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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 스포일러 있을지도
두 번째 쓰는 리뷰다. 처음 쓴 리뷰는 내용을 100%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쓴 것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정하기 보단 완전히 새로 쓰는 게 나을거란 생각에 새롭게 쓴다.
<벚꽃이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충격적 반전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워낙 유명하다 보니 반전만 손꼽아 기다리는 분도 있고, 참 말이 많은 작품인데, 읽어 보면 왜 그런지 알게 된다. 이 작품의 반전은 생각지도 않았던 이가 범인으로 등장하거나, 일반인의 두뇌로는 상상하기 힘든 트릭이 사용되는, 그런건 아니다. 저자는 독자의 고정관념을 철저히 농락한다.
서술트릭. 아니, 이건 트릭이라고 할 수도 없을 거 같다. 고정관념 속에 사로잡힌, 그래서 이해하지 못한 스스로가 트릭 속에 빠져버린 것이다. 처음 읽고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등장인물들의 나이다. "젊었던 나루세가 갑자기 왜 늙어버렸지? 손자라니…뭔 말이야" 하고는 어리둥절해 했다. 대충 트릭의 겉만 훑고 넘어간 것이었다. 작품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좀 자세히 보자.
494페이지 서술을 보면, '에바타가 자살한 것은 1951년 12월 15일로, 그 다음날 나는 겨우 스무 살이 되었다'가 있다. 즉, 나루세는 1932년 12월 16일생이다. 그 다음, 19페이지엔 '우선 내가 2002년 8월 2일 오후 4시 40분에 히로오~' 가 있다. 보았는가? 헬스로 체력단련 하고, 호라이 클럽을 추적하던 우리의 호프 나루세는 69세 할아버지였다. 당연히 기요시, 아이코역시도 70세 가까운 나이. 어떤가? 사건을 파헤치고, 호라이클럽이라는 거대한 조직에 맞서는 주인공인 70살 할아버지라니…
그럼 왜 이 점에 당혹스러움을 느낄까? 고정관념이다. 당연히 탐정 역을 하는 주인공이 젊은이일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70살 먹은 할아버지는 경로당에 가만히 앉아 손자 재롱이나 보시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저자는 교묘하게 독자를 농락하는데, 일단 주인공의 나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연령을 추측할 수 있는 묘사도 하지 않는다. 거기다 이야기 중간 중간 나루세가 어설픈 탐정활동을 하던 20대 이야기를 끼워 넣음으로써, 완벽하게 혼란을 야기한다.
이제야 알았다. 저자가 왜 초반부에 쓸데없는(쓸데 없어 보이는) '연도'를 언급했는지.
지금까지는 가장 놀라웠던 연령트릭 이야기이다. 하지만 <벚꽃이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엉뚱한 인물의 생명보험을 가입한 사쿠라, 그리고 그 이유, 나루세의 이름을 잘못 알고는 당황하는 사쿠라의 모습, 쓰네코가 사쿠라와 동일 인물임이 드러나는 부분, 안도 시로의 처절한 인생사등 저자가 짜놓은 구성은 꽤 훌륭하다. 아 그리고, 초반부 땅 파는 사람 묘사가 등장하는 설정도 사소하지만 치밀한 구성이었다.
처음 시작되는 섹스에 대한 장광설은 약간 곤혹스러웠고, 문장에 군더더기가 많아서 작가의 문장력을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라이 클럽'이 등장하고 이야기에 속도감이 붙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저자는 곳곳에서 노인문제를 은연중 부각하고 있는데, 연령트릭을 구사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할 거 같다. 호라이 클럽의 사장 구레타가 쏟아내는 노인문제에 대한 독설과 비판(p.433~435)은 물론 궤변이다. 하지만 그냥 넘겨 버리기에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해선 한번 생각해 봐야지 않을까. <벚꽃이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놀라운 반전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대단한 작품이다. 미스터리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