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뇌, 우울한 뇌 - 최신 심리학이 밝혀낸 낙관과 비관의 비밀
일레인 폭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즐거운 뇌, 우울한 뇌>는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의 특징, 장단점 등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 뇌나 유전자같은 과학적 차원에서 체계화를 시도한 책이다. 즉, 제목 '즐거운 뇌, 우울한 뇌'는 뇌와의 연관성 차원에서 표현한 낙관주의, 비관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머리말에서 두 형제의 사례를 소개(p.11)하며 시선을 사로 잡는다. 연년생 형제인 대니얼과 조이는 모든 면에서 달랐다. 대니얼은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며,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 나섰다. 반면, 조이는 신중하고, 조심성이 있었으며 실패를 두려워 해 모험을 절대 하지 않았다. 과연 이들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대니얼은 수없는 실패를 거쳐 억만장자가 되었고, 조이는 학교교사로 대출금을 갚는데 신경쓰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저자가 이 사례를 소개한 이유는, 도입부의 흥미유발, 서로 다른 인생관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절대 '인생한방!'식의 모험적인 태도가 좋다는 건 아니다.

 

이처럼 사람마다, 인생관이 다르다.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인생관을 측정하고 정량화할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노력(p.25)했는데, 첫 단계는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의 용례를 분석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 단계는 뇌가 좋은 일과 나쁜 일에 반응하는 양상을 살펴보는 거였다. 이제부터 슬슬 <즐거운 뇌, 우울한 뇌>의 최대 장점인 흥미진진한 사례가 쏟아져 나온다.

 

저자는 '믿음은 정말로 우리의 몸에 물리적 변화를 일으키는가?'(p.54)라고 문제제기하고, 밴스 밴더스의 극적인 사례(p.55)를 소개한다. 밴스는 동네 주술사와 말다툼을 벌였고, 주술사는 밴스에게 저주를 건다. "네게 죽음이 찾아올 것이다. 의사도 너를 구하지 못하리라" 이후, 밴스는 큰 충격을 받아 몇 주째 앓아누웠다. 음식을 먹지 못해 거의 죽을 지경이 됐고, 검사를 해봐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고민하던 담당의사 도허티는 한가지 꾀를 낸다. 심리치료 차원에서 쇼를 벌이기로 한 거다. 도허티는 밴스에게 주술사의 저주로 도마뱀이 위장에서 기어 다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는 "도마뱀을 없애야 합니다!"라며 구토제를 주사한다. 밴스가 구토를 시작하자 도허티는 몰래 도마뱀 모형을 꺼낸다. "밴스 씨, 이것 봐요. 당신 몸에서 나온 겁니다! 이제 치료가 되었어요. 부두교의 저주가 풀렸어요!" 놀랍게도 이후, 밴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났다. 이어,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와 관련된 다른 사례들도 소개된다.

 

낙관주의는 기대수명까지 연장시킨다고 한다. 저자는 수녀사례(p.94)를 통해 과학적으로 이를 설명한다. 즉, 낙관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정서를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사용해서(확장과 수립 이론) 보다 더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게 된다는 거다. 이어, 발명왕 에디슨(p.96), 화장품 산업의 선구자 마담 워커(p.98),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조스(p.101) 등 낙관주의자들의 재미있는 사례가 이어진다. 특히, 자신의 공장에 난 화재를 친구들과 함께 구경한 에디슨 이야기는, 어릴 때 위인전에서 본 기억이 있어 느낌이 색달랐다.

 

과학계의 최신 이론도 많이 소개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후성유전학(p.172)이다. 후성유전학은 살면서 겪는 사소한 일에 따라 유전자가 작동하는 방식이 변한다는 이론이다. 놀라운 건, DNA서열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다음 세대에 전달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방의학 전문가 비그렌의 연구가 소개된다. 비그렌은 어느 소도시에 살던 주민을 무작위 추출하여 연구했는데, 한겨울 기근을 견디고 다음 해에 폭식한 소년들의 수명이 훨씬 짧았으며, 놀랍게도 그들의 자식과 손자들까지 수명이 짧았다고 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문답으로 쐐기를 박는다. [나의 증조할머니의 고지방 식단이 나를 뚱뚱하게 만들 수 있을까?](p.175) [그렇다로 굳어지고 있다.]

 

<즐거운 뇌, 우울한 뇌>는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무절제한 낙관주의 문제점(p.61)과 비관주의의 역할도 빠트리지 않는다. 또한, 우울한 뇌가 즐거운 뇌로 변화할 가능성(p.198이하)까지 제시한다. 최신 연구와 다양한 사례가 가득하기에, 읽는 재미가 있었고 저자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었다. <설득의 심리학>이후 가장 푹 빠져서 읽은 심리학, 과학분야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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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당 책이 계속 업데이트 되더라고요.

가끔 일본소설도 나오고.

 

아, 몇 권은 따로 빼놔서 사진에는 안 보입니다.


1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파견사원 마이
사에키 베니오 지음, 한나 옮김 / 지향 / 2008년 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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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일본소설이라 기대중.
사진상으론 엄청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지 않아요.
저 책만 눕혀있어서 작아 보임ㅋㅋㅋ
조선명탐정 정약용
강영수 지음 / 문이당 / 2011년 2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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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탐정들>에서도 최고의 명탐정으로 소개됐던 정약용!!
이 책은 완전히 정약용 이야기만 담은 거네요. 재밌겠다.
굿바이! 명왕성
권정현 지음 / 문이당 / 2009년 3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1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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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마음에 듬.
책은 가장 얇아서, 읽기 부담없을 듯.
빨래터
이경자 지음 / 문이당 / 2009년 3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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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크라트 -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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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루토크라트(Plutocrat)]는 그리스어로 '부'를 의미하는 pluto'권력'을 의미하는 kratos로 이루어진 합성어로 [부와 권력을 다 가진 부유층]을 뜻한다. (앞날개 참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플루토크라트>는 플루토크라트에 대한 비판보다, 플루토크라트가 탄생한 과정, 이들의 특징, 다양한 인물소개가 핵심인 책이다. (특히, p.82이하에는 '자수성가'라는 키워드에 포커스를 맞춰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기도.) 부의 편향, 양극화를 날카롭게 비판해주길 기대했다면, 무딘 비판이 아쉬웠을 거다.

 

단, 약간 다른 관점에서 인상적인 비판이 있다. 최상층(플루토크라트)에서 여성들이 소외당하는 현상.(p.140)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여성의 사회참여가 점점 더 활발해지는 세상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놀라워 한다.

 

그럼 왜 여성들은 플루토크라트에서 소외당할까? 원인으로 두 가지가 언급되는데, 첫째, 직업 선택과 관련된 원인. 고소득 직종인 금융, 경영 분야에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것. 둘째, 여성들에게 부족한 면이 있을 거라 믿는 사회적 편견. 사모펀드 억만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킬러 본능이 없습니다. 싸우려 들지 않고, 상대의 급소를 공략하지도 않죠."(p.143) 뭔가 중요한 게 부족하다는 거다. 더군다나, 상류층 여성들의 이기심으로 취급되기에, 이 문제가 크게 문제시되지 않는 점도 지적한다.

 

<플루토크라트>엔, 전 세계 플루토크라트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들이 플루토크라트가 된 과정은 억만장자들의 성공담, 성공철학으로 읽을 수 있기에 자체로 흥미진진했다. 소개하고 싶은 인물은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 자포스 설립자 '토니 셰이'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는 '혁명적인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아버지에게 배웠다(p.239)고 말한다. 나치 대학살로부터 피해 다녀야 했던 시절, 독일군이 쳐들어온다. 다른 사람들은 고향에서의 삶을 버리지 못하고 피난을 망설였지만, 소로스의 아버지 티바다르는 달랐다. 아내와 장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가족들을 즉각 대피시켰고, 그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소로스는 말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때로 적극적인 도전이 필요합니다. 어린 시절 저는 그렇게 살았고, 그리고 일부는 경험으로, 다른 일부는 공부로 그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 아버지의 가르침으로부터 예외적인 상황에서 일반적인 법칙을 따르다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법칙들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 때로는 행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p.239)

 

[토니 셰이] 자포스는 콜센터로 '온라인 유통기업은 전화로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이 거래 쌍방에게 감정적으로 즐거운 경험을 가져다준다'(p.349)는 신념을 기반으로 한다. 자포스는 전형적인 미국 기업의 모습에서 탈피하고자 튀는 행동을 하는 직원을 적극적으로 격려한다. 예를 들어, 방문객이 지나갈 때, 타이밍에 맞춰 음악을 틀고 역기를 흔들어 댄다거나, 업무 중에도 금발 가발이나 모피 목도리를 걸치고 있는 거다. 셰이의 이런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고, 아마존은 자포스를 12억 달러에 지분인수 한다. 마흔이 되기도 전에 억만장자가 된 것.

 

셰이는 엄격한 대만출신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엄격한 교육에는 저항한 반항아였는데, 바이올린 연습을 열심히 하는 척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연주 테이프를 틀어놓고 놀았다(p.355)고 한다. 이런 자유분방함이 자포스의 바탕이 된 것은 아닐지.

 

<플루토크라트>를 통해 상위 0.1% 플루토크라트들의 면면을 살필 수 있었다. 비판보단 플루토크라트의 본질을 파헤쳤기에 객관성, 중립성을 확보했다. 이 책을 통해 플루토크라트를 꿈꿀 수도 있고, 플루토크라트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울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비판도 상대를 잘 알아야 가능한 것 아닌가? 자, 이제 플루토크라트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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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미스터리
J.M. 에르 지음, 최정수 옮김 / 단숨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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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미스터리>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 대한 경의와 애정이 바탕이 된 작품이다. 주요 등장인물도 셜록 홈즈를 연구하는 10인의 홈스학자들, 셜록 홈즈와 외모가 닮은 러스트레이드 경감(p.21)이다. 따라서 셜록 홈즈의 팬이라면, 작품에 숨겨진 위트나 풍자를 더 깊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셜록 홈즈를 한 번도 읽지 않았거나,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셜록 미스터리>를 읽는 데 지장은 없다. 나 역시도 어릴 때 아동용 홈즈를 읽은 기억밖에 없다.

 

포세이돈 소방위와 플리포 소방사가 긴급 출동한다. 이들의 임무는 '눈사태로 매몰된 베이커 스트리트 호텔에 가서, 홈즈학회 참석차 투석했던 10인의 대학교수를 구출'(p.16)하는 거다. 호텔 지배인 루이지 리가텔리와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합류하고, 다 함께 호텔로 진입한다. 이들은 난장판이 된 호텔에서 충격적인 뭔가를 발견하는데...

 

<셜록 미스터리>는 일종의 액자식 구성이다. 러스트레이드 경감과 포세이돈 소방위 일행은 현장에서 발견된 기록을 읽고 있다. (액자 바깥 이야기) 이들이 읽는 기록은 1)신문기자(오드리 마르무쟁)가 남긴 기록과 2)교수들이 보낸 편지와 메모 등으로, 고립되었던 4일간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액자 속 이야기) 비중은 20 : 80 정도로 액자 속 이야기가 핵심이다. 따라서, 초반 맹활약을 기대했던 러스트레이드 경감은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10명의 교수들은 소르본 대학에서 새롭게 신설되는 홈즈학과의 정교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임명권자이자, 학회 주최자인 보보교수의 눈에 들기 위해 애쓰며. 그러던 중, 홈스학자들이 하나둘 의문의 사고를 당하고 설상가상으로 호텔은 고립된다. 4일간 이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솔직히, 작품 속 풍자나 위트가 가슴에 와 닿진 않았다. 원인은 작가의 역량이 부족한 것도, 셜록 홈즈 시리즈에 대한 지식부족도 아니다. 문화차이다. 이건 이 작품뿐만이 아니라, 다른 프랑스권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도 느꼈던 거다. 풍자나 위트는 굉장히 압축적이기에, 이를 제대로 느끼려면 어느 정도 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셜록 미스터리>의 구성은 놀라웠다. 오드리 마르무쟁의 기록이나, 교수들의 편지가 7,8페이지 내외로 짧게 짧게 이어진다. (한 페이지로 간략하게 등장하는 메모도 있다.) 그런데도 이야기의 흐름이 전혀 끊기지 않고, 기록과 편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대단하다. 이런 구성력은 쉽게 선보일 수 있는 게 아니다. (구성만 놓고 보면,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과도 비슷하다. 단, 편지와 기록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사건의 진실은 러스트레이드 경감의 명쾌한 추리로 밝혀진 듯(p.359) 보이나, 끝부분에 새로운 의혹이 제시(p.381)된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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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탐정들
정명섭.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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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녁 먹기 전 한 꼭지만 읽으려고 책을 펼쳤다. 하지만 중간에서 멈출 수 없었다. 조선시대에 CSI마냥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결국, 저녁은 9시쯤에야 먹을 수 있었다.

 

2.

 

<조선의 명탐정들>은 냉철하고 과학적인 추리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낸, 조선의 탐정 이야기다. 탐정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탐정'이었던 건 아니고, 오늘날 탐정처럼 사건을 해결했다는 의미에서의 탐정이다. 그래서, 세종대왕, 정조, 연산군이나 하급관리였던 선비들도 명탐정으로 등장한다. 얼마 전, 크게 인기를 끌었던 TV프로그램 [별순검]은 조선 말기(거의 일제강점기 직전) 이야기이며, '별순검'이란 특정 집단의 활약상이었던 데 반해, <조선의 명탐정들>은 조선시대를 총망라하고 있고, 훨씬 다양한 인물들, 훨씬 다양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별순검]에 환호했던 분이라면, <조선의 명탐정들>에는 거의 찬양, 경배를 바치지 않을까?

 

3.

 

13개의 챕터로 되어 있고, 인물로는 16명의 명탐정이 등장한다. 전부 재미있었지만, 소개하고 싶은 건, 조선 최고의 명탐정 '정약용'의 활약상이다. 정약용은 곡산 부사나 형조참의의 직에서 여러 사건을 해결(p.202)했는데, 이런 기록을 [흠흠신서]에 남겨두었다. 실학자답게 과학적으로 사건을 해결했던 그는, 역시 조선 최고의 명탐정이었다. 한 사례를 보자.

 

한 여성(안 소사)이 어떤 남자(민성주)를 잔인하게 살해하고는, 관아로 찾아간다. "제 남편(최주변)이 민성주의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남편의 원수를 갚고자 민성주를 죽이고 자수하러 왔습니다."(p.206 일부수정) 효와 충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조선이었기에, 안 소사를 도리어 남편의 원수를 갚은 열녀라 칭하고 석방(p.207)한다.

 

하지만, 정약용은 의문을 품는다. 1) 안 소사는 자신의 남편이 민성주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주장하나, 민성주가 최주변에게 입힌 상처는 둘이 장난치다 생긴 것으로 아주 경미한 것이었다는 점. 2) 안 소사는 남편이 민성주에게 여러 군데 찔려서 사망했다고 했지만, 최주변의 상처는 크기와 아문 상태가 모두 다른 것으로 한번에 난 상처가 아닌 점. 3) 남편이 한 달동안 시름시름 앓았다고 주장했던, 안 소사의 말이 사실이 아니었고, 당사자인 최주변이 민성주를 고발하고나 죄를 묻지 않은 점 등. 의심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었다. 결국, 명탐정 정약용은 사건의 숨겨진 충격적 진실을 밝혀내는데...

 

4.

 

조선시대 활용되었던 수사기법들도 인상적이었다. 그 중, 독살 여부를 판명하는 방법(p.121)을 보자. 1) 조각수(쥐엄나무를 끓여서 우려낸 물)로 씻어낸 은비녀를 입 안에 넣고 종이로 막은 다음, 꺼내서 변색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청흑색으로 변하면 독살이 의심되었다. 2) 흰 밥을 피살자의 입 안에 넣고 종이로 막았다가, 몇 시간 후에 빼서 닭에게 먹인다. 닭이 밥을 먹고 죽으면 독살로 봤다. 또한, 독이 몸 안으로 들어갔을 경우를 대비, 항문도 같은 방법으로 검사했다고 한다.

 

또한, 조선시대 시체검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p.240)도 있다. 기본적으로 피살자의 시신은 조사관을 바꿔서 세 차례에 걸쳐 조사를 진행(p.223)했다고 한다. 거기다 사체의 외상을 꼼꼼히 확인하여, 칼에 찔리거나 멍든 흔적이 있으면 자로 상처의 크기와 넓이를 쟀고, 대꼬챙이를 이용해서 상처의 깊이도 쟀다. 이런 기록들은 전부 그림과 함께 꼼꼼히 기록되었다.

 

5.

 

각 챕터 끝부분에는 조선 명탐정과 비슷한 활약을 했던, 서양 추리소설 속 탐정 이야기가 나온다. 예를 들어, '이의형처럼 가족들 간의 은밀한 비밀을 파헤친 탐정은?'이라 문제제기하고, 로스 맥도널드가 탄생시킨 '루 아처'를 소개하는 식이다. 추리소설의 간략한 서평으로 읽을 수도 있고, 탐정 캐릭터 분석으로도 볼 수 있다. 몰랐던 탐정들도 있고, 상당히 괜찮았다.

 

또한, 삽화와 기발한 표지도 훌륭하다. 삽화는 위에서 이야기한 서양 추리소설 속 탐정 이야기에 실려 있는데, 주로 서양 탐정과 조선 탐정을 대비해 그렸다. 짙은 자주색과 검정색의 조합이 좋고 선이 강렬하다. <조선의 명탐정들>의 표지는 근래 본 표지 중 가장 기발하고 독창적이었다. 멀리서 보면, 정말 신문 1면을 접어둔 것처럼 보인다. 작품의 품격을 한 차원 높여준 부분.

 

6.

 

저녁밥도 잊고, 미친듯이 읽은 책이라 쉽게, '너무 재미있다'라고 말하기 꺼려진다. 뭔가 그 이상의 표현을 하고 싶다. 역사 속 숨겨진 사건사고과 명탐정의 활약상을 발굴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선보인 저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유명 작가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관심이 가져야 할 책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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