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11 - 완결
야마자키 타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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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뭔가 한편의 장대한 SF대서사시를 본 듯하다.

복잡하지만 치밀한 구성. 다 읽었지만 아직 이해를 못한 부분이 있을 정도다.

핵폭발로 피폐해진 일본, zero라는 약은 먹으면 꿈속에서 2000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zero는 과거 핵폭발을 일으켰던 시뮬레이션게임으로 이어지고 아직도 진행 중인 이 게임을 막기 위해 아키라가 움직인다.

많은 친구들이 희생됐지만 아키라는 끝까지 살아 내일의 희망을 본다.

작가의 말처럼 불완전하고 약하지만 또한 강인하게 살아갈 힘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에...

대개 일본만화들이 그렇지만 이 작품 역시도 절망 속의 희망을 이야기 한다. 성장을 이야기한다. 믿음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내가 만화를 끊을 수 없는 이유가 이거다.

일본 소설들에 감정이입을 하기는 어렵지만 대중적인 감성코드에 호소하는 만화는 감정이입이 쉽다. 몰입할수 있도록 짜임새로 치밀하고 시선을 잡아둘수 있도록 그림체도 화려하다. 지금은 만화연령층이 점점 낮아져 이런 수준높은 만화를 볼 수 없다는게 아쉬울뿐....

야마자키의 그림은 길쭉하고 호리호리하다. 그러면서도 둥글둥글한 아름다움이 있다. 누구나 보는 차이는 있겠지만 야마자키의 그림은 매력적이다. 글도 많아 어쩔땐 삽화가 그려진 소설을 보는 기분이 든다.

흠이라면 번역자가 바뀌면서 여기 저기 명칭이 달라져 헷갈렸다는거....

처음 책을 펼칠때 뭔가 복잡한 내용인거 같아 망설였으나 어느새 11권 끝을 덮은채 장대한 내용에 멍해있는 나를 본다.

만화지만 쉽지 않다. 가볍게 볼수 없다. 생각하게 만들고 진지하게 만든다. 비록 군데군데 개그가 보이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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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행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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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케이블에서 자체제작으로 ‘8일’이라는 드라마를 8일간 방영한 적이 있다. 아무 생각없이 몇화를 봤는데 꽤 잘만들어진 드라마였다. 나중에 소개를 보니 오세영의 ‘원행’을 원작으로 하고 있었다. 평소 오세영이란 사람의 책을 좋아해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지 생각하던 차였다.

조선후기 가장 영향력 있는 왕 중 하나라고 평해지는 왕이 정조이다. 비운의 사도세자를 아버지로 둔 그의 평생 숙제는 아비의 한을 풀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치열한 당쟁과 성질급한 영조의 틈바구니에서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를 보며 정조가 다짐한 바가 무엇이었을지 알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어떻게 해서든 양반세력을 누르는 것. 그 일환으로 원행이 계획되었고, 역사소설가인 오세영은 그 당시 남겨진 원행기록을 바탕으로 8일간의 드라마틱한 소설을 완성시켰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처럼 실제 정조가 등장하는 부분은 없다. 정약용이 주인공이 되어 원행을 저지하려는 무리들을 물리치고 무사히 원행을 성공시킨다는 내용이다.

모든 역사소설이 그러하듯 이 또한 역사에서 소재를 가져왔으나 ‘소설’이라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기본 뼈대는 사실일지 몰라도 허구로 채워진 부분까지 사실로 믿으면 곤란하다.

재미는 글쎄... 그럭저럭 볼만은 하지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그런 재미는 없다. 클라이막스도 딱히 없고, 치밀한 추리구성이라던지 범인 추적이라던지 그런 부분들은 없으나 잔잔하게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가는 우리가 상상치 못했던 정약용을 만날 수 있다.

읽어가며 느낄수 있었던 건 당쟁으로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 힘들었던 왕의 자리, 실학이란 학문이 백성들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의 재확인, 공부할 땐 별 감흥 없었던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오세영이란 작가를 알고 있다면 읽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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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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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작가를 안 좋아해서 별로 볼 생각은 없었다. 일전에 서점에 갔을때 진열되어 있던 책이었는데..... 제목이 눈에 들어와서 보게 됐다. (도서관에서 사라진 책 표지를 이제서야 보게 되네.. ㅋ)

또 내가 일본 이름은 잘 못외우는 바람에 보면서 자꾸 헷갈려서도 일본 책은 잘 안보는데, 이 책에서 이름은 다들 짧아 좀 읽다보니 알겠더구만....

일단 이 책은 시리즈로 되어 있는 것 같고.... 이 책은 시리즈 중에서 두번째 책인듯..

그래서 그런지.. 처음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는데.. 도통 무슨 내용인지 알수가 없더라고..

차례를 보면서 이게 뭔가 했는데... 책 내용을 절묘하게 하지만 위트있게 요약해 놓은 것이더군. 나중에 다시 보니 슬며시 웃음이 났다. 

한장을 넘기고.. 은행강도가 네명이 필요한 이유를 보고 있노라니.. 절로 ‘맞소’하는 소리가 나오더군. 
 

[ 2인조 은행강도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너는 오른쪽에서, 나는 왼쪽에서, 그럴바엔 처음부터 아예 각자 행동하자며 흐지부지되기 십상다.

그럼 단독 범행은 어떨까. 서로 네말이 맞네, 내말이 맞네 다툴 일도 없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일도 없다. 하지만 나 홀로 범행은 어떻게 해도 고독감을 떨칠 수가 없다. 대화가 없고 슬럼프에 빠지기 쉬우며 자칫 혼자 구시렁대는 버릇만 몸에 밴다.

셋이라면 어떨까. 확실히 나쁘지 않다. 다수결로 결정하기도 적당하고 둘이서 싸움이 나면 나머지 하나가 중재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셋이 탄 차는 별로 보지 못했다. 도주용 자동차에 셋이 타든 넷이 타든 상관없다면, 넷인 편이 득이 아닌가. 다섯이면 너무 갑갑하다. 다수결 문제는 잊자.

이러한 이유로 은행강도는 네 명이 필요하다.  ]

처음 두어장은 솔직히 좀 헷갈리고.. 뭔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재미도 없고 그랬는데...
좀 지나니 앞의 사건들이 다 뒤의 사건들과 연계가 되어 있는데다 주인공 네명을 다 모아놓으니 그 또한 재미가 쏠쏠하더군. 

일종의 만담 소설이랄까.... 딱히 클라이막스도 없는 잔잔하지만 웃을수 있는 소설.

주인공 네명이 서로 주고 받고 하는 말들이 은근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가볍게 읽을수 있고 유쾌하게 볼수는 있으나.. 일단 첫번째 시리즈를 봐야하지 싶다. 

특히 첫 단원에 등장하는 시청 7년차 근무인 오쿠보의 이야기에서는 우리가 공무원이라 그런지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그런 부분도 있어 재미보다는 엄청 공감하며 책장을 넘겼다는....

저자가 말하는 사회에 대한 바람이라던가 문제의식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저 볼수록 쿨한 은행강도 4인방의 유쾌한 만담이 기억에 남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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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잔혹사
그레그 캠벨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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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이아몬드 좋아합니까 ?

다이아몬드는 4월의 탄생석으로 부와 명예, 권력, 변치않는 사랑... 뭐 이런 것들을 상징합니다. 특히 결혼예물의 대명사로 쓰이는데 이 다이아몬드가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의 손으로 들어오는지 알고 있습니까 ?

시에라리온을 압니까 ?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내전과 연관된 다이아몬드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현재 아프리카는 한때 학살전쟁이라 일컬을 정도의 끔찍했던 내전은 끝났으나 여전히 끊임없는 내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 내전의 대부분은 이 다이아몬드와 깊은 연관이 있죠.

책을 펼치면 첫 장에 팔목이 잘린 흑인의 사진부터 충격을 줍니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진 전쟁의 상흔입니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유리조각이라고 생각했던 그 돌멩이들을 차지하기 위해 백인들이 아프리카에 들어오던 그 순간부터 아프리카의 평화는 끝났고, 끝도 없는 학살이 시작됩니다.

그 조그만 돌멩이가 가져다주는 부를 알아버렸기 때문이죠.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고, 거기서 나오는 다이아몬드를 팔아 무기를 사고, 그 무기로 다시 더 많은 광산을 차지하고, 또 무기를 사고... 그 와중에 시에라리온이라는 작은 나라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붕괴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이 나라 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덕분에 별 다른 이유도 없이 사지가 잘린 사람들이 넘쳐나고, 어린아이조차도 아무런 죄악감 없이 총을 갈기는 그런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지면을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경악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피에 젖은 보석이 몇단계를 거치면서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을 대표하는 보석이 되어 우리 손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다이아몬드로 인해 황폐해진 시에라리온은 이제 다이아몬드만이 구원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일련의 사태 뒤에는 드비어스라는 초거대기업이 버티고 있죠.

실상 다이아몬드가 이렇게까지 비싸거나 가치를 가질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경도가 가장 단단한 광물일 뿐이고 번쩍거린다는거 ?? 그 외에는 별 것이 없었으나 다이아몬드를 이렇게까지나 가치있게 만든 곳이 바로 드비어스라는 다이아몬드 회사죠.

드비어스의 창시자인 세실 로즈는 다이아몬드 제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남아공에서 기초를 세웠고 실제로 1990년대까지 다이아몬드 원석의 90%는 드비어스 소유였습니다.

한창 다이아몬드 채굴이 유행일때 다이아몬드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드비어스사에서는 시장에 나오는 다이아몬드를 자신들이 모두 구매해 공급량을 조절했죠. 덕분에 다이아몬드는 그 가치가 점점 올라갔고, 다이아몬드는 깨끗하고, 영원한 사랑을 보여준다는 끊임없는 세뇌성 홍보로 인해 결혼을 하게되면 으레 사는 보석이 되었습니다.

한때 이런 광고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최대의 다이아몬드 업체인 드비어스가 다이아몬드 판매홍보로 내놓은 카피문구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죠. 그리고 다이아몬드에 새겨진 아프리카의 상처도 영원할겁니다.

이 책은 다이아몬드를 향한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경악스러운 일을 저지를수 있는 지를 보여줍니다. 그림도 없고, 별 재미난 내용도 없는 책이지만 새로운 세상을 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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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가든 Global Garden 8 - 완결
히와타리 사키 지음 / 시공사(만화)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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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상대성이론이 원폭의 기초공식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후회했을까 ?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상대성이론을 만들지 말걸.... 하고 생각했을까......

과거로 돌아갈수 있다면.... 미래를 수정할수 있다면.... 아인슈타인은 과연 무엇을 바랬을까...


사키 하와타리라는 작가 이름만을 보고 고른 작품이다.

<나의 지구를 지켜줘>와는 너무나 판이하게 달라져 버린 그림체에 적응을 못하고 이제껏 보지 못한 만화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원폭의 상처와 치유랄까... 큰 타이틀은 그렇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글쎄..... 

사랑하는 존재라면.. 정말로 소중한 존재라면 잃기 전에 아끼고 지켜줘야 한다는게 아닐까..

유치해... 진짜 유치해..... 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만화에서 손을 못 떼고 보는 이유는 결국....

이런 대리만족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현실에서는 어렵지만 자신에게도 한번 쯤은 그런 사랑이 있었으면 하는 맘을 다들 조금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일본 특유의 장대한 스토리와 예상치 못한 반전, 그러나 결말은 늘 같은....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누군가는 나를 필요로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을 만나 또 다른 멋진 나를 만들어낸다는 스토리는 일본 만화 어디에서도 볼수 있는 그런 설정이지만... 그럼에도 늘 가슴이 먹먹해지게 감동을 먹는 건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잘 풀어나간다는 뜻이겠지. 요즘 우리나라 만화에서는 보기 어려운데 말이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만큼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일본의 사회적인 분위기가 원폭에 대해서는 민감해서 그런 거겠지.

하지만 원폭에 대해서 한번쯤은 다시금 생각해 볼 그런 기회를 만들어준 계기도 됐다.


우리에게도 그런 글로벌 가든이 있다면.... 평화라는게 찾아올까...


전쟁이란 슬프다.

전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알면서도 결국엔 전쟁을 선택하고 마는 사람들에 대해 작가는 아인슈타인의 입을 빌어 이런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


"아무쪼록 무의미한 전쟁이 사라지기를,

정신적으로 진화한 다른 이를 인정하는 본능을 지닌 새로운 인류가 탄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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