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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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책을 다 읽은 후의 심정은...? 글쎄...일단 내용은 이렇다. 70세의 노인인 주인공이 70세생일을 맞아 젊은 처녀와의 섹스를 꿈꾼다는 다소 황당스럽고 민망한...하지만 작가는 저 내용을 철학적인 성찰(자기 70년 인생을 바탕으로 나오는)을 바탕으로 깊이있는 이야기로 재해석해낸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을 지나치게 이상하게 생각하는건 아닌가하는 반성이 들게 만든, 작가의 능력이라고나 할까....음...쉽게 내용에 동감할 수는 없었지만 색다른 문화의 작품을 접한 느낌이 들어 만족스러운 기분이 조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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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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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보았는데, 초반부 많이 당황스러웠다. 기존에 알고있던-남쪽으로 튀어, 공중그네 등-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에 비해, 노골적인 성묘사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아니 좀 변태적인 성묘사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내용이다. 그래서 별로였냐? 아니다. 가진건 몸뚱이뿐인 밑바닥 인생들의 궁상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역시 오쿠다 히데오란 생각이 들었다. '울건 웃건 어차피 인생은 계속되는 것. 내일도 모레도…'라는 권두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What a fool believes] 32살 프리랜서 기자, '스기야마 히로시'. 그는 서른이 넘어서도 사람만나는데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도쿄의 중심가에 살지만, 실제론 무인도에 있는거 같은 생활을 하는 것.(p.12) '기자'라고는 하지만, 변변찮은 잡지 신제품 정보란에 자료요약 수준의 기사를 쓰는게 전부. 경제적으로도 아주 어렵다.

층간소음이 그대로 다 들리는 불량주택에 사는 그는,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그건 바로 위층에서 들려오는 섹스소리. 히로시는 흥분해서 소리에 집중해 자위를 한다. 이후 위층에서 들려오는 섹스소리를 듣는게 일상이 되어 버린다. 그는 소리를 더 잘 듣기위해 도청장치(집음기)를 구입하고, 상대여성을 쫓아가 얼굴을 확인한 다음 이름까지 붙여준다. 그의 행각은 과연 어디까지 계속될런지.

그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할 일 없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몇몇 도서관을 번갈아 출입한다. 그러던 중 도서관에서 사유리란 뚱뚱한 여성을 만나고, 그녀와 섹스를 하는데… 이어지는 이야기들의 도입부 격으로, 이후 등장하는 '구리노' '사유리' '게이지로'등이 잠깐 등장하는데, 이들의 모습을 눈여겨 보는 것도 재미다.

[Get up, stand up] 카바레 클럽 스타우트맨 '구리노'가 등장한다. 그는 전편에서 요란한 섹스소리를 선보였던 인물. 구리노는 길거리에서 여자들을 물색하다 백화점에서 일하고 있던 '도모코'를 꼬신다. 도모코는 소곤소곤 말하는 참한 이미지의 여성. 구리노는 많은 돈벌이를 위해 도모코를 카바레부터 시작해서, 점점 일의 강도를 높혀가게 하고, 결국 도모코는 애로비디오에 까지 출현하게 된다.

순진한 도모코의 이미지와 지저분한 에로업계의 생리가 묘하게 비교되고, 또한 어떻게 여성들을 애로업계로 끌어들이는지가 흥미롭게 서술된다. '그런거구나. 그런데 오쿠다 히데오 왜 이리 잘 알지?' 이런 생각도^^ 한편, 도모코가 출현하기로 한 애로비디오는 '모녀비빔밥'이란 모녀컨셉으로, 어머니 연령의 다른 배우와 함께 출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그 여자 배우는...스톱. 읽어보시길.

[Light my fire] 도모코의 어머니, '요시에'가 주인공이다. 요시에는 권태로운 일상에 힘들어 하는 전형적인 '위기의 주부'이다. 옆집 '기쿠치 레이코'의 우편물을 몰래 뜯어보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욕구불만을 해소하고 있는 그녀. 드디어 그녀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건 바로 애로업계에 몸을 던진 것. 남편에게 만족을 못 느끼던 그녀는, 젊은 남자와 많은 돈을 손 쉽게 얻을 수 있는 애로업계에 매력을 느끼고, 아주 적극적으로, 동시에 은밀하게 애로배우 활동에 몰두 한다.

한편, 그녀는 기쿠치 레이코의 우편물을 몰래 뜯어보다, 레이코네가 키우고 있는 개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는 편지를 읽게 되고, 묘한 흥미를 느끼는데...

[Good vibrations] 포르노 소설가 게이지로가 음성으로 구술한 소설을 타이핑 하는 테이프 리라이터 '다마키 사유리' 그녀는 키 155cm에 90kg인 한마디로 돼지다.(p.293)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남성을 찿고, 프리랜서 기자인 히로시(첫 등장인물), 우편배달부 등과 섹스를 한다. 사유리는 비밀이 있었으니, 관계하는 장면을 몰래 찍어 DVD삽에다 파는 것.

갖가지 인간궁상들. 이들의 밑바닥 인생은 쓴웃음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재미를 준다. 일본의 일간겐다이는 이렇게 평했다. ''라라피포'라는 제목은 "많은 사람이 그래도 다 살고 있잖아. 또 인생은 그래도 흘러가잖아"라는 메시지 같다. 그렇게 말하면서 어깨를 토닥여주는 좋은 소설이다.' 공감이 간다. 그래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그래

 

* 도서관에서 읽은 후 소장용으로 양장본 구입하려 했으나. 더 이상 양장본은 찍지 않는다니,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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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묘촌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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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코미조 세이지의 작품중 1,2위를 다툰다는 옥문도/팔묘촌. 개인적으로 팔묘촌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이야기의 실마리가 되는 충격적 사건이 흥미진진했고(실화라고 함),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도 옥문도보단 괜찮았다.

사실, 팔묘촌에선 긴다이치 코스케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사건들이 다츠야를 중심으로 쭈욱 진행되고 나중에는 노리코의 침착함덕에 주인공격인 다츠야는 위기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사건의 범인은 지가 알아서 죽어버린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그냥 여기저기 잠깐 나오다, 마지막에 사건이 다 해결된 후 '사실 전 범인을 알고 있었습니다'라는 김빠지는 소리를 해댄다-_-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에서 긴다이치 코스케의 역할이 아주 미미하냐, 그건 아니다. 다만 다른작품에 비해 비중이 좀 적고, 위처럼 죽을사람은 다 죽고나서 김빠지는 소리를 한다는 정도.

덧붙여서, 사실 노리코에 대해 마지막까지 의심의 시선을 거둘 수 없었는데, 이런 내 의심이 민망할 정도로 그녀는 참 침착하고 참한 여자였다. (비록 얼굴은 아닐지라도..) 마지막 동굴에서 거의 삶의 의욕을 상실한 다츠야를 도닥이며 침착하게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위대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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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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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노스탤지어의 마법사' 온다 리쿠의 매력을 가장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아련한 감성과 격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 1년전 쓴 리뷰에서는 '온다 리쿠여사님께 기립박수 10분간.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썼었다. 처음 이 작품을 접하고 느꼈던 충격과 감동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듯 하지만, 뭐 어떠랴. 중요한 건 <굽이치는 강가에서>가 정말 멋진 작품이란 것, 다시 읽은 지금도 변함없는 충격과 감동을 느꼈다는 것, 이것이다.

각 장마다 화자를 바꾸는 독특한 구성을 선보인다. 신선했고 등장인물의 내면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제1장 개망초' 하스미 마리코, '제2장 켄타우로스' 사이토 요시노, '제3장 사라반드' 마오코, '제4장 자장가' 구세 가스미(가즈코).

각 장의 화자배치는 생각해 볼만하다. 즉, '사건'에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지만(혹은 있어 보이지만)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는 마리코를 1장에 배치해, 등장인물 소개, 가즈미등 미스터리함 부각, 사건언급등 도입부를 맡긴다. 2장에서는 '사건'과 좀 더 깊은 관련이 있는(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요시노가 등장, 사건의 전반에 대한 미스터리를 심화시킨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고까지. 3장은 제3자격인 마오코가 갑작이 발생한 사고와 인물들의 심리양상을 관찰한다.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을 듣는 관찰자(?) 같은 역할. 4장은 약간 초현실적이고 몽환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부분이다. 짧은 이 장에서 가스미는 사건의 진실을 들려준다. 화자가 바뀌지만 산만하지 않고, 탄탄하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며 사건의 진실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놀라움.

'제1장 개망초'. 화자는 하스미 마리코. 학교선배인 구세 가즈미, 사이토 요시노는 연극제에 쓸 무대배경을 함께 작업하자며 마리코를 가즈미네 집으로 초대한다. 평소 동경하던 그녀들의 제의를 내심 좋아하는 마리코. 하지만 단짝친구인 마요코는 만류한다. "그 두 사람이 아무 목적도 없이 널 집으로 부른 건 절대 아닐 거야. 조심해, 마리코."(p.23)라고. 또한 정체불명의 소년(쓰키히코)이 나타나 '가즈미랑 가까워지는 거 관두라'는 의문의 말을 던진다. 점점 가스미와 요시노를 향한 의혹과 미스터리함이 극대화되는 상황. 그러나, 마리코는 미술작업을 돕기로 한다. 여기에 가즈미의 사촌인 '기지마 쓰기히코'와 그의 친구인 '시마 아키오미'가 합류하고, 한여름의 아련한 추억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는 한층 고조된다. 이들은 친밀감을 뛰어넘는 '뭔가'를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드디어 '사건'이 언급(p.75)된다.

두 사건이 있다. 목졸린 여성의 시체가 배에 실려 하류로 떠내려온 사건과 음악당 천장에 서워진 사다리에 올랐던 여자아이가 떨어져 죽은 사건. 왜 이들은 과거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는걸까?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읽어보시길.

읽는내내 미스테리하고 환상적인 분위기에 푹 빠졌다. 거기다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의 다채로운 모습까지. 성장소설, 추리소설, 미스테리 모든 요소가 녹아 있는 그야말로 걸작이다. 처음 이 작품을 읽고 다시 읽을때까지 온다 리쿠의 다른 작품을 접했지만, <굽이치는 강가에서>를 능가하는 작품을 만나지는 못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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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회 교수의 삼국지 바로 읽기 (합본)
김운회 지음 / 삼인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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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사랑하는 한사람으로써...프레시안에 연재되었던 김운회교수님의 '삼국지 바로읽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연재되는 월요일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면서 오늘은 어떤 충격을 주실런지 혼자 즐거워 했었던 나.

군전역 후 삼국지를 읽으며 다시금 읽고 싶어 도서관에서 빌렸다. 역시 대단하다. 삼국지나 해당분야 비전문가이신 김운회교수님께서 어쩜 저리도 해박하신지 존경스럽다.

저자는 삼국지는 '촉한공정'을 통해 유비, 관우, 제갈량을 우호적으로, 상대적으로 조조,주유,사마의는 깍아내렸고, 정사에 기록에 미비한 부분은 편집자 마음대로 이야기를 갖다 붙였다고 설파한다. 나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것을 치밀한 논리를 가지고 설명하셔서 이해가 쉬웠고, 흥미로웠다. 특히 여포나 가후등이 안좋게 묘사된 것은 비한족출신이기 때문이란건 정말 충격적이다. 그런거였군...그런거였군...

그리고 원소의 둘째아들 원희의 부인이자, 조비의 부인인 '견황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삼국지는 여성들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하지 않아 자세히 알 수 없었는데,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했다. 또한 조예의 출생의 비밀부분도 좀 충격이었다. 완전 영화같은, 드라마같은 이야기라...

아무튼 삼국지를 사랑하는, 매니아를 비롯해 삼국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필독서이다. 단, 삼국지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은 분들...예컨데 유비나 제갈량의 신화는 조심스럽게 접근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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