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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1.
일본 미스터리 열혈 팬인 우리 누나는, 작품 평가에는 상당히 엄격하다. 정말 훌륭한 작품이 아닌 한, 칭찬도 않고 책을 권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누나가 "재밌어, 꼭 읽어 봐!" 하는 작품치고 별로인 작품이 없다. <솔로몬의 위증>은 우리 누나가 극찬에 극찬을 아끼지 않은 작품이다. 우리 누나의 코멘트. "진짜 재밌어! 얼른 읽어. 결말도 최고임. 마지막 장면에선 울었다니까" ^^
누나의 엄밀한 검증을 거친 작품이라(ㅋㅋㅋ) 역시 재미있었고, '대작'이란 말도 과장이 아니었다. 특히 1) 중학교로 되돌아 간 듯한 기분을 느꼈을 정도로, 학생들의 미묘한 심리, 사춘기의 고민거리, 친구관계, 불량학생들의 행각 등을 정확히 그려낸 점, 2)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생동감을 불어 넣고, 개성 넘치는 조연을 창조한 점은 발군이었다. 하지만, 장기간 연재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약간의 문제가 있고, 공감하기 어려운 설정과 서술도 존재한다.
공감하기 어려운 설정이란, 바로 ‘교내재판’인데, 이 때문에 각 권마다 몰입도에서 차이가 컸다. (자세한 것은 3권 리뷰에서) 1권은 1권만 보면 <화차>, <낙원>에 필적하는 S급. 교내재판이 등장하는 2권은 A급. 교내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3권은 B급내지 C급이다. 2권은 주로 외부에서 조사활동을 하기에 3권에 비하면 그나마 나았다. 1권 리뷰에서는 전체적인 감상과 뛰어난 점 위주로 이야기하고, 2,3권 리뷰는, 2,3권의 아쉬운 점만 이야기 하겠다. (따라서, 2,3권 리뷰만 보고, ‘단점만 가득한 책이야?’라는 오해는 마시길.)
2.
(1) 모리우치 에미코 (모리린)
1권은 가시와기 다쿠야 사망사건, 오이데 슌지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고발장, 가키우치 미나에의 행각, 모기 에쓰오 기자의 활약상 등 굵직한 사건이 이어진다. 일련의 사건 속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가시와기의 담임인 ‘모리우치 에미코(모리린)’이다. 모리린은 협박장을 XXX XXX는 의혹을 받고, 사면초가에 빠진다. 가키우치 미나에가 쏜 (정신병적) 분노의 화살이, 모기 에쓰오라는 바람을 타고 제대로 명중한 결과였다.
2권에서는 XX까지 당하는데,(2권,p.601) 이쯤 되면 모리린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동시에 약간 고소한 기분도 들었다. (가키우치나 미야케가 빙의된 거?ㅋ) 왜냐하면, 모리린은 내가 가장 싫어했던 타입의 선생이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학생들만 챙기고, 마음에 안드는 학생들은 벌레 취급하는 그런 선생. 고사카 유키오가 말하는 담임선생 모리린, 한번 들어보자. “모리우치 선생님은 훨신 노골적이었다. 교실에서는 완전 무시, 생활통지표나 시험지를 나눠주며 어쩔 수 없이 일대일로 마주할 때에는 얼굴 한가득 ‘짜증나’라고 쓰여 있는 게 보였다.”(p.538) 교사로서의 자질이 없다. 사건에 휘말려 XXX XX게 도리어 잘 됐다는 생각.
(2) 노다 겐이치
1권에서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가족관계나 외양, 성격, 친구관계 등이 계속 소개된다. 가장 비중있는 인물은 주인공 격인 ‘후지노 료코’지만, 왠지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노다 겐이치이다. 노다는 가시와기의 시체를 처음 발견한 같은 반 학생으로, 키도 작고 허약한 존재감 없는 소년이다. 미야베 미유키 표현에 따르면, ‘마음의 병을 앓는 엄마를 꼭 빼닮은, 수증기 덩어리 같은 무기력한 소년’(p.22).
노다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가시와기의 최초발견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노다는 이후 벌어질 교내재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다, 2,3권의 핵심인물인 ‘간XX 가XXX’와 동일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양이나 분위기가 유사한 것은 기본이고, 결정적으로 ‘강 건너편을 보고 온 눈빛’(p.564)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노다의 경험이란, 노다가 ‘부모라는 사슬에 묶인 외톨이’(p.419)라며 좌절하고,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계획’(p.417)을 실행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무기력 수증기 소년이 정의의 기사로 변모한 사건(p.343).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후지노 료코에게 치한이 접근한다. 옆자리에서 꿈지럭꿈지럭 료코의 몸을 터치하는 개시키. 료코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때마침 근처에 있던 노다에게 도움을 청한다. 치한은 도리어, “날 취한 취급 했잖아! 왜 갑자기 뛰쳐나가? 사과해”(p.347)라며 적반하장의 진수를 보여주고, 이에 노다는 “우리는 갈 때가 돼서 가는 것뿐이에요. 자기보다 어린 여자한테 시비를 거는 건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에요.”(p.347)라며 당당하게 응수한다. 료코는 의외로 믿음직한 노다에게서 잠깐이나마 호감을 느낀다.
(3) 가시와기 히로유키
죽은 가시와기 다쿠야의 형이다. 히로유키가 중요한 이유는, 베일에 싸여 있는 다쿠야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바라보고, 그의 본성을 간파(p.133)해 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히로유키에 의해 이야기되는 다쿠야는 모습은 <솔로몬의 위증>의 결말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KEY가 된다.
히로유키, 다쿠야의 부모(노리유키, 고코)는 비정상적으로 다쿠야를 편애하고 집착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다쿠야가 몸이 약하다는 것. 히로유키는 형으로서 인내하고 양보하지만, 딱 한번, 참지 못하고 폭발한 적(p.128이하)이 있다. 히로유키의 지망 고등학교를 정하기 위해 학교 면담 날짜가 잡힌다. “엄마, 내일 학교면담이야. 안 잊어버렸지?” 그러나. 고코 왈, “선생님한테 부탁해서 날짜를 바꿀 수 없을까? 네 쪽은 꼭 내일이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고코는 히로유키가 어떤 고등학교에 가는지 관심이 없는 것이다. 아들이 아니라 ‘네 쪽’일 뿐이다. 오로지! 다쿠야만이 고코의 관심사였다. 결국, 히로유키는 ‘어떤 선택’(p.134)을 한다.
(가시와기家를 소개하는 p.121이하는 <이유>와 유사한 서술방식이다.)
(4) 미야케 주리
주리는 경찰이 자살로 단정한 가시와기 사건을 메가톤급으로 커지게 한 인물이다. 주리는 성격도 모가 났고, 여드름이 심해 ‘여드름 귀신’으로까지 불린다. 유일한 친구라곤 ‘아사이 마쓰코’뿐. 그런데 주리와 마쓰코의 관계는 대등한 친구관계가 아니었다. 주리는 마쓰코를 부하처럼 부리고, 죽도록 싫어한다.(p.201) 이런 점을 보면, 도저히 주리를 긍정적으로 봐줄 수는 없다. (더군다나, 2권,p.338에서는 자기를 위해 이미 XX 마쓰코를 이용하기 까지)
하지만, 어떻게 보면 주리역시 피해자이다. 오이데 슌지한테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라는 의미가 아니다. 미야베 미유키가 행한 편파적 서술의 피해자라는 의미다. 주리는 가시와기 사건의 목격자라고 주장하는데, 미야베 미유키는 이것이 거짓이라는 전제하에서 서술을 이어간다. (사실상 결론은 1권에서 났다. 2,3권은 ‘재판놀이’일 뿐.) 예쁘고 완벽한 료코와 주리를 대조시키거나, 사이코패스 수준인 가키우치 미나에를 교묘하게 주리와 오버랩(p.548) 시켜서, 주리의 주장을 왕따, 미친년의 헛소리쯤으로 만들어 버린다. (일단, 이 정도만 하겠다. 이 부분은 오이데 슌지에 대한 편향적 서술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2권 리뷰에서 자세하게 이야기 하겠다.)
기록해 두고 싶은 2가지 장면, ① 오이데 패거리가 주리를 괴롭히는 장면. “뒈져라, 호박아! 병균 같은 게! 쳐다보지 마, 기분 더러우니까!”(p.207) 심지어 남자화장실로 끌고 가 변기에 얼굴을 처박고, 사정없이 짓밟고 걷어찼다.(p.215) ②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는 주리와 고민을 이해 못하는 엄마의 대화 장면.(p.210,211)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아버지와 절망하는 주리.(p.216) 읽으며 주리의 답답함, 절망감이 가슴 깊게 울렸다. 작가의 생생한 묘사에 감탄. ‘미야베 미유키는 학생들의 고민이나 심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구나.’
3.
<솔로몬의 위증>에는 개성만점인 조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들은 다소 늘어지는 흐름에 활기를 불어넣거나,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료코의 여동생인 쇼코와 도코는 귀엽고 깜찍발랄한 조연이다. 료코의 사무관 역할을 맡은 사사키 고로가 집을 방문하자, 쇼코, 도코 콤비는 엄마 등뒤에 숨어 큭큭거리고 “언니 남자친구야?”(2권,p.257)라고 묻기까지 한다. ㅋㅋㅋ 또한, 가XXX와 겐이치가 료코를 방문하자, “언니, 언니, 저 오빠들은 왜 온 거야? 누가 언니 남자친구야?(2권,p.564) 이런다. 언니 남자친구에 관심이 참 많은 콤비^^ 거기다, 방안이 소란스럽자, ”언니! 괜찮아? 설마 덮친 건 아니지?“(2권,p.568) 이런 저질 드립까지ㅋㅋㅋ
료코의 사무관 역할을 하는 하기오 가즈미 역시, 사랑스러운 조연이다. 사사키를 좋아하는 가즈미는 오로지 사사키의 관심을 받고, 그와 함께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사사키가 같이 조사를 나가자고 하니, 순간 얼굴을 반짝반짝 빛내며(2권,p.443) 좋아라 한다. 일편단심 사사키만 바라보는 가즈미는 남자들의 로망ㅋㅋㅋ
증인으로 출석한 3학년 B반 도바시 유키코도 재미있다. 증인 선서를 하라고 하자, “선서가 뭔데?”(3권,p.78) 이러질 않나, 판사가 방청석을 보지 말고 정면을 보라고 하자, “사람들이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점점 더 흥분한단 말이야. 이노우에까지 그렇게 화난 표정을 지으면 어떡해.”(3권,p.80)라며 혀 짧은 소리로 투정부린다. 방청석도 대폭소! 재판 내내 어리광부리고 촐싹촐싹대는 유키코가 귀여웠던 건, 3권에 등장하는 어느 등장인물보다도 중학생답기 때문이다. 중학생은 중학생다워야 하는거 아냐? (이 부분은 3권 비판과 관련 있음)
* 이 리뷰는 어디까지나 1권 리뷰입니다. 평점도 1권만의 평점입니다. 2,3권 리뷰는 전부 비판점만 쓸 것이고, 평점도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