를 하는 것만 같은 이야기들도 있다. 물론 때론 이게 뭐지 싶게 허망하고 시시한 이야기 역시 없진 않다. 때론 철학적 질문을 심도 있게 던져주고 있는 이야기들도 있으며, 때론 당시대상의 여성의 애달픈 생활상을 보여주는 이야기들도 있다. 동물들의 모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으스스한 즐거움, 오싹한 행복은 그리 많이 느낄법한 이야기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과하진 않지만, 소소한 오싹함은 곳곳에 숨겨져 있기에 소소한 오싹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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