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기억 저편에 간직했던 몽환적인 세계를 봤다

메이즈 - 간바라 메구미의 첫 번째 모험 ㅣ 간바라 메구미 (노블마인) 1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2월

'역시 온다 리쿠다'란 생각이 들었다. 항상 따라 다니는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란 수식어, 이번에도 그녀의 마법은 계속 됐다. 특히 '두부'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건축물, 현실세계라고는 믿을 수 없는 기묘한 배경의 묘사는 <메이즈>의 백미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항상 기억 저편에 간직했던 몽환적인 세계를 봤다.

<메이즈>엔 '간바라 메구미의 첫번째 모험'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간바라 메구미란 새로운 인물에 관심을 집중했지만, 부제가 무색하게 그의 비중은 미미하다. 그보다는 친구인 미쓰루가 대활약한다. 아쉽다면 아쉬웠던 부분. 간바라 메구미는 여자같은 이름과는 달리 듬직한 남성이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있다. 그는 요염한 여자의 말투를 쓰는 바이섹슈얼이다. 일본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오야마같은 캐릭터인 것이다.

초반 '두부'속에서 사라져 버린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연이어 제시된다. 마치 괴담을 연상시키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이어 본격적으로 간바라 메구미와 미쓰루등이 등장한다. '두부'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모인 간바라 메구미, 미쓰루, 세림, 스콧 네사람. 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두부'의 비밀을 파헤쳐 가고, 미쓰루는 사람들이 사라진 사건에 뭔가 규칙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러던 중, 세림과 스콧이 연이어 사라지고, 미스터리함과 공포는 최고조에 달하는데…

간바라 메구미는 주인공답지 않게 의문투성이다. 표면상 제시되는 그의 직업은 어디까지나 이름뿐이다. 그가 미쓰루를 불러 들이고 '두부'조사를 사실상 지휘하는 모습을 볼 때, 또한 결정적으로 결말을 생각해 볼 때, 그의 정체를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스포일러가 될 듯하니 그만)

초반 중반까지 이어졌던, 강렬한 미스터리함과 몽환적인 분위기는 진실로 접근해 가면서 '정치적'으로 흐른다. 정말 미스터리함의 극한을 맛보고 싶었던 독자라면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미쓰루는 결국 탁월한 식견으로 모든 것을 알아내지만, 그건 그가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 (위에 해당하는 독자는 말할 것이다. 저건 나도 바란게 아니라고.) 논리적으로 딱딱 맞아 떨어지는 진실보단, 끝없는 미스터리함이 온다 리쿠와 더 맞지 않는가? <메이즈>의 결말에 대해선 다양한 반응이 가능하리란 생각이다.

<메이즈>는 분명 좋은 작품이다. 온다 리쿠의 탁월한 묘사와 흥미진진한 이야기전개는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중동 어느 지역을 배경으로한 '두부'와 그 일대 배경묘사는 경악할 만하다. '이런 묘사도 가능하구나, 내가 기억속에 품어 오던 세계를 이 작가는 그려내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 하나만으로도 <메이즈>는 가치를 가진다. 역시 온다 리쿠!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 주목하겠다. 다음에는 좀 더 비중있게 활약하길.

흥미진진한 '네베엔딩 어드벤처'!!

깊은 밤을 날아서
프랜시스 하딩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세상에 흥미진진한 책은 많다. 그러나 재미있지만 그리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 있고, 재미있는데다 널리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이 미묘한 첫 느낌을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것이야 말로 그 책의 진정한 가치라 생각한다. <깊은 밤을 날아서>는 널리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개나리 같은 상큼한 표지, 탄탄한 완성도, 깜짝놀랄만한 흥미진진함…이런 책을 널리 권하지 않고 혼자 읽는다는 것은 죄다. 너무나 큰 죄다.

<깊은 밤을 날아서>는 주인공인 12살 소녀 '모스카 마이', 모스카의 친구 거위 '사라센',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기꾼 '이포니머스 클렌트'의 대모험기다. 책소개에 실린 '네베엔딩 어드벤처'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고독한 지식인, 역사가 '퀼럼 마이', 그는 '조각난 왕국'에 대한 미완성 논문과 모스카란 딸아이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겨진 모스카. 몸집 큰 거위 사라센을 안고 비둘기장 속에 숨어있는 소녀의 모습은 귀엽지만 너무 가엾다. 하지만 모스카는 당차고 활발할 아이다. 묶여 있던 남자를 발견하고 그에게 말을 건넨다. "내가 열쇠를 갖고 있어요. 아저씨를 풀어줄 테니, 나한테 일자를 주고, 날 함께 데려가줘요."(p.37) 놀랍지 않은가?^^ 남자는 바로 이야기꾼이자 사기꾼인 이포니머스 클렌트, 그들의 이상한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포니머스 클렌트, 그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모스카는 그가 가지고 있던 종이쪽지를 바탕으로 클렌트가 '출판업자 길드의 첩자'(p.88)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클렌트는 모스카를 떼어놓으려 한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더니 자기를 구해준 소녀가 이제는 귀찮아진 것이다. 재니퍼 버셀부인에게 사라센마저 넘겨버리고 사라진 클렌트. 하지만 모스카가 누구던가? 당찬 모스카는 기어이 클렌트를 따라 잡는다.(p.70이하)

몆가지 더 살펴보고 가자. 먼저 모스카의 성격. 클렌트를 따라잡아 "이포니머스 삼촌!"(p.70)하고 외치는 장면은 모스카의 넉살좋고 유머러스한 면모를 살필 수 있다. 당당,넉살,유머, 정말 사랑스런 소녀다. 의외로 행동적인 모습도 보인다. 욕심쟁이 외삼촌의 방앗간을 불태워 버리고 길을 떠난 것이 그것이다. 다른 하나. 모스카는 왜 사기꾼 클렌트와 함께 하는걸까? 자기를 떼어내기 위해 몰래 도망친 그 아닌가? 더군다나 사라센마저 넘겨버리고. 도대체 왜? 모스카가 정에 굶주려서 그런게 아닐까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혼자 여행하는 열두살짜리 여자아이 여자아이는 노상강도, 도둑, 사기꾼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다. 모스카는 연락할 곳도, 돈도, 친구도 없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이라도 죽일 수 있는 거위 한 마리와 이포니머스 클렌트뿐이었다.'(p.75)

모스카와 클렌트가 누비는 배경은 '조각난 왕국'이다. 조각난 왕국의 통치자 맨들리온 공작의 힘은 약해지고, 여러 길드가 독립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유력한 길드는 '출판업자 길드, 열쇠장이 길드, 뱃사공 길드' 이들 길드간 세력 다툼의 틈바구니 속에서 모스카와 클렌트는 대모험을 벌이는 것이다. (앞부분에 '조각난 왕국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실려 있다. 하지만 처음엔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정도 읽은 다음 되돌아와 참조하면 좋을 듯)

이후 이야기전개에 중요하게 부각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맨들리온 공작의 누이인 '레이디 타마린드'다. 노상강도 블라이드 패거리에게 위협을 당하던 타마린느를 클렌트가 구해준 것이다. 클렌트는 사기꾼다운 놀라운 말빨로 블라이드를 구워 삼는다. 한편, 타마린드는 진주로 모스카를 꼬득여 출판업자 길드를 염탐하라고 하는데…타마린드는 왜 저런 것을 부탁한 걸까? 타마린드의 숨겨진 비밀은? 이들 외에도 케이크, 콜라비, 퍼텔리스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조각난 왕국의 횡행하는 음모, 퀼럼 마이의 정체, 계속되는 모스카와 클렌트의 대모험, 읽어보시길.


* 알파벳 순서대로 목차를 구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A는 Arson방화, B는 Blackmail협박 식으로. 저자의 반짝이는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부분.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책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1 ㅣ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정재승.전희주 지음 / 달 / 2008년 3월

달콤한 꿀도 매일 먹는다면 더이상 '꿀'이 아니듯이, 지나치게 '편향됨'은 안타까운 일이다. 요즘 내 독서습관을 돌아보며 지나치게 소설위주 책읽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내게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은 오아시스 같은 책이었다. 유쾌하고 흥미롭게 읽었으며, 잘못 알고 있던 것과 몰랐던 많은 것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하나의 궁금증에 대해 2페이지 분량으로 서술하고 있다. 또한 골치아픈 전문지식이나 수치보단, 구체적 사례를 통해 쉽게 핵심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시종일관 부담없이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도무지 TIP'이란 항목(p.54,62,100,220등)이 있다. 도무지란 '도전 무한지식'의 줄인말로, 좀 더 충격적이고 약간은 전문적인 설명이 필요한 사례를 다룬다. 반복되는 구성에 활력을 준 부분.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살펴보자.

'식물도 혈액형이 있다!'(p.30) 일본 도호쿠지방, 살인사건 현장을 조사하던 조사관들은 피해자의 베게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바로 피해자의 혈액형과는 다른 AB형 반응이 나타난 것(p.30참조)이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놀랍게도 이는 베게속 메밀껍질 때문이었다.이럴수가. 식물에게도 혈액형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무와 동백은 O형, 메밀과 자두는 AB형이라니.

'밑줄 치지 않은 책으로 공부해야 성적이 오른다.'(p.98) 이는 평소 궁금했던 것인데, 충격이었다. 1997년 비키 실버즈와 데이비드 크레이너라는 과학자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고 한다. 학생을 세그룹으로 나눠, 올바르게 밑줄 친 자료, 잘못 밑줄 친 자료, 아무 밑줄도 없는 깨끗한 자료를 각각 나눠준다. 읽게 한 후 이해도를 테스트 해본 결과, 깨끗한 자료를 받은 학생들의 이해도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밑줄이 없는 자료를 능동적으로 읽은 결과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의미. 그렇구나.

'사랑하기 때문에 탄생한 발명품들'(p.170) 가정의 필수 구급약인 반창고는 바로 사랑때문에 탄생한 발명품이었다. 1900년대 초 외고치료용 테이프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던 어얼 딜슨이란 사람은 집안일이 서툰 아내를 걱정한다. 혼자 집안일을 하다 다치면 큰 일이기 때문이다. 궁리끝에 거즈에 테이프를 붙여 원조 반창고를 만든 딜슨. 반창고에 이런 유래가 있었다니.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편한 동생같은 사랑스런 책이다. 내용뿐만 아니라, 책속에 실려 있는 재미있는 삽화까지.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책이다. 궁금했지만 차마 묻기도 어려운, 하지만 정말 궁금했던 수많은 궁금증, 이 책을 통해 속시원하게 풀어버리시길. 

'의학 미스터리'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다

나이팅게일의 침묵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2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1월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병원이란 공간이 미스터리와 상당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 병원의 신비롭고, 범접하기 어려운 이미지 때문일까? 정확한 이유를 꼽긴 어렵지만, 가이도 다케루 표 '의학 미스터리'의 인기비결 하나를 발견해 낸 기분이다.

먼저 소개된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을 읽지 않았기에, 등장인물의 성격파악과 스토리전개를 따라가는데 어렵지 않을까란 걱정을 했다. 하지만 걱정일 뿐이었다. 꼭 전작을 읽고 나서 이 작품을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의 주인공이었던 '다구치 고헤이'가 여전히 등장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간호사 '하마가 사요'가 주인공이라 보는게 타당하다. 전작에 비해 다구치 고헤이의 비중이 줄어 '인물 다구치 고헤이'를 폭넓게 조망하지 못한점은 전작을 읽지 않고 이 작품을 접한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나이팅게일의 침묵>은 가독성 좋고,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다. 꽤 두툼한 분량이지만 더 두툼하지 않은게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원래 같은 작품으로 썼다는 <제너럴 루즈의 개선>이 출간예정이라니, 약간은 위안이 된다.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제너럴 루즈의 개선>의 흥미진진한 탄생비화는 역자후기를 참조하시길)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개성넘치는 등장인물가 여럿 등장한다는 것이다. 현직의사인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인간관계가 바탕이 된 듯한 등장인물-네코타 간호부장 같은-은 이야기에 깊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부정수소외래 담당인 다구치 고헤이, 천사의 목소리를 가진 간호사 하마다 사요, 이 두 인물을 축으로, 레티노블아스토마 환자 마키무라 미즈토, 알코올 중독 인기가수 미즈오치 사에코등 인물이 뒤섞여 놀라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인기가수 사에코는 갑자기 쓰려져 병원으로 실려가는데, 이 장면은 <제너렐 루즈의 개선>의 시작장면이라고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하마다 사요, 미즈오치 사에코, 두 여성캐릭터 모두 뛰어난 노래실력과 아름다운 목소리의 소유자란 점이다. 이는 이 작품 스토리전개의 핵이다. 이 정도만.

반항적인 14살, 마키무라 미즈토는 '레티노블라스토마'라는 병을 가진 환자다. 안구적출을 해야하는 비극적인 상황. 담당 간호사인 사요는 놀라운 관심과 애정으로 미즈토를 간호하지만,미즈토의 아버지는 수술도 동의하지 않고 놀고 먹는 인간쓰레기다. 그러던 중, 미즈토의 아버지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처음 이야기한 병원이란 공간과 미스터리의 절묘한 조화는, 가이도 다케루의 뛰어난 능력덕에 가능한 것이었다. 가이도 다케루는 의학계의 현실과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스터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나이팅게일의 침묵>, 멋진 미스터리다. 가이도 다케루의 작품을 아직 접하지 못했다면 더 늦기전에 꼭 읽어 보시길. 추천한다.


* 근사한 표지와 삽화는 인상적이다. 더욱이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과 통일성 있는 그림이라 소장가치까지 높아졌다.

청어람미디어 책 중, 관심가는 것

청어람미디어 좋은 책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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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전현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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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학집요- 성인이 갖추어야 할 배움의 모든 것
이이 지음, 김태완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36,000원 → 32,400원(10%할인) / 마일리지 1,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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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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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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