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노스탤지어의 마법사' 온다 리쿠의 매력을 가장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아련한 감성과 격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 1년전 쓴 리뷰에서는 '온다 리쿠여사님께 기립박수 10분간.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썼었다. 처음 이 작품을 접하고 느꼈던 충격과 감동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듯 하지만, 뭐 어떠랴. 중요한 건 <굽이치는 강가에서>가 정말 멋진 작품이란 것, 다시 읽은 지금도 변함없는 충격과 감동을 느꼈다는 것, 이것이다.

각 장마다 화자를 바꾸는 독특한 구성을 선보인다. 신선했고 등장인물의 내면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제1장 개망초' 하스미 마리코, '제2장 켄타우로스' 사이토 요시노, '제3장 사라반드' 마오코, '제4장 자장가' 구세 가스미(가즈코).

각 장의 화자배치는 생각해 볼만하다. 즉, '사건'에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지만(혹은 있어 보이지만)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는 마리코를 1장에 배치해, 등장인물 소개, 가즈미등 미스터리함 부각, 사건언급등 도입부를 맡긴다. 2장에서는 '사건'과 좀 더 깊은 관련이 있는(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요시노가 등장, 사건의 전반에 대한 미스터리를 심화시킨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고까지. 3장은 제3자격인 마오코가 갑작이 발생한 사고와 인물들의 심리양상을 관찰한다.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을 듣는 관찰자(?) 같은 역할. 4장은 약간 초현실적이고 몽환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부분이다. 짧은 이 장에서 가스미는 사건의 진실을 들려준다. 화자가 바뀌지만 산만하지 않고, 탄탄하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며 사건의 진실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놀라움.

'제1장 개망초'. 화자는 하스미 마리코. 학교선배인 구세 가즈미, 사이토 요시노는 연극제에 쓸 무대배경을 함께 작업하자며 마리코를 가즈미네 집으로 초대한다. 평소 동경하던 그녀들의 제의를 내심 좋아하는 마리코. 하지만 단짝친구인 마요코는 만류한다. "그 두 사람이 아무 목적도 없이 널 집으로 부른 건 절대 아닐 거야. 조심해, 마리코."(p.23)라고. 또한 정체불명의 소년(쓰키히코)이 나타나 '가즈미랑 가까워지는 거 관두라'는 의문의 말을 던진다. 점점 가스미와 요시노를 향한 의혹과 미스터리함이 극대화되는 상황. 그러나, 마리코는 미술작업을 돕기로 한다. 여기에 가즈미의 사촌인 '기지마 쓰기히코'와 그의 친구인 '시마 아키오미'가 합류하고, 한여름의 아련한 추억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는 한층 고조된다. 이들은 친밀감을 뛰어넘는 '뭔가'를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드디어 '사건'이 언급(p.75)된다.

두 사건이 있다. 목졸린 여성의 시체가 배에 실려 하류로 떠내려온 사건과 음악당 천장에 서워진 사다리에 올랐던 여자아이가 떨어져 죽은 사건. 왜 이들은 과거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는걸까?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읽어보시길.

읽는내내 미스테리하고 환상적인 분위기에 푹 빠졌다. 거기다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의 다채로운 모습까지. 성장소설, 추리소설, 미스테리 모든 요소가 녹아 있는 그야말로 걸작이다. 처음 이 작품을 읽고 다시 읽을때까지 온다 리쿠의 다른 작품을 접했지만, <굽이치는 강가에서>를 능가하는 작품을 만나지는 못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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