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12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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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의 시작역시 안타까운 죽음이다. 한평생 대부인을 따르던 원앙은 힘있는 자들의 노리개가 될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부인을 따라 목을 메 자결한다. 원앙은 정말 충직한 시녀요, 지조있는 여자였다. 초반부에 가사가 자기를 첩으로 들이려 하자, 끝끝내 거부하고 대부인 곁에 남아 대부인을 보필한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나마 남은 이들이 그녀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위로해주는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잠깐, 표지 얘기를 하고 넘어가자. 홍루몽의 삽화나 표지그림은 앞에서 누누히 얘기했던 것처럼 아주 훌륭하다. 12권의 표지는 기묘하다 못해 기괴한 이미지를 풍기는 두 도사가, 의식을 잃은 젊은 중(보옥으로 여겨짐)을 안고 하늘로 올라가는 그림이다. 밑에는 그런 그들을 보고 놀라고 만류하려는 사내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아무래도 이 그림은 보옥이 속세를 떠나 불교로 귀의하는 모습을 표현한 듯한데, 기괴한 두도사의 모습이 아무래도 기분이 나쁘다. 보옥의 결심은 과연 어떠한 계기때문이먀, 과연 그의 자발적인 선택인지. 이러한 의문을 품으며 다시 읽어 나가기로 하자.

11권에서 끝부분에서 거의 죽을 지경에 까지 이르렀던 희봉은 과연 어떤 상태인지 보자. "희봉의 병세를 보면 좀처럼 나아질 가망이 없는데다 이제 와서는 가련이까지도 그전같이 희봉에게 애정을 쏟고 있지 않았다. (중략) 희봉은 이제는 하루빨리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다."(p.65) 그처럼 무섭게 권력을 휘두른던 철녀 희봉도 세월과 죽음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차라리 죽고 싶다니… 그런 희봉앞에 우이저의 혼령이 나타나 원망의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희봉의 질투때문에 죽음을 당한 우이저와 우삼저 자매들. 결국 희봉은 운명을 달리한다.(p.92-96) 차라리 빨리 죽고 싶다던 그녀의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해야할까?

남루한 중 하나가 돈을 달라며 문앞에서 기다리는데, 보옥은 그 중이 보통중이 아님을 알고 옥(玉)을 주려고 한다. 그러자 습인과 자견이 달려나와 두 손으로 보옥의 허리띠를 꽉 틀어쥐고 늘어져 울며불며 필사적으로 말린다. 저러한 습인의 모습은 참으로 가련하다. 여기서 옥은 속세의 보옥의 생명을 뜻하는듯하다. 다시말해 중에게 옥을 준다는 것은 속세를 떠나 불교에 귀의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는것인데, 습인이 그것을 말려 속세의 연을 이어가게 한 것이다.

저 장면에서 알았다. 보옥은 이미 속세에 뜻이 없음을…그는 청문의 죽음때부터, 대옥의 죽음때부터 속세의 뜻을 잃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속세에 뜻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한편 가란과 함께 과거를 보러 떠난 보옥은 가란과 나란히 급제를 하게 되는데 정말 기울어가던 가씨집안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속세의 뜻이 없는 보옥은 아무도 모르게 속세를 떠난다.

홍루몽을 완독했다. 지난 한달여간 나와 함께하던 보옥을 비롯한 홍루몽의 주인공들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음에, 허무하고 아쉬운 마음도 든다. 홍루몽을 읽는 동안 정말 행복했고 너무나 재미있어 만사 제쳐두고 홍루몽 읽기에 몰두했다. 지금까지 이처럼 소설속 등장인물들에게 애정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보옥,대옥,습인,청문,희봉,우삼저,우이저,유노파,가련등등 좋은인물도 나쁜인물도 내 기억속에 잘 남아있다. 지금 이 기억은 아마 오래동안 잊지 못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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