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2 - 결의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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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음

 

2권은 후지노 료코를 중심으로 한, 제3중 학생들이 교내재판을 결의하고, 각기 검사, 변호사가 되어 사건을 조사하는 내용이다.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1. 몇몇 인물의 쌩뚱맞은 등장.

 

재판에 참여할 사람을 모으는 과정에서, 불량소녀 '가쓰키 게이코'(p.35)와 가라데소년 '야마자키 신고'(p.55)가 등장한다. 뭐, 개성만점인 조연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최대장점이고, 가쓰키나 야마자키 역시 매력적인 조연이다. 하지만, 등장과정이 너무 쌩뚱맞다. 촬영 5분전 급하게 데려와서 대본 쥐어주고 후다닥 출연시켰다는 느낌?? ('간바라 가즈히코'의 등장(p.115) 역시 비슷하지만 비판하지 않는 것은, 1권에서 복선(1권,p.562)을 깔아두었기 때문이다.)

 

허나,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기타오 선생'의 갑작스런 등장이다. 기타오 선생은 교내재판을 결의한 학생들을 적극 지지하고, 재판준비를 돕는다. 심지어, 교내재판을 막으려는 교장에게 "학교에 피해를 주는 일이 벌어질 때는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p.79)라며, 사직서까지 맡겨놓는다. 정말 열정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이 열정적인 인물은 1권에서 뭘 했던 것일까? 1권에서는 가시와기 다쿠야 시체발견 이후, 학부모회(1권,p.92), 기자 모기의 취재 후 긴급 교직원회의(1권,p.449) 등이 수차례 소집된다. 이 때 주로 등장하는 선생은 구스야마뿐(교장 쓰자키, 학년주임 다카기 제외), 기타오 선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교내재판을 지원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인물이, 학부모회나 교직원회의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넌센스다. 한마디로 기타오 선생은, 1권때는 생각지 못하다 2권 시작 즈음해서 필요성을 느껴 급조한 인물이다. 기타오 선생을 교내재판의 지도선생님(배후지원자, 최고책임자)으로 등장시킬 거였다면, 구스야마 정도의 비중으로 1권에서 미리 등장시켰어야 했다. (장기연재의 폐해)

 

2. 편파적 서술 / 오이데 슌지에 대한 묘사

 

이는, 2,3권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인데, 여기서 이야기 하겠다. 미야베 미유키는 천하의 인간쓰레기 '오이데 슌지'를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한다. 악의가 담긴 고발장때문에 살인자로 몰린 불쌍한 피해자. 또한 코믹한 장면을 수차례 연출하거나, 아버지에게 구타당하는 모습을 부각해, 친근감내지 동정심까지 자아낸다. 특히 3권 p.665 장면에서는 어이없어서 토나오는 줄 알았다. 3권 p.665 장면은 하드보일드 탐정이 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하고, 쿨하게 떠날때나 보일법한 것이다. 오이데 슌지가 영웅인가? 슈퍼스타인가?

 

물론, 3권 p.466이하 간바라 가즈히코의 도발적 신문을 감안하면, 미야베 미유키 역시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 자기가 얼마나 오이데 슌지를 피해자처럼 묘사해 왔는지를. 그래서, 뒤늦게 간바라의 입을 통해 오이데의 악행을 이야기하고, [오이데 슌지를 단순히 누명을 쓴 불쌍한 희생자로 만들지 않았다.](3권,p.491)라고 서술한다. 하지만, 이건 구색맞추기일 뿐이다. 무게 추를 지나치게 기울게 만들었던 작가가, 뒤늦게 반대쪽 추를 살짝 눌러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미야케 주리'에 대한 서술과 비교하면, 이런 편향성을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런 논리를 전개한다. [오이데 슌지는 사고뭉치 불량학생이다. -> 불량학생이라 해서 반드시 살인을 하는 것은 아니다 -> 따라서, 불량학생이기 때문에 오이데가 받는 의혹은 부당하다.] 하지만, 미야케 주리에 대해서는, [미야케 주리는 성격이 모났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며, 왕따이다. -> 왕따, 여드름 귀신의 목격주장은 진실일 리 없다 -> 따라서, 주리의 주장은 거짓이다.]  가운데 논리 과정을 비교해 보라. 미야베 미유키는 완전히 상반된 논리로 오이데 슌지와 미야케 쥬리를 서술한다.

 

이것은 작품전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왜냐하면, [변호사측, 피고인 오이데 <<--->> 검사측, 목격자 주리]의 구도에서 균형추가 한쪽으로 치우쳐 버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검사 역할인 료코는 '오이데는 가시와기를 죽이지 않았다. 고발장은 미야케 주리가 날조한 것이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패배하는 쪽을 선택했다'는 발언(p.512,513)을 서슴치 않는다. 미야베 미유키가 왜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 2권은 검사역인 후지노 료코, 변호사역인 간바라 가즈키코, 노다 겐이치가 마치 소년,소녀 탐정처럼 대활약합니다. 학원물을 좋아하는지라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또한 가시와기 사건보다, 오이데家 화재사건이 중심이기 때문에, 새로운 의혹에 눈을 돌릴 수 있습니다.

 

* 3권 리뷰에서는, <솔로몬의 위증>의 근본 문제, [교내재판] 설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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