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독서 -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자의 독서 1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첫 느낌은 건조했다. '리뷰와 여행기를 결합했네.' '사진이 있어서 읽기 편하겠다.'정도의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100여 페이지 정도를 읽으며 뭔가 새로운 것이 느껴졌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백년보다 긴 하루>를 읽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고, 미얀마에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는 작가를 상상하게 되면서, 조금씩 이 책에 빠져들었다.

 

작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숨결을 따라,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대작가의 책을 읽는다. '<백야>의 무대인 네바 강변 다리 위에서 <백야>를 읽는다'라, 멋지지 않은가? 이처럼 여행지에서, 여행지의 배경이 되는 책을 읽은 기록이, 바로 <여행자의 독서>이다. 여행기와 리뷰가 조화되지 않는다면 완전히 따로 놀수도 있지만, 작가의 능력은 내 예상을 훨신 뛰어 넘었다.

 

여행기에서 리뷰로 넘어가는 서술을 보자.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쪽을 여행중인 작가는 2페이지 가량을 여행기로 서술한 후, [차를 달려 한참 만에 만나는 도시들을 빼놓고, 여행의 길은 대부분 황량한 사막을 통과했다. 그 팍팍한 사막 길은 책을 읽기에 맞춤했다. 할레드 호시아니의 소설은 길 위에서 술술 앞으로 나아갔다.](p.246)라고 한 뒤, 이어 할레드 호시아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연을 쫓는 아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렇게, 물 흐르듯 이어지기 때문에 실제 여행을 하다, 책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읽으려 했다 읽지 못했던 책들을, <여행자의 독서>를 통해 만나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대표적인 책이 <내 이름은 빨강>, <백년보다 긴 하루>이다. 두 책 모두 구입한지 5년 이상이 지났는데, 아직 한장도 넘겨보지 못했다. 작가가 소개하는 <백년보다 긴 하루>의 리뷰(p.38)는 어찌나 흥미진진한지, 리뷰만으로도 얼른 읽고 싶어졌다. 5년 묶혔으니 더 늦기 전에 얼른 읽어야지^^ <여행자의 독서> 속 리뷰는 책의 내용을 충실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일종의 가이드로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각 챕터마다 앞부분에는 사진이 실려있다. 호주는 볼만한 사진이 적은지 가장 적은 4페이지, 나머지 여행지는 6~7페이지가 사진이다. 인상적인 사진이 많지만, 베스트 3을 꼽자면,

 

1) 라오스 왕위앙의 귀여운 꼬마들(p.132),

 

 

 

2) 뭔가 몽환적인 피라미드와 낙타(p.272),

 

 

3) 염세적 분위기의 알함브라 궁전 맞은편 언덕(p.196).

 

 

 

이 책을 읽는 내내, 책 읽는 장소의 중요성을 느꼈다. <백년보다 긴 하루>를 한여름 태양이 작열하는 휴양지에서 읽는 것과, 한겨울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며 읽는 것을 비교해 보라. <여행자의 독서>는 아름다운 사진과 여행기, 리뷰가 예쁘게 어우러져 있다. 왜 책을 읽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지 이해하는 순간(돈오頓悟의 경지^^), 이 책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 페이지 표시는 정말 짜증났다. 분명 색다르지만, 디자인보다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페이지 찾기 어렵게 만드는 표시방식이라면 존재의의를 상실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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