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이제 4권으로 들어가보자. 초반부 핵심인물은 역시 보옥이다. 보옥은 많은여인들에게 둘러싸여 갈피를 못잡고 놀아나는데, 중심에 '청문'과 '습인'이 서 있다. 습인은 한마디로 아주 참한처자로 신분상 시녀이지만, 지극정성으로 보옥을 보살핀다. 청문은 대부인의 시녀였다 보옥의 시녀가 된 인물로 성격이 활달하고 직선적이다. 그녀의 직선적 성격인 다음장면에서 잘 나타난다. '보옥이 웃으며 부채를 건네주자 청문은 받아 들기가 무섭게 부채를 확 ?었다.' (p.19) 청문과 보옥은 아무이유없이 부채를 ?으며 웃고 노는데, 그 사이가 마치 연인같다.

보옥의 저러한 사리없는 행동은 금천아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 금천아는 역시 시녀로 보옥과 장난질을 치다(거의 보옥의 농간) 왕부인에게 쫓겨나고 결국 우물에 빠져 자살한다. 부잣집 도령의 장난질로 힘없는 시녀만 죽어나는구나. 마치 오늘날 돈많은 양아치를 보는듯한 씁쓸한 기분.

분위기를 바꿔서, '부용꽃 그림자 깨뜨리며 노를 저어가고/ 마름풀 꽃향기 대나무다리에 풍기도다' (p.188) 상운은 여러부인들에게 계수나무 꽃구경을 청하고, 한바탕 즐거운 잔치가 벌어진다. 보옥과 습인,대옥은 꽃게를 먹으며, 시를 짓고 노는데...저러한 평화로움 뒤엔 어떠한 사건이 벌어질지.

4권을 읽으며 새삼 감탄한 것은 바로 대돈방화백의 삽화다. 어찌나 이야기에 걸맞는 그림을 멋드러지게 그렸는지 그 생생감과 아름다움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특히 40회의 '유노파의 익살에 배꼽을 잡고 웃다' 삽화(p.253)는 잔치의 시끌벅적함과 흥겨운 흥취가 한껏 묻어나 읽는이를 한층 몰입하게 해주었다. 더불어 당시 의복과 생활용품들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어 홍루몽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도와주었다. 그럼 5권으로 넘어가자.

5권에서도 유노파는 계속 등장한다. 유노파는 대부인,왕부인의 나들이를 따르며 갖가지 음식들을 먹어대는데, 밀가루 과자를 보고는 '우리 동네에서 제일 솜씨있는 처녀가가위로 종이를 오려 만든대도 이토록 묘하게는 만들어내지 못할 거에요.난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군요.'(p.16)라며 너스레를 떤다. 일행은 농취암으로 가고 젊은 여승 묘옥이 이들을 맞는다. 한편 술을 먹고 곤드레 만드레 뻗어버린 유노파-_- '...(중략)난데없이 코고는 소리가 집이 떠나갈듯이 들려왔다. 방안으로 들어가보니술내와 구린내가 코를 찌르는 가운데유노파가 태질을 쳐가며 자고 있지 않은가?'(p.28) 큰일났네 이거. ?고 난리가 났는데, 여기서 습인의 참한 모습이 빛을 발한다. 유노파를 위해 동산에서 잠깐 자고 었다고 말하게 하고 거짓말을 해준다.

지금까지 잠잠하던 희봉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한바탕 광풍이 휘몰아칠 징조가...희봉은 술을 마시고 평아의 부축을 받으며 회랑을 지나가는데, 희봉의 방에 딸린 시녀하나가 그들이 노는 것을 보고는 벌에라도 쏘인듯 돌아서서 내빼는 것을 목격한다. 희봉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녀를 불러들여 다그친다. '빨리 중문에 있는 사내아이 두어명을 불러서 밧줄하고 매를 들고 오래라. 주인도 안중에 없는 요 괘심한 년을 뼈가 부러지게 두들겨 패란 말이야'(p.88)

희봉이 이토록 화가난것은 주인인 자기를 보고도 인사는 커녕 도리어 도망을 갔기때문. 희봉은 특유의 거칠면서도 호방한 기세로 견습시녀를 닥달한다. 결국 실토하는 시녀. '마님, 이제 실토정을 하겠어요. 실은 서방님께서 안에 계세요. 저더러 마님께서 오시는가 망을 보고 있으랬어요. 그리고 연회가 끝나거든 이내 기별해달라고 그러셨어요. 견습시녀는 계속 말한다. '서방님께선 기물상자를 열고 은덩이 두개를 꺼내어 비녀 두 개를 껴서 저에게 맞기셨어요. 이걸 아무도 모르게 포이의 아내에게 갖다 주고 그 여자를 데려오라고...' (p.90) 그렇다. 희봉의 남편 가련이 바람이 난것이다. 여편네를 불러들이고, 시녀를 보내 망을 보게하다 희봉에게 딱 걸려버린 가련. 이 일을 어찌할까?

희봉은 포이아내의 머리칼을 휘감아 쥐기 바쁘게 마구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가련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문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고는 괜한 평아에게까지 화풀이하는 희봉, 평아는 분해 자살하려하고, 가련은 도리어 희봉을 죽일듯 날뛰는 연극까지 한다. 점입가경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

이 부분에서 한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중국여성의 지위이다. 물론 희봉이 집안의 살림을 도맞고 있는등 지위가 상당하다는 것을 고려해야겠지만, 전체적으로 중국여성의 지위가 상당히 높다는것을 알 수 있다. 시녀들로 등장하는 습인이나 평아등도 자신들의 신분적 한계안에서 최대한 개성을 발산하고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한다. 이런 모습은 우리의 소극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상과 크게 대조된다. 잘 알려져 있듯이 고려시대,조선초까지 대등했던 여성의 지위가 조선중후기로 가면서 급격히 격하된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튼 홍루몽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개성넘치고 활발한 활약은 홍루몽을 빛나게 하는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그럼 6권으로 넘어가자. 여기선 평아의 속 깊은 면이 인상적이다. 평아는 견습시녀 추아가 팔찌를 훔쳤음을 송노파를 통해 알게된다. 하지만 문제가 커지면 여럿이 힘들어질것을 알고 적당히 둘러대고 보옥에게만 살짝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들은 보옥은 평아가 자신을 살뜰하게 생각해준것이 즐겁고 한편으로 도둑질을 한 추아에 대해 화가 났다. 그래서 청문에게 말하지 말하는 평아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청문에게 말해버린다. 결국 적당한 때 추아를 내보내기로 하는 두사람.

홍루몽의 재미는 바로 저러한 인물들의 다양한 성격과 대조되는 인물간 갈등이 아닐까 생각한다. 속깊고 착한 평아와 직선적이고 날카로운 청문 또는 희봉. 특히 이 부분은 가씨집안 시녀들이 많이 등장해 그녀들의 성격과 핵심인물들과의 관계를 잘 헤아려 읽으면 더욱 흥미롭다. 특히 보옥이 이들과 어울려 벌어지는 사건이 많아 이 관계를 잘 파악해야 한다.

한편, 새로운 인물 자견이 등장하는데 자견역시 보옥의 시녀이다. 자견은 철없는 보옥에게 '앞으로 말씀으로만 하시지 손발일랑 남의 몸에 손대지 마세요. 남들눈에 얼마나 점잖치 않게 보이겠어요?'(p.186) 보옥은 자견의 진솔한 꾸짓음에 눈물까지 보이며 새로운 모습을 다짐한다. 한편 자견은 짐짓 대옥이 고향인 소주로 돌아갈거라 거짓말하고 보옥은 놀라 통 감각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데...

점점 재미를 더해가는 홍루몽. 7권을 기대해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애 feel살기
이명길 지음 / BCM미디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몸도 마음도 그대로 같은데, 어느덧 슬슬 결혼을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되버린 나. 정답도 참고서도 없는 사랑이란, 너무나 어렵다는걸 이제야 깨닫는다. 국내 제1호 연애전문강사의 연애특강이란 말을 듣고, 순간 혹해버렸다-_- 책이나 글로 연애방법을 전수받는다것이 조금은 말이 안되는것 같고, 쑥스러운 마음도 드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애전문가에게 한번쯤 카운셀링 받는것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겼다.

저자는 연애의 전략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연애의 전략과 전술은 달콤한 멘트나 현란한 개인기가 아니다. 그저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잘 보일까 고민하는 아주 작은 심리전에 불과하다.' (p.19)즉, 특별한게 아니라 우리가 이성들에 잘보이기 위해 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이나 가슴뽕을 사용하는것등등 아주 사소한 것들도 하나의 연애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며 어떻게 하면 이성에게 더 잘보일까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을 저자는 하려는 것이다.

대학생을 위한 연애기술이 소개되는데, 한번 써먹어 볼만하다^^ "교수님을 아군으로 만든 후, 마음이 드는 사람이 듣는 수업을 같이 신청해 조별모임이나 팀 프로젝트 같은 팀으로 섞어 달라고 한다" (p.31)그 이후는...능력껏^^ 저러한 연애기술은 당연히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쯤은 눈치채셨으리라.

주변사람들이 괜찮다고 하니까 점점 좋아지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저자는 미시경제학의 개념인 벤드웨건 효과를 끌어들인다. 즉 다른사람이 많이 살수록 소비를 자극하는 것처럼 비슷한 맥락에서 괜찮다고 하면 할 수록 더 끌린다는 것이다. (p.118) 일견 긍정되는 측면이 있다. 내 주변에도 그다지 잘생기진 않았는데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친구가 있다. 그 녀석은 뭐낙 싹싹해서 얼굴에 관계없이 여자애들하고 잘 지내는데, 그 녀석의 인기를 저런 면에서 찿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가 여자에게 느끼는 5가지 욕구'란 부분도 흥미로웠다. 남자는 여자를 소유하고 싶어한다. 이부분. 사실 저런면은 여성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기분 나쁠 수 있다. '뭐 내가 소유대상이야? 내가 물건이야?' 저런 반응. 당연하다. 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남자들은 대부분 여성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여성들에겐 정말 미안하지만...저자는 이야기한다. '...(중략) 여자를 단순한 게임의 상대로 생각한다. 그 게임에서 승리하기를 바라고 그 전리품으로 여자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이다.' (p.167)솔직한 서술이지만, 여성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나쁠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장을 넘기며, 처음 책장을 넘길때와는 달리 심각한 생각을 많이 했다. 저자의 조언을 편하게 잘 들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난 아직 운명적 사랑을 믿는, 현실을 모르는 철부지라 그런거겠지. 친구에게 카운셀링 받는것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짧은시간내에 편하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 연애에 대해, 남성 연애전문강사의 말을 듣고 싶다면 읽어보시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틈새
이혜경 지음 / 창비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산지 한달반 정도 지났다. 대학복학이다 뭐다 아직까지 읽지못하다 몇일전에야 손에 잡았다. 처음 이혜경이란 작가를 접한건 군에 있을때 어떤 문학상수상집을 통해서였는데,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냥 차분한 글이 호감이 가는 정도였다.

<틈새>의 마지막장을 넘기고, 이혜경 작가의 글은 처음 읽을때보단 다음이, 또 그 다음이 더 큰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란한 말로 독자를 현혹하려 한다거나, 쓸데없는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침착하게 자기 할 말을 한다. 이점이 마음에 든다.

첫 단편은 [물 한모금]이다. 이 소설은 한국내 불법체류자가 주인공이며, 화자란 점에서 내게 놀라움은 안겨줬다. '불법체류자들의 시각으로 쓴 소설을 과연 어떠할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화자는 아밀. 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그의 동료이자 친구인 샤프의 체포소식을 전한다. 샤프와 함께 한국에 건너온 일들을 회상하는 아밀...

이 소설을 읽으며, 불법체류자인 그들의 일상과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임을 느꼈다. 그들이 다른것이라고는 국적과 생김새가 다른다는 것일뿐이었다. 그들의 삶은 우리형 누님들이 1960년대 70년대 독일이나 미국에서 겪었던 삶의 다름 아니고, 또 오늘의 우리삶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똑같이 사랑을 느끼고 허무감을 느끼고, 살아간다.

난 '물 한모금'이라는 제목 역시 저러한 관점에서 이해 하고자 하였다. '아밀, 인생은 소가 물 한모금 마시는 시간만큼밖에 안된단다. 딱 그 만큼이란다.'(p.19)라는 아밀의 할머니의 저 말은 인생의 무상성과 돈을 벌기위해 발버둥치고, 국적이 다른다는 이유로 배타시하는 사회를 대조하고, 은근한 비판의식을 표출하고 있는건 아닐지. 그들의 한마디. '난 작은 도마뱀보다 무력하고 무해한 인간이랍니다. 그저 당신네 땅에서 잠시 숨쉬는 것 뿐이에요. (p.21)

[틈새] 표제작인 틈새는 인상적이었다. 전자제품 수리기사인 그는 친구인 영석의 집 냉장고를 수리하러 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석은 전교1등을 도맡아하던 친구로 육사에 들어갔다 보증빛으로 조기전역한 친구다. 그는 이야기한다. '짐작은 했지만, 그다지 여유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게 한눈에 드러나는 살림이었다. 쌔뜻한 가구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누추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그녀의 살림솜씨 덕분일 것이다' (p.112)

어느날 갑자기 일을 하겠다는 그의 부인. 집에서 살림만하는 여자들의 권태가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친구인 현태에세 들었던 그는 무시하려 하지만, 지하노래방을 혼자 드나드는 아내의 권태는 끝이 없다, 결국 아내는 그에게 말한다. '이혼해요. 나 이혼할거에요. 그러잖아도 당신에게 말하려 했어요.'(p.127) 말할 수 없는 충격. 그는 삶의 의욕을 잃고 살아할 이유,죽어야 할 이유를 끄적인다. 농약을 구하려는 그. 그에게 삶이란 무었인가?

<틈새>는 삶의 권태와 상실, 일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균적인 소시민인 '그'를 통해 평균인들의 삶과 권태를 살펴본다. 근래 자극적인 소재의 극적인 책을 주로 읽었던 내겐 오히려 저점이 극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아무문제없어 보이던 아내와의 관계는 조금씩 틈새가 벌어지고 있었으며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지나간 시절과 지금의 아득한 틈새역시 메울 수 없다. 이런 우리의 상실감과 고뇌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수작이다.

이 리뷰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일곱편의 단편들도 대단하다. 특히 이수문학상 수상작인 피아간(이 작품을 통해 이혜경이란 작가를 알게 되었음)과, 미발표작이었던 '섬'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혜경이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선보여주시길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박민규의 소설을 접한것은 04년 이상문학상 수상집에 실린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를 통해서였다. 그때 충격이 어찌나 컸는지 부랴부랴 박민규의 작품들을 사 읽기 시작했다. 대단했다. 신랄한 풍자, 뒤집기, 그리고 재미. 어느하나 기대에 못 미친것이 없었다. 그의 소설은 한국문학에 대한 내 생각을 통채로 바꿔 놓았다.

핑퐁. 벌판의 중심에 놓인 탁구대를 보며 누군가 이야기한다. 맞을때 꼭 못이 박히는 것 같다고 '못이라고 불리는 아이. 못은 담담히 자기주변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구타, 그리고 여자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닌게 아니라 두개골에 금이 간적도 있었다. (중략) 의사가 지적한 부위에는 정말 못이라도 박힌듯 살짝 금이 가 있었다. 두개골이 나물 때까지 치수는 나를 때리지 않았다.'(p.16)

'여자애들은 그보다 더하다. 원래 1910년에서 1920년 사이에 태어난 분들인데, 어째어쨔 한 세기가량을 매춘에 몸바쳐 일한지라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든살이 되던 손간 전재산을 쾌척, 온몸의 주름을 팽팽히 당기는-보지의 주름까지-초 하이테크 전신성형을 받고 빈털터리 열다섯살 행세를 하고 있다-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걸레들이었다. (p.20)

여기 또 한명의 인물이 있다. 남태평양 어느 섬에 있다는 석상을 닮았다고 그의 담임이 붙여준 모아이란 별명을 가진 아이. 모아이는 못과 쌍으로 불려 다니며 괴롭힘을 당한다. 특히 물주로써 금전을 자주 갈취당한다. 난 모아이와 못이라는 등장인물의 별명에 대해 생해 보았다. 이들은 이야기가 끝날때가지 못과 모아이라는 별명으로만 등장하고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 저자는 과연 못과 모아이란 이름에서 무었을 의도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나중에 찿아보고 우선 이야기에 몰입해 보자.

'탁구 칠래?' 모아이의 한마디. 못과 모아이는 말없이 탁구를 친다다. 핑.퐁.핑.퐁.핑.퐁. '이상하리만치 경쾌한 기분이었다.'(p.23) 그들은 탁구를 통해 연대감을 느끼고 일상의 폭력으로부터 탈출을 꿈꾼다. 이쯤에서 단편정도로도 끝낼 수 있어 보이지만 저자는 이야기를 확장한다.

탁구용품 전문점의 세끄라탱이란 노인, 마리의 자살사건으로 도망다니는 자기들을 괴롭혀온 치수. 못과 모아이는 치수의 온갖 심부름과 금전갈취를 당하고, 벌판에 놓인 탁구대에서 탁구를 친다. 이야기의 핵심서사구조는 너무나 단순한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점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듯하다. 치수의 횡포에서 벗어나 어른이 된다고 못과 모아이가 지금같은 상황을 겪지 않을까? 그들은 치수라는 인물을 통해 사회적 부조리를 조금 먼저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 중간에 존 메이슨이란 작가의 작품이 소개되는데, 흥미롭다. 정말 그런 소설이 있는지 궁금해 질 정도로 이야기가 황당하기는 하지만, 속에 담긴의미는 공감이 갔다. '핑퐁맨'이란 소설은 '직장에서 해고된뒤 판돈이 걸린 볼링을 하던 한남자 있다. 그는 어느날 그가 던지는 볼링공이 지구임을 깨닫게 된다. 지구엔 대재앙이 끊이지 않고, 그는 자기가 사용하는 '지구'공이 쪼개지는 것을 목격한 그는 더이상 볼링을 하지않고, 탁구에 몰두했고, 사람들은 그를 실버스프링의 핑퐁맨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더 이야기에선 탁구가 황폐하된 지구를 위해 찿아나선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는 못과 모아이가 탁구를 통해 연대감을 느끼고, 성숙해가는 대안된 것과 일맥상통한다.

저자의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측면에서 많은 도전을 하고 있는데, 가장 핵심이 활자체를 이야기 전개에 맞게 크기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목소리로 말한 것은 작은 활자로, 반대는 큰 활자로. 비난하는 의견도 봤지만, 난 일단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중간에 핑퐁핑퐁이란 말이 두페이지에 걸쳐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p.236~237) 이런것은 탁구의 랠리를 표현하기 위함이 직접적이겠지만, 주제인 탁구를 효과적으로 드러낸 면에서 특이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내가 미쳐 발견해내지 못한 저자의 이야기, 의도는 다음번에 읽을 때는 찿아낼 수 있으리라. 저자가 의도하지 않은 바를 찿아내 의미부여도 할 수 있으리라. 이 책은 그 정도로 여러번 읽고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년보다 긴 하루
친기즈 아이뜨마또프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2월

 

 
갑자기 이 책이 읽고 싶다. 구입하려 했으나, 품절-_- 예스24도 품절. 결국 리브로에서 주문했다. 다행히 재고가 있나보네. 여긴 제때 배송되지 않으면 2000원 배상해 준단다. 괜찮은 생각.

사실 이 책을 학교도서관에서 빌려서 절반정도 읽었다. 상호대차신청까지 해서. 그런데 아무래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질적인 중앙아시아를 배경으로한 책이지만 그런 이질성에 더욱 끌린다. 아무튼 빨리 보고 싶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