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비트
쇼지 유키야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쇼지 유키야'에 대한 기대, 설렘은 산산조각 났다. 딱딱한 문체와 산만한 구성, 실망이다. 도저히 호의적으로 봐줄 수 없다.

구성을 살펴보자. Boy's Side에서는 '하라노이 오사무', 고죠츠지 가문의 '유리' 시점이 번갈아 서술되며, Girl's Side에서는 오사무와 대응하는 '야오', 유리친구 '에미' 시점이 번갈아 서술된다. 그리고 마지막 Last Man's Side에서 사건 총정리. A-B-A-B 구성에 C-D-C-D를 추가한 것인데, 이는 명백히 실패다. 여러가지 문제가 도출된다.

첫째, 도식적인 구성으로 인한 구성 산만화. A-B-A-B, C-D-C-D구성에서 A와 B, C와 D의 연관성을 따져봤다. 양자의 연결고리는 야오뿐이다. '어떤 사정' 때문에 고죠츠지 가家에서 '어떤 행동'(스포일러 때문에)을 해야했던 야오. 그외는 관련이 없다. 그러다보니 이야기는 따로 놀고 산만해 진다. 오사무의 미국유학기, 신디와 레실과의 관계, 오사무가 추억하는 고교시절 야오와의 관계, 유리와 친구들 그리고 고죠츠지 가문의 비밀등등이 제각각 어설프게 이어져 있다는 느낌. 

둘째, Girl's Side의 야오시점부분(C)은 쓰면 안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축인 '야오행방불명 사건'을 포함한 여러가지 의혹이 야오 자신의 입을 통해 너무나 쉽게 누설된다. 그러다보니 클라이막스 Last Man's Side가 힘을 받지 못하고, 오로지 '반전에 모든 것을 거는' 비참한 상황이 연출된다. 더 나아가 유리와 에미의 시점(B, D)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시점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분량에 비해 알맹이가 하나도 없다. 고죠츠지 가문설명, 유령사건 말고 뭐가 더 있는가?

저런 구성은 쓰긴 쉽고, '완성'시키기는 어렵다. 저자는 너무 만만하게 본 것 같다. 전체적으로 '아마츄어적인 소설'이란 느낌이 들었다. 기분 나쁘겠지만 비교해 보자. 만약,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소재로 글을 썼다면 단 100페이지면 충분했을 것이다.

스토리라인과 설정을 살펴보자. 일단 오사무와 야오간 '1억엔 증여 약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당시 야오는 당장 돈이 필요했다. 그녀가 처한 상황, 성격등에 비추어볼 때, 절반을 요구해서 바로 갖는 것이 현실적이다. 왜 불확실한 10년 기간을 기다린단 말인가? (오사무에 대한 애정의 발로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지만 아무래도 좀) 또한 수학여행중 눈맞아 섹스했던 장소에 '우연히' 1억엔이 있었단다. 마치 신의 계시를 받고 수십년 먹은 산삼을 발견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건 동화가 아니지 않은가?

또한 고죠츠지가의 내력, 우에마츠의 정체, 유령출몰 사건의 비밀등도 진부하다. 유일하게 놀랄만한게 반전인데, 단 한 문장으로 반전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의 이르는 병>과 유사하다. 반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반전은 '초현실적인 이해'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가슴깊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쇼지 유키야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지나친 기대는 역시 아쉬움만 남길 뿐이었다. 일본에서 독자들의 요청으로 <하트비트>의 후속작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결말의 충격을 이어가고 싶은 독자라면 읽고 싶을만한 작품인 듯. <하트비트>에 대해 주제넘게 악평을 해댔다. 하지만, 이는 높은 기대치에 비례한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심장의 소리를 따라 읽는다면, 의외의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표지를 보라. 처음 표지를 보고, 남자가 주변과 부조화스럽고 약간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동작이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아니다. 표지는 <하트비트>의 모든 것을 제대로 부각시키고 있다. 읽은 다음 표지를 찬찬히 다시 보시길^^ 한스미디어의 표지센스는 정말 최고!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표지도 떠올려보자.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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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자서전 (개정판) -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의 삶 - 체 게바라 전집 1, 개정판
체 게바라 지음, 박지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체 게바라'의 얼굴은 친근하다. 티셔츠나 광고에서 그에 얼굴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으로 불리는 체 게바라, 그의 생생한 삶의 궤적을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체 게바라가 '자서전'을 쓴다는 생각으로 쓴 것은 아니다. 그럴만한 시간도 없었고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 왜 이 책을 자서전이라 부르는 걸까? 이산하 시인의 말처럼 '이 책이 편집자의 가필이나 윤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체 게바라 자신의 육필 기록들만 채워져 있기 때문'(p.62)이다.

<체 게바라 자서전>은 황매출판사에서 출간예정인 '체 게바라 전집'의 첫번째 작품이다. 전집이란 말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체 게바라에 대한 모든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구성을 살펴보자. 초반 20여 페이지는 올컬러로 체 게바라의 사진과 프롤로그가 소개된다. 이어 체 게바라의 삶을 개괄적으로 소개한 '체 게바라 연보'(p.33~59), <체 게바라 시집>을 엮은 이산하 시인의 '추천사'(p.60~65)가 이어지고, 본격적으로 체 게바라의 글이 소개된다. 크게 14개의 장이 연대별로 이어지는데, 각 장은 '체 게바라 연구센터'의 연구원이며 시인인 '빅토르 카사우스'의 글을 통해 시작된다. 또한 중간중간 다양하고 방대한 사진자료가 수록되어 있어 체 게바라의 글을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2장과 3장(p.72~169)은 체 게바라와 친구 알베르토의 라틴 아메리카 여행기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소개된 바로 그 여행인 것이다. 체 게바라가 손수 기록한 여행기를 통해, 사회문제를 직시하고 조금씩 시야를 넓혀가는 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보통 젊은이 같은 우스운 에피소드도 눈에 띈다. 체 게바라와 알베르토는 임금대신 고기를 잔뜩 먹을 수 있게 해준다는 말에 바베큐 파티 준비를 돕기로 한다. 그들은 열심히 일한다. 다만, 고급와인을 몰래 빼돌린다. 꾀를 내 나중에 찾아가려고 버드나무 아래 숨겨둔 것. 하지만 일이 끝난 후 가보니 와인은 사라져 버렸다. 누군가 이를 알아채고 가져가 버린 것이다. 체 게바라는 이렇게 쓰고 있다. '배부르게 먹고 마셨지만 우리 둘 다 풀이 죽어 있었다. 와인을 챙기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기분은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p.110) 항상 완벽한 그의 모습만 보고 와인을 몰래 숨기는 모습을 상상하니, 왠지 어색하고, 또 친근하다.

4장은 어머니, 주변 친지들,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글이 소개된다. 인상적이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투쟁에 헌신한 그에게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어머니가 있었던 것이다. 그를 걱정하고 조언해 주는 부모님 앞에서 그는 다른이들과 똑같이 하나의 아들일 뿐이었다. 6장은 독특하다.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전부 체 게바라 자신이 찍은 것이다. 1950년대 멕시코의 모습, 유적들, 쿠바 인도의 모습, 그리고 그의 셀프포트레이트까지. 당시 그의 모습은 수염도 없고 휠신 젊어 말쑥해 보이지만, 뭔가 고뇌에 찬 모습이다. 젊음의 고뇌일까? 사진 속 그는 점점 변하고 있었다. 말쑥한 엘리트 청년에서 치열한 혁명전사로.

8장부터 본격적으로 혁명가 체 게바라의 모습이 등장한다. 덥수룩한 수염과 낡은 옷, 그리고 시가, 누구나 한번쯤 접해 봤을 바로 그 모습인 것이다. 13장은 체 게바라의 문학비평을 수록하고 있는데, 특히 인상적이다. 그는 대단한 독서광이었다고 한다. 수록되어 있는 사진들은 그가 바다위 배에서, 나무 위에서^^, 작은 방에서 독서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체 게바라가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었던 부분. 15장은 우리 기억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체 게바라의 다양한 사진을 소개하는 장이다. 이토록 다양한 사진을 소개한 책이 지금까지 있었던가? 체 게바라의 모습을 담아 사진 하나하나를 남기며 이 책은 마무리 된다.

막연하게 체 게바라를 동경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전혀 없었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와 황매출판사에서 출간된 <카스트로의 쿠바>를 통해 곁다리로 잠깐 접한 것 정도뿐. 그런 내게 <체 게바라 자서전>은 그야말로 고마운 책이다.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 체 게바라의 글과 사진을 통해 그를 느낄 수 있었다. <체 게바라 자서전>은 그의 자필원고를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을 뿐더러, 다양한 사진자료까지 수록되어 있다. 국내에 소개된 체 게바라 관련서적중 가장 그의 삶과 밀접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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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 & Money - 여자경제독립선언서
수지 오먼 지음, 신승미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부제는 '여자경제독립선언서'이다. 즉, 여성들을 위한 경제서란 말이다. 왜 남녀노소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할까? 이런 의문은 'Chapter1'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모성애적 경향,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돈문제가 상충될 경우', '여자들이 돈 문제에 완전히 무지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점점 상승하는 추세와는 상반되는 것이며, 이에 저자는 여성들이 안정적으로 돈을 쉽게 장악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다. '리치 우먼 플랜'이라 불리는 이 방법은 5개월간 진행되며 여성들의 완전한 경제적 독립을 가능케 한다. <Women & Money>은 바로 '리치 우먼 플랜'을 소개하는 책인 것이다.

저자는 돈을 활용함에 있어 '부끄러워 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독특하게도 '자신의 삶 이야기'(p.37~47.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겠다. 직접 읽어 보시길)를 들려주며 생생한 교훈을 선사한다. "내 과거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은 그냥 한 번 감동을 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서로를 격려하고 싶어서이다. 이처럼 자기의 일을 결정하는 능력은 교육, 혹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기 바란다."(p.47) 더나아가, 이혼률 급증, 상대적으로 긴 수명등을 예로 들며, 경제적 독립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본격적으로 '리치 우먼 플랜'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는 '부유한 여성들의 특징'(p.68이하)을 살핀다. 내면에서부터 부유해지기 위한 선결과정. '조화, 균형, 용기, 관대함, 행복, 내면의 지혜, 깨끗함, 아름다움'등등 좋은 것은 모두 모여 있는 듯 하다. 난 관대함에 주목했다. 저자는 말한다. "제대로 된 관대함은 그저 남에게 준다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베푼다는 행위, 즉 마음이 움직여서 베푸는 행위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감정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내가 여러분에게 바라는 진정한 관대함의 개념이다."(p.75)라고. 순수한 애정에서 우러나온, 적절한 시기와 상대방을 고려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관대함이야 말로, 진정한 관대함이란 것이다.

 'Chapter6'부터 본격적인 '리치 우먼 플랜'이 소개된다. "새로운 달이 시작될 때마다 그 달에 완전히 익혀야 할 재정적 활동의 개요를 담은 '이것만 하면 확실하다' 박스가,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당신이 열의를 가지고 실천해야 할 일들의 목록이 담긴 '오늘부터 실전!'박스가 실려 있다."(p.82) 또한 중간에 '알고 넘어가기'라는 박스도 있는데, 이것은 어려운 금융용어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하에서는 간략하게 각 단계를 리뷰해 보겠다. 자세한 건 직접 읽으시길.

[1개월] 자신의 계좌를 통제하라! 이 단계의 핵심은 저축예금, 보통예금등 계좌관련 기본개념을 확실하게 알고, 개인계좌를 만들어 적어도 8개월 가량의 생활비를 확보하는 것이다. [2개월] 지갑 속 신용카드를 주목하라! 이 단계에서는 신용등급을 확인할 것, 자기 명의 신용카드를 만들고, 두 개 이상은 자제할 것, 결제일에 맞게 결제할 것등을 강조한다. 잘못된 신용카드 사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에 특히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3개월] 은퇴를 위한 투자. 이 부분은 약간 원칙적인 이야기다. 장기투자를 고려하고 각종 금융상품의 특성파악을 게을리하지 말 것이 핵심이다. [4개월] 당신의 삶에 꼭 필요한 서류들. 이 부분은 우리의 현실과는 약간 이질감이 있다. 저자는 유언장 하나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예비유언장을 만들고, 상속인을 주기적으로 갱신하고, 의료 사전지시서와 대리위임장을 작성하라고 한다. 분명 저런 일련의 조치는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 현실에 누가 저런 것을 할까? 약간 의문이다. [5개월] 보험은 안정이다. 생명보험, 건강보험등 각종 보험의 중요성을 소개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리치 우먼 플랜'은 여성의 경제적 독립을 가능케하는 전제조건이다. 서양 관점에서 서술되어 바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오늘을 사는 여성들이 꼭 한번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돈관리를 원하는가?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은가? 그렇다면<Women & Money>를 읽어라. 여성 금융전문가 수지 오먼의 '리치 우먼 플랜'은 당신의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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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3 - 모든 것의 끝이자 시작이었다
가오광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3권은 복수를 위해 보검을 만드는 초나라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공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0명의 여인들은 용광로로 뛰어들고, 광기에 사로잡히 명인 구야자마저 용광로에 몸을 던진다. 결국, 재왕의 검 '태아', 웅검 '용연', 자검 '공포'를 얻는 초소왕. 공자는 초소왕에게 인과 예를 설파하지만, 복수만을 꿈꾸는 초나라엔 공자의 주장이 통할리 없다. 한편, 자공은 초 궁녀들을 상대로 특유의 장사능력을 발휘한다. 금비녀와 허리를 조일 수 있는 금 자물쇠를 판 것. 많은 돈을 벌어들인 그는 스승을 위해 화려한 집을 구입하는데…과연 공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공자의 반응은 의외였다. 좋은 옷을 몸에 걸치기도 하고, 병풍그림을 살피기도 하고, 여악사와 맛있는 음식을 청하기도 한다. 제자들은 혹여 공자가 자공을 꾸짖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본래 그럴(꾸짖을) 작정이었지만 지금 자공의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니 그럴 면목이 없구나. 할 수 없이 모르는 척 넘어가기로 했다."(p.30) 환호하는 제자들^^

월왕 구천과 오왕 부차이야기도 계속 이어진다. 비록 공자는 오, 월나라를 직접 찾지는 않았지만, 그의 제자들(특히 자공)은 수차례 방문해 오왕을 설득하기도 하고, 사건의 증인이 되기도 한다. 부차는 자기의 생일 축하연을 맞아 월왕 구천이 월나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한다.(p.49) 꿈에 그리던 고향땅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지만, 오자서는 이런 결정에 반대하고 구천을 죽일 것을 청한다. 결국, 범려가 나서 구천과 오자서의 맞대결을 부차에게 청하는데, '월왕과 오자서를 투옥시키고 월나라에서 보낸 식량이 싹을 틔우는 가를 확인한 다음, 싹이 나면 오자서를 죽이고 싹이 나지 않으면 월왕을 죽이라는 것'(p.58참조)이다. 승부는 어떻게 될까? 읽어 보시길. (이 승부엔 오왕 부차의 심중이 강하게 반영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부차가 똥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개인 구천에 대해 약간의 연민을 느낀데다 오자서의 지나친 강직함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문종이 이미 '조치를 취한' 벼에서 싹이 날리 없지 않는가? 이후 오자서 죽음의 배후에 부차가 있다는 소문이 돈 것도 뭔가 의미심장하다.)

오왕 부차는 보검을 만들었으면 자기한테 바쳐야 하지 않느냐며 초소왕을 압박한다. 이에 자공은 부차를 찾아 교묘한 말솜씨로 설득해낸다. 초소왕은 기뻐하며 공자에게 초나라 700여리의 땅을 내리고 다스리게 한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은 흥분에 들떠 치국의 포부를 밝히지만, 그 700리란, 그 700리란, 아무도 없는 숲과 호수뿐인 곳이었다. 분노하는 제자들. 처음으로 좌절하는 공자. 공자는 제자들에게 떠나라는 말까지 한다. 염구에겐 그를 청하는 계손비의 편지를 전하고, 염구는 스승을 떠나 고향으로 향한다. 돌아온 고향에서 자하, 자장, 증점등의 제자들은 공자의 사상을 가르치고 있었다. (p.117)그들은 공자를 한없이 신성화시켜 염구가 보기엔 공자의 말이 아닌것까지 공자의 것인 양 교육하고 있었다.

위나라의 남자, 괴외 이야기도 등장한다. 공자의 가슴을 뒤흔들던, 공자에게 국정을 맡기려던, 절세미녀 남자. 공자는 제자 자로를 보내 첩과 남자를 돕게 한다. 왕권을 노리던 음험한 괴외는 드디어 일을 벌인다. 황제 첩의 명령을 사칭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p.260) 괴외는 손자이자, 태자인 아기를 내던져 죽이고, 이어 아들이자 왕인 첩마저 살해한다. 남자는 공부자와 자공의 말을 듣지 않고 괴외를 살려둔 것을 후회하며 자결(p.269)한다. 그리고 자로역시 괴외와 병사들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죽음을 맞는다. 아, 자로여. 남자여.

공자는 현실정치에서 늘 쫒겨다녔고, 뜻을 펼칠만한 기회도 얻지 못했지만 그의 제자들과 사상은 변함이 없었다. 수제자 안회와 책 편찬에 온 힘을 다하는 공자.(p.314) 한편, 월왕 구천의 복수극도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 주변국을 떨게 하며 강력한 국력을 자랑하던 오나라지만, 영원한 것은 없었다. 월나라, 초나라 연합군의 공격에 오나라는 무너지고, 오왕은 백비와 서시에게 투항할 것을 명하고 결사대 3000명과 최후 항전을 맞이 한다. 결국, 자결하는 부차.(p.333) 월왕 구천과 범려, 초소왕 드디오 한을 풀었구나.

한편, 백비와 범려는 구천을 떠난다. 범려는 진정 현명한 사람이었다. 원수를 갚은 후 변해버린 구천의 모습을 그는 예견했던 것이다. 그는 서시에게 말한다. "당신은 그가 왜 나를 자기 방 문 앞에서 자게 했는지 아시오?" "그가 오나라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내가 발설할까 두려웠던 거요. 내가 도망치지 않았으면 그가 먼저 나를 죽였을 거요."(p.419) 범려와 서시의 사랑은 뒤늦게 이어질 듯 하지만, 결국 서시는 범려를 떠난다. 가슴 아픈 장면.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스승보다 먼저 안회는 떠나버리고(p.392) 공자는 식음을 전폐한다. 결국, 결국, 세상을 떠나는 공자.(p.449) 그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 그가 남긴 사상과 제자를 통해 영원히 살아 남았다. <공자>시리즈를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상을 헤치며 인과 예, 대동사회를 꿈꾸던 공자. 오래 오래 기억될 것이다.

3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얼마나 아쉽던지 아껴가며 읽었다. 3권으로 시리즈가 완결된 것은 정말 유감이다. 공자의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 월왕 구천과 오왕 부차이야기, 서시이야기, 공자일행의 유랑기등에 살을 붙여 10권 정도로 썼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 더 읽고 싶다. 가오광의 다른 역사소설을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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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2 - 아무도 그를 떠나지 않았다
가오광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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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흥미, 교훈, 완성도등 좋은 책의 요소를 무게로 비교할 수 있다면, <공자>시리즈는 다른 수백권의 책보다 더 무거울 것이다. 읽는 내내 감탄했다. 공자의 사상과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상, 다양한 인간 궁상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흥미진진함을 선사한다.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은 떨떠름 하겠지만, 읽고 나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 말의 의미를. 쉽게 접하기 힘든 그야말로 '대작'이다.

2권을 개괄해 보면, 오왕 부차의 초나라 정벌ㆍ살육, 초나라 초소왕과 백영의 뼈를 가는 복수준비가 핵심사건이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힘겨운 여정은 계속되는데 이 과정에서 공자와 제자들은 수많은 위기에 빠지고 뿔뿔이 흩어지기까지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스승과 제자간 견해차가 서서히 언급된다는 점, 제자들의 개성과 능력이 뚜렷하게 부각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나중에 좀 더 이야기하겠다. 한편, 월왕 구천은 절대강자 오왕 구천의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변까지 맛보는 치욕을 감내한다. 그럼 자세하게 살펴보자.

초나라를 유린한 오왕 부차는 초 왕궁에 머물며 갖은 악행을 저지른다. 궁녀들과 아녀자들을 겁탈하고, 재물을 약탈하고, 초평왕의 시체를 꺼내 채찍질까지. 색욕에 눈이 먼 부차는 초소왕의 모친인 아름다운 '백영'까지 범하려 하지만, 백영은 단호하게 몸을 지킨다. 한편, 공자일행은 오나라 태제 백비의 도움으로 환퇴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송나라를 떠나 진ㆍ태나라로 향한다.

오자서는 진민공, 채문휴에게 공자를 죽이라고 압박한다. 이들은 공자를 죽일 경우 쏟아질 비난과 오자서의 압박사이에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 꼬투리를 잡으려는 진민공 앞에서 직언을 하다 결국 옥에 갇히는 공자일행.(p.75) 이어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공자의 제자들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이 강하게 부각되는 것이다. 스승의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요리를 하는 안회, 타고난 장사꾼 기질로 음식을 판매하는 자공, 무예에 일가견이 있는 자로, 스승의 말을 정리해 죽간에 새기고 밤 늦게까지 말을 먹이며 뒷정리를 도맡아 하는 사마우.

'염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염구는 계속되는 고난과 끝없는 유랑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새로운 삶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스승 공자를 돌아본다. '염구는 스승의 사유를 따라 잡을 수 없어 허전함을 느꼈다. (중략) 그는 스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중략) 구태여 이렇게 고집을 피울 필요가 있을까? 하나의 이치, 하나의 주장을 고수하기 위해 이렇게 젊음과 생명을 헛되이 버려야 한단 말인가?(p.85) '염구는 공자가 학문 분야에서는 확실히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일의 처리에서는 우둔하다고 생각했다.'(p.86) 지극히 현실적인 꿈을 추구하는 염구에게 공자는 너무 멀었던 것이다. 특히 공자가 낮에 존다는 이유로 사마우를 내쫒자, 염구는 강하게 반발하며 공자와 문답(p.172이하)하는데-사실상 따지고 있다-곰곰히 곱씹어 볼 부분이다.

한편, 초소왕과 백영은 쑥대밭이 된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특히 백영은 흔들리는 초소왕에게 현명한 조언을 한다. 백영의 현숙함은 정말 대단하다.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초나라 대부 자옥의 아내, 첩은 몸이 더럽혀졌다는 이유로 자옥앞에서 자결한다. 그러자 자옥은 초소왕에게 이들에게 상을 달라고 청하는데, 초소왕은 이런 말을 한다. "자옥, 자네는 왜 독을 마시지 않았는가?" (중략) "이 망할 놈 같으니! 너는 망할 자식이다! 내가 모두에게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겠다. 집에서 양 떼를 지키던 개가 어느 날 늑대 무리를 만났다. 그것은 목숨이 두려워 즉시 줄행랑 쳤다. 양들은 그냥 내버려 두고 말이다! 나중에 집에 돌아온 개는 양들이 늑대에게 물려 상처를 입은 것을 보고 성이 났다. 차라리 물려죽기나 하지 왜 성가시게 만드느냐며 다친 양들을 내팽겨쳤다. 그래서 수많은 양들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자옥, 말하라! 네가 이 개와 다를 것이 뭐가 있느냐?"(p.160) 비록 패한 군주지만, 초소왕의 저런 태도는 정말 멋지다.

우리를 돌아보자. 병자호란때 끌려간 처녀들이 돌아오자 '환향녀'란 딱지를 붙이고 손가락질 하지 않았는가? 그녀들을 보호하지도 못하고 끌려가 욕을 당하게 만든건 누구인가? 왜 그녀들이 손가락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와신상담의 주인공 오왕 부차와 월왕 구천의 이야기도 계속 이어진다. 부차의 마부 노릇을 하며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구천. 의심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부차의 똥을 맛보기까지 한다. (p.348) 이를 권한 범려나 받아들인 구천이나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 부차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구천에 대한 의심의 시선을 누그러 뜨린다. 한편, 복수심에 불타는 초나라는 아녀자 10명을 용광에 넣어 무기를 만들려고 하고, 이 소식을 들은 공자는 필사적으로 막으려 하는데…흥미를 더하는 <공자>, 3권을 기대하자.


* 책 뒤편에 '오왕 구천', '월왕 부차'라고 되어 있는데, 둘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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