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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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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커피란 쓰디쓴 액체일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커피향이 향기로워 즐기기도 하지만, 정작 마시지는 못하는 반편이.
 

누명을 쓴 역관 최홍의 딸 최월향. 살기 위해 사기를 쳤지만, 마지막까지 사기꾼다운 사기꾼이었던 그녀의 인생이야기이다. 암울한 19세기를 배경으로 쓰여지는 소설이건만 무거운 부분도 없고, 가볍고 유쾌하기까지 한 소설.  

하지만 커피의 쓴 맛이 고종과의 대화 속에서 인생의 쓴 부분으로 표현되어 나올땐 함께 숙연해지기도 한다. 이반이 사형에 처하기 전 고종에게 던진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허나 가장 중한 죄를 지은 이는 바로 전하시옵니다. 제 집에 들어온 도둑을 쫒아내지도 못하고 오히려 옆집에 숨어 도둑이 갈때까지 벌벌 떠는 자에게 어찌 죄가 없다 하겠사옵니까 ? 옆집까지 도둑이 들면 달아나기 위해 한번씩 공사관 지하 비밀통로로 내려가는 자가 어찌 죄가 없다 하겠사옵니까 ?’   

시대의 아픈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이런 부분이 이 책을 유쾌한 소설로만 끝나지는 않게 해준다. 커피와 19세기는 묘하게 어울린다. 그리고 커피의 그 쓴 맛과 향기로운 냄새는 따냐의 인생과도 같아 보인다.


역사와 절묘하게 얼버무려져 소설인지 사실인지 의구심이 드는 소설.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지만 이 책을 읽고난 지금은 커피를 마시고픈 생각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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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 나일까 -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5
최유정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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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건주와 시우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초등학교 근무하면서, 그리고 그간 초등생들을 가르치고 봐오면서 책속 행동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 뭐 이래’라고만 할수는 없다는 걸 안다. 요즘엔 초등생들이 더 무섭다.

흔히 말하듯 건주는 문제아다. 단지 조금 있는 문제아의 모습이 주변의 무관심과 편견으로 더 커져만 간다는 것이다. 건주는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다 자기 스스로 학교폭력이 가해자가 된 아이다. 6학년이 되어 친했던 친구 시우를 만날 생각에 기뻐했지만 시우는 좀 더 많은 친구를 얻고 싶은 생각에 건주를 두고 반에서 가장 맣은 무리를 거느린 은찬과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지내면서 은찬의 교활한 모습을 할게 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건주의 모습에 결국 양심의 소리에 따라 무서움을 견디고 모든걸 밝히는 약한 시우의 성장소설이다. 또한 학교폭력의 주인공이던 건주의 모습을 통해 편견의 무서움과 관심의 중요함을 알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건주를 보면서 큰 조카 생각이 많이 났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사랑할줄 아는 사람이 된다고 한다. 요즘 조카를 보면서 짜증을 부리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또 짜증을 부리는 나를 본다. 소설속 건주의 주변 사람처럼 ‘니가 그렇지 뭐..’라는 생각이 무의식에 깔려있는거 같다. 늘 미안한 마음이라 잘해주려 하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문제아 건주가 자신을 믿어주고 대화해주는 사람을 만나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큰 조카에게도 긍정적인 말로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카에게 성질을 부릴땐 다시 한번 얘길 해볼 생각이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동용도서라 그다지 복잡한 짜임도 아닐뿐더러 어려운 말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른의 눈으로 봐서 그런지 애들 모습인지 어른 모습인지 구분이 어려울 때도 있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글이라 읽는데 전혀 부담은 없다.

아이들 키우는 입장이 아니라도 한번쯤은 봐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책이다. 아이들의 공부교육만이 아니라 인성교육과 감성교육도 중요하다는 걸 알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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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조반니노 과레스끼 선집 2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이승수 옮김 / 서교출판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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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이 책은 우리세대 이후로는 그 재미를 잘 느끼지 못할수도 있다. 이미 사회주의는 사라진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꼭 사회주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재미를 느낄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회주의란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읽어야 소설 속의 위트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세대는 이념이 갈리는 과도기에 있어 행복한 세대일까 ?

이 얘기는 시간과 장소가 좁다. 1946년 12월부터 1947년 12월까지 이탈리아 뽀강 유역의 한 지역에서 펼쳐지는 정치풍자소설이다. 못 배우고 성격 안 좋은 마을의 읍장인 공산당원 빼뽀네와 덩치크고 주먹이 매운 마을 신부님 까밀로의 티격태격 이념다툼이랄까....

시리즈는 전체 10권으로 되어 있는데 이야기가 각자 이어진 것이 아니라 별개의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따로 읽어도 별 부담은 없다. 책 사이즈도 좀 작고... 군데 군데 삽입된 조그마한 그림들이 귀엽다.

몇 년전에 초판 완역본이 나왔을 때 사실 별 기대는 없었다. 대부분의 완역본이 그렇듯 이 책도 어릴때의 기억보다는 재미가 없겠지 싶었기 때문에...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다른 완역본과는 달리 처음 봤을 때의 재미가 그대로 살아있어 반갑기도 했다.

빼뽀네와 까밀로는 서로의 이념이 다르기 때문에 늘상 티격태격한다. 그래도 상황은 웃음을 자아내면서 해결이 된다. 분명 심각한 상황도 있다. 그러나 읽고 있으면 그다지 심각하다는 상황이라고 느껴지지 않는것은 이 소설이 풍자소설이기 때문이지 싶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하느님의 존재이다. 까밀로신부가 모시는 하느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경건한 그 하느님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이 하느님은 까밀로신부의 양심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왜 하느님은 인간에게 말할수 있는 능력을 주셨습니까 ?”

예수님이 웃으셨다.

“인간은 문자로 또는 수화를 써서라도 하느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 방법을 찾았을테니까.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죄를 짓는 방법을 알고, 충동을 갖고도 죄를 짓지 않는 게 미덕이기 때문이니라.”

도시사람들은 죽음을 싫어한다. 그뿐만 아니라 평범허게 죽는 것을 슬퍼하는 데 반해, 시골 사람들은 단지 더 이상 숨을 쉴수 없다는 것을 슬퍼한다. 도시 사람들이 더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식은 이처럼 삶뿐만 아니라 죽음까지도 골치 아프게 만들기 때문에 어쩌면 이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물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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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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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사랑해야, 그 사랑이 증오로 변해 누군가의 신체를 요리해 먹일수가 있을까 ? 인간이기에 가질수 있다는 그 복잡한 감정선을 나는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다. 내가 그런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아서일까 ?? 내가 그런 성격이 아니라 그런 것일까.. 주인공의 그런 행위는 분명 충격적이나 입체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문장법탓이 아닐까.

이 책은 글쎄..... 실연녀의 엽기적인 살인행각.. 정도가 되지 않을까 ? 하지만 요리에 대한 유래, 음식재료에 얽힌 일화와 추억 등등 몰랐던 새로운 사실과 감성에 실연에 관한 이야기가 버무려져 마치 하나의 요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요리의 맛은 썩 달콤하지 않다. 씁쓸하고 진한 여운이 남는 맛. 맛을 보면 슬프고 안타까운 맛이 가득하다. 책을 읽고나서 ‘왠지 묘한 맛이 나는 책’이란 느낌이 남았던 건 그 탓일거다.


책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다. 몰랐던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고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그러나 그녀처럼 헤어진 연인에 집착해 나를 버리는 짓은 못할것 같다. 아직은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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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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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이란 것은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해야 할 귀찮고 어려운 것으로만 여겼지 한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단순히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28자를 만들었다고만 알고있지 그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차분히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할수도 있는 일인데....
선초 명과의 사대관계를 유지하려던 사대부 학자들에게 밀려 그 뜻을 펴기 얼마나 힘들었을지.... 뿌리 내리기 시작한 유학과는 정 반대의 학풍이었으니 세종이 실학을 장려하고 백성들을 위해 과학기술을 지원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장영실같은 양반이 아닌 사람에게 관직을 제수하고 물심양면 밀어줄때 유학파 신료들이 얼마나 공격을 퍼부어댔을지도 지금에서는 상상이 간다. 세종이 살아있을 당시 잡학이 인정받고 중인들이 등용되었던 것이 왜 그 이후에는 사라졌을까 생각을 안해봤다. 그저 당연한 것처럼 기록된 사실을 외웠을뿐....

단순히 큰 전쟁이나 별다른 사건이 없어 ‘세종때 살기 편했겠다. 위대한 왕이구나’ 생각했던게 창피할 정도다.

백조는 우아한 모습으로 물에 뜨기 위해 물속에서 쉴새없이 발버둥친다고 한다. 그런 우아한 백조가 세종일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우리에게 비쳐지는 모습 이면으로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신경전을 치열하게 벌였을까....

이정명의 소설은 분명 흥미를 자극하고 빠져들게 하는 소설에 불과하나 읽고난 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당시의 사건들에 감추어졌을 이면, 사람들의 감정, 군왕의 위치, 생생한 정계의 알력다툼.... 훈민정음 창제에 얽힌 이토록이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누가 상상이나 해볼수 있었을까... 새삼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새록새록 존경이 솟는다. 남들은 한번 읽고 덮어버릴 소설로 치부할 이 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료를 참고하고, 이해하기 위해 공부했을까....

소설 뿌리깊은 나무는 훈민정음 창제에 얽힌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며 세종이 당시 얼마나 힘들게 새로운 문자를 창조했는지 보여준다. 비록 100%사실은 아니더라도 그 당시의 어려움이 어떠했을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현재에 와 우리는 이리도 험하게 대하는 이 문자를.....

문자가 가지는 힘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잘 모른다. 요즘처럼 영어에 목메어 국어를 홀대하는 사회라면 더 그렇겠지. 새 문자가 창조되면 10년 이내에 사회가 바뀔 것이라는 책 속 최만리의 예언은 틀린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글은 새로운 사고를 부르고 새로운 사고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게 문자가 가진 힘이기에 고대로부터 문자를 문명의 기본요소로 꼽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나 ? 국어가 가진 위기감을 알고 있나 ? 국어학자들이 염려하는 바가 헛된 망상은 아니다.

몇백년도 전에 우리를 위해 갖은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을 밀여붙여 문자를 완성시켰던 집현전 학자들과 그들을 보호하고 이끌어 주었던 세종대왕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는 계기가 된 책이다. 

- 누가 왕의 학사를 죽였나 ?- 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이 책은 추리소설답게 범인을 감추면서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전면에 세워 글을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 범인일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정황에 한패의 자백도 있는데다 그 스스로조차 범인이 아님을 부인하지도 않는 상황에서도 끈질긴 겸사복은 기어코 가려진 범인의 모습을 밝혀내고야 만다. 책 속의 인물들만 놀란 것인 아니라 보고 있던 나도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 

추리소설로서도 역사소설로서도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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