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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는데, 초반부 많이 당황스러웠다. 기존에 알고있던-남쪽으로 튀어, 공중그네 등-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에 비해, 노골적인 성묘사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아니 좀 변태적인 성묘사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내용이다. 그래서 별로였냐? 아니다. 가진건 몸뚱이뿐인 밑바닥 인생들의 궁상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역시 오쿠다 히데오란 생각이 들었다. '울건 웃건 어차피 인생은 계속되는 것. 내일도 모레도…'라는 권두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What a fool believes] 32살 프리랜서 기자, '스기야마 히로시'. 그는 서른이 넘어서도 사람만나는데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도쿄의 중심가에 살지만, 실제론 무인도에 있는거 같은 생활을 하는 것.(p.12) '기자'라고는 하지만, 변변찮은 잡지 신제품 정보란에 자료요약 수준의 기사를 쓰는게 전부. 경제적으로도 아주 어렵다.
층간소음이 그대로 다 들리는 불량주택에 사는 그는,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그건 바로 위층에서 들려오는 섹스소리. 히로시는 흥분해서 소리에 집중해 자위를 한다. 이후 위층에서 들려오는 섹스소리를 듣는게 일상이 되어 버린다. 그는 소리를 더 잘 듣기위해 도청장치(집음기)를 구입하고, 상대여성을 쫓아가 얼굴을 확인한 다음 이름까지 붙여준다. 그의 행각은 과연 어디까지 계속될런지.
그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할 일 없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몇몇 도서관을 번갈아 출입한다. 그러던 중 도서관에서 사유리란 뚱뚱한 여성을 만나고, 그녀와 섹스를 하는데… 이어지는 이야기들의 도입부 격으로, 이후 등장하는 '구리노' '사유리' '게이지로'등이 잠깐 등장하는데, 이들의 모습을 눈여겨 보는 것도 재미다.
[Get up, stand up] 카바레 클럽 스타우트맨 '구리노'가 등장한다. 그는 전편에서 요란한 섹스소리를 선보였던 인물. 구리노는 길거리에서 여자들을 물색하다 백화점에서 일하고 있던 '도모코'를 꼬신다. 도모코는 소곤소곤 말하는 참한 이미지의 여성. 구리노는 많은 돈벌이를 위해 도모코를 카바레부터 시작해서, 점점 일의 강도를 높혀가게 하고, 결국 도모코는 애로비디오에 까지 출현하게 된다.
순진한 도모코의 이미지와 지저분한 에로업계의 생리가 묘하게 비교되고, 또한 어떻게 여성들을 애로업계로 끌어들이는지가 흥미롭게 서술된다. '그런거구나. 그런데 오쿠다 히데오 왜 이리 잘 알지?' 이런 생각도^^ 한편, 도모코가 출현하기로 한 애로비디오는 '모녀비빔밥'이란 모녀컨셉으로, 어머니 연령의 다른 배우와 함께 출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그 여자 배우는...스톱. 읽어보시길.
[Light my fire] 도모코의 어머니, '요시에'가 주인공이다. 요시에는 권태로운 일상에 힘들어 하는 전형적인 '위기의 주부'이다. 옆집 '기쿠치 레이코'의 우편물을 몰래 뜯어보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욕구불만을 해소하고 있는 그녀. 드디어 그녀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건 바로 애로업계에 몸을 던진 것. 남편에게 만족을 못 느끼던 그녀는, 젊은 남자와 많은 돈을 손 쉽게 얻을 수 있는 애로업계에 매력을 느끼고, 아주 적극적으로, 동시에 은밀하게 애로배우 활동에 몰두 한다.
한편, 그녀는 기쿠치 레이코의 우편물을 몰래 뜯어보다, 레이코네가 키우고 있는 개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는 편지를 읽게 되고, 묘한 흥미를 느끼는데...
[Good vibrations] 포르노 소설가 게이지로가 음성으로 구술한 소설을 타이핑 하는 테이프 리라이터 '다마키 사유리' 그녀는 키 155cm에 90kg인 한마디로 돼지다.(p.293)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남성을 찿고, 프리랜서 기자인 히로시(첫 등장인물), 우편배달부 등과 섹스를 한다. 사유리는 비밀이 있었으니, 관계하는 장면을 몰래 찍어 DVD삽에다 파는 것.
갖가지 인간궁상들. 이들의 밑바닥 인생은 쓴웃음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재미를 준다. 일본의 일간겐다이는 이렇게 평했다. ''라라피포'라는 제목은 "많은 사람이 그래도 다 살고 있잖아. 또 인생은 그래도 흘러가잖아"라는 메시지 같다. 그렇게 말하면서 어깨를 토닥여주는 좋은 소설이다.' 공감이 간다. 그래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그래
* 도서관에서 읽은 후 소장용으로 양장본 구입하려 했으나. 더 이상 양장본은 찍지 않는다니, 이럴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