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월
구판절판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냥 됐다 싶어 이쪽에서도 단념한다. 생각해보면 늘 이런식으로 지금까지 자신의 생각을 어느 시점에선가 단념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 따윈 됐다고 우기는 사람이, 실은 얼마나 그 친절을 필요로 하고 있는가, 지금까지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상대를 위해서 그랬다고 하면서도 결국 자신을 위해 중간에 포기해왔다는 것을 짧은 순간에 깨달았던 것이다.-41쪽

"태양은 말이지,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 더 이상 눈이 부시지도 않고, 뭐 아무렇지도 않게 되더라."-48쪽

와타나베는 워낙 다른 사람과 식사하는 게 비위에 안 맞았다. 자기가 먹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도 싫었고, 다른 사람이 먹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무방비 상태가 되는 거 같다고나 할까. 다시 말해서, 자기가 뭔가 먹고 있는데 그 모습을 누가 빤히 보고 있으면 마치 그 사람 앞에 발가벗고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58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칼리 2008-03-2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위쪽에 있는 본문 내용이 정말 가슴에 와닿는 내용이네요.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싶은데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그렇지 뭐, 그런거지" 라며 돌아서는 그 순간...그 순간의 심리를 정확히 표현한듯한 글입니다. 소통 부재와 단절의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가 한번쯤은 느껴봤을 듯한 심정일것 같습니다.

쥬베이 2008-03-20 22:39   좋아요 0 | URL
요시다 슈이치,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일요일들>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문장하나하나 전부 마음에 들어요. 제 생각을 그대로 옮긴듯한 문장도 많고...재미도 있고... 읽어보세요^^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4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쏟아져 나오는 세종대왕 관련 책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유행에 편승해 '좀 팔아 보려는' 상술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읽은 몇몇 책은 함량미달에 별 볼일 없었다. 그러던 중, 박영규 작가님의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출간소식을 들었다. 무척 기뻤다. 박영규 작가님의 '한권으로 읽는 왕조실록' 시리즈를 감명 깊게 읽은 독자로서, 박영규 작가님이야 말로 세종대왕을 제대로 이야기할 유일한 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겠다. '세종대왕에 관한 책은 이 한권으로 족하다!', '시중에 그렇고 그런 책은 던져버리라!'라고.

만약,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이 있다면 세종대왕 관련 책을 모두 모아서 '한글창제 부분'을 읽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왜 저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일부 책은 세종대왕의 핵심업적 한글창제에 대해 두리뭉실하게, 교과서 수준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 읽으며 내내 답답했고, 아쉬웠다. 세종대왕을 이야기한다면서 저건 뭐란 말인가? 그러나,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은 다르다. 박영규 작가님 특유의 논리적이고, 치밀한 서술로 한글창제를 심도있게 서술(p.101이하)해 간다. 특히 '훈민정음 창제주체'에 관한 부분은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 그렇구나. 박영규 작가님의 속시원한 주장에 완전히 공감했고, 궁금증이 시원하게 풀렸다.

우리가 배워왔던 훈민정음 창제주체는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다. 집현전 학자들이 주도하고 세종이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했다는 이야기. 하지만 저자는 주장한다. '훈민정음은 세종이 거의 홀로 만든 것이다. 아니 홀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당시 훈민정음 창제 작업은 공식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런 까닭에 집현전 학자들을 투입할 수 없었다.'(p.103) 이어, 창제작업의 시기, 창제의 이유, 훈민정음의 기원, 훈민정음 반대세력의 반대상소와 논리등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훈민정음을 둘러싼 일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영규 작가님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다.

이 책을 구성을 살펴보자. 크게 세부분으로 나눠어져 있다. 1부, '조선왕조의 주춧돌을 마련한 세종의 삶과 정치'는 세종의 왕자시절, 양녕대군의 폐위과정, 세종의 즉위, 훈민정음 창제, 그의 가족들을 이야기한다. 2부, '세종실록 요략'은 세종치세 31년 6개월을 163권 154책으로 묶은 세종실록을 박영규 작가님이 핵심사건 위주로 간추린 부분이다. 3부, '황금시대를 일군 세종의 인재들'은 세종을 보필하던 신하들을 조명한다.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은 '한권으로 읽는 왕조실록'의 신화를 잇는 최고의 책이다. 한장 한장 소중하게 읽었고, 내내 감탄했다. 세종대왕에 대해서는 이 책 한권으로 충분하다. 장담한다. 이런저런 책 기웃거릴 이유가 없다. 최고의 책이 여기 있잖은가? '한권으로 읽는 왕조실록'을 읽어본 분이라면, 이런 장담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강력 추천한다. 꼭 읽어 보시길.


* 다른 위대한 왕들도 시리즈로 다루었으면 좋겠습니다. 광해군이나 정조나, <한권으로 읽는 정조대왕 실록> 이렇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시리스의 신비 4 - 위대한 신비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대망의 <오시리스의 신비> 마지막 권이다. 갖은 위기를 헤쳐나가며 이집트 왕세자의 자리까지 오른 젊은 서기관출신 이케르, 이집트를 통합한 위대한 지도자 세소스트리트 3세, 이집트 전복을 노리는 악의 근원 '예고자'일당. 과연 이들의 운명을 어떻게 될까?

하나가 된 이시스와 이케르, 함께 오시리스 부활제의를 준비하며 그들만의 사랑을 키워간다. 이케르는 황금의 집에서 입문의식을 치르고 신비제의를 집전할 자격까지 갖추게 된다. 이제 파라오 세소스트리트의 명실상부한 후계자로써 오시리스의 정신을 이어갈 일만 남은 것이다. 모든 것이 행복으로 충만한 이케르, 이시스. '행복이란 일상과 신성함의 완벽한 결합, 이상과 그 실천의 조화로운 일치를 의미했다. 이케르와 이시스는 서로의 눈길과 호흡이 하나가 된 걸 느끼며 신들이 이런 행운을 준 것에 감사했다.'(p.158) 그러나, 운명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임시 사제로 아비도스에 잠입한 예고자와 그 일당은 수호자 소벡을 피습(p.134이하)한다. 설상가상으로 크눔호테프 총리마저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에 빠지고…이집트는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점점 다가오는 검은 음모에 숨이 막혀가는 상황. 한편 밤의 여왕 '비나'는 매력을 뽐내며 방해가 되는 인물들을 제거한다. 예고자와 여사제 네프티스의 관계가 깊어질 듯 하자, 네프티스에게 증오심을 느끼는 비나. 그러나 예고자는 '현재의 관점에선 이해할 수 없는 논리'(p.188참조)로 비나의 질투를 일축한다.

예고자 일당의 마수는 결국 이케르에 까지 뻗쳐 온다. 예고자에게 매수당한 베가 사제의 계락에 빠진 이케르, 예고자는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p.200이하) 너무도 안타깝게 이케르는 살해당한다. 수차례 험란한 위기를 당당하게 헤쳐나갔던 그가 이토록 허무하게 죽다니…가슴 아프다. 하지만, 그의 최후는 결코 비굴하지 않았다. '악의 유혹에 굴복한 게 아닌 만큼,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그는 부왕 파라오를 위해 기도했다. 그러고는 남은 힘을 쥐어짜 이시스를 생각했고, 이 마지막 생각을 그녀,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너무나 멀리 있는 이시스에게로 떠나보냈다. 그녀가 이 사랑을 저버리지 않을 거라 확신하면서 마지막 숨에 자신의 사랑을 새겨넣었다.'(p.202)

이케르에 죽음에 충격을 받은 세소스트리트와 이시스는 '소생제의'를 통해 이케르를 부활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케르를 부활시킬 수 있는 신의 미이라, 생명의 단지는 이미 예고자가 가져가 버린 상태. 이케르는 이대로 죽는것인가? '오시리스의 체액' 단지만이 마지막 희망인 상황에서, 이시스는 흩어진 오시리스의 유체를 찾아 각지를 떠돈다. 죽은 남편을 살리기 위한 그녀의 노력이 눈물겹다. 과연 이케르는 부활할 수 있을까? 파라오와 이시스는 예고자의 음모를 막아낼 수 있을까? 읽어 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 C.W.쎄람의 사진으로 보는 고고학 역사 이야기
C. W. 세람 지음, 강미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고고학'하면 뭔가 발굴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심오하고 어려운 주제를 탐구할 것이라는 부담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백, 수천년동안 잠들어 있던 유물을 발굴해 복원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을 접하고 단순히 고답스러움, 부담감 차원을 넘는 설램을 느낀것은 저런 이유에서다.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엔 300여장이 넘는 풍부한 사진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고고학이 마냥 부담스럽게만 느껴지는 독자라도 사진을 보면서 읽어가면, 어느새 책속으로 빠져 버릴 것이다. C.W.쎄람의 명성처럼 이 책은 고고학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을 포괄한다. 그러다보니 비전공자입장에서 내용을 분석한다거나, 정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하에서는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을 사진위주로, 항목별로 살펴보겠다.

저자는 '고대세계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나아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을 이 책의 핵심주제로 설정한다.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 이야기한다. 1부 '신비한 고대세계를 비추는 빛'은 정통고고학의 탄생과 고대세계의 고고학을, 2부 '영원불멸의 존재를 위해서'는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미이라를 집중 조명한다. 3부 '꿈을 캐는 모험가들'은 바빌론과 설형문자같은 고대문자를, 4부 '미지의 세계'는 멕시코등 중앙 아메리카의 고고학을 다룬다.

이집트 스핑크스와 미이라를 다룬 2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피라미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자들이 소개된다. 처음으로 체계적인 연구결과를 선보인 '리하르트 레프시우스', 이집트 박물관 설립에 힘을 쓴 '오귀스트 마리에트', 그 외 I.E.S 에드워즈, 플린더스 피트리등등. 이들의 노력의 결과로 제대로 된 피라미드 해부도(p.123)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충격적인 미이라 사진 역시 볼 수 있다. 람세스 대왕의 아버지 세토스 1세의 미이라(p.139), 느시타네바슈루 공주의 미이라(p.143), 새로운 형태의 미이라 '타이스'(p.151)등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생생한 사진이라 더욱 충격적. 또한 책 뒤편에 '고고학 연대표와 사진 출처 목록, 참고도서, 찾아보기'가 충실하게 실려 있어 깊이있는 독서를 가능케 한다.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제목처럼 매혹적인 책이다. 오랜만에 멋진 인문서를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시리스의 신비 3 - 불의 길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권은 '트레장'의 잔인한 모습으로 시작된다. 투옥됐던 경험때문에 이집트에 대한 깊은 증오를 품고 있는 소년 트레장, 복종을 거부하는 이들을 잔인하게 살해한다. 예고자는 파라오 세소스트리트에 대항하는 군대를 만들기 위해 가나안인을 규합하려 한다. 조금씩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는 예고자.

이제부터 '파라오 세소스트리트, 이케르 vs 예고자'란 대결구도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지금까지 파라오는 제후들을 제압하는데 정신없었고, 예고자 역시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고 세를 얻는데 여념이 없었다. 또한 파라오측은 예고자의 존재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이미 죽었다고 믿었기에),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그러던 것이, 죽어가는 '생명의 나무' 배후에 예고자가 있음을 알게 된 후, 대결구도가 강하게 부각되는 것이다. 세소스트리트는 큰 결단을 한다. 왕세자 이케르를 예고자에 잠입시키기로 한 것이다.

성을 나와 시캠으로 향하는 이케르, 목숨을 건 임무는 이제 시작이다. 그러나 역시 함란한 여정이다. 바로 가나안인들에게 사로 잡힌 이케르, 심한 고문과 협박을 당한다. 예고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파라오의 임무를 받고 자신에게 잠입할 것이란 것을. 그러나 예고자는 의외의 선택을 한다. 이케르를 죽이기 보다 마음을 돌려 휘하에 두려는 것이다. 트레장을 보내 이케르의 신변을 확보하고, 트레장은 이케르가 살해당한 것처럼 꾸민다. 이케르의 운명은?

잠깐, 이시스 이야기를 하자. 지금까지 흐릿하게 그려지던 그녀가 점점 강하게 묘사된다. 그녀를 짝사랑하던 왕세자 이케르의 사랑고백, 그녀의 갈등, 그리고 만남까지. 여사제의 본분과 애정앞에서 갈등하는 이시스의 내면갈등은 또다른 묘미다.

이케르는 천신만고 끝에 위험에서 벗어나지만, 적은 예고자뿐이 아니었다. 끈질기게 이케르를 노리는 메데스, 제르구 일당들. 더욱이 이젠 이케르가 왕세자이기에 숨을 죽이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또한 예고자 무리의 음모는 계속되고. 한편 황금의 도시 '푼트' 이야기도 이어진다. 오시리스의 신비한 제의, '생명의 나무'를 살리는데는 신성한 금이 필요하고, 이것은 바로 '푼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케르와 이시스는 머리를 맞대고 황금의 도시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간다.

점점 흥미를 더하는 예고자와 파라오간 대결, 내부의 적 메데스와 제르구, 그리고 황금의 도시 푼트의 비밀, 4권을 기대하자.

 

* 2권 리뷰에, 이케르의 갑작스런 신분상승-왕세자 등극-을 최대한 누설하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3권 뒤표지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음. 약간 민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