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8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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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8권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느닷없이 소작이라는 견습시녀가 내일 대감님이 보옥 도련님을 ?으실거란 말을 던지고 가는데, 보옥은 아버지가 자신의 공부상태를 확인하려는 것임을 직감한다. "막 잠에 들려던 참에 이런말을 듣게 된 보옥은 마치 손대성(손오공)이 삼장법사의 조임테 주문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금세 사지와 오장이 불편해지는 것이었다. 아무리 궁리 해 보아야 내일 아버지의 꾸중을 면할 도리는 없을 것 같았다."(p.68)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의 심정을 헤아리면 저런 보옥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그 동안 공부는 안하고 놀기만 했는데 말이다. 습인과 청문을 중심으로 시녀들이 뒤늦게 밤을 세워 공부하는 보옥을 보살펴 주는데, 졸린 시녀들이 꾸벅꾸벅 졸다 청문에게 혼나는 부분은 어찌나 웃긴지. 결국 공부를 해도 꾸중을 면할 수 없음을 알고 청문이 꾀를 내는데, 그건 누군가 침입했다는 소란상황에 보옥이 놀라 몸저 누웠다고 하는 것, 즉 꾀병을 부리는 것이었다.

일은 엉뚱한데로 튀는데, 누가 침입했다는 것을 조사하던 대부인은 요즘 숙직서는 하인들의 방심을 지적하고 이들을 벌하려 하고, 탐춘은 숙직서는 이들이 도박판까지 벌려 왔음을 일러바친다. 대부인은 대노하여 외친다. "도박을 한 년놈들을 당장 가서 잡아오너라! 그레서 잘못을 비는 년에겐 용서를 하겠지만  하고도 안 한 척 숨기려는 년에게는 벌을 주도록 해라!"(p.74) 결국 큰물주 셋을 잡아 곤장40대를 치고 내쫓고, 나머지사람들은 곤장20대에 3개월간 월당을 제하는 벌을 내린다. 큰 물주중 한명은 바로 영춘의 유모였는데, 그 유모는 자기가 영춘을 젖먹여 키웠다는 것을 자랑스러이 여기고 오만하게 행동하던 자였다. 거기다 영춘의 비녀까지 훔쳐다 도박밑천으로 삼았음이 밝혀지는데, 착한 영춘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위에서 잠깐 이야기한 시녀들간 시기와 모함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왕부인이 색실로 춘화를 수놓은 향주머니를 희봉에게 가지고 와 혹시 희봉이 흘린건 아닌지 의심하자 희봉은 여러이유를 대며 그것이 자기것이 아님을 주장한다. 그리고 젊은 시녀들의 것일 가능성을 언급하는데, 이와 더불어 시녀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왕보선의 여편네가 보옥의 시녀 청문을 모함하자 왕부인은 청문을 불러들인다. 왕보선 여편네가 청문을 모함하는 말. "남보다 얼굴이 좀 반반하게 생기고 주둥이까지 좀 여물었다는 것을 턱대고는 날마다 서시같이 차리고 나서서 입방아만 찧고 있어요. 그러다가 한마디라도 제 비위에 거슬리게 되면 당장 눈살을 꼿꼿이 세우고 욕설을 내뱉는단 말예요. 그 요염하고 오만한 꼴이란 정말 눈뜨고 못 볼 정도예요."(p.104) 정말 해도해도 너무했다. 역시 궁중같이 시기와 모함이 판치는 곳. 왕부인은 청문을 불러 모질게 혼내고  청문은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소리내어 운다.

왕부인은 춘화의 임자를 ?아내기 위해 시녀들의 방을 수색하자는 왕보선 여편네의 말에 따라 일제히 수색을 시작하고, 의외로 시녀 입화의 상자에서 금덩이,은덩이 3,40개나 싼 보퉁이를 발견한다. 이는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춘화를 ?아내려다 뜻밖에 장물로 의심이 되는 것을 발견했으니...거기다 또 의외호 왕보선 부인의 외손녀인 시녀 '사기'의 상자에서 '반우안'과 주고받은 음화와 연애편지나 나왔으니, 왕보선 부인은 공연히 자기 외손녀만 잡아낸 결과. 잘난척하던 왕보선 부인의 무안한 모습은 통쾌하지 그지없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

결국 조사결과가 왕부인에게 보고 되고, 우선적으로 사기는 집안에서 내쫓기게 된다. 가엾은 사기. 왕부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보옥 주변 시녀들을 족치는데, 청문이 아무래도 뭔 일을 당할거 같은 분위기. 먼저 보옥과 같은 날에 난 혜향이를 내치고, 방관이마저 내친다. 그리고는 병들어 야윈 청문이를 불러들여 한바탕 혼쭐을 내고 옷까지 전부 빼았아 내쫓아 버린다. 어쩌면 저럴 수 있는지, 너무 안타까운 상황. 청문은 유일한 혈육인 난봉꾼 사촌오빠네로 가게 되고, 쓸쓸히 병든 몸을 다스린다. 그러다 결국 청문은 눈을 감는다. 사람들의 시기심때문에 온갖 안좋은 누명을 쓰고 쓸쓸하게 죽어간 청문, 너무 가슴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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