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페미니즘 책도, 여성학 책도 많이 보지 않았다. 사실 거의 --;; 
어려운 이론들에서 그걸 읽고나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알수가 없었다.  물론 도움이된 몇몇 책은 있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너무 어려웠다..  So What?
페미니즘..이란 학문이 어떻든지 간에.. 결국은 '남녀 모두가 같이 잘사는 세상' 이 핵심인거 아닌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모 하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선택의 순간들은 계속된다.

요새는 그런거 안하는지 모르겠지만, 군대가는 친구녀석들을 위해 00리 같은데 데려다 주고
자기들은 그 앞에는 라면집 이라는게 있고.. 자기들은 라면을 먹었다며,,술자리에서 나오는 얘기앞에서
룸과 단란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에 화장실이 안에 있고, 봉이 있고 그런 얘기를 (거기 까지긴 하지만..) 하는 직장 동료 상사들 앞에서
집에서 아기가 울자, 일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내가 불러준 자장가에 아기와 아빠가 잠든, 그걸 아름답게 묘사하는 CF 광고 앞에서,   만약 저기서 남자와 여자의 역할 이 바뀐채로 CF 가 나갔다면,
아마 사람들은 일하는 남편에게 전화한 여자를 두고 욕하지 않았을까? 라는 떱떠름한 기분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부인은 인격체로 대하지 않으면서 손찌검을 한적이 있으면서도 , 자신은  '나는 페미니스트다' 라고 말하는 중년의 남성 앞에서..
여자애들 모아놓고는 그 앞에서 여러분은 '효부' '종부' 가 되어야 합니다. 마치 여자는 아내, 며느리, 어머니 이외의 역할과 가치는 아무것도 없는것 인냥 말해대는, 그런 위치를 가지지 못하면 비인간적인 무언가가 되는것 처럼 말해대는 머리벗겨진 장학사 아저씨 앞에서...
노래방에서 도우미 안불러 준다고, 이방은 뭐냐며 씩씩거리며 우리 우리방문을 열었다가 멋적어 하는 젊은 아저씨들 앞에서..
여성의 야한 옷차림이 성폭행을 부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나라 법조인의 60%가 저렇게 생각한다죠 아마..)
3차는 좋은데 갑니까? 하고 분위기 조성하면, 여자 상사들이 알아서 인사하고 집에가는 모습앞에서. 뒤따라가며 일찍 가니까 좋긴 한데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드는, 어느새 그냥 당연히 자연스레 빠지는..
야, 쟤는 왜 저렇게 붙는 옷 입고 다니냐? 제 보면 일할 의욕이 떨어지잔아~  라고 친한 동기가 다른 여직원을 보며 해주는 얘기를 들으며..화장을 안하고 다니면 안한다고 머라 그러고 화려하게 하고 좀 붙는 옷 입으면 붙는 옷을 입는 다고하고, 어쨌든 여자의 차림새가 눈에 좀 거슬리면 꼭 뒤에서 자기들 끼리 뭐라 그러는 사람들 앞에서..

모 .. 내가  난감함을 느꼈던 상황중에 얼핏 떠오르는 몇가지다.
지금 생각나는게 저정도 이고 보면..  요즘의 기억력 저하 탓도 있지만.. 참 의식 수준이 떨어지는군 ㅎㅎ

앞으로도 순전히 내가 여성이라는 성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선택의 순간은 계속 올거고, 뭔가 이런걸 택하겠다. 이렇게 하겠다 하는 원칙은 없다...
단지 내가 옳다고 느끼는 대로 .. 할뿐이지 모..

참,, 원래는 아래글 퍼오면서 감상을 쓰려고 한건데.. 어쩌다 보니 길어졌다.
아래 글은 말은 좀 험하긴 하지만, 페미니즘과 여성이라는 것에 상당히 많은 의식을 가지고 있는 아가씨의 글이다. 일부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서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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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의 트렌드는

스스로 나는 페미니스트다, 라고 말하면
촌스럽게 여겨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만약 그대가

"남 녀 모두가 잘 살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면
그대는 페미니스트인 것이다.
서로 즐기며 서로 인정하고 발전하리라,
라고 생각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다.

조또 아니게 여자들한테 잘해준다는 개념이 페미니즘이 아닌 것이야
물론 당연하고..
조또 아니게 박근혜 지지하는게 페미니즘 아닌 것이야
물론 당연하고..이건 뭐 논할 가치가 있나
그냥 이런건 당연한것을 치부하고 치우고 하는 얘기다.

어쨌든 각설.

어쨌든 요사이 한다하는 대가리에 뭐 좀 들었다 싶은 여자들은
하나같이 "난 페미니스트가 아니에요"라고 우긴다

왤까

그녀들이 하는 말들이 옳고 개념있고 멋진건 알겠는데..

"너무 페미니즘 시각에서만 생각하는것"이니 뭐니 하는 태클이 걸려올 때
"전 페미니스트 아닌데요"라고 지절이는 그녀들을 보면
"왜저래?" 싶긴 하다.
니가 지금 말하는 게 페미니즘이잖아..왜 굳이 아니래..??

남자와 여자가 공존하며 같이 즐기고
제대로 된 인간된 마인드 안에서
서로 노력하며 살자

뭐 이게 페미니즘이라고 나는 생각 한다. 내가 틀렸나?

어쩐지 이 사회에선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를 말하는 것은
뭔가 불순한 의도가 있는 발언이거나
또는 뭣도 모르고 나서대는 신중치 못한 객기가 되어버렸고

그럼으로써 진짜 페미니스트들은
오히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에요 라고 항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은
너무 곡해 해석일까.

이건 다른 이야긴데

나는 코스튬플레이 가게를 하고 있다 서울지역에서는 적어도 한개 뿐이다.
이만한 규모의 코스프레 전문 대여점은 전국에서 하나라고 알고 있다.
(무대의상 대여..코스프레 메이커..뭐 이런 유사업종을 제외한다면)

코스프레 대여점이라는 개념이 뭔지가 없었기 때문에
초창기, (지금도 초창기다) 굉장히 고생많이 했다.
코스프레 의상을 대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럴 때 어떤 룰을 지켜야 하는지
또 코스프레라는게 뭔지
뭘 어떡해야 대여할 수 있는지 아예 기본 정의 자체가
사람들에게 널리 보급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오는 손님 하나 하나에게 코스프레 대여의 룰과 플레이, 그리고 예의를 가르쳐야 했단 말이다.

(예를 들자면 비디오 대여는 연체를 한다 해도
대체할 물품이 있으며, 혹여 그 가게에서 대여를 못한다 해도 다른 가게에 가면 되고,
또 그날 못본다 해도 다른날 보면 되는 것이지만,
코스프레 의상이라는 것은 내가 원한 그 날 그 시간에 빌리지 못하면
끝나는 거다. 인생에 한번뿐인 이벤트의시간이 지나가 버리니까.
즉 전에 대여했던 사람이 연체를 할 경우 그것은
그 의상을 예약했던 다음 사람에게는 테러나 마찬가지란 것이다.
요런 사실을 일일히 하나하나 가르쳐줘야 하며
사고가 생길 때마다 미친년 빤스에 불 붙은 것처럼 뛰어 댕겨야 했단 말이다.)

자 페미니즘이란 개념이 한국 사회에서 기능하는 메카니즘이
바로 저러하다.

페미니즘이 뭔지 그 개념조차 모르기 때문에
수많은 조또아닌 호로자식들이 그 개념을 오용하며
수많은 조또아닌 찌질이 기집애들이 뭣도모르고 나대는 바람에
꼴통페미 소리나 듣고 다닌단 말이다.
또한 페미니즘을 생의 기본 운영 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여자들이
"전 페미니스트 아닌데요"하고 변명을 해야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누가 "너 페미니?"라고 물을 때
씁쓸한 쓴웃음을 지으며
니가 어떤 의미로 물어봤는지는 모르겠지만
페미니즘의 정의를 이러이러하게 정의한다면 나는
그런 페미니스트는 아니고
이러이러하게 정의한다면 그런 페미니스트라 할 수 있지만
그런 정의에서 이런 부분은 어긋나고 어쩌고..
하면서 씨발 장광설을 늘어놓을수 밖에 없는
이런 피곤한 상황이 연출되는 거다.

(아무래도, 진짜 페미들이 극력
난 페미아님, 을 표방하는 이 현실도
어쩌면 저딴 오해와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 걍
귀찮으니까 아니에요 라고 해버리는지도 모르겠다)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잘 살수 있는 세상 만들자"
요게 페미니즘이잖아. 당연한거 아냐?

기본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함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낭비가 일어난다.
나는 그 현실이 너무나 피곤하다.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페미니즘이 뭔지도 모르는 주제에
너는 페미니? 하고 묻는다.
나는 페미다, 하고 말한다.

즉 웰빙의 의미도 모르면서 트렌드를 좇는 바로 그
리버럴이 뭔지도 모르면서 리버럴을 좇는 그
바로 그!!

즉 한국 사회 근 현대사를 통틀어 면면히 이어져내려온
뿌리뽑아야 할 전통, 아니 치유되어야 할 전통
"잘려나간 의식"의 전통 하에서
페미니즘이라는 개념도 오독되고, 오용되고,
그리고 오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가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남자 여자가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고 같이 즐기고 나누며 살아가자
라는 명제는 현실적으로 내 세대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비겁한 여성우월주의자일 뿐이다.
어쩌면 현실적인 선택일 것이다.

조또 아닌 것들을 상대하다보면
너무나도 길고 지리한 그들의 오류와 오해 때문에
"씨발 저런것들 다 죽여버려"라는 소리가 나올 때가 있다
소통의 좌절을 경험하면
그저 외면을 택하게 된다
시간낭비야,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들어차면서
"그냥 다 죽지 왜 사나?" 하고
인간을 고기로 보게 된단 말이다.

이게 바로 "성질 버린다"는 것이다.

자 예를 들어 만약 올바르고 곧바른 태도라면
부모님이 아무리 탄핵을 지지한다 해도
그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노력하며
소통의 창을 열어두어야 한다.

세상에 대해 진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바른 사람일 것이고
그게 바른 태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약해서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정말 피곤하고 할 일이 많고 귀찮아서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다
그것은 변명이고 비겁한 짓이다
나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총체적인 부조리 앞에
나는 일단 외면
그리고 소수의, 정말 소수의 테두리 안에서
조금씩 그 테두리를 넓혀가자는 소극적인 방향으로
나 자신을 바꾸었다.

내 앞가림 하기도 힘들거덩.

그래서 그냥 편하게 "모든 남성은 대충 다 고기다"라고 생각하고
여성우월, 남자가 하는 말따위 귀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나
반박이고 뭐고간에 그렇게 살라그래..하고 치워 버리는 것이다.

간혹 눈에 띄어서 내 곁에 있게 된 소수의 남성에게나..
어쩌고 어쩌고 이야기하지..
(얘기해서 안먹히면 또 치운다.)

그게 아니라..남성 전체를..
이야기가 통할 대상으로 본다?
하,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

이런 마인드로는 절대 페미니스트 못한다.
페미니즘이란 일단 남자라는 성을
대화가 통하는 존재, 개선될 수 있는 존재,
같이 살아가야 할 동반자로 간주하니까.

나의 개념은,

99%의 고기
0.999%정도의 "그나마 개선의 여지가 있는 남성"
그리고 0.001%의 동반자적 남성
이렇게 하여 세상의 인간 수컷의 100%를 이룬다, 라는 것이다.

즉 나의 희망이란 것은 0.999%를 꾸준히 들볶아서
동반자적 남성으로 키워내고자 하는 것이다.
(고기 99%는 "그러다 죽든가 말든가"를 넘어서서
걍 어떻게든 한사람이라도 그런 애들은
번식하기 전에 얼른 죽여야하는데 내가 히틀러가 아닌 것이
애통하며 또한 다행일 따름.)

즉 여성우월주의란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라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며
남성의 1%정도만을
그나마 말이 통하는 존재 즉 "예외"로 취급한다는 개념인 것이다.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는 것이니까.)

하긴
언젠가는 희망의 새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라는
근본적인 낙관론은 견지하고 있지만 서도..

언제쯤 돼야 내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으려나?

그런 시대가 나 살아있는 동안 오기는 할까?

딸세대에는 가능 할까?

글쎄.



적어도 앞으로 수백년간은 여성우월주의가
이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며, 또한 본인의 행복을 위하여
가장 효율적인 이데올로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인들이 많이 따르길 바라는 바이다.)


페미니즘은, 너무 힘들잖아??

 

(출처 : '날으는 바늘' 이라구 ..국내 최대 코스프레 의상 대여점 사장님 이심
 http://www.fneedle.com/  가서 한번 구경 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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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5-06-0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글, 정말 잘쓴 글입니다만, 토토랑님의 고민이 깃든 윗 글이 전 더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조또 아닌 것들이 페미니스트 운운한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특히 남자들 중에는 여자들 욕을 하기 전에 에피타이져로 페미니스트라고 얘기를 하고 시작을 하죠...

토토랑 2005-06-0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부리님이다..
사실.. 마태우스님의 남성 페미니스트의 길, 너무 어렵소.. 라는 글을 보고.. 거기다 댓글은 못달고 .. 그냥 계속 생각이 나서요....
그래도 좋은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 있음 추천해 주세요 ^^

마태우스 2005-06-0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태라고 합니다. 여성들 말이죠,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순간부터 주위로부터 배척 대상이 되는 것 같아요. 남자들은 안그런데.... 글구 저 가끔 토토랑님 성별이 헷갈립니다. 위의 글에서 '아내'라는 표현이 있기에 남자분인가 했다니깐요^^

마태우스 2005-06-0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가는 친구들 운운한 데서도 아 남자구나 했어요

토토랑 2005-06-0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제가좀 ~
어릴때 여자들만 8명인 집에서 커서 여성성에 대해 제대로 뭐가 없다가
학교도 공대를 가는데, 아 선배들도 다 기계과인 바람에
남자분들 말씀으론 '남자들의 언어를 잘 이해하는 여자' 라고 하더군요...-;-

아 근데 이글 다시보니. 스크롤의 압박이..

ceylontea 2005-06-08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리님 의견에 동감... 토토랑님 글이 더 마음에 와닿아요.
 

20세기 여성 : 성상, 우상, 신화

페트라 레스키

“모든 남자들은 제인을 사랑한다.”

그녀는 타잔에게 잠자리를 준비해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밀림의 주부이다. 제인은 덩굴이나 ‘아아아~’하는 고함소리처럼 타잔의 소유물인 셈이다. 그녀가 없었더라면 타잔은 아마 말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물론 ‘타잔’, ‘제인’과 같은 단순하기 짝이 없는 문장구조를 보면 제인의 교사 자질을 의심해보게 되지만, 그녀라고 해서 뭐 뾰족한 수가 있었겠는가. 우물에서 숭늉을 만들 수는 없었을 테니까.)

밀림의 왕자와 멋지고 다재다능한 그의 아내는, 이것저것 안 해본 건 없지만 하는 것마다 족족 실패했던 한 남자의 창작물이다. (아마도 우리는 이 사실로부터 여러 가지를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즈는 가축 몰이꾼, 금광의 광부, 연필깎이 공장 사장, 교통 경찰 등 각종 직업을 전전했지만 족족 실패했다. 그러나 결국 밀림 소설 하나를 써서 그간의 실패를 모두 만회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원숭이 인간 타잔>이다. 버로우즈는 1911년 시카고에서 친구에게 빌린 사무실 구석에 앉아 다 쓴 편지지 뒷면에다 이 소설을 썼다. 총 26권에 이르는 소설은 이렇게 탄생했고, 책과 영화, 라디오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작가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다.

1권에 등장하는 제인은 볼티모어 출신의 동부 미녀이다. 그녀는 탐험대와 함께 탐험에 나섰다가 배 안에서 선원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탐험대와 함께 쫓겨나 원숭이들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다. 타잔은 그녀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며, 지치지도 않고 계속 그녀와 탐험대를 사자와 호랑이로부터 구해주면서 제인의 호감을 사려한다. (이 소설에는 우습게도 호랑이가 등장한다. 버로우즈는 한번도 아프리카에 가본 적이 없어서-.-;; 여러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이 밀림의 왕자는 영어를 쓸 줄도 안다. 부모님의 책을 읽으며 독학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은 못한다. 그래서 그는 제인에게 아주 극소수의 명령만을 - 그는 명령문밖에 모른다 - 내린다. 그것도 글을 써야 내릴 수 있다. 그 외에도 줄타기를 자주 보여줌으로써 제인의 호감을 사고 싶어한다. 밀림의 왕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녀의 꽁무니를 쫓아다니거나 나무 잎사귀 구멍을 통해 그녀를 관찰하는 것으로 보낸다. 그러나 이런 유혹의 기술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제인은 밀림을 떠나고 만다. 물론 밀림의 왕자가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리 만무하다. 그는 제인을 위해 보물을 구하고, 약간의 영어를 배운다. 그런데 하필이면 영어를 배운 곳이 프랑스 장교의 집이라, 그의 한심한 영어 문장에도 일견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타잔은 제인을 쫓아 미국으로 간다. 그녀와 결혼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인은 이미 약혼한 상태였는데, 놀랍게도 신랑감은 타잔의 사촌인 영국 귀족이었다. (여기서 상황은 약간 복잡해진다. 타잔은 사실 밀림의 고아가 아니라 영국 귀족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번 버로우즈의 놀라운 이야기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복선과 암시를 모두 배제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놀라운 능력!)

타잔이 아무리 힘이 세어도 제인의 결혼 약속을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 타잔은 밀림으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남은 스물 다섯 권의 책과 수많은 타잔 영화는 남녀간에 필연적으로 일어나기 마련인 온갖 우연과 소위 <말이 필요없는> 진실한 조화에 감탄할 수 있는 기회를 잔뜩 준비해놓고 있다.

제인은 오두막을 청소하고 ‘타잔이 먼저 먹어야 해’와 같은 말도 참아내면서, 그를 교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저녁이면 그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제인이 안락한 동부의 생활을 버리고 밀림의 야영을 선택한 것이 타잔의 지능 때문이 아니라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들 짐작했겠지만, 그것은 바로 섹스다. 하루 종일 벌거벗고 밀림을 돌아다니는 남자니 당연하지 않겠는가. 실제로 사랑 행위도 등장한다. 물론 <단 한 번> 고릴라가 제인을 끌고 가 버로우즈의 화려한 표현대로 ‘자기 아내로 삼으려 했을 때’ 뿐이지만 말이다. 타잔은 고릴라를 격투로 때려눕히고 혈관 속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남자라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짓을 한다. 그는 여자를 안아 그녀의 할딱이는 입술을 키스로 뒤덮는다. 당연히 동부의 공주 제인은 처음에는 약간 저항한다. 그녀는 훌륭한 교육을 받은 여성인지라 타잔을 설득한다. 이윽고 타잔은 그녀를 독자의 눈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다음 문단은 아주 간결한 표현으로 시작된다. “다음날…”

사실 이것으로는 좀 싱겁다. 하지만 섹스는 타잔의 주요 관심 분야가 아니다. 타잔은 제인을 석탄 봉지처럼 들고 다니면서, 마치 <하체의 중요한 부위>가 없는 남자처럼 행동한다. 많은 비평가들은 그를 호모로 추측한다. 타잔 같은 원시림의 사내로서는 아무리 좋게 보아도 최악의 추측이다. 다른 비평가들은 그가 호랑이나 사자와 싸우느라 기운이 다 빠져서 그렇다고 한다. 한 코믹 만화는 심지어 - 물론 버로우즈가 죽고 난 지 20여년이나 지난 후이지만- 젊은 암컷 원숭이와 사랑에 빠진 타잔을 그리기도 했다. 옆에서는 타잔의 아들들이 고함을 지르고 있기까지 한다. 버로우즈의 가족들은 지금까지도 타잔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2년 그들은 미국의 <보그>지를 상대로 백만달러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보그>지는 ‘타잔, 제인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개방적인> 모습을 한 제인의 사진을 실었는데, 유족들은 이 사진이 원작자가 주인공들을 창조할 당시의 지고한 도덕 기준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시대를 통틀어 제인 역을 맡은 배우 중 가장 이름을 날린 사람은 모린 오설리번이다. 실제 미아 패로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는 1930년대의 가장 유명했던 타잔, 조니 와이스멀러의 밀림 생활을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당신이 옷 입은 모습을 보고 싶어요.”

과감한 노출이 지나치다 싶으면 그녀는 이렇게 속삭인다. 하지만 보통 때에는 나무 집에서 상대적으로 열정 없는 중산층의 결혼 생활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 나무 집에는 미국식 주택의 온갖 편의 시설들이 다 갖추어져 있다. 코끼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원숭이 치타는 환풍기를 돌리고, 제인은 바나나를 굽는다. 제인은 비키니 착용이 금지된다. 피부 노출은 <큰 원숭이>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의 50여년 동안 제인은 그렇게 정숙한 모습으로 있었는데, 1980년대 이르러 드디어 섹스어필로 밀림을 뒤흔들고 타잔의 말문을 막아버리는 제인이 등장한다. 보드렉은 크고 팽팽한 가슴을 드러낸 최초의 제인이었다. 그야말로 인류의 타락이 시작된 것이다. 매일같이 ‘아아아~’라는 비명이나 지르고 덩굴이나 타고 다니는 타잔은, 보드렉의 가슴 때문에 시청자의 인기를 잃는다. 벌거벗은 제인이 남자 주인공의 인기를 모두 앗아가 버린 탓에, 이후의 제인들은 다시 정숙한 제인으로 되돌아간다. 최근 마흔 한 번째 제인은 여배우 앤디 맥도웰이었다. 그녀는 가슴을 가리고 등장하며, 위험(!)은 제거되었다.

“제인은 독립적이고 똑똑하며 마음이 따뜻한 여자인 것 같아요. 에드워드 시대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특권을 누리지는 못한 사람들을 아주 잘 이해하는 여자이죠. 마음에 드는 역이에요.”

여배우는 수줍어하면서 자신이 맡은 제인 역을 마치 가죽 조끼를 입은 선교사 부인쯤으로 해석한다. 결국 그녀는 타잔이 어떤 경우에도 한눈 팔지 않고 정의의 이름으로 큰 뱀과 코끼리, 사자와 싸울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제인 그 자체는 어디를 가나 존재한다. 그녀는 밀림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정치가 옆에도, 회장의 옆에도 있다. 그녀는 <그>의 곁에 선 <완벽한> 여자이며, 모든 시대의 모든 남자들이 바라는 여자이다. 에드가 라이즈 버로우즈는 그 사실을 너무나 빨리 파악했다. 항상 자신을 기다려주고, 자신의 결점을 너그러운 미소로 넘겨주는(사실 타잔은 결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자를 어떤 남자가 꿈꾸지 않겠는가? 남자에게 꾸준히 힘을 불어넣어 주며, 부드럽게, 아주 부드럽게 이해해주는 여자. 지적인 우월을 표내지 않으면서 조심스럽게 남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여자. 바깥 밀림에서, 내부 회의실에서 남자을 기다리면서 남자가 막중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여자. 악어와 경쟁자를 정의의 이름으로 속여 제거해주는 여자.

그녀가 바로 제인이며, 모든 남자들은 제인을 사랑한다.

---------------------------------------------------------------------------------------------

군데 군데 재밌긴 한데, 모든 남자들은 제인을 사랑할까?  이런 애기의 어리광이 사랑인가.. 쳇..
그냥 자신이 하기 위찮은 일을 해줄..  그런 존재로써 아끼는게 아닐까?
청소해주지, 밥 해주지, 밥 차리고 설거지에 뒷정리 해주지, 옆에서 떽떽거리지 않지, 꼴릴때 안을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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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2005-06-03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타잔, 제인같은 원시적인 스토리는 안 좋아하지만 브랜든 프레이저가 나오는 타잔영화는 귀여웠어요~ ㅎㅎ

토토랑 2005-06-03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어찌하다 보니.. 카드가 생겼는데.. 이넘이 KBS 교향정기 연주회 공짜란다.
이런거좀 들으러 가라는 어머니의 핀잔이 생각나서 덜컥 예약해 버렸다.
참, 예약은 했는데 프로그램이 모지?
이 무대포... 그래서 찾아봤다.

ㅇ 프로그램

브루흐/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g단조 작품26
M. Bruch Violin concerto no. 1, g minor, op.26
말러/교향곡 제1번 D장조 ‘거인’
G. Mahler Symphony no. 1, D major (Titan)

아하하하.... 말러다..  --;;;  브루흐 까지는 어찌 커버가 되는데 - 최소한 졸지 않을 자신은 있는데-
말러는.. 거인은.. 이거 음반 집에서 걸어놓고 끝까지 들은 적이 있었던가?
아님, 이거 틀어놓고 만화책 보고 딴짓하다가 그냥 껐던가? --;;
대략 난감해 하고 있다.. 으흠..

모 지휘자랑 연주자가 외국인 이라는거 밖에는 모르겠다. 연주자 이름이 좀 들어본듯 하지만. 모 그럴리가 없지.

지휘자 : 유베르트 수던  바이올린 : 슬로모 민츠  

게다가 동반 1인 무료인데.. 주변에 클래식 듣는 사람도 별루 없고...
신랑은 이쪽 취향이 아니시고... 으음.. 엄마를 꼬시는 수밖에 없나.. 걱정이로세..
하긴 아버지는 말러 팬이시니.. 그 때 서울에 계시면 한번 같이 가시자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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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1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토랑 2005-06-0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가야지요 지금 달려 갑니당 후다닥~~~
 
 전출처 : stella.K > 황규백 판화그림들

 
Basin and the Chair,2003,Oil on Canvas,122x102cm
 
Red Umbrella, 2004,Oil on Canvas,122x100cm
A Mirror on the Table, 2003, Oil on Canvas,122x102cm
Moon and Ladder, 2003, Oil on Canvas,122x102cm
Hoop, 2004, Oil on Canvas,122x102cm
Mail Boxes, 2001, Oil on Canvas,102x122cm
Gourd Dipper, 2001, Oil on Canvas,102x122cm
Violin on the Rock, 2003, Oil on Canvas,102x122cm
Ladder, 2003, Oil on Canvas,122x102cm
Cello with the Rock, 2004, Oil on Canvas,122x102cm

 

 

작은 한국인의 큰 명성

뉴욕시 맨하탄에 소호라는 예술가마을이 있다. 얼핏보아 다 쓰러져가는 건물들 같은데 안에 들어가 보면 예상을 뒤엎는다.

밤낮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작가들이 옛 공장내부를 골조만 남기고 모조리 뜯어고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외부와 내부가 판이한 건물들이다.

미국은 물론 각국에서 몰려든 내로라 하는 작가들이 각 방마다 틀어박혀 내일의 빛을 찾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10년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은 한국인이 하나 있다.

 


 
 
판화가 황규백씨.

유별나게 그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작품 또한 잘 팔린다. 한국 화랑가에서 판화 값을 매기기 어려웠을 때도 유독 그의 작품은 매매가 쉬웠다. 뉴욕 화랑가에서도 역시 그의 판화는 꾸준히 팔리고 있고 작품값도 이곳 중견작가들과 비슷한 선을 유지하고 있다.

필자가 얼마전 맨하탄 매디슨가에 있는 크리스티 화랑에 들른 적이 있었다. 낯익은 작품이 보이길래 작가와 값을 물었다. `황규백의 메조틴트, 값은 4백불.` 화랑 디렉터로 있는 쿠크씨를 만나 `이 양반 작품이 잘 나가느냐`고 필요없는 질문을 하나 더 했다. 물론 그의 대답은 `예스`였다.

 

 

 
잔디 위의 나무 1992
나비들 1991
Two cushions 1987
Bird and musical no 1985
Black chair 1984
새, 알람시계 1984
spool and pencil 1983
Umbrella 1982
Three grinders 1980
On the table 1977
A game 1976

White handkerchief 1973
 
 
 
다함없는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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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복초. 


손바닥만한 전복에.. 전복 자체를 가미하여 만드는 거다. 전복이란 놈이 워낙 비싼지라..
전복이 생각보다 맛이 강하지 않다는걸 아시는지? 회로 먹으면 약간 달달하니 삼삼하고..
전복만 넣고 전복죽을 끓이면 다시가 많이 나지 않는다. 보통 밖에서 파는 전복죽은 홍합국물로 맛내고, 소라를 썰어 넣어서 전복처럼 보이게 하는걸 아시는지 ^^;;;

이건 조기...



사진에는 좀 작게 보이지만, 밑에 깔려있는 놈들이 팔뚝만한  애들이다. 
생선위에 여기다가 화려하게 장식을 하기도 하지만, 이건 재료가 워낙 튼실하니,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으셨다. 가만, 그러고보니 위에 얹은 큰놈은 도미같아 보이네 --;;; 으흠. 어무니께 다시 물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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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4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토랑 2007-04-04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 저희 어머니 보니, 정성도 정성인데.
워낙 재료값이 비싸더라구요. 다 국산에다가 그중에서도 최고급 재료를 사니까.. 수공은 인당 10만원 안팎이더라구요.. 저희 엄니만 그러신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