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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10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이제 홍루몽 10권이다. 홍루몽을 읽으며, 나름대로 '홍루몽 제대로 읽기 독서법'(너무 거창해서 조금 민망하네요^^)이라 할만한 노하우를 깨우쳤다. 홍루몽은 뭐낙 방대한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딱 하나의 줄거리만을 생각하고 읽어서는 안되고, 등장인물 위주로 읽으시길 권한다. 특히 인물들의 다양한 성격에 초점을 맞춰서.../ 내가 또한가지 인상깊게 본것은 등장인물중 여성캐릭터들이 자유분방하고 활기넘치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점이다. 특히 시녀인 습인,청문,원앙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톡톡 튀는 개성을 느낄 수 있다. 동시대 우리여성들의 안타까운 지위를 비교해 볼때 정말 대단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10권에서도 등장인물들의 개성넘치는 성격은 잘 드러난다. 습인은 보옥이 대옥과 선문답하고 놀았다는 말을 듣고, "두 분이 다 할 일이 없으셨던 모양이군요. (중략) 제 생각엔 역시 학숙엘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제 겨우 공부가 제대로 되어 가는가 싶은데 또 노실 생각을 해서야 되겠어요?"(p.29-31)라고 하는데, 놀 생각말고 학숙(오늘날의 학원 같네요)에 가서 공부하란 말이다. 마치 친누나가 동생 챙기는 것 같다. 습인은 저러한 사려깊음은 여러군데서 드러나는데, 그 근원에는 보옥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다. 비록 신분은 다르지만, 습인은 보옥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다. 저러한 습인의 모습에 대해 다른 시녀 사월이는 이렇게 말한다. "도련님(보옥)이 학숙에 가시고 나면 언니(습인)는 해종일 구시렁거리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가도 도련님만 돌아오시게 되면 말도 많아지고 웃음도 많아진단 말이야."(p.32)하하 저런 습인이 너무 예쁘다.
이제 하나둘 떠나보내야 할 때가 된 것일까? 걱정했던 일의 첫주인공은 귀비 원춘. 잔 병치레로 고생하던 원춘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p.120-123)비록 홍루몽 이야기속에서는 많이 등장했던 인물은 아니었지만, 보옥의 누나이자, 한나라의 귀비였던 원춘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꽤나 충격이었다. 가씨집안에서도 온 집안이 울음속에 잠길 정도로 슬픔에 휩싸인다. 원춘의 죽음은 홍루몽 전체적으로 볼때, 이야기의 결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이후 가씨집안의 불운을 암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음은 또 누가 우리와 이별을 할지. 아쉽구나.
이어지는 불행의 전조인지 대옥의 건강은 계속 좋지않고, 대부인은 대옥의 건강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후사를 생각한다. 이에 희봉은 보옥을 떠보기 위해 보옥의 방으로 가는데, "도련님, 기쁘시겠어요! 아버님께선 도련님을 장가들게 하시려고 벌써 날짜까지 받아 놓으셨어요! (중략) 그 신부가 대옥 아가씨예요. 어때요? 마음에 드세요?"(p.167)라는 희봉. 희봉의 저런 태도는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얄밉고 마음에 안든다. 뭔 꿍꿍이가 저리도 많은지...휴. 대옥은 결국 피까지 토하고, 시고를 붙태운다. 한편, 보옥의 혼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데, 역시나 보옥의 혼처는 대옥이 아닌 보채. 문제는 대옥역시 보채보다는 대옥을 좋아하고, 보채역시 보옥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불행이 뻔히 보이는 이런 결혼은 너무나 안타깝다. 결국, 보옥이 보채와 혼인식을 할 무렵 대옥은 숨을 거둔다. 이 부분에서 정말 가슴이 아렸다.
감정을 추스리고, 이야기에 몰입해보자. 이제는 또 탐춘의 혼사이야기가 오가는데, 이를 들은 보옥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이젠 더 살아갈 재미가 없어! 보라고, 자매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다 흩어지고 말지 않았어? 대옥 누이는 선녀가 돼서 가 버렸고(죽었음을 의미), 큰누나(원춘귀비)는 벌써 저 세상 사람이 돼 버렸잖아? (중략) 그리고 둘째누이(영춘)는 그 늑대같은 인간한테로 시집을 가 버린데다 이번엔 또 셋째누이(탐춘)가 두 번 다시 만나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시집을 간다지 않아!"(p.259) 그렇다. 보옥의 저 말은 지금 읽고 있는 독자들의 심정과도 같다. 나 역시도 가슴아파 더 이상 몰입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철녀 희봉과 습인을 비롯한 시녀들이 남아 있기에, 아직 가씨집안은 몰락을 예기하긴 이르다. 그럼 11권으로 넘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