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독서 -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자의 독서 1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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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느낌은 건조했다. '리뷰와 여행기를 결합했네.' '사진이 있어서 읽기 편하겠다.'정도의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100여 페이지 정도를 읽으며 뭔가 새로운 것이 느껴졌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백년보다 긴 하루>를 읽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고, 미얀마에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는 작가를 상상하게 되면서, 조금씩 이 책에 빠져들었다.

 

작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숨결을 따라,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대작가의 책을 읽는다. '<백야>의 무대인 네바 강변 다리 위에서 <백야>를 읽는다'라, 멋지지 않은가? 이처럼 여행지에서, 여행지의 배경이 되는 책을 읽은 기록이, 바로 <여행자의 독서>이다. 여행기와 리뷰가 조화되지 않는다면 완전히 따로 놀수도 있지만, 작가의 능력은 내 예상을 훨신 뛰어 넘었다.

 

여행기에서 리뷰로 넘어가는 서술을 보자.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쪽을 여행중인 작가는 2페이지 가량을 여행기로 서술한 후, [차를 달려 한참 만에 만나는 도시들을 빼놓고, 여행의 길은 대부분 황량한 사막을 통과했다. 그 팍팍한 사막 길은 책을 읽기에 맞춤했다. 할레드 호시아니의 소설은 길 위에서 술술 앞으로 나아갔다.](p.246)라고 한 뒤, 이어 할레드 호시아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연을 쫓는 아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렇게, 물 흐르듯 이어지기 때문에 실제 여행을 하다, 책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읽으려 했다 읽지 못했던 책들을, <여행자의 독서>를 통해 만나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대표적인 책이 <내 이름은 빨강>, <백년보다 긴 하루>이다. 두 책 모두 구입한지 5년 이상이 지났는데, 아직 한장도 넘겨보지 못했다. 작가가 소개하는 <백년보다 긴 하루>의 리뷰(p.38)는 어찌나 흥미진진한지, 리뷰만으로도 얼른 읽고 싶어졌다. 5년 묶혔으니 더 늦기 전에 얼른 읽어야지^^ <여행자의 독서> 속 리뷰는 책의 내용을 충실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일종의 가이드로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각 챕터마다 앞부분에는 사진이 실려있다. 호주는 볼만한 사진이 적은지 가장 적은 4페이지, 나머지 여행지는 6~7페이지가 사진이다. 인상적인 사진이 많지만, 베스트 3을 꼽자면,

 

1) 라오스 왕위앙의 귀여운 꼬마들(p.132),

 

 

 

2) 뭔가 몽환적인 피라미드와 낙타(p.272),

 

 

3) 염세적 분위기의 알함브라 궁전 맞은편 언덕(p.196).

 

 

 

이 책을 읽는 내내, 책 읽는 장소의 중요성을 느꼈다. <백년보다 긴 하루>를 한여름 태양이 작열하는 휴양지에서 읽는 것과, 한겨울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며 읽는 것을 비교해 보라. <여행자의 독서>는 아름다운 사진과 여행기, 리뷰가 예쁘게 어우러져 있다. 왜 책을 읽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지 이해하는 순간(돈오頓悟의 경지^^), 이 책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 페이지 표시는 정말 짜증났다. 분명 색다르지만, 디자인보다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페이지 찾기 어렵게 만드는 표시방식이라면 존재의의를 상실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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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3 - 법정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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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에서는 본격적으로 교내재판이 시작된다. 2권에서 소년(소녀)탐정처럼 곳곳을 누비며 진실을 파헤치던 료코, 간바라 등은 법정에서 공방을 벌인다. 아쉬운 점을 보자.

 

1. 재판 초반부가 너무 지루함.

 

재판 초반부에서 이야기되는 것들은, 이미 2권에서 전부 독자가 읽었던 내용이다. 단지 법정에서 다시 진술한다는 것뿐. 지루할 수밖에 없다. p.222 이구치가 등장하기 전까지 볼만한 것은, 모기 기자(p.140), 가시와기 히로유키(p.166)의 진술뿐이다.

 

2. 교내재판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

 

이는 <솔로몬의 위증>의 근본문제이다. 작품 속 주인공들의 재판진행은 중학생들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나이는 중학생인데, 마치 법조경력 30년이상인 검사,변호사처럼 재판을 하니, 황당할 수 밖에.

 

한 장면을 보자. 간바라는 하시 유타로를 신문하면서 '어떠한 가정과 (스포일러 때문) 하시다의 태도를 연계해 날카로운 질문을 한다.(p.364) (교내재판 중 가장 논리적으로 뛰어났던 신문장면) 그러자, 후지노는 즉각 "이의 있습니다!"를 외치고, 간바라는 더 크게 "방금 질문은 철회하겠습니다."라고 한다. 이노우에는 "배심원들, 방금 질문과 답변은 잊도록. 저런 걸 유도신문이라고 하는 거야"(p.365)라고 정리한다. 완벽하다. 이런 걸, 중학생들이 할 수 있다고?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 하겠다. 대학 1학년,2학년때 학회에서 주최하는 [민사법학회 모의재판]을 2차례 준비하고 참여했다. 현직 판사님을 판사로 모시고, 학회에서 검사, 변호사을 뽑아 이 작품처럼 모의재판을 하는 것이다. 현직 판사님에 법대생들이 참여했으니 모의재판이 완벽했을거 같지만, 돌아보면 상당히 유치했다. '미리 짜둔 각본대로 연극을 했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이제 막 사법고시를 수석합격한 사람을 판사역인 이노우에 자리에 넣고 재판진행을 시킨다면, 과연 작품 속 이노우에처럼 할 수 있을까? 100% 장담하건데 못한다.

 

3. 교내재판은 무모하고, 어설픈 설정이다.

 

미야베 미유키가 굳이 법정공방을 그려내고 싶었다면, 무모하고 어설픈 [교내재판]이 아니라, [실제재판]을 소재로 하는 것이 나았다. 예를 들어, 오이데 슌지를 감옥에 쳐 넣고, 실제 변호사와 검사가 협박장의 진실, 오이데의 알리바이 등에 대해 법정공방을 벌이는 거다. 그랬다면, 존 그리샴 같은 꽤 근사한 법정 미스터리가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검사역을 맡은 자가 한다는 말이, '오이데는 가시와기를 죽이지 않았다.'(2권,p.512)인데, 교내재판 설정에 몰입하라고? 후지노 료코가 변호사역을 맡기로 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검사역을 맡는데부터 이야기는 꼬인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교내재판'을 한다고 했지만, 오이데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는 자가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결국 오이데의 무죄를 확실하게 입증해 주겠다는 것이다. 검사가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하는, 이 어이없고 황당한 설정때문에 1권과 2권 초반에서 당당하고, 멋졌던 료코는, 3권에서는 어정쩡하고 비겁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한 장면을 보자. 료코에게 배신당했다고 느낀 주리가 료코를 맹비난(p.606)하자, 료코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 몸까지 휘청거린다.'(p.606,7) 왜? 료코는 주리를 속였기에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료코가 주리를 속인 건, 물론 저 황당한 설정 때문이고.

 

4.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

 

결말은 별로 감흥이 없다. 1권에서부터 예상 가능한 것이였고, 특별한 반전도 없다. (우리 누나한테 한번 물어봐야겠다. 결말의 어느 부분때문에 울었느냐고.) 특히 형사 사사키 레이코는 초반에서부터 김 빠지게 한 대표인물이다. 레이코는 초반부터 오이데 범인설을 일축한다. (레이코의 이런 태도가, 혹시 막판 반전을 위한 복선은 아닐지 의심이 들 정도로 시종일관 강하게 부정.) 이렇게 되면,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간바라의 증언이 너무 쉽게 채택되는데 반해, 자신의 증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주리는 폭발(p.605이하)한다. 이후 주리는 다시한번 증인으로써 진술하는데, 주리의 태도는 결연하고 진지하다. 그런데, 여기서도 미야베 미유키는 이를 거짓말로 단정(p.612)짓고, 기묘한 논리로 주리의 행동을 해석한다. 이런 논리이다. [간바라는 재판과정에서 오이데의 악행을 들추고 꾸짖었다. -> 이에 주리는 간바라만이 자신을 이해해 준다고 생각했다. -> (그런데, 간바라는 가시와기의 죽음이 자신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생각한다.) -> 그래서, 주리는 간바라를 옹호하기 위해 오이데가 범행을 했다고 거짓말한 것이다.] 거 참.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없는 해석이다. 최대한 이해해 보려고 다시 읽어봐도 어이없다.

 

사실, 간바라의 증언이 진실인지, 주리의 증언이 진실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오이데 무죄설의 증거인 [가시와기에게 걸려온 다섯통 전화의 비밀 / 고바야시 가전제품점, 고바야시의 목격증언]은 간접증거일 뿐이고, 간바라의 증언도 주리의 증언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리가 이제껏 주장해 온 것이 진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작가가 어떤 결론을 선택하던 그건 작가의 마음이지만, 대립되는 주장을 균형있게 바라보지 않은 것은 너무 아쉽다. 너무 빨리 결론을 예상하게 되기 때문에, 몰입이 안된다. 

 

5. 그외에 아쉬웠던 부분.

 

- 1권 처음 도입부, 고바야시 가전제품점의 공중전화박스 설정, 2권 오이데家 방화사건의 핵심키워드 '불꽃장인', 이것들은 생각보다 크게 의미가 없음

 

- 미야베 미유키의 결론대로라면, 가시와기와 간바라의 관계가 좀 더 부각되어야 했던 게 아닐까?

 

- '이건 뭐야?' 했던 구성. p.202이하는 [8월 16일 교내재판 둘째 날] 이란 작은 타이틀이 붙어 있고, '야마자키 신고'가 중심이 되어, 그가 바라보는 시점에서 서술된다. 이런 구성으로 야마자키 신고를 깊이있게 바라볼 수 있다면야 훌륭한 구성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고양이가 사물을 보듯, 그냥 신고의 눈으로 보여지는 것을 이야기할 뿐이다. 또한 갑자기 '야마신'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 처음엔 '야마신?? 야마신이 뭐지??' 상당히 어리둥절했다. 이런 뜬금없는 구성변화는 미야베 미유키답지 않은 것이다. 그냥 웃길 정도로 아마추어적인 서술. p.290이하는 [8월 17일 교내재판 셋째 날]이란 타이틀하에 '구라타 마리코'시점에서 서술된다. 이것도 위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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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13-07-24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같이 3권 리뷰를 1권에 올렸더라고요. 얼른 삭제 후 3권에 다시 올립니다.
공감해주신 분이 2분이나 계셨는데...

하이드 2013-07-24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까지는 재미있게 봤는데, 결말이 너무 무르죠? 저도 학교가 배경인게 한계라고 생각했어요.

쥬베이 2013-07-24 22:44   좋아요 0 | URL
엇! 하이드님 안녕하세요^^
2권은 소년,소녀 탐정 같아서 재밌었어요
근데, 3권 교내재판-_-
1,2권에서 쌓아올린 명작의 품격이 3권에서 무너지더라고요
 
빛의 제국 도코노 이야기 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품절


"뭐가 진짜인지는 아무도 몰라. 모든 생물이 단 하나의 길에서 가지쳐 나왔다느니 그런 건 거짓말이야. 진화법칙이니 빅뱅이니 하는 것도, 진실 같은 건 없어. 사실 같은 것도 없어. 기록된 순간부터 모든 게 거짓말이 되어버려. 사실이란 건, 그걸 본 사람이랑 시간에 따라서 얼마든지 무궁무진하게 해석될 수 있어.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고, 아무것도 없었는지도 몰라. 아주 먼 옛날에 우주인이 왔을지도 모르고, 마그마에서 인간이 태어났을지도 몰라. 올리브 잎사귀나 바다 물거품에서 생명이 태어났을지도 몰라. 문명이 몇 번이고 멸망을 되풀이 하면서 그때마다 똑같은 운명을 반복하고 있을 뿐, 지금 우리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도 빙하 밑에 잠들어 있는 공룡이 꾸는 꿈일지도 몰라…."-184,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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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2 - 결의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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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음

 

2권은 후지노 료코를 중심으로 한, 제3중 학생들이 교내재판을 결의하고, 각기 검사, 변호사가 되어 사건을 조사하는 내용이다.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1. 몇몇 인물의 쌩뚱맞은 등장.

 

재판에 참여할 사람을 모으는 과정에서, 불량소녀 '가쓰키 게이코'(p.35)와 가라데소년 '야마자키 신고'(p.55)가 등장한다. 뭐, 개성만점인 조연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최대장점이고, 가쓰키나 야마자키 역시 매력적인 조연이다. 하지만, 등장과정이 너무 쌩뚱맞다. 촬영 5분전 급하게 데려와서 대본 쥐어주고 후다닥 출연시켰다는 느낌?? ('간바라 가즈히코'의 등장(p.115) 역시 비슷하지만 비판하지 않는 것은, 1권에서 복선(1권,p.562)을 깔아두었기 때문이다.)

 

허나,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기타오 선생'의 갑작스런 등장이다. 기타오 선생은 교내재판을 결의한 학생들을 적극 지지하고, 재판준비를 돕는다. 심지어, 교내재판을 막으려는 교장에게 "학교에 피해를 주는 일이 벌어질 때는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p.79)라며, 사직서까지 맡겨놓는다. 정말 열정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이 열정적인 인물은 1권에서 뭘 했던 것일까? 1권에서는 가시와기 다쿠야 시체발견 이후, 학부모회(1권,p.92), 기자 모기의 취재 후 긴급 교직원회의(1권,p.449) 등이 수차례 소집된다. 이 때 주로 등장하는 선생은 구스야마뿐(교장 쓰자키, 학년주임 다카기 제외), 기타오 선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교내재판을 지원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인물이, 학부모회나 교직원회의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넌센스다. 한마디로 기타오 선생은, 1권때는 생각지 못하다 2권 시작 즈음해서 필요성을 느껴 급조한 인물이다. 기타오 선생을 교내재판의 지도선생님(배후지원자, 최고책임자)으로 등장시킬 거였다면, 구스야마 정도의 비중으로 1권에서 미리 등장시켰어야 했다. (장기연재의 폐해)

 

2. 편파적 서술 / 오이데 슌지에 대한 묘사

 

이는, 2,3권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인데, 여기서 이야기 하겠다. 미야베 미유키는 천하의 인간쓰레기 '오이데 슌지'를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한다. 악의가 담긴 고발장때문에 살인자로 몰린 불쌍한 피해자. 또한 코믹한 장면을 수차례 연출하거나, 아버지에게 구타당하는 모습을 부각해, 친근감내지 동정심까지 자아낸다. 특히 3권 p.665 장면에서는 어이없어서 토나오는 줄 알았다. 3권 p.665 장면은 하드보일드 탐정이 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하고, 쿨하게 떠날때나 보일법한 것이다. 오이데 슌지가 영웅인가? 슈퍼스타인가?

 

물론, 3권 p.466이하 간바라 가즈히코의 도발적 신문을 감안하면, 미야베 미유키 역시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 자기가 얼마나 오이데 슌지를 피해자처럼 묘사해 왔는지를. 그래서, 뒤늦게 간바라의 입을 통해 오이데의 악행을 이야기하고, [오이데 슌지를 단순히 누명을 쓴 불쌍한 희생자로 만들지 않았다.](3권,p.491)라고 서술한다. 하지만, 이건 구색맞추기일 뿐이다. 무게 추를 지나치게 기울게 만들었던 작가가, 뒤늦게 반대쪽 추를 살짝 눌러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미야케 주리'에 대한 서술과 비교하면, 이런 편향성을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런 논리를 전개한다. [오이데 슌지는 사고뭉치 불량학생이다. -> 불량학생이라 해서 반드시 살인을 하는 것은 아니다 -> 따라서, 불량학생이기 때문에 오이데가 받는 의혹은 부당하다.] 하지만, 미야케 주리에 대해서는, [미야케 주리는 성격이 모났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며, 왕따이다. -> 왕따, 여드름 귀신의 목격주장은 진실일 리 없다 -> 따라서, 주리의 주장은 거짓이다.]  가운데 논리 과정을 비교해 보라. 미야베 미유키는 완전히 상반된 논리로 오이데 슌지와 미야케 쥬리를 서술한다.

 

이것은 작품전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왜냐하면, [변호사측, 피고인 오이데 <<--->> 검사측, 목격자 주리]의 구도에서 균형추가 한쪽으로 치우쳐 버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검사 역할인 료코는 '오이데는 가시와기를 죽이지 않았다. 고발장은 미야케 주리가 날조한 것이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패배하는 쪽을 선택했다'는 발언(p.512,513)을 서슴치 않는다. 미야베 미유키가 왜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 2권은 검사역인 후지노 료코, 변호사역인 간바라 가즈키코, 노다 겐이치가 마치 소년,소녀 탐정처럼 대활약합니다. 학원물을 좋아하는지라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또한 가시와기 사건보다, 오이데家 화재사건이 중심이기 때문에, 새로운 의혹에 눈을 돌릴 수 있습니다.

 

* 3권 리뷰에서는, <솔로몬의 위증>의 근본 문제, [교내재판] 설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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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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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미스터리 열혈 팬인 우리 누나는, 작품 평가에는 상당히 엄격하다. 정말 훌륭한 작품이 아닌 한, 칭찬도 않고 책을 권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누나가 "재밌어, 꼭 읽어 봐!" 하는 작품치고 별로인 작품이 없다. <솔로몬의 위증>은 우리 누나가 극찬에 극찬을 아끼지 않은 작품이다. 우리 누나의 코멘트. "진짜 재밌어! 얼른 읽어. 결말도 최고임. 마지막 장면에선 울었다니까" ^^

 

누나의 엄밀한 검증을 거친 작품이라(ㅋㅋㅋ) 역시 재미있었고, '대작'이란 말도 과장이 아니었다. 특히 1) 중학교로 되돌아 간 듯한 기분을 느꼈을 정도로, 학생들의 미묘한 심리, 사춘기의 고민거리, 친구관계, 불량학생들의 행각 등을 정확히 그려낸 점, 2)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생동감을 불어 넣고, 개성 넘치는 조연을 창조한 점은 발군이었다. 하지만, 장기간 연재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약간의 문제가 있고, 공감하기 어려운 설정과 서술도 존재한다.

 

공감하기 어려운 설정이란, 바로 ‘교내재판’인데, 이 때문에 각 권마다 몰입도에서 차이가 컸다. (자세한 것은 3권 리뷰에서) 1권은 1권만 보면 <화차>, <낙원>에 필적하는 S급. 교내재판이 등장하는 2권은 A급. 교내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3권은 B급내지 C급이다. 2권은 주로 외부에서 조사활동을 하기에 3권에 비하면 그나마 나았다. 1권 리뷰에서는 전체적인 감상과 뛰어난 점 위주로 이야기하고, 2,3권 리뷰는, 2,3권의 아쉬운 점만 이야기 하겠다. (따라서, 2,3권 리뷰만 보고, ‘단점만 가득한 책이야?’라는 오해는 마시길.)

 

 

2.

 

(1) 모리우치 에미코 (모리린)

 

1권은 가시와기 다쿠야 사망사건, 오이데 슌지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고발장, 가키우치 미나에의 행각, 모기 에쓰오 기자의 활약상 등 굵직한 사건이 이어진다. 일련의 사건 속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가시와기의 담임인 ‘모리우치 에미코(모리린)’이다. 모리린은 협박장을 XXX XXX는 의혹을 받고, 사면초가에 빠진다. 가키우치 미나에가 쏜 (정신병적) 분노의 화살이, 모기 에쓰오라는 바람을 타고 제대로 명중한 결과였다.

 

2권에서는 XX까지 당하는데,(2권,p.601) 이쯤 되면 모리린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동시에 약간 고소한 기분도 들었다. (가키우치나 미야케가 빙의된 거?ㅋ) 왜냐하면, 모리린은 내가 가장 싫어했던 타입의 선생이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학생들만 챙기고, 마음에 안드는 학생들은 벌레 취급하는 그런 선생. 고사카 유키오가 말하는 담임선생 모리린, 한번 들어보자. “모리우치 선생님은 훨신 노골적이었다. 교실에서는 완전 무시, 생활통지표나 시험지를 나눠주며 어쩔 수 없이 일대일로 마주할 때에는 얼굴 한가득 ‘짜증나’라고 쓰여 있는 게 보였다.”(p.538) 교사로서의 자질이 없다. 사건에 휘말려 XXX XX게 도리어 잘 됐다는 생각.

 

(2) 노다 겐이치

 

1권에서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가족관계나 외양, 성격, 친구관계 등이 계속 소개된다. 가장 비중있는 인물은 주인공 격인 ‘후지노 료코’지만, 왠지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노다 겐이치이다. 노다는 가시와기의 시체를 처음 발견한 같은 반 학생으로, 키도 작고 허약한 존재감 없는 소년이다. 미야베 미유키 표현에 따르면, ‘마음의 병을 앓는 엄마를 꼭 빼닮은, 수증기 덩어리 같은 무기력한 소년’(p.22).

 

노다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가시와기의 최초발견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노다는 이후 벌어질 교내재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다, 2,3권의 핵심인물인 ‘간XX 가XXX’와 동일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양이나 분위기가 유사한 것은 기본이고, 결정적으로 ‘강 건너편을 보고 온 눈빛’(p.564)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노다의 경험이란, 노다가 ‘부모라는 사슬에 묶인 외톨이’(p.419)라며 좌절하고,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계획’(p.417)을 실행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무기력 수증기 소년이 정의의 기사로 변모한 사건(p.343).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후지노 료코에게 치한이 접근한다. 옆자리에서 꿈지럭꿈지럭 료코의 몸을 터치하는 개시키. 료코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때마침 근처에 있던 노다에게 도움을 청한다. 치한은 도리어, “날 취한 취급 했잖아! 왜 갑자기 뛰쳐나가? 사과해”(p.347)라며 적반하장의 진수를 보여주고, 이에 노다는 “우리는 갈 때가 돼서 가는 것뿐이에요. 자기보다 어린 여자한테 시비를 거는 건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에요.”(p.347)라며 당당하게 응수한다. 료코는 의외로 믿음직한 노다에게서 잠깐이나마 호감을 느낀다.

 

(3) 가시와기 히로유키

 

죽은 가시와기 다쿠야의 형이다. 히로유키가 중요한 이유는, 베일에 싸여 있는 다쿠야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바라보고, 그의 본성을 간파(p.133)해 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히로유키에 의해 이야기되는 다쿠야는 모습은 <솔로몬의 위증>의 결말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KEY가 된다.

 

히로유키, 다쿠야의 부모(노리유키, 고코)는 비정상적으로 다쿠야를 편애하고 집착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다쿠야가 몸이 약하다는 것. 히로유키는 형으로서 인내하고 양보하지만, 딱 한번, 참지 못하고 폭발한 적(p.128이하)이 있다. 히로유키의 지망 고등학교를 정하기 위해 학교 면담 날짜가 잡힌다. “엄마, 내일 학교면담이야. 안 잊어버렸지?” 그러나. 고코 왈, “선생님한테 부탁해서 날짜를 바꿀 수 없을까? 네 쪽은 꼭 내일이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고코는 히로유키가 어떤 고등학교에 가는지 관심이 없는 것이다. 아들이 아니라 ‘네 쪽’일 뿐이다. 오로지! 다쿠야만이 고코의 관심사였다. 결국, 히로유키는 ‘어떤 선택’(p.134)을 한다.

 

(가시와기家를 소개하는 p.121이하는 <이유>와 유사한 서술방식이다.)

 

(4) 미야케 주리

 

주리는 경찰이 자살로 단정한 가시와기 사건을 메가톤급으로 커지게 한 인물이다. 주리는 성격도 모가 났고, 여드름이 심해 ‘여드름 귀신’으로까지 불린다. 유일한 친구라곤 ‘아사이 마쓰코’뿐. 그런데 주리와 마쓰코의 관계는 대등한 친구관계가 아니었다. 주리는 마쓰코를 부하처럼 부리고, 죽도록 싫어한다.(p.201) 이런 점을 보면, 도저히 주리를 긍정적으로 봐줄 수는 없다. (더군다나, 2권,p.338에서는 자기를 위해 이미 XX 마쓰코를 이용하기 까지)

 

하지만, 어떻게 보면 주리역시 피해자이다. 오이데 슌지한테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라는 의미가 아니다. 미야베 미유키가 행한 편파적 서술의 피해자라는 의미다. 주리는 가시와기 사건의 목격자라고 주장하는데, 미야베 미유키는 이것이 거짓이라는 전제하에서 서술을 이어간다. (사실상 결론은 1권에서 났다. 2,3권은 ‘재판놀이’일 뿐.) 예쁘고 완벽한 료코와 주리를 대조시키거나, 사이코패스 수준인 가키우치 미나에를 교묘하게 주리와 오버랩(p.548) 시켜서, 주리의 주장을 왕따, 미친년의 헛소리쯤으로 만들어 버린다. (일단, 이 정도만 하겠다. 이 부분은 오이데 슌지에 대한 편향적 서술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2권 리뷰에서 자세하게 이야기 하겠다.)

 

기록해 두고 싶은 2가지 장면, ① 오이데 패거리가 주리를 괴롭히는 장면. “뒈져라, 호박아! 병균 같은 게! 쳐다보지 마, 기분 더러우니까!”(p.207) 심지어 남자화장실로 끌고 가 변기에 얼굴을 처박고, 사정없이 짓밟고 걷어찼다.(p.215) ②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는 주리와 고민을 이해 못하는 엄마의 대화 장면.(p.210,211)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아버지와 절망하는 주리.(p.216) 읽으며 주리의 답답함, 절망감이 가슴 깊게 울렸다. 작가의 생생한 묘사에 감탄. ‘미야베 미유키는 학생들의 고민이나 심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구나.’

 

 

3.

 

<솔로몬의 위증>에는 개성만점인 조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들은 다소 늘어지는 흐름에 활기를 불어넣거나,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료코의 여동생인 쇼코와 도코는 귀엽고 깜찍발랄한 조연이다. 료코의 사무관 역할을 맡은 사사키 고로가 집을 방문하자, 쇼코, 도코 콤비는 엄마 등뒤에 숨어 큭큭거리고 “언니 남자친구야?”(2권,p.257)라고 묻기까지 한다. ㅋㅋㅋ 또한, 가XXX와 겐이치가 료코를 방문하자, “언니, 언니, 저 오빠들은 왜 온 거야? 누가 언니 남자친구야?(2권,p.564) 이런다. 언니 남자친구에 관심이 참 많은 콤비^^ 거기다, 방안이 소란스럽자, ”언니! 괜찮아? 설마 덮친 건 아니지?“(2권,p.568) 이런 저질 드립까지ㅋㅋㅋ

 

료코의 사무관 역할을 하는 하기오 가즈미 역시, 사랑스러운 조연이다. 사사키를 좋아하는 가즈미는 오로지 사사키의 관심을 받고, 그와 함께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사사키가 같이 조사를 나가자고 하니, 순간 얼굴을 반짝반짝 빛내며(2권,p.443) 좋아라 한다. 일편단심 사사키만 바라보는 가즈미는 남자들의 로망ㅋㅋㅋ

 

증인으로 출석한 3학년 B반 도바시 유키코도 재미있다. 증인 선서를 하라고 하자, “선서가 뭔데?”(3권,p.78) 이러질 않나, 판사가 방청석을 보지 말고 정면을 보라고 하자, “사람들이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점점 더 흥분한단 말이야. 이노우에까지 그렇게 화난 표정을 지으면 어떡해.”(3권,p.80)라며 혀 짧은 소리로 투정부린다. 방청석도 대폭소! 재판 내내 어리광부리고 촐싹촐싹대는 유키코가 귀여웠던 건, 3권에 등장하는 어느 등장인물보다도 중학생답기 때문이다. 중학생은 중학생다워야 하는거 아냐? (이 부분은 3권 비판과 관련 있음) 

 

 

 

 

 

* 이 리뷰는 어디까지나 1권 리뷰입니다. 평점도 1권만의 평점입니다. 2,3권 리뷰는 전부 비판점만 쓸 것이고, 평점도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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