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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ㅣ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4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2월
평점 :
최근 쏟아져 나오는 세종대왕 관련 책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유행에 편승해 '좀 팔아 보려는' 상술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읽은 몇몇 책은 함량미달에 별 볼일 없었다. 그러던 중, 박영규 작가님의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출간소식을 들었다. 무척 기뻤다. 박영규 작가님의 '한권으로 읽는 왕조실록' 시리즈를 감명 깊게 읽은 독자로서, 박영규 작가님이야 말로 세종대왕을 제대로 이야기할 유일한 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겠다. '세종대왕에 관한 책은 이 한권으로 족하다!', '시중에 그렇고 그런 책은 던져버리라!'라고.
만약,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이 있다면 세종대왕 관련 책을 모두 모아서 '한글창제 부분'을 읽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왜 저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일부 책은 세종대왕의 핵심업적 한글창제에 대해 두리뭉실하게, 교과서 수준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 읽으며 내내 답답했고, 아쉬웠다. 세종대왕을 이야기한다면서 저건 뭐란 말인가? 그러나,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은 다르다. 박영규 작가님 특유의 논리적이고, 치밀한 서술로 한글창제를 심도있게 서술(p.101이하)해 간다. 특히 '훈민정음 창제주체'에 관한 부분은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 그렇구나. 박영규 작가님의 속시원한 주장에 완전히 공감했고, 궁금증이 시원하게 풀렸다.
우리가 배워왔던 훈민정음 창제주체는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다. 집현전 학자들이 주도하고 세종이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했다는 이야기. 하지만 저자는 주장한다. '훈민정음은 세종이 거의 홀로 만든 것이다. 아니 홀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당시 훈민정음 창제 작업은 공식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런 까닭에 집현전 학자들을 투입할 수 없었다.'(p.103) 이어, 창제작업의 시기, 창제의 이유, 훈민정음의 기원, 훈민정음 반대세력의 반대상소와 논리등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훈민정음을 둘러싼 일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영규 작가님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다.
이 책을 구성을 살펴보자. 크게 세부분으로 나눠어져 있다. 1부, '조선왕조의 주춧돌을 마련한 세종의 삶과 정치'는 세종의 왕자시절, 양녕대군의 폐위과정, 세종의 즉위, 훈민정음 창제, 그의 가족들을 이야기한다. 2부, '세종실록 요략'은 세종치세 31년 6개월을 163권 154책으로 묶은 세종실록을 박영규 작가님이 핵심사건 위주로 간추린 부분이다. 3부, '황금시대를 일군 세종의 인재들'은 세종을 보필하던 신하들을 조명한다.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은 '한권으로 읽는 왕조실록'의 신화를 잇는 최고의 책이다. 한장 한장 소중하게 읽었고, 내내 감탄했다. 세종대왕에 대해서는 이 책 한권으로 충분하다. 장담한다. 이런저런 책 기웃거릴 이유가 없다. 최고의 책이 여기 있잖은가? '한권으로 읽는 왕조실록'을 읽어본 분이라면, 이런 장담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강력 추천한다. 꼭 읽어 보시길.
* 다른 위대한 왕들도 시리즈로 다루었으면 좋겠습니다. 광해군이나 정조나, <한권으로 읽는 정조대왕 실록>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