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여행자 - 손미나의 도쿄 에세이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태양의 여행자>는 손미나 아나운서가 선보이는 두번째 여행기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통해 열정과 도전정신을 맘껏 자극했던 그녀가 이제 일본 여행기를 통해 돌아왔다. 상당한 기대를 했다. 항상 관심을 가져왔던 일본, 그리고 손미나의 여행에세이,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이다.

저자는 도쿄를 추억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린 시절 잠시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때,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준 인연으로 친구가 된 키요코. 하얀 피부와 금발머리 소녀들 사이에서 둘은 마치 친자매 같은 우정을 나눈다. 헤어질 때, 하트 모양 목거리를 반쪽씩 나눠 갖은 그녀들.(p.16) 일본은 저자에게 언젠가 하나가 되어야 할 목거리 반쪽과 같은 의미는 아닐까? <스폐인, 너는 자유다>에서 등장했던 스폐인 친구 '조르디'와 '장화신고 쇼핑'했던 추억은 유쾌했다. 태풍때문에 폭우가 계속되자 조르디와 저자는 장화를 신고 쇼핑을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일본인들이지만, 가는 곳마다 힐끔거렸다고 한다. 하하. (조르디의 장화패션은 p.31에 실려 있음^^)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 여행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한가지 미심쩍었다. 이 책 어디에도 '일본 여행기'라는 표현은 없다. 부제나 차례 전부다 '도쿄 여행기'라고 되어 있다. 그랬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도쿄'만 여행한 기록이다. 오직 도쿄만. 이 점을 기억해 두자.

말이 나온김에 더 하자. <태양의 여행자>를 읽으며 <스폐인, 너는 자유다>와 같은 열정과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다. 도쿄만을 여행한, 그것도 아주 촉박하게 여행한 여행기다. 심지어 '책을 위한 여행기'란 생각까지 들었다. 전작이 스폐인의 다양한 축제, 바로셀로나 대학에서의 박사과정등 스폐인에서의 다양한 체험을 흥미롭게 풀어갔다면, 이 책은 훨신 한정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건 촉박한 출간일정, 촉박한 여행일정등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난 촉박했는지 아닌지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행기 자체가 한정된 장소, 한정된 사람, 한정된 시간을 바탕으로 하는지라, 도쿄의 외양을 소개하는 방송프로그램을 본듯한 느낌이 들 뿐, 여행의 끈끈한 정이라던지 감동은 약했다.

앞으로 계속될 손미나 아나운서의 여행에세이 자체가 염려스럽다. 여행 작가를 꿈꾸는-아니, 이미 여행 작가인-그녀에게 여행은 자칫하면 '책만을 위한 여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책을 위해 여행을 한다는 것. 하지만, 믿는다. 아나운서 손미나는 앞으로 더욱 멋진 여행에세이를 선보일 것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 작가가 될 것이란 걸.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통해 보여줬던 열정과 도전정신을 난 아직 기억하고 있다. 이런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태양의 여행자>의 아쉬움은 하나의 약이 될거라 생각한다.

인상적이었던 몇 부분을 소개한다. '아사쿠사의 리키샤(인력거)맨 하치 이야기'(p.93). 관광용으로 몇몇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리키샤, 저자가 리키샤꾼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자 한 청년이 다가온다. 바로 성실청년 하치. 그는 저자를 태우고 씩씩하게 인력거를 몬다. 아사쿠사의 역사를 배우고 남들에게 알리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후 바로 일하는(p.98참조) 그의 성실한 모습은 멋져보였다. 직업에 귀천을 따지지 않고,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일본 젊은이들…배워야 할 것은 배우자.

'백 년 전통 타카오 스시'(p.165) 여행도중 알게 된 '마에다 상'네 스시집은 100년 전통으로  가업으로 이어져 내려왔다고 한다. 100년 전통이라니, 일본의 대단한 장인정신. 마에다 상의 아버지를 만나 저자와 그의 남편은 새벽에 츠키지 수산시장을 가고(p.178이하), 맛있는 장어덮밥도 먹고(p.188이하) 각종 기념품과 엄청 매운 과자까지 선물받는다. (과자사진은 p.193에 한 입 베어 물면 혀 끝이 마비될 정도의 맛이라 한다^^) 마에다 상과 그의 아버지의 만남을 너무 우려 먹은 듯한 느낌도 드는데, 이건 위에 언급한 일련의 아쉬움과 맞닿아 있다.

마지막 부분에 '도쿄 포토인덱스'(p.266이하)란 섹션이 있다. '본문에는 미처 소개하지 못했지만 저자가 추천하는 관광 포인트'라 한다. 전화번호와 웹페이지 주소, 간략한 소개가 있어, 도쿄를 여행할 때 유용할 듯.

손미나 아나운서의 후속작을 손꼽아 기다려 왔기에, 실망도 컸다고 생각한다. <태양의 여행자>사진이나 글은 인상적었지만, 열정을 느낄 수는 없었다. 뭔가 부자연스럽고 '여행' 특유의 참 맛이 살아나지 않았다. 여기까지 하겠다. 아쉬움은 이미 충분히 언급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쿄의 다양한 사진을 접할 수 있었단 사실하나만으로 즐거웠다. 멋진 사진들이 하나 가득이다. 
 


* 촌스런 표지, 산만한 편집은 정말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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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8-02-0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도 두루두루 부지런하시고, 리뷰 쓰기도 부지런하시네요. 전 둘 다 게을러서, 읽기도 밀려있고, 쓰기도 밀려있답니다.// 글구 저 아래 글중 '마일리지 100만원'이라뇨! 쿠하하하...

쥬베이 2008-02-04 18:5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정말 마일리지 100만원만 있음 소원이 없겠어요ㅋㅋ

Apple 2008-02-04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글읽다보니 책을 읽고싶기보다는 도쿄에 다시 가고 싶다는..ㅠ_ㅠ

쥬베이 2008-02-04 18:53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시즈님하고 도쿄하고 뭔가 분위기가 통하는거 같아요ㅋㅋ
사진이 많아서 보기엔 즐거운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