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
파올라 라펠리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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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예술작품에 관심은 많으나, 아쉽게도 미술관에 가본적은 없다. <반 고흐 미술관>을 읽으면서 간접적으로 훌륭한 작품들을 접하게 되어 좋았다. 예술작품에 대한 갈증이 좀 풀렸다고나 할까? 더구나 그림이 많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반 고흐의 삶의 흔적을 따라 여러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그의 예술품을 소개한다. "테오에게, 지금 내 작품이 팔리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언젠가는 내 그림드르이 거기에 사용된 물감보다, 그리고 내 인생보다고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p.8) 반 고흐는 자기 그림이 팔리지 않는 현실을 한탄하면서도 언제가는 자기 그림의 가치를 알게 될거라는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테오는 자기의 동생이자 미술상이다. 오늘날 수백억을 호가하는 반 고흐의 작품이 그 당시에는 팔리지 않았다니, 아이러니.

인상적인 그림은 '감자먹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 그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림 속의 농부들은 정말 추하고 불쾌한 모습이지만, 그래서 더욱 진실해 보인다. 이 농부들은 신에게 부여받은 고귀함의 상징이고, 매일의 노동에서 오는 순수함의 메타포로 사회적인 아이콘이 될 만하게 그려졌다."(p.38) 처음 이 그림을 보고 솔직히 놀랐다. 그림 속 농부들은 기괴하다. 울퉁불퉁한 얼굴윤곽과 빨간 눈동자색...온화한 이미지보다 그들의 거친속성을 제대로 표현해 내는데, 초점을 맡춘듯 하다.

'산책하는 사람들과 마차가 있는 성벽' 이 그림(p.60)도 인상적이었는데, 평화롭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한가한 오후에 거리에 나와 편하게 거니는 사람들, 그리고 푸른하늘. 뭐낙 평화로운 분위기이다 보니 오히려 환상적으로 느껴진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니, 이 그림은 파리의 성벽을 그린 습작중 하나로 고흐가 1887년 여름 열중했던 주제라 한다.

'경작되는 들' (p.90)도 인상적이였는데, 뭉게구름이 둥실 떠 있는 푸른 하늘과, 넓게 펼쳐진 들이 예술이다. 늦은 오후의 한적함과 평화로움이 그림에서 풍겨난다. 등장하는 인물이 아무도 없는것도 한적함을 더욱 강하게 한다. 고흐의 친구 에밀 베르나르의 말이 소개된다. "나는 빈센트가 자기 마음에 드는 모티프를 그리기 위해 작열하는 태양아래에서 몇 킬로미터를 걷는 것을 보았다. 그는 어떤 어려움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비, 바람, 이슬, 눈과 같은 이 모든것에 맞섰다. 별이 빛나는 하늘이나 정오의 태양을 그리기 위햇라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작업을 시작했다."(p.90) 그림에 대한 고흐의 열정. 정말 대단하다.

고흐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던 내게 그의 많은 작품을 보게 된 것은 행운이다. 이 하나만으로 만족감이 충만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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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학기 밀리언셀러 클럽 63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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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을지도

유명소설가 '우부카타 게이코'의 남편이 출판사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의 처, 옛 성으로 '기타무라 게이코'는 열살때 어느 남자에게 납치되어 1년여간 남자의 방에서 감금되어 지냈습니다. 남자는 체포되고 아내는 무사히 돌아왔으며 사건도 종결됐습니다. (중략) 그러나 아내의 침묵은 한통의 편지에 의해 깨졌습니다. 22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걸쳐 죄를 보상하고 출소한 범인으로부터 처 앞으로 편지가 온 것입니다."(p.10-11) 가타무라 게이코는 범인의 편지를 받은 후 갑자기 사라진다. '잔학기'란 소설의 원고와 범인 겐지의 편지만을 남기고…

이후 이야기는, 여류소설가 '가타무라 게이코'가 10살 때 겪은 충격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잔학기'란 소설이다. 게이코는 '성장한 여류소설가 가타무라 게이코'로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잔학기속 납치됐던 소녀로만 등장하는데,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그녀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는다.

현실감각 없는 어머니의 욕심 때문에 옆 동네 발레교실에 다니던 게이코는 발레교실에서 돌아오는 길에 '겐지'라는 사내에게 납치당한다.(p.34-36 ) 자기를 '밋치'라고 부르는 이상한 사내, 가끔씩 가해지는 폭력, 게이코는 발버둥친다. "나는 맞는 것이 두려워 겐지의 옆에서 울기를 그치고 오로지 겐지의 페이스를 따라가고자 노력했다."(p.38) 겐지는 폭력만 휘두르는 게 아니라 밤에는 동급생처럼 다정하게 굴고, 낮에는 게이코를 발가벗겨 놓고 자위를 하는 등 음란한 짓을 자행한다. 이러한 낮과 밤에 이중적 태도에 대해 게이코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겐지는 의도적으로 두 역할을 구분해 쓰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중략) 속죄라기보다 낮의 겐지를 정당화하고 낮의 겐지의 욕망을 여는 안내역으로서 밤의 겐지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p.57)

이러한 감금상태는 아무도 없는 방에 전기미터기가 돌아가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사장부인에 의해 게이코가 발견됨으로써 끝이 난다. 예상 밖으로 너무 빨리(제1장이 끝나기도 전인 76페이지에서) 발견돼 조금 당황했다. 이야기의 중심이 '감금된 소녀의 내면, 심리상태'라면 겐지에 의한 감금이 소설 속에서 상당히 오래 지속될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알았다. 기리노 나쓰오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는 것을.

"나는 주어진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선의와 동정조차도 상처를 더욱 깊이 후빈다는 것을 배웠다."(p.109) 낮선 남자에게 납치되었다 풀려난 게이코.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는 건 "게이코, 겐지에게 야한 짓 당하지 않았니?" "너 혹시 겐지하고 사이가 좋았던 것 아니니?"라는 사람들의 이상한 관심, 수사기관의 집요한 추궁. 그리고 친구들의 부담스러운 동정과 이상한 호기심. 게이코는 이야기한다. "나는 겐지와의 단순한 생활로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나를 둘러싼 세계가 너무나도 험난하고 적대적인 것처럼 느껴져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p.119) 게이코는 오히려 납치범 겐지와의 생활을 그리워 할 정도로 그녀를 둘러싼 환경은 힘겹기만 하다.

여기서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바로 '야타베'이다. 야타베는 납치범 겐지의 옆방에 사는 사람으로, 귀가 멀고, 손가락 한마디가 잘린 겐지의 공장 동료이다. 게이코는 야타베의 존재에 안심을 하고, 나중에 자기를 구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야타베일거라 생각한다. 게이코의 말을 들어보자. "그러나 단 한 가지, 공포를 이겨낼 희망이 싹텄다. 야타베씨라는 남자의 존재였다. 나는 야타베씨가 언젠가 나를 구출해줄 것이라는 희망에 부지런히, 꾸준하게 비료를 줬다. 희망은 점점 커졌다. 1년에 이르는 감금 생활 중에서 야타베씨는 반드시 올 구세주이자 나의 동경, 아니 신앙의 대상으로까지 변해갔다."(p.51)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야타베는 게이코를 구해줄만한 사람일까? 나중에 밝혀지는 야타베의 추악함을 떠올리면 게이코의 소망은 안스러울 뿐이다.

게이코 남편의 편지로 이야기가 시작된 것처럼 이야기의 끝 역시 게이코 남편의 편지를 통해 서술된다. 이 부분은 지금까지 이야기를 정리하는 부분으로 잔학기란 소설에 대한 남편의 평과 사건의 진실에 대한 견해가 중심이다. 게이코 남편은 바로 납치사건을 담당하고 겐지를 조사했던 검사임이 밝혀지는데, 읽다 약간의 충격을 느꼈다. (여기선 비중 있게 언급하지 못했으나, 게이코와 담당검사와의 관계역시 상당히 흥미로웠음) 게이코의 남편은 사건의 진실을 오랫동안 추적한 사람답게, 충격적인 여러 견해를 제시한다. '겐지,야타베,사장부부 공범설'이나 '겐지,야타베공범설'등

하지만 정말 충격적인 것은 바로 게이코의 고백이다.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겠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자. "겐지와의 생활이 어떠한 것이었는가를 나는 이 원고의 앞부분에 적었다. (중략) 겐지는 낮에는 나를 욕보이면서도 밤에는 사이좋게 지내자며 다정한 얼굴로 다가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 기술에는 거짓이 없다.(중략) 거기에 내 기분의 변화는 자세히 적지 않았다. 확실히 적겠다. 나는 겐지를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겐지가 일을 하러 가 있는 동안엔 그가 빨리 돌아왔으면 하고 애를 태웠고 겐지와 함께 지내는 것을 즐겁게 생각했다. 겐지의 자위를 도운 일도 있었다. (중략) 나는 밀실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겐지를 사랑했다. (중략) 겐지를 좋아하게 된 순간, 그 방은 나와 겐지 두 사람만의 왕국으로 변했다.(p.198)

그랬다. 게이코와 겐지사이에는 납치범과 피해자라는 관계를 뛰어넘는 교감이 존재했다.

난 읽는 내내 의문이었던 제목 '잔학기'의 잔학이 무었을 의미하는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게이코에게는 겐지와 함께한 1년여의 감금보다도, 감금에서 풀러난 이후 자기에서 쏟아진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과 관심, 지나친 동정, 부모의 갈등등이 오히려 잔학했던 것이 아닐까?

"나는 겐지와의 단순한 생활로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겐지를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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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널 사랑해
교코 모리 지음, 김이숙 옮김 / 노블마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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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군대에서였다. 유키의 담담한 서술에 가슴을 내맡기던 모습은 아직도 기억 속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굳이 이 얘기를 꺼내는 건 그 당시와 이 책을 읽은 후 감정이 워낙 강렬하게 이어져 있어, 둘을 떼어 놓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와 다시 읽으려 찾아보니 제목이 바뀌어 있다. 원래 한국어판도 원제처럼 '시즈코의 딸'이었는데, '그래도 널 사랑해'로…묻혀있는 좋은 작품에 새로운 옷을 입혀주고 싶었나 보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가며 처음 느꼈던 감정을 되살렸다. 사람의 감정을 출렁이게 한다는 거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은 해내고 있다. 충격적인 사건의 한가운데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담담히 그리고 당당히 성장하는 유키의 모습을 통해…

"가스는 드디어 단내가 났다. 불결한 달콤함이었다. 시즈코는 그 냄새를 맡자 어릴 적 등굣길에 본 조그맣고 노란 들꽃이 생각났다. 작은별 모양의 그 꽃에서 불결하고 달콤한 냄새가 났다. 꽃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다. 가을이면 꽃은 하얀 솜털로 변해 사방으로 날아다녀 시즈코의 머리카락에 묻었다. (중략) 시즈코는 종이조각을 흩뿌렸다. 색종이 조각처럼, 흰 벚꽃 잎처럼, 서까래에서 허공으로 떨어지는 떡처럼, 종잇조각들이 떨어지는 걸 지켜보다가 시즈코는 육박해오는 어둠에 굴복했다." (p.16-17) 섬뜩하다. 시즈코의 죽음이 섬뜩한게 아니라, 죽음에 대한 놀라운, 어찌보면 환상적이기까지 한 묘사가 섬뜩하다.

유키는 '자기가 이런 짓을 저지른다 해도, 널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시즈코의 편지내용을 떠올린다. 시즈코는 유키에게만 작은 메모를 남겼을 뿐 어느 누구에도 유서 같은걸 남기지 않는다. 시즈코가 남편에서 쓴 편지를 마지막에 찢고 흩날리는 부분은 그녀의 상실감이 절정을 지나 넘쳐 흐름을 암시한다. 유키에게 시즈코의 빈자리는 크다. 이어지는 시즈코의 장례식, 아버지의 재혼 등은 유키의 시각으로 아슬아슬 세밀하게 묘사되는데, 사춘기 소녀의 슬픈 감수성이 문장 하나하나에 묻어있다.

유키는 과연 자기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에 대해 직접 언급되는 부분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다. 다음 장면을 보자. 결혼식(아버지의 재혼)때 신랑, 신부, 하객들이 다 같이 마시는 사발의 곡주, 유키가 사발을 받게 되자…'유키는 체중을 가득 실어 바닥에 뒤꿈치를 대며, 사발을 테이블에 떨어뜨려 산산조각 내버렸다, 장례식날 아침, 엄마의 영혼이 아버지의 집이나 그 집안의 어느 누구도 괴롭히지 못하게 아버지가 엄마의 밥그릇을 현관 층층대에 던져 깨버린 것처럼…"(p.41) 사발을 깬 건 아버지에 대한 유키의 반발이다. 시즈코가 죽자마자 다른 여자와 재혼해버린 아버지에 대한 반발. 생각해보자. 아내가 죽었는데, 슬퍼하지는 못할 망정 귀신이 붙을 줄 모르니 밥그릇을 깨야한다며 층층대에 내던지는 그런 남편이 과연 아내에 대한 애정이 있을까? 시즈코를 그토록 깊은 외로움과 슬픔속으로 내던져 버린건 과연 누구였을지…왠지 그가 미워진다.

아버지와 새엄마 사이에서 위태위태 견뎌가던 유키. 그녀의 마음속엔 항상 시즈코가 있다. 부엌에 남겨진 도자기, 엄마가 하던 스카프등 시즈코의 작은 흔적을 따라 유키는 시즈코를 추억한다. 그런 유키에게 있어 새엄마는 시즈코를 죽게한 원흉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즈코의 눈을 피해 수년간 만나오며 시즈코가 죽기만을 기다려 온 두사람' 그것이 유키가 이들에 대해 가지는 감정의 근원이다.

"넌 폐쇄적이고 교활한 애야, 유키. 왜 날 그렇게 끔찍한 계모로 만드는거야? 해마다 옷을 사주잖니, 그런데 넌 내가 그런 의무를 행하지 않는것처럼 군단 말이야" / "일부러 그런적은 전혀없어요. 가장 하는건 당신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주위에 있을때면 날 좋아하는 것처럼 굴잖아요. 우리모두 행복한것처럼 행동하잖아요. 난 꾸미지는 않아요. 당신이 싫어요!"(p.133)

유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떠나, 아니 아버지와 새엄마를 피해 먼지방의 미술전문대학에 진학한다. 거기서 만난 이사무와의 짧은 사랑…유키는 엄청난 시련속에서도 자신을 놓지않고 성장한다. 유키를 덮친 그 엄청난 시련과 고통은 그녀에게 어떤걸 남겼을까…? 유키의 애잔하고도 가슴아픈, 그래서 아름다운 이야기, 많은 이들이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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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9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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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뒤로하고 9권으로 넘어가자. 대부인은 보옥의 혼인문제를 꺼내는데, 보옥의 부친 가정은 보옥에 대해 냉정하게 이야기한다. "신부될 규수도 훌륭해야 하겠지만 그 애 자신도 학문이 있을 만큼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게 되면 공연히 남의 집 귀한 딸을 데려다가 신세만 망치게 될 테니까요"(p.95) 그러다 오히려 대부인은 심사가 뒤틀려 손자를 감싼다. 결국 가정은 보옥을 불러다 문장공부를 얼마나 했는지를 묻고, 지어 놓은 글을 보는데...보옥은 어떻게 평가받을것인가? 혼담역시 무르익어 남소의 장씨네 댁 딸과 혼담이 오간다. 하지만 장씨네 댁이 데릴사위를 원한다는 것과 구두쇠라는 점 때문에 오가던 혼담은 흐지부지해 진다.

난봉꾼 설반은 또 하나의 사건을 벌이는데, 이번 역시 살인사건-_-한 주막집 급사, 즉 종업원이 설반에게 무뢰하게 굴고 시중을 똑바로 들지 않자 쳐죽인 것이다. 설부인,왕부인등은 설반을 구해내기 여기저기 청탁을 하고 뇌물을 써보지만 뭐낙 잘못이 명백한지라 빼내기가 여의치 않은데...결국 현령 지현은 많은 뇌물에 눈이 멀어 여러곳에 있던 상처를 머리 단 한곳에 상처 있는걸로 고치고 우연한 오살로 처리한다. 돈에 눈이 먼 부폐한 관리는 세상 어디든 있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대돈방화백의 멋드러진 그림과 안의운, 김광렬님의 감칠맛 나는 번역은 이 책의 백미다. 인물의 성격까지도 제대로 표현해내는 그림, 그 당시 물건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그림. 정말 감탄할만 하다. 그리고 번역역시 대단해서 우리말의 감칠맛을 정확히 살려내었다. 지금까지 읽으며 번역체를 읽는 것 같은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이런점이 홍루몽의 가치를 더욱 높혀주는 것 아닐까? 처음 등장인물들 이름을 외고, 하나둘 친해지기 시작한게 얼마전인데, 벌써 하나둘 유명을 달리하는 인물이 생겨난다. 이제 슬슬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가는구나...다음회에는 누가 또 죽어갈 것이며,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10회,11회, 그리고 마지막 12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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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8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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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8권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느닷없이 소작이라는 견습시녀가 내일 대감님이 보옥 도련님을 ?으실거란 말을 던지고 가는데, 보옥은 아버지가 자신의 공부상태를 확인하려는 것임을 직감한다. "막 잠에 들려던 참에 이런말을 듣게 된 보옥은 마치 손대성(손오공)이 삼장법사의 조임테 주문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금세 사지와 오장이 불편해지는 것이었다. 아무리 궁리 해 보아야 내일 아버지의 꾸중을 면할 도리는 없을 것 같았다."(p.68)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의 심정을 헤아리면 저런 보옥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그 동안 공부는 안하고 놀기만 했는데 말이다. 습인과 청문을 중심으로 시녀들이 뒤늦게 밤을 세워 공부하는 보옥을 보살펴 주는데, 졸린 시녀들이 꾸벅꾸벅 졸다 청문에게 혼나는 부분은 어찌나 웃긴지. 결국 공부를 해도 꾸중을 면할 수 없음을 알고 청문이 꾀를 내는데, 그건 누군가 침입했다는 소란상황에 보옥이 놀라 몸저 누웠다고 하는 것, 즉 꾀병을 부리는 것이었다.

일은 엉뚱한데로 튀는데, 누가 침입했다는 것을 조사하던 대부인은 요즘 숙직서는 하인들의 방심을 지적하고 이들을 벌하려 하고, 탐춘은 숙직서는 이들이 도박판까지 벌려 왔음을 일러바친다. 대부인은 대노하여 외친다. "도박을 한 년놈들을 당장 가서 잡아오너라! 그레서 잘못을 비는 년에겐 용서를 하겠지만  하고도 안 한 척 숨기려는 년에게는 벌을 주도록 해라!"(p.74) 결국 큰물주 셋을 잡아 곤장40대를 치고 내쫓고, 나머지사람들은 곤장20대에 3개월간 월당을 제하는 벌을 내린다. 큰 물주중 한명은 바로 영춘의 유모였는데, 그 유모는 자기가 영춘을 젖먹여 키웠다는 것을 자랑스러이 여기고 오만하게 행동하던 자였다. 거기다 영춘의 비녀까지 훔쳐다 도박밑천으로 삼았음이 밝혀지는데, 착한 영춘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위에서 잠깐 이야기한 시녀들간 시기와 모함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왕부인이 색실로 춘화를 수놓은 향주머니를 희봉에게 가지고 와 혹시 희봉이 흘린건 아닌지 의심하자 희봉은 여러이유를 대며 그것이 자기것이 아님을 주장한다. 그리고 젊은 시녀들의 것일 가능성을 언급하는데, 이와 더불어 시녀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왕보선의 여편네가 보옥의 시녀 청문을 모함하자 왕부인은 청문을 불러들인다. 왕보선 여편네가 청문을 모함하는 말. "남보다 얼굴이 좀 반반하게 생기고 주둥이까지 좀 여물었다는 것을 턱대고는 날마다 서시같이 차리고 나서서 입방아만 찧고 있어요. 그러다가 한마디라도 제 비위에 거슬리게 되면 당장 눈살을 꼿꼿이 세우고 욕설을 내뱉는단 말예요. 그 요염하고 오만한 꼴이란 정말 눈뜨고 못 볼 정도예요."(p.104) 정말 해도해도 너무했다. 역시 궁중같이 시기와 모함이 판치는 곳. 왕부인은 청문을 불러 모질게 혼내고  청문은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소리내어 운다.

왕부인은 춘화의 임자를 ?아내기 위해 시녀들의 방을 수색하자는 왕보선 여편네의 말에 따라 일제히 수색을 시작하고, 의외로 시녀 입화의 상자에서 금덩이,은덩이 3,40개나 싼 보퉁이를 발견한다. 이는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춘화를 ?아내려다 뜻밖에 장물로 의심이 되는 것을 발견했으니...거기다 또 의외호 왕보선 부인의 외손녀인 시녀 '사기'의 상자에서 '반우안'과 주고받은 음화와 연애편지나 나왔으니, 왕보선 부인은 공연히 자기 외손녀만 잡아낸 결과. 잘난척하던 왕보선 부인의 무안한 모습은 통쾌하지 그지없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

결국 조사결과가 왕부인에게 보고 되고, 우선적으로 사기는 집안에서 내쫓기게 된다. 가엾은 사기. 왕부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보옥 주변 시녀들을 족치는데, 청문이 아무래도 뭔 일을 당할거 같은 분위기. 먼저 보옥과 같은 날에 난 혜향이를 내치고, 방관이마저 내친다. 그리고는 병들어 야윈 청문이를 불러들여 한바탕 혼쭐을 내고 옷까지 전부 빼았아 내쫓아 버린다. 어쩌면 저럴 수 있는지, 너무 안타까운 상황. 청문은 유일한 혈육인 난봉꾼 사촌오빠네로 가게 되고, 쓸쓸히 병든 몸을 다스린다. 그러다 결국 청문은 눈을 감는다. 사람들의 시기심때문에 온갖 안좋은 누명을 쓰고 쓸쓸하게 죽어간 청문, 너무 가슴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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