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 독살사건 - 조선 왕 독살설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수수께끼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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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 독살사건>은 '인종, 선조, 소현세자, 효종, 현종, 경종, 정조, 고종'등 독살당한 의혹이 있는 8인의 왕 이야기다. 선조를 제외한 나머지 국왕은 독살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인종] 대윤과 소윤이 대립하는 정치역학관계 속에서, 문정황후는 자신의 소생인 경원대군을 즉위시키고자 한다. 세자를 지지하는 대윤과 경원대군을 지지하는 소윤, 결국 세자는 왕위에 오르지만 문정황후와 소윤의 음모에 곧바로 희생당한다. 하늘이 내린 효자라고 칭송받았고, 학문을 좋아하던 인종. 아쉽다.

[선조] 선조는 독살이 아닌 듯하다. 명확한 증거가 없고 인조반정 후 서인들이 편찬한 광해군일기에도 독살설 관련 기록 없다. 이는 아무리 물증을 찾으려 해도 증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리라. 만약 미약한 근거라도 있었으면 인조반정을 합리화하는 근거이기 때문에 그냥 둘리 없다. 저자는 말한다. '만약 선조 독살설이 사실이라면 서인정권이 반정후에도 이를 공식화하지 못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p.79)라고.

[현종] 집권세력이던 서인들, 예송논쟁 여파로 현종이 남인들에게 힘을 몰아주자 곧 사망한다. 서인세력에 의한 독살임이 분명하다.


* 자극적인 제목은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뭐 출판사야 판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3류 도색잡지의 선정적인 제목이 자꾸 떠오르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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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리스의 신비 2 - 악의 음모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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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정신적 상징, 오시리스의 아카시아나무 이야기로 2권은 시작된다. 서서히 죽어가던 오시리스의 아카시아나무를 지키기위해 세소스트리스 3세는 신전과 영생의 집을 건축함으로써 영적인 생기를 일으키고자 한다.(p.12) 이 나무가 죽게되면 부활의 제의는 수행될 수 없고 이집트는 존속할 수 없기 때문. 또한 이런 재앙의 원인과 주모자를 찾기 위해 노력을 동분서주하는데, 가장 의심되는 건 유일하게 복종을 거부하고 있는 크눔호테프다.

네스몬투와 세피장군은 크눔호테프와 일전을 주장하고, 드디어 세소스티리스 3세는 크눔호테프 정벌을 결정(p.36)한다. 이집트 파라오 세소스티르스 3세와 마지막까지 복종하지 않던 총독 크눔호테프의 격돌이라 긴장과 불안은 극대화되고, 파라오는 혹시모를 죽음을 대비 왕비에게 섭정과 왕위계승에 대한 이야기까지 남긴다. 다가오는 전운…

이런 대립각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된다. 세소스트리스 3세가 전격적으로 크눔호테프를 방문한 것(p.92)이다. 이집트의 통합을 강조하는 파라오에게 크눔호테프는 의외의 반응을 보인다. 파라오의 권위를 인정하고 복종을 맹세한 것이다. 크눔호테프의 군사적 우위가 예상되던 상황인지라 더욱 놀라운 그의 결정. 이에 세소스트리스 3세는 총독제를 폐지하고 새롭게 총리직을 신설해 크눔호테프에게 총리직을 맡긴다. 총독들에 의해 분열되었던 이집트를 통합하는 위대한 업적을 완성하는 순간.

이케르는 카훈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좋은 집 좋은 옷등 물질적 풍요를 누린다. 하지만 그에겐 물질적 풍요보다 중요한게 있다. 한눈에 반해버린 여사제를 만나는 것, 자신을 납치했던 배후를 찾는 것, 그 배후로 여겨지는 세소스트리스 3세를 살해하는 것. 이케르가 파라오를 폭군이라 생각하고 살해하려는데는 '비나'의 입김이 작용했다. 비나는 예고자측이 심어둔 정보원으로 이집트를 혼란에 빠지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인물.

한편, 예고자와 그 패거리는 이집트를 전복하려는 음모를 계속 추진한다. 거짓정보를 흘려 일처리에 방해가 되던 감찰관 루디를 살해(p.85)하고, 파라오의 친위대장 수호자 소백을 모함해 공정경비체계를 혼란에 빠트리게 한다. 주목할 것은 예고자와 이케르 납치의 배후 메데스가 연결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과연 이들의 음모는 어떻게 진행될지.

이케르는 헤렘사프의 배려로 꿈에 그리던 아비누스 신전의 사제가 된다. 그러나 헤렘사프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p.176), 이케르는 카훈을 떠나 프타신전에서 임시사제로 일하며 법률학교에서 공부를 계속한다.(p.242)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대사제의 명에 따라 푸줏간관리를 맡게된 이케르, 새로운 기회를 주어졌다. 그건 바로 파라오의 식사시중을 드는 백정을 따라 파라오를 가까이서 접견할 수 있는 입장이 된 것. 목표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케르. 하지만, 너무나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충격적 반전.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는 나중에 읽으실 분들을 위해 남겨두겠다)

파라오 세소스트리스 3세의 놀라운 안목, 세카리의 정체, 그리고 이케르의 파격적 신분상승, 점점 흥미를 더하는 <오시리스의 신비>, 3권을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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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전
쓰카 고헤이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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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간바야시 미치코'는 행복했을까? 전공투 40만을 대표하는 위원장으로 두남자의 여자로, 짧은 생을 살았던 그녀는 과연 행복했을까? 책을 읽으며, 이번처럼 안절부절 못한 적도 없는 것 같다. 무척 화가 났다. 가쓰라기를 비롯한 전공투 지도부의 이중성, 기노시타등의 여성비하적 태도, 투쟁을 위해 정조까지 유린당해야 했던 미치코, '안 돼! 안 돼!'를 몇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간바야시 미치코의 생애'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전공투가 한창이던 시대상을 바탕으로 간바야시 미치코란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다. (간바야시 미치코의 생애에 대해서는 역자후기를 참조하길) 전공투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이 책에 그려지는 전공투는 호의적으로 볼 수 없다. '위선과 공명심으로 가득한 젊은 치기'란 생각까지 들었다.

임신한 여자친구 사요를 자살에 이르게 한 전공투의 미남지도자 '가쓰라기'의 여성편력, 끝모르는 정치지향성, 막상 진압이 시작되면 먼저 도망치는 비겁함. 혁명을 들먹이며 여성들을 농락하는 기노시타의 행태. (기노시타의 말을 들어보자. "고매한 혁명이론 앞에서 여자의 정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그러니까 너도 여자라는 의식을 버리고 여자의 정조에서도 해방되고 일단 여기서 나랑 살면서 같이 혁명을 실천하는 거야."(p.169) 아, 한숨만 나온다. 정말 재수없는 기노시타) 후원금 모금을 위해 몸을 바치라는 로쿠조의 주장(p.305)등. 정말 전공투 지도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각.

연장선상에서, 일본과 우리의 문화차를 절실히 느꼈다. 아무리 위원장이라지만 후원금모금을 위해 몸을 판다는 것 이해할 수 없다. 바리케이트 안, 밤새도록 타오르는 불길 옆에서 남자들에게 안기며 미치코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또한 아내를 호스티스시켜 그 돈으로 학생운동하던 기타지마의 행태, 정보수집을 위해 미치코를 야마자키집에 잠입시킨다는 지도부의 결정, 도무지 이들에게 윤리의식이란 뭘까? 혁명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던 해도 된다는 건가? 왜 여성을 도구로 이용하는가? 후원금 모금을 위해 미치코에게 몸을 팔게 했던 그들…그들은 왜 돈많은 여성들을 상대로 몸을 팔지 않는가?

더 놀라운건 간바야시 미치코를 비롯한 여성들이 지도부의 결정에 순순히 따른다는 것이다. 미치코는 후원금을 위해 몸을 팔고, 야마자키집에 잠입해 정조를 바치고 아기까지 낳는다. (미치코가 이후 야마자키에게 사랑을 느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작은 작전이었을 뿐) 얼굴마담, 꼭두각시가 분명한 전공투 위원장이란 직함도 가쓰라기를 위해 수락한다. 미치코를 배후에 두고 전공투를 좌지우지하려던 가쓰라기의 불순한 의도, 역겨운 가쓰라기.

이 작품은 희곡으로도 공연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희곡과의 접점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미치코와 유코가 함께 공연을 보는 장면(p.205이하)이다. <비룡전>의 내용을 연상시키는 공연이 <하네다 10용사>란 이름으로 상연된다. 공연중인 변사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엄마 얼굴도 몰라요. 엄마는 어떤 사람이지? 난 작전을 위해서 태어났을 뿐인 아이인가? 내가 태어난 순간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고 내가 큰 다음에는 아버지가 노망이 들고, 대체 무엇 때문에 내가 태어났는지 가르쳐줘야 해. 아버지는 노망든 머리로 말했어. (후략)(p.206) 어떤가? 이들이 보고 있는 공연과 <비룡전>의 내용은 같다. 즉, 미치코 사망후 성장한 미치코의 아이가 하는 말이다. 더 나아가 유코는 말한다. 나중에 자기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의 제목을 '비룡전'으로 할 거라고. 이런 구성은 좀 더 깊이있는 분석이 가능할 듯 한데, 내 능력으로는 무리다.

<비룡전>을 통해, 1970년대 일본의 사회상과 전공투의 대략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쓰다보니 <비룡전>자체보다, 전공투 위원들의 이중성을 성토하는데 초점을 맞추게 됐다. 분명히 하겠다. 전공투 위원들 가쓰라기, 기노시타등에 대한 분노는 <비룡전>에 대한 분노가 아니다. 오해하지 마시라. <비룡전>은 두툼한 분량처럼 깊이있고 인상적인 책이다. 간바야시 미치코의 생애를 따라 숨 쉴틈 없이 진행되는 생생함은 이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것이다. '쓰카붐'까지 일으켰다는 재일교포작가 쓰카 고헤이, 앞으로 그의 작품이 더욱 많이 소개되었으면 한다. 

 

* 구성상 시점이 바뀌는 부분이 있다. '나의 젤소미나'(p.270이하)는 제4기동대장 야마자키 잇페이의 시점이다. 그리고 '잠복'(p.321이하)에서는 야마자키와 미치코의 시점이 번갈아 서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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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절판


일기장에 달린 자물쇠는 마음만 먹으면 단 한 번의 충격으로 망가 뜨릴 수 있는 조악한 물건이었지만 소녀들은 그 작고 허술한 장치에 자신의 비밀을 맡겼다. 다른 누군가가 읽으면 부끄러워서 죽고 싶을 일기장. 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멋진 누군가가 읽어주었으면 하는 일기장. 소녀들은 특별한 누군가가 읽어주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그 상대를 향해 조금쯤은 꾸며낸 자신의 일상을 적으면서 지루한 밤의 한때를 보냈다.-12쪽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에는 항상 눈앞에 시간이 무진장으로 남아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마당에 널어 햇볕을 쪼인 이불의 보송보송한 단내. 지금부터 무슨 일이든 적어넣을 수 있을 것 같은 달력의 여백. 아직 펼쳐보지 않은 하얀 페이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가져다줄 행복한 예감으로 가득하다. 한 달만 지나면 그것이 환상이었음을 깨닫게 되겠지만 해마다 똑같은 행복한 예감으로 가득한 것을 보면 인간이란 얼마나 단순하고 진보가 없는 생물인가. 여름방학의 시작이 행복한 것은, 뭔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33쪽

하루하루의 일상은 아무 일 없이 평화롭게 흘러갔다. 차가운 과자를 만들거나 책을 읽고 가끔은 공부도 하고 때로는 무대배경의 디자인을 생각하는 가운데 나의 소중한 여름방학이 졸음 속에서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뒤죽박죽인 느낌과 함께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며 거짓 평온을 누리고 있다는 강박관념이 하루하루 내 안에서 커가고 있었다. 때로는 이유 없는 불안과 갑작스런 우울함에 꼼짝할 수 없는 날도 있었다. -36쪽

"진실? 그런 게 어디에 있다는 겁니까? 진실, 이 말을 입에 담은 순간 그 말이 갖는 허구의 맹독으로 혀가 썩기 시작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본 것밖에 믿지 못합니다. 아니, 믿고 싶은 것밖에 보지 못합니다. 진실이란,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89쪽


음식을 먹는다는 건 때로 허망하고 부끄럽고 서글프다. 사자처럼 한 번 먹으면 한 달 동안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에 몇 번씩 배를 채우기 위해 어김없이 부엌에서 부지런히 움직여 음식을 만들고 입을 벌려 음식을 넣고 우적우적 씹어야 하다니, 얼마나 비참하고 굴욕적인가. 더욱 서글픈 것은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손은 저절로 움직여 남김없이 음식을 집어먹고는 부른 배를 안고 편안해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제아무리 점잔빼는 사람이라도 어차피 동물이긴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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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행자 - 손미나의 도쿄 에세이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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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태양의 여행자>는 손미나 아나운서가 선보이는 두번째 여행기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통해 열정과 도전정신을 맘껏 자극했던 그녀가 이제 일본 여행기를 통해 돌아왔다. 상당한 기대를 했다. 항상 관심을 가져왔던 일본, 그리고 손미나의 여행에세이,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이다.

저자는 도쿄를 추억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린 시절 잠시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때,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준 인연으로 친구가 된 키요코. 하얀 피부와 금발머리 소녀들 사이에서 둘은 마치 친자매 같은 우정을 나눈다. 헤어질 때, 하트 모양 목거리를 반쪽씩 나눠 갖은 그녀들.(p.16) 일본은 저자에게 언젠가 하나가 되어야 할 목거리 반쪽과 같은 의미는 아닐까? <스폐인, 너는 자유다>에서 등장했던 스폐인 친구 '조르디'와 '장화신고 쇼핑'했던 추억은 유쾌했다. 태풍때문에 폭우가 계속되자 조르디와 저자는 장화를 신고 쇼핑을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일본인들이지만, 가는 곳마다 힐끔거렸다고 한다. 하하. (조르디의 장화패션은 p.31에 실려 있음^^)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 여행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한가지 미심쩍었다. 이 책 어디에도 '일본 여행기'라는 표현은 없다. 부제나 차례 전부다 '도쿄 여행기'라고 되어 있다. 그랬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도쿄'만 여행한 기록이다. 오직 도쿄만. 이 점을 기억해 두자.

말이 나온김에 더 하자. <태양의 여행자>를 읽으며 <스폐인, 너는 자유다>와 같은 열정과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다. 도쿄만을 여행한, 그것도 아주 촉박하게 여행한 여행기다. 심지어 '책을 위한 여행기'란 생각까지 들었다. 전작이 스폐인의 다양한 축제, 바로셀로나 대학에서의 박사과정등 스폐인에서의 다양한 체험을 흥미롭게 풀어갔다면, 이 책은 훨신 한정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건 촉박한 출간일정, 촉박한 여행일정등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난 촉박했는지 아닌지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행기 자체가 한정된 장소, 한정된 사람, 한정된 시간을 바탕으로 하는지라, 도쿄의 외양을 소개하는 방송프로그램을 본듯한 느낌이 들 뿐, 여행의 끈끈한 정이라던지 감동은 약했다.

앞으로 계속될 손미나 아나운서의 여행에세이 자체가 염려스럽다. 여행 작가를 꿈꾸는-아니, 이미 여행 작가인-그녀에게 여행은 자칫하면 '책만을 위한 여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책을 위해 여행을 한다는 것. 하지만, 믿는다. 아나운서 손미나는 앞으로 더욱 멋진 여행에세이를 선보일 것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 작가가 될 것이란 걸.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통해 보여줬던 열정과 도전정신을 난 아직 기억하고 있다. 이런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태양의 여행자>의 아쉬움은 하나의 약이 될거라 생각한다.

인상적이었던 몇 부분을 소개한다. '아사쿠사의 리키샤(인력거)맨 하치 이야기'(p.93). 관광용으로 몇몇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리키샤, 저자가 리키샤꾼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자 한 청년이 다가온다. 바로 성실청년 하치. 그는 저자를 태우고 씩씩하게 인력거를 몬다. 아사쿠사의 역사를 배우고 남들에게 알리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후 바로 일하는(p.98참조) 그의 성실한 모습은 멋져보였다. 직업에 귀천을 따지지 않고,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일본 젊은이들…배워야 할 것은 배우자.

'백 년 전통 타카오 스시'(p.165) 여행도중 알게 된 '마에다 상'네 스시집은 100년 전통으로  가업으로 이어져 내려왔다고 한다. 100년 전통이라니, 일본의 대단한 장인정신. 마에다 상의 아버지를 만나 저자와 그의 남편은 새벽에 츠키지 수산시장을 가고(p.178이하), 맛있는 장어덮밥도 먹고(p.188이하) 각종 기념품과 엄청 매운 과자까지 선물받는다. (과자사진은 p.193에 한 입 베어 물면 혀 끝이 마비될 정도의 맛이라 한다^^) 마에다 상과 그의 아버지의 만남을 너무 우려 먹은 듯한 느낌도 드는데, 이건 위에 언급한 일련의 아쉬움과 맞닿아 있다.

마지막 부분에 '도쿄 포토인덱스'(p.266이하)란 섹션이 있다. '본문에는 미처 소개하지 못했지만 저자가 추천하는 관광 포인트'라 한다. 전화번호와 웹페이지 주소, 간략한 소개가 있어, 도쿄를 여행할 때 유용할 듯.

손미나 아나운서의 후속작을 손꼽아 기다려 왔기에, 실망도 컸다고 생각한다. <태양의 여행자>사진이나 글은 인상적었지만, 열정을 느낄 수는 없었다. 뭔가 부자연스럽고 '여행' 특유의 참 맛이 살아나지 않았다. 여기까지 하겠다. 아쉬움은 이미 충분히 언급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쿄의 다양한 사진을 접할 수 있었단 사실하나만으로 즐거웠다. 멋진 사진들이 하나 가득이다. 
 


* 촌스런 표지, 산만한 편집은 정말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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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8-02-0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도 두루두루 부지런하시고, 리뷰 쓰기도 부지런하시네요. 전 둘 다 게을러서, 읽기도 밀려있고, 쓰기도 밀려있답니다.// 글구 저 아래 글중 '마일리지 100만원'이라뇨! 쿠하하하...

쥬베이 2008-02-04 18:5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정말 마일리지 100만원만 있음 소원이 없겠어요ㅋㅋ

Apple 2008-02-04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글읽다보니 책을 읽고싶기보다는 도쿄에 다시 가고 싶다는..ㅠ_ㅠ

쥬베이 2008-02-04 18:53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시즈님하고 도쿄하고 뭔가 분위기가 통하는거 같아요ㅋㅋ
사진이 많아서 보기엔 즐거운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