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트비트
쇼지 유키야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쇼지 유키야'에 대한 기대, 설렘은 산산조각 났다. 딱딱한 문체와 산만한 구성, 실망이다. 도저히 호의적으로 봐줄 수 없다.
구성을 살펴보자. Boy's Side에서는 '하라노이 오사무', 고죠츠지 가문의 '유리' 시점이 번갈아 서술되며, Girl's Side에서는 오사무와 대응하는 '야오', 유리친구 '에미' 시점이 번갈아 서술된다. 그리고 마지막 Last Man's Side에서 사건 총정리. A-B-A-B 구성에 C-D-C-D를 추가한 것인데, 이는 명백히 실패다. 여러가지 문제가 도출된다.
첫째, 도식적인 구성으로 인한 구성 산만화. A-B-A-B, C-D-C-D구성에서 A와 B, C와 D의 연관성을 따져봤다. 양자의 연결고리는 야오뿐이다. '어떤 사정' 때문에 고죠츠지 가家에서 '어떤 행동'(스포일러 때문에)을 해야했던 야오. 그외는 관련이 없다. 그러다보니 이야기는 따로 놀고 산만해 진다. 오사무의 미국유학기, 신디와 레실과의 관계, 오사무가 추억하는 고교시절 야오와의 관계, 유리와 친구들 그리고 고죠츠지 가문의 비밀등등이 제각각 어설프게 이어져 있다는 느낌.
둘째, Girl's Side의 야오시점부분(C)은 쓰면 안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축인 '야오행방불명 사건'을 포함한 여러가지 의혹이 야오 자신의 입을 통해 너무나 쉽게 누설된다. 그러다보니 클라이막스 Last Man's Side가 힘을 받지 못하고, 오로지 '반전에 모든 것을 거는' 비참한 상황이 연출된다. 더 나아가 유리와 에미의 시점(B, D)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시점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분량에 비해 알맹이가 하나도 없다. 고죠츠지 가문설명, 유령사건 말고 뭐가 더 있는가?
저런 구성은 쓰긴 쉽고, '완성'시키기는 어렵다. 저자는 너무 만만하게 본 것 같다. 전체적으로 '아마츄어적인 소설'이란 느낌이 들었다. 기분 나쁘겠지만 비교해 보자. 만약,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소재로 글을 썼다면 단 100페이지면 충분했을 것이다.
스토리라인과 설정을 살펴보자. 일단 오사무와 야오간 '1억엔 증여 약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당시 야오는 당장 돈이 필요했다. 그녀가 처한 상황, 성격등에 비추어볼 때, 절반을 요구해서 바로 갖는 것이 현실적이다. 왜 불확실한 10년 기간을 기다린단 말인가? (오사무에 대한 애정의 발로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지만 아무래도 좀) 또한 수학여행중 눈맞아 섹스했던 장소에 '우연히' 1억엔이 있었단다. 마치 신의 계시를 받고 수십년 먹은 산삼을 발견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건 동화가 아니지 않은가?
또한 고죠츠지가의 내력, 우에마츠의 정체, 유령출몰 사건의 비밀등도 진부하다. 유일하게 놀랄만한게 반전인데, 단 한 문장으로 반전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의 이르는 병>과 유사하다. 반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반전은 '초현실적인 이해'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가슴깊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쇼지 유키야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지나친 기대는 역시 아쉬움만 남길 뿐이었다. 일본에서 독자들의 요청으로 <하트비트>의 후속작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결말의 충격을 이어가고 싶은 독자라면 읽고 싶을만한 작품인 듯. <하트비트>에 대해 주제넘게 악평을 해댔다. 하지만, 이는 높은 기대치에 비례한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심장의 소리를 따라 읽는다면, 의외의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표지를 보라. 처음 표지를 보고, 남자가 주변과 부조화스럽고 약간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동작이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아니다. 표지는 <하트비트>의 모든 것을 제대로 부각시키고 있다. 읽은 다음 표지를 찬찬히 다시 보시길^^ 한스미디어의 표지센스는 정말 최고!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표지도 떠올려보자. 정말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