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페미니즘 책도, 여성학 책도 많이 보지 않았다. 사실 거의 --;; 
어려운 이론들에서 그걸 읽고나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알수가 없었다.  물론 도움이된 몇몇 책은 있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너무 어려웠다..  So What?
페미니즘..이란 학문이 어떻든지 간에.. 결국은 '남녀 모두가 같이 잘사는 세상' 이 핵심인거 아닌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모 하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선택의 순간들은 계속된다.

요새는 그런거 안하는지 모르겠지만, 군대가는 친구녀석들을 위해 00리 같은데 데려다 주고
자기들은 그 앞에는 라면집 이라는게 있고.. 자기들은 라면을 먹었다며,,술자리에서 나오는 얘기앞에서
룸과 단란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에 화장실이 안에 있고, 봉이 있고 그런 얘기를 (거기 까지긴 하지만..) 하는 직장 동료 상사들 앞에서
집에서 아기가 울자, 일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내가 불러준 자장가에 아기와 아빠가 잠든, 그걸 아름답게 묘사하는 CF 광고 앞에서,   만약 저기서 남자와 여자의 역할 이 바뀐채로 CF 가 나갔다면,
아마 사람들은 일하는 남편에게 전화한 여자를 두고 욕하지 않았을까? 라는 떱떠름한 기분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부인은 인격체로 대하지 않으면서 손찌검을 한적이 있으면서도 , 자신은  '나는 페미니스트다' 라고 말하는 중년의 남성 앞에서..
여자애들 모아놓고는 그 앞에서 여러분은 '효부' '종부' 가 되어야 합니다. 마치 여자는 아내, 며느리, 어머니 이외의 역할과 가치는 아무것도 없는것 인냥 말해대는, 그런 위치를 가지지 못하면 비인간적인 무언가가 되는것 처럼 말해대는 머리벗겨진 장학사 아저씨 앞에서...
노래방에서 도우미 안불러 준다고, 이방은 뭐냐며 씩씩거리며 우리 우리방문을 열었다가 멋적어 하는 젊은 아저씨들 앞에서..
여성의 야한 옷차림이 성폭행을 부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나라 법조인의 60%가 저렇게 생각한다죠 아마..)
3차는 좋은데 갑니까? 하고 분위기 조성하면, 여자 상사들이 알아서 인사하고 집에가는 모습앞에서. 뒤따라가며 일찍 가니까 좋긴 한데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드는, 어느새 그냥 당연히 자연스레 빠지는..
야, 쟤는 왜 저렇게 붙는 옷 입고 다니냐? 제 보면 일할 의욕이 떨어지잔아~  라고 친한 동기가 다른 여직원을 보며 해주는 얘기를 들으며..화장을 안하고 다니면 안한다고 머라 그러고 화려하게 하고 좀 붙는 옷 입으면 붙는 옷을 입는 다고하고, 어쨌든 여자의 차림새가 눈에 좀 거슬리면 꼭 뒤에서 자기들 끼리 뭐라 그러는 사람들 앞에서..

모 .. 내가  난감함을 느꼈던 상황중에 얼핏 떠오르는 몇가지다.
지금 생각나는게 저정도 이고 보면..  요즘의 기억력 저하 탓도 있지만.. 참 의식 수준이 떨어지는군 ㅎㅎ

앞으로도 순전히 내가 여성이라는 성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선택의 순간은 계속 올거고, 뭔가 이런걸 택하겠다. 이렇게 하겠다 하는 원칙은 없다...
단지 내가 옳다고 느끼는 대로 .. 할뿐이지 모..

참,, 원래는 아래글 퍼오면서 감상을 쓰려고 한건데.. 어쩌다 보니 길어졌다.
아래 글은 말은 좀 험하긴 하지만, 페미니즘과 여성이라는 것에 상당히 많은 의식을 가지고 있는 아가씨의 글이다. 일부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서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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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의 트렌드는

스스로 나는 페미니스트다, 라고 말하면
촌스럽게 여겨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만약 그대가

"남 녀 모두가 잘 살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면
그대는 페미니스트인 것이다.
서로 즐기며 서로 인정하고 발전하리라,
라고 생각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다.

조또 아니게 여자들한테 잘해준다는 개념이 페미니즘이 아닌 것이야
물론 당연하고..
조또 아니게 박근혜 지지하는게 페미니즘 아닌 것이야
물론 당연하고..이건 뭐 논할 가치가 있나
그냥 이런건 당연한것을 치부하고 치우고 하는 얘기다.

어쨌든 각설.

어쨌든 요사이 한다하는 대가리에 뭐 좀 들었다 싶은 여자들은
하나같이 "난 페미니스트가 아니에요"라고 우긴다

왤까

그녀들이 하는 말들이 옳고 개념있고 멋진건 알겠는데..

"너무 페미니즘 시각에서만 생각하는것"이니 뭐니 하는 태클이 걸려올 때
"전 페미니스트 아닌데요"라고 지절이는 그녀들을 보면
"왜저래?" 싶긴 하다.
니가 지금 말하는 게 페미니즘이잖아..왜 굳이 아니래..??

남자와 여자가 공존하며 같이 즐기고
제대로 된 인간된 마인드 안에서
서로 노력하며 살자

뭐 이게 페미니즘이라고 나는 생각 한다. 내가 틀렸나?

어쩐지 이 사회에선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를 말하는 것은
뭔가 불순한 의도가 있는 발언이거나
또는 뭣도 모르고 나서대는 신중치 못한 객기가 되어버렸고

그럼으로써 진짜 페미니스트들은
오히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에요 라고 항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은
너무 곡해 해석일까.

이건 다른 이야긴데

나는 코스튬플레이 가게를 하고 있다 서울지역에서는 적어도 한개 뿐이다.
이만한 규모의 코스프레 전문 대여점은 전국에서 하나라고 알고 있다.
(무대의상 대여..코스프레 메이커..뭐 이런 유사업종을 제외한다면)

코스프레 대여점이라는 개념이 뭔지가 없었기 때문에
초창기, (지금도 초창기다) 굉장히 고생많이 했다.
코스프레 의상을 대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럴 때 어떤 룰을 지켜야 하는지
또 코스프레라는게 뭔지
뭘 어떡해야 대여할 수 있는지 아예 기본 정의 자체가
사람들에게 널리 보급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오는 손님 하나 하나에게 코스프레 대여의 룰과 플레이, 그리고 예의를 가르쳐야 했단 말이다.

(예를 들자면 비디오 대여는 연체를 한다 해도
대체할 물품이 있으며, 혹여 그 가게에서 대여를 못한다 해도 다른 가게에 가면 되고,
또 그날 못본다 해도 다른날 보면 되는 것이지만,
코스프레 의상이라는 것은 내가 원한 그 날 그 시간에 빌리지 못하면
끝나는 거다. 인생에 한번뿐인 이벤트의시간이 지나가 버리니까.
즉 전에 대여했던 사람이 연체를 할 경우 그것은
그 의상을 예약했던 다음 사람에게는 테러나 마찬가지란 것이다.
요런 사실을 일일히 하나하나 가르쳐줘야 하며
사고가 생길 때마다 미친년 빤스에 불 붙은 것처럼 뛰어 댕겨야 했단 말이다.)

자 페미니즘이란 개념이 한국 사회에서 기능하는 메카니즘이
바로 저러하다.

페미니즘이 뭔지 그 개념조차 모르기 때문에
수많은 조또아닌 호로자식들이 그 개념을 오용하며
수많은 조또아닌 찌질이 기집애들이 뭣도모르고 나대는 바람에
꼴통페미 소리나 듣고 다닌단 말이다.
또한 페미니즘을 생의 기본 운영 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여자들이
"전 페미니스트 아닌데요"하고 변명을 해야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누가 "너 페미니?"라고 물을 때
씁쓸한 쓴웃음을 지으며
니가 어떤 의미로 물어봤는지는 모르겠지만
페미니즘의 정의를 이러이러하게 정의한다면 나는
그런 페미니스트는 아니고
이러이러하게 정의한다면 그런 페미니스트라 할 수 있지만
그런 정의에서 이런 부분은 어긋나고 어쩌고..
하면서 씨발 장광설을 늘어놓을수 밖에 없는
이런 피곤한 상황이 연출되는 거다.

(아무래도, 진짜 페미들이 극력
난 페미아님, 을 표방하는 이 현실도
어쩌면 저딴 오해와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 걍
귀찮으니까 아니에요 라고 해버리는지도 모르겠다)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잘 살수 있는 세상 만들자"
요게 페미니즘이잖아. 당연한거 아냐?

기본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함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낭비가 일어난다.
나는 그 현실이 너무나 피곤하다.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페미니즘이 뭔지도 모르는 주제에
너는 페미니? 하고 묻는다.
나는 페미다, 하고 말한다.

즉 웰빙의 의미도 모르면서 트렌드를 좇는 바로 그
리버럴이 뭔지도 모르면서 리버럴을 좇는 그
바로 그!!

즉 한국 사회 근 현대사를 통틀어 면면히 이어져내려온
뿌리뽑아야 할 전통, 아니 치유되어야 할 전통
"잘려나간 의식"의 전통 하에서
페미니즘이라는 개념도 오독되고, 오용되고,
그리고 오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가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남자 여자가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고 같이 즐기고 나누며 살아가자
라는 명제는 현실적으로 내 세대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비겁한 여성우월주의자일 뿐이다.
어쩌면 현실적인 선택일 것이다.

조또 아닌 것들을 상대하다보면
너무나도 길고 지리한 그들의 오류와 오해 때문에
"씨발 저런것들 다 죽여버려"라는 소리가 나올 때가 있다
소통의 좌절을 경험하면
그저 외면을 택하게 된다
시간낭비야,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들어차면서
"그냥 다 죽지 왜 사나?" 하고
인간을 고기로 보게 된단 말이다.

이게 바로 "성질 버린다"는 것이다.

자 예를 들어 만약 올바르고 곧바른 태도라면
부모님이 아무리 탄핵을 지지한다 해도
그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노력하며
소통의 창을 열어두어야 한다.

세상에 대해 진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바른 사람일 것이고
그게 바른 태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약해서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정말 피곤하고 할 일이 많고 귀찮아서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다
그것은 변명이고 비겁한 짓이다
나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총체적인 부조리 앞에
나는 일단 외면
그리고 소수의, 정말 소수의 테두리 안에서
조금씩 그 테두리를 넓혀가자는 소극적인 방향으로
나 자신을 바꾸었다.

내 앞가림 하기도 힘들거덩.

그래서 그냥 편하게 "모든 남성은 대충 다 고기다"라고 생각하고
여성우월, 남자가 하는 말따위 귀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나
반박이고 뭐고간에 그렇게 살라그래..하고 치워 버리는 것이다.

간혹 눈에 띄어서 내 곁에 있게 된 소수의 남성에게나..
어쩌고 어쩌고 이야기하지..
(얘기해서 안먹히면 또 치운다.)

그게 아니라..남성 전체를..
이야기가 통할 대상으로 본다?
하,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

이런 마인드로는 절대 페미니스트 못한다.
페미니즘이란 일단 남자라는 성을
대화가 통하는 존재, 개선될 수 있는 존재,
같이 살아가야 할 동반자로 간주하니까.

나의 개념은,

99%의 고기
0.999%정도의 "그나마 개선의 여지가 있는 남성"
그리고 0.001%의 동반자적 남성
이렇게 하여 세상의 인간 수컷의 100%를 이룬다, 라는 것이다.

즉 나의 희망이란 것은 0.999%를 꾸준히 들볶아서
동반자적 남성으로 키워내고자 하는 것이다.
(고기 99%는 "그러다 죽든가 말든가"를 넘어서서
걍 어떻게든 한사람이라도 그런 애들은
번식하기 전에 얼른 죽여야하는데 내가 히틀러가 아닌 것이
애통하며 또한 다행일 따름.)

즉 여성우월주의란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라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며
남성의 1%정도만을
그나마 말이 통하는 존재 즉 "예외"로 취급한다는 개념인 것이다.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는 것이니까.)

하긴
언젠가는 희망의 새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라는
근본적인 낙관론은 견지하고 있지만 서도..

언제쯤 돼야 내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으려나?

그런 시대가 나 살아있는 동안 오기는 할까?

딸세대에는 가능 할까?

글쎄.



적어도 앞으로 수백년간은 여성우월주의가
이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며, 또한 본인의 행복을 위하여
가장 효율적인 이데올로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인들이 많이 따르길 바라는 바이다.)


페미니즘은, 너무 힘들잖아??

 

(출처 : '날으는 바늘' 이라구 ..국내 최대 코스프레 의상 대여점 사장님 이심
 http://www.fneedle.com/  가서 한번 구경 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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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5-06-0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글, 정말 잘쓴 글입니다만, 토토랑님의 고민이 깃든 윗 글이 전 더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조또 아닌 것들이 페미니스트 운운한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특히 남자들 중에는 여자들 욕을 하기 전에 에피타이져로 페미니스트라고 얘기를 하고 시작을 하죠...

토토랑 2005-06-0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부리님이다..
사실.. 마태우스님의 남성 페미니스트의 길, 너무 어렵소.. 라는 글을 보고.. 거기다 댓글은 못달고 .. 그냥 계속 생각이 나서요....
그래도 좋은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 있음 추천해 주세요 ^^

마태우스 2005-06-0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태라고 합니다. 여성들 말이죠,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순간부터 주위로부터 배척 대상이 되는 것 같아요. 남자들은 안그런데.... 글구 저 가끔 토토랑님 성별이 헷갈립니다. 위의 글에서 '아내'라는 표현이 있기에 남자분인가 했다니깐요^^

마태우스 2005-06-0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가는 친구들 운운한 데서도 아 남자구나 했어요

토토랑 2005-06-0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제가좀 ~
어릴때 여자들만 8명인 집에서 커서 여성성에 대해 제대로 뭐가 없다가
학교도 공대를 가는데, 아 선배들도 다 기계과인 바람에
남자분들 말씀으론 '남자들의 언어를 잘 이해하는 여자' 라고 하더군요...-;-

아 근데 이글 다시보니. 스크롤의 압박이..

ceylontea 2005-06-08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리님 의견에 동감... 토토랑님 글이 더 마음에 와닿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