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루브르박물관-시내관광-오르셰박물관
역시 잠이 필요했었나보다. 어제밤엔 그렇게 피곤하더니 자고일어나니 몸이 그래도 가뿐하다. 좋아~ 즐거운 하루를 보내자구!!
우선 동역으로 침대차를 예매하러 갔다.
으으~ 내가 예약하려고 하는 날짜에 자리가 없다. 흠. 모 다음 도시에 가서 또 예약해보지머 싶어서 유레일을 오픈하려고 하는데, 이녀석 초보인지 내일날짜로 오픈 해달라고 하니까 안된단다. 되는 건데 왜 안해주냐구~~ 따질려다가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이 내일하지머 싶어서 그냥 나왔다.
오르셰가 밤 9시 까지 여는 날이라서 오후에는 오르셰를 가고, 오전에 뭐할까 역에서 나와 생각하다가 루브르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길래 그걸탔다. 로브르를 당연히 몇시간 만으로 보진 못하겠지만, 루브르는 내일이 밤9시까지 여는 날이니까 오늘보고 내일 밤 기차 타기 전에 또 보면 되겠다 싶어 갔다.

(저 피라미드 생각보다 째께나다..)
입장료 8유로. 안내책자에 아예 유명한것들 사진이 박혀있다.
유명한 것들 위주로만 보자 싶어 1층과 지하 1층만 보려고 했다. 몇시간 안걸리겠거니 했는데 왠걸. 루브르가 넓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었더랬다.
넓다기 보다는 음, 유명한 것들을 군데군데 흝뜨려 놔서
그것들을 볼려고 설렁설렁 보는데도 쉬지않고 4시간이 넘는 것이었다.

밀로의 비너스 언니는 생각보다 너무 익숙해서 식상한 이미지랄까?
보통 원본을 대했을 때의 그런 감동 같은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에 인상적이었던건 고대 이집트의 조각들.
상왕조인지 건 자세히 모르겠지만 너무 모던한것들. 작년에 만든거라고 해도 아무생각없이 그렇군 이라고 기냥 넘길만한 그런 조각들. 멋지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이집트하면 생각나는 것은 아가씨의 평면적인 옆얼굴. 3차원을 2차원으로 옮길려다보니 여러가지 시점이 혼합된 그런 상. 아니면 오래되어서 표면이 거칠거칠해진 세세한 디테일이 살아있지 않은 피라미드. 그러나 루브르에 있는 이집트 조각들은 상태가 좋은것만 꺼내놔서 그런건지도 모르지만 표면도 매끈하고 반질반질. 일부는 조금 떨어져 나간것이 있기도 했지만. 그런 느낌 자체가 신기하게 다가왔다.


루브르에서는 조각들 이외는 사진을 못찍도록해서 그림 사진을 거의 못 가져왔다.
워낙 술렁술렁 대충 본지라 자세히는 못봤지만 그림중에 인상적이었던건 나폴레옹의 대관식. 그림 자체가 훌륭한지는 모르겠고 일단 크기로 사람을 압도한다. 가로가 7.2M인가 7.6M이다. 세로가 2.6미터였던가? 수치는 가물가물하지만 조금만 더 컸으면 우리집과 크기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마저 드는거였다. 높이 걸려있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사람들 얼굴이 내 얼굴 보다 조금 더 큰 크기였다면 대충 크기가 상상이 될려나?
그리고 요즘 한창 주가가 높은 모나리자.
특별히 넓은 전시실 중간에 벽 하나세우고 거기다 모나리자만 걸어두고 그림앞에는 좀 처럼 없는 줄까지 반원형으로 쳐놨다. 모나리자를 볼까 말까 하다가, 사실 이제껏 접해온 모나리자의 이미지는 왜 그 그림에 대해서 신비의 미소니 뭐니 하면서 찬사를 보내는지 이해가 안갔다. 그냥 눈썹도 별로 없는 안이쁜 아줌만데 왜 그런 찬사를 늘어놓을까? 다빈치 그림이라서라면 더 멋진 그림도 많은데. 여튼 별로 난 마음에 안들어와 사람들이 왜 그 그림을 칭송하는지 이해안감 이었다. 역시나 그림앞에는 사람들이 디글디글.
그래도 이까지 왔는데 싶어 사람들 틈을 파고들어 정면 앞으로 갔다. (왜 여중, 여고의 쉬는 시간 매점앞에서 벌어지는 그 치열한 파고들기를 생각하면 이정도는 껌이지머)
으흠. 어라? 갸우뚱. 고개를 이쪽으로 기웃 저쪽으로 기웃
오호 신기한걸? 다시 위치를 옮겨서 왼쪽 모서리에서 보고, 오른쪽 모서리에서 보고
내가 받은 느낌을 요약하자면 입가와 시선이 티안나게 잘 만든 홀로그래픽 같다고나 할까?
왼쪽 모서리 끝에서 볼땐 그 느낌이 덜했지만
언니가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틀고(내 왼쪽 그니까 언니의 오른쪾이지) 살짝 오른쪽을 보고있는 시선이라, 중간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 갸웃 하거나 오른쪽 모서리 가서 보는데
계속 언니랑 시선이 마주치게 되는거다. 시선이 따라오는 느낌~
물론 우리나라 후기의 걸작 초상화나 자화상의 시선도 보면 따라오는 거 같은 느낌이 들긴하지만 이 언니는 내가 이쪽으로 움직이다가 고개를 착 돌리면 나랑 눈이 딱 마주치는
그렇게 위압적이지 않지만 내게 집중하고 있는거 같고, 기분 나쁘지는 않을 정도의 금방 잊혀지지 않을정도 딱 고만큼의 강렬함을 눈에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장난기와 호기심도 좀 깃들어 있는거 같고 인자하고 모성애고 이런것 들은 별로 안느껴 지더라는.
홀로그램 효과가 더 강했던건 언니 입술. 입 꼬리 부근의 음영이 묘하게도 살짝살짝 바뀌는거 같은 느낌. 입 꼬리 그 부분만 딱 집중해서 보면 별거 없는데 전체적으로 언니 얼굴 보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면 그럴때마다 언니가 '후훗' 하는거 처럼 웃음이 변하드란 말이지. 으음 그래서 신비의 미소라고 하는구나 하고 이해를 하게 되었다는.
그렇지만 그날 오후에 거기 갔던 다른 사람은 그냥 그저 그랬다고. 다른 그림들도 보면 그정도로 시선 따라오고 다 한다고 사람많고 해서 별로 였다고 한다. 난 기대를 안하고 가서 그런지 모나리자 덕분에 8유로가 전혀 안 아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하 1층에는 바빌론 메소포타미아 유물이 주로 많았다.

교과서에서 보던 함무라비 법전. 그 명성과는 달리 전체 크기가 내 키보다 조금더 큰 정도로 작아서 임팩트가 약했음.

길가메쉬 서사시의 주인공 길가메쉬. 우리나라 재야 사학자들 '수메르'와 '수밀이국', '두무지' 등의 이름 유사성으로 인해 환인이 새운 환국중 하나일 런지도 모른다는 그 수메르의 길가메쉬. 개인적으로는 우와 진짜 그럴까 싶기도한 부도지에 나오는 환국의 이야기.

그리고 갑자기 넓어지더니 나온 크다만 기둥. 기둥의 위쪽 장식부분이 이만하니 그 신전이 얼머나 컸던지는 능히 짐작이 간다. 유적지에서 상태가 괜찮을 것들만을 뜯어와서 그 구조대로 전시를 해놨다. 처음에는 우와~ 이러구 사진찍고 하다가 갑자기 나오는 '이 나쁜 시키들 이게 다 도둑질 해온거 아냐' 싶어서 씁슬했다. 덕분에 나야 좋은걸 편하게 보는 셈이고 유물들은 비바람을 피하게 된 셈이긴 했지만. 글쎄. 나중에 이런 느낌은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에 가서 최고조가 되었지만. 여튼, 개인적인 감정으론 국립박물관의 자랑중 하나인 오타니 컬렉션도 그 나라에 반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그 나라가 중국일지 어느나라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수많은 문화재들이 보호라는 명목아래 수탈당 했으면, 우리는 우리가 빼앗은건 아니라고 해도 출토된 그 나라에 돌려줬으면 싶다. 무튼..
2층의 세밀화 들이 보고싶었으나, 내 이름은 빨강을 본 이후에 세밀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보자 싶었지만, 그래 그건 내일 보자고 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아침에 집앞에서 사온 빵으로 대충 점심을 떼우고 어딜갈까 하다가 뚜껑열린 투어버스를 탔다. 가격은 30유로. 4만원돈이다. 시내의 관광지는 다 돌고 하루동안은 언제든 타고 내릴수 있지만 하루 숙소비가 20유로인것에 비해 너무 비싸다 ㅡ.ㅜ
사실 어제부터 그걸탈까 말까 고민하다가.. 루브르 밖으로 딱 나왔는데 어느 중년 부부가 2층버스에 타고 한갓지게 앉아서 햇살을 받으면서 가는데 어찌나 부럽던지 그래서 걍 확 질렀다. 타고 있으니 편하긴하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시내를 일단 한바퀴돌아주셨다. 노트르담, 오르셰미술관이 있는 시떼섬을 지나서 다리건너고 오페, 라 극장, 샹젤리제, 에펠탑 등을 주욱 관람하고~ 버스타고 댕기다 보니 오후 3시가 지나서리 오르셰로 향했다.
사실 루브르를 2개층만 샤삭 돌긴 했지만, 루브로와 오르셰를 같은날 가는건 할만한 것이 못된다. 나야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지만
권할만한게 못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