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자서전 (개정판) -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의 삶 - 체 게바라 전집 1, 개정판
체 게바라 지음, 박지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체 게바라'의 얼굴은 친근하다. 티셔츠나 광고에서 그에 얼굴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으로 불리는 체 게바라, 그의 생생한 삶의 궤적을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체 게바라가 '자서전'을 쓴다는 생각으로 쓴 것은 아니다. 그럴만한 시간도 없었고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 왜 이 책을 자서전이라 부르는 걸까? 이산하 시인의 말처럼 '이 책이 편집자의 가필이나 윤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체 게바라 자신의 육필 기록들만 채워져 있기 때문'(p.62)이다.

<체 게바라 자서전>은 황매출판사에서 출간예정인 '체 게바라 전집'의 첫번째 작품이다. 전집이란 말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체 게바라에 대한 모든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구성을 살펴보자. 초반 20여 페이지는 올컬러로 체 게바라의 사진과 프롤로그가 소개된다. 이어 체 게바라의 삶을 개괄적으로 소개한 '체 게바라 연보'(p.33~59), <체 게바라 시집>을 엮은 이산하 시인의 '추천사'(p.60~65)가 이어지고, 본격적으로 체 게바라의 글이 소개된다. 크게 14개의 장이 연대별로 이어지는데, 각 장은 '체 게바라 연구센터'의 연구원이며 시인인 '빅토르 카사우스'의 글을 통해 시작된다. 또한 중간중간 다양하고 방대한 사진자료가 수록되어 있어 체 게바라의 글을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2장과 3장(p.72~169)은 체 게바라와 친구 알베르토의 라틴 아메리카 여행기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소개된 바로 그 여행인 것이다. 체 게바라가 손수 기록한 여행기를 통해, 사회문제를 직시하고 조금씩 시야를 넓혀가는 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보통 젊은이 같은 우스운 에피소드도 눈에 띈다. 체 게바라와 알베르토는 임금대신 고기를 잔뜩 먹을 수 있게 해준다는 말에 바베큐 파티 준비를 돕기로 한다. 그들은 열심히 일한다. 다만, 고급와인을 몰래 빼돌린다. 꾀를 내 나중에 찾아가려고 버드나무 아래 숨겨둔 것. 하지만 일이 끝난 후 가보니 와인은 사라져 버렸다. 누군가 이를 알아채고 가져가 버린 것이다. 체 게바라는 이렇게 쓰고 있다. '배부르게 먹고 마셨지만 우리 둘 다 풀이 죽어 있었다. 와인을 챙기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기분은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p.110) 항상 완벽한 그의 모습만 보고 와인을 몰래 숨기는 모습을 상상하니, 왠지 어색하고, 또 친근하다.

4장은 어머니, 주변 친지들,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글이 소개된다. 인상적이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투쟁에 헌신한 그에게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어머니가 있었던 것이다. 그를 걱정하고 조언해 주는 부모님 앞에서 그는 다른이들과 똑같이 하나의 아들일 뿐이었다. 6장은 독특하다.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전부 체 게바라 자신이 찍은 것이다. 1950년대 멕시코의 모습, 유적들, 쿠바 인도의 모습, 그리고 그의 셀프포트레이트까지. 당시 그의 모습은 수염도 없고 휠신 젊어 말쑥해 보이지만, 뭔가 고뇌에 찬 모습이다. 젊음의 고뇌일까? 사진 속 그는 점점 변하고 있었다. 말쑥한 엘리트 청년에서 치열한 혁명전사로.

8장부터 본격적으로 혁명가 체 게바라의 모습이 등장한다. 덥수룩한 수염과 낡은 옷, 그리고 시가, 누구나 한번쯤 접해 봤을 바로 그 모습인 것이다. 13장은 체 게바라의 문학비평을 수록하고 있는데, 특히 인상적이다. 그는 대단한 독서광이었다고 한다. 수록되어 있는 사진들은 그가 바다위 배에서, 나무 위에서^^, 작은 방에서 독서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체 게바라가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었던 부분. 15장은 우리 기억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체 게바라의 다양한 사진을 소개하는 장이다. 이토록 다양한 사진을 소개한 책이 지금까지 있었던가? 체 게바라의 모습을 담아 사진 하나하나를 남기며 이 책은 마무리 된다.

막연하게 체 게바라를 동경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전혀 없었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와 황매출판사에서 출간된 <카스트로의 쿠바>를 통해 곁다리로 잠깐 접한 것 정도뿐. 그런 내게 <체 게바라 자서전>은 그야말로 고마운 책이다.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 체 게바라의 글과 사진을 통해 그를 느낄 수 있었다. <체 게바라 자서전>은 그의 자필원고를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을 뿐더러, 다양한 사진자료까지 수록되어 있다. 국내에 소개된 체 게바라 관련서적중 가장 그의 삶과 밀접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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