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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3 - 모든 것의 끝이자 시작이었다
가오광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3권은 복수를 위해 보검을 만드는 초나라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공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0명의 여인들은 용광로로 뛰어들고, 광기에 사로잡히 명인 구야자마저 용광로에 몸을 던진다. 결국, 재왕의 검 '태아', 웅검 '용연', 자검 '공포'를 얻는 초소왕. 공자는 초소왕에게 인과 예를 설파하지만, 복수만을 꿈꾸는 초나라엔 공자의 주장이 통할리 없다. 한편, 자공은 초 궁녀들을 상대로 특유의 장사능력을 발휘한다. 금비녀와 허리를 조일 수 있는 금 자물쇠를 판 것. 많은 돈을 벌어들인 그는 스승을 위해 화려한 집을 구입하는데…과연 공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공자의 반응은 의외였다. 좋은 옷을 몸에 걸치기도 하고, 병풍그림을 살피기도 하고, 여악사와 맛있는 음식을 청하기도 한다. 제자들은 혹여 공자가 자공을 꾸짖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본래 그럴(꾸짖을) 작정이었지만 지금 자공의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니 그럴 면목이 없구나. 할 수 없이 모르는 척 넘어가기로 했다."(p.30) 환호하는 제자들^^
월왕 구천과 오왕 부차이야기도 계속 이어진다. 비록 공자는 오, 월나라를 직접 찾지는 않았지만, 그의 제자들(특히 자공)은 수차례 방문해 오왕을 설득하기도 하고, 사건의 증인이 되기도 한다. 부차는 자기의 생일 축하연을 맞아 월왕 구천이 월나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한다.(p.49) 꿈에 그리던 고향땅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지만, 오자서는 이런 결정에 반대하고 구천을 죽일 것을 청한다. 결국, 범려가 나서 구천과 오자서의 맞대결을 부차에게 청하는데, '월왕과 오자서를 투옥시키고 월나라에서 보낸 식량이 싹을 틔우는 가를 확인한 다음, 싹이 나면 오자서를 죽이고 싹이 나지 않으면 월왕을 죽이라는 것'(p.58참조)이다. 승부는 어떻게 될까? 읽어 보시길. (이 승부엔 오왕 부차의 심중이 강하게 반영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부차가 똥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개인 구천에 대해 약간의 연민을 느낀데다 오자서의 지나친 강직함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문종이 이미 '조치를 취한' 벼에서 싹이 날리 없지 않는가? 이후 오자서 죽음의 배후에 부차가 있다는 소문이 돈 것도 뭔가 의미심장하다.)
오왕 부차는 보검을 만들었으면 자기한테 바쳐야 하지 않느냐며 초소왕을 압박한다. 이에 자공은 부차를 찾아 교묘한 말솜씨로 설득해낸다. 초소왕은 기뻐하며 공자에게 초나라 700여리의 땅을 내리고 다스리게 한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은 흥분에 들떠 치국의 포부를 밝히지만, 그 700리란, 그 700리란, 아무도 없는 숲과 호수뿐인 곳이었다. 분노하는 제자들. 처음으로 좌절하는 공자. 공자는 제자들에게 떠나라는 말까지 한다. 염구에겐 그를 청하는 계손비의 편지를 전하고, 염구는 스승을 떠나 고향으로 향한다. 돌아온 고향에서 자하, 자장, 증점등의 제자들은 공자의 사상을 가르치고 있었다. (p.117)그들은 공자를 한없이 신성화시켜 염구가 보기엔 공자의 말이 아닌것까지 공자의 것인 양 교육하고 있었다.
위나라의 남자, 괴외 이야기도 등장한다. 공자의 가슴을 뒤흔들던, 공자에게 국정을 맡기려던, 절세미녀 남자. 공자는 제자 자로를 보내 첩과 남자를 돕게 한다. 왕권을 노리던 음험한 괴외는 드디어 일을 벌인다. 황제 첩의 명령을 사칭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p.260) 괴외는 손자이자, 태자인 아기를 내던져 죽이고, 이어 아들이자 왕인 첩마저 살해한다. 남자는 공부자와 자공의 말을 듣지 않고 괴외를 살려둔 것을 후회하며 자결(p.269)한다. 그리고 자로역시 괴외와 병사들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죽음을 맞는다. 아, 자로여. 남자여.
공자는 현실정치에서 늘 쫒겨다녔고, 뜻을 펼칠만한 기회도 얻지 못했지만 그의 제자들과 사상은 변함이 없었다. 수제자 안회와 책 편찬에 온 힘을 다하는 공자.(p.314) 한편, 월왕 구천의 복수극도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 주변국을 떨게 하며 강력한 국력을 자랑하던 오나라지만, 영원한 것은 없었다. 월나라, 초나라 연합군의 공격에 오나라는 무너지고, 오왕은 백비와 서시에게 투항할 것을 명하고 결사대 3000명과 최후 항전을 맞이 한다. 결국, 자결하는 부차.(p.333) 월왕 구천과 범려, 초소왕 드디오 한을 풀었구나.
한편, 백비와 범려는 구천을 떠난다. 범려는 진정 현명한 사람이었다. 원수를 갚은 후 변해버린 구천의 모습을 그는 예견했던 것이다. 그는 서시에게 말한다. "당신은 그가 왜 나를 자기 방 문 앞에서 자게 했는지 아시오?" "그가 오나라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내가 발설할까 두려웠던 거요. 내가 도망치지 않았으면 그가 먼저 나를 죽였을 거요."(p.419) 범려와 서시의 사랑은 뒤늦게 이어질 듯 하지만, 결국 서시는 범려를 떠난다. 가슴 아픈 장면.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스승보다 먼저 안회는 떠나버리고(p.392) 공자는 식음을 전폐한다. 결국, 결국, 세상을 떠나는 공자.(p.449) 그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 그가 남긴 사상과 제자를 통해 영원히 살아 남았다. <공자>시리즈를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상을 헤치며 인과 예, 대동사회를 꿈꾸던 공자. 오래 오래 기억될 것이다.
3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얼마나 아쉽던지 아껴가며 읽었다. 3권으로 시리즈가 완결된 것은 정말 유감이다. 공자의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 월왕 구천과 오왕 부차이야기, 서시이야기, 공자일행의 유랑기등에 살을 붙여 10권 정도로 썼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 더 읽고 싶다. 가오광의 다른 역사소설을 기다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